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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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대 촬영공부론
2013년 01월 26일 01시 04분  조회:6992  추천:25  작성자: 박문희


사진시대 촬영공부론
 


오늘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이 문자로 표현되기에 앞서 먼저 사진과 같은 이미지로 표현되고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가? 지난 20세기를 활자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오늘 우리가 살고있는 21세기를 단연 사진의 시대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모든 영상물도 기실 사진의 연장에 다름 아니다. 카메라의 세대교체도 그 속도가 절대 컴퓨터에 못지않다. 디지털카메라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원래 사진기자나 사진예술가의 전유물이였던 사진촬영은 오늘 대중생활의 일부, 놀이의 하나로 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촬영전문가들의 역할이 박탈당한것은 아니다. 금년봄 어느 촬영동호회의 일원으로 되어 촬영을 배우면서 절실히 느낀것이 이점이다. 선경대의 가을단풍이며 “9.3”명절의 연길야경이며 맹령사과절의 풍년무며 봄물먹은 평강벌이며 백년부락의 재봉어머니며를 만나며 카메라로 한폭한폭의 사진을 담아내는 가운데 나는 전문기술을 소유한 전문촬영가들의 지도와 인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새삼 통감하게 되였다.

 

그들은 리론과 실천경험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보류없이 타인에게 전수한다. 다년간 연변땅을 메주밟듯 해온 그들은 동호회원들의 촬영실기를 위해 시기, 날씨와 안전 등을 고려한 려정을 짜느라 로심초사하며 새로운 행선지를 개척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떠나기도 한다. 동호회의 빈번한 활동에 빠짐없이 참가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항상 그들의 로고에 감사의 마음을 금치 못한다.

 

동호회와 함께 하는 시간이 나에겐 참으로 소중하다. 함께하는 행정에 즐거움이 가득할뿐 아니라 촬영을 필한 뒤에도 그 즐거움이 그냥 이어지니 말이다. 사진을 편집하고 저장하고 발표하고 교류하는 것 모두가 즐거움의 연장 그 자체다.

 

고백해야 할 사항이 있다. 나의 촬영경력이 꽤나 길어 적으만치 30여년이라는 것. “갈매기(海鷗)”표 카메라로 시작한 나의 촬영은 그 초기 사진인화지로 직접 사진을 씻어서 발표할수 있었을만큼 조금은 “전업적”이였던 적도 있었고 신문에 적지 않은 량의 보도사진을  발표해왔던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촬영입문의 초보자”라고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내가 금년들어 사진배우기를 새로 시작하기 직전까지 디지털카메라의 “수동모드”를 전혀 쓸 줄 몰랐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수동모드”를 모른다는것은 내가 그때까지 “전자동모드”로 사진을 찍어왔다는 것인데, 그것은 카메라셔터를 누를 줄만 알면 나머지는 모두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는 의미다. 우수한 사진에는 사상이 살아숨쉰다고 하는데 기계가 사진에 사상을 불어넣는 작업을 할 수가 있겠는가? 나절로도 이건 아니다 싶어 큰 마음먹고 좀 자신을 개변시켜볼 양으로 “전자동은 너무 그렇고 반자동을 좀...”라고 했다.

 

이때 한 전문가 친구가 권고의 말 한마디를 했다. “실패를 미리 많이 맛보더라도 처음부터 완전수동에 집착하라. 그것이 빠른 길이다.”

 

“완전수동모드(M)”로 찍은 첫 몇장의 사진이 모조리 캄캄칠야 아니면 새하얀 백지가 되여나왔다. 나의 촬영지식이 완전 “제로상태”임이 백일하에 드러나버린것이다. 그렇게 나의 “초짜의 입문공부”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캄캄칠야”와 “백지”의 원인을 찾아내는 작업은 뜻밖에도 지극히 간단했다. 빛을 너무 적게 주면 사진이 백지가 되고 빛을 너무 많이 주면 새까맣게 되는것이다. 그러니까 빛을 너무 많이 주었으면 덜어내서 적게 주면 된다는 얘기다. 알고보면 너무나도 간단한데 우리는 흔히 입문의 그 문턱을 넘기를 거부한다. 조리개 값과 셔터 속도, iso 감광도, 그리고 해상도...몇개 안되는 개념의 문턱을 그토록 넘기 어려워한다는 말이다. 포토샵공부 역시 그렇다. 

 

사진을 배워 뭘 하냐? 가끔 만나는 물음. 아주 단순하지만 록록치는 않은 물음이다. 나의 경우 보통 “취미로 하는거야”라고 짤막히 대답하지만, 평소 촬영을 재미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인지라 “재미가 없다면 내가 왜 이딴짓을 하겠어? 재직때는 하고 싶어도 못했거든.” 이러기도 하지만, 취미가 과연 전부인가 하는 의혹을 가질 때도 있다.

 

그러면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 “취미로 촬영을 한다.” 그래. 취미로 하는 수가 있지. “배운다는건 항상 즐거운 일이잖아?” 그래, 컴 앞에서 해방되여 야외로 나가고 사람들과 만나고 건강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고 모르는것을 배워익힌다는 모종의 획득감. 

 

그러나 그것이 목적 그 자체일가? 젓가락질이 재미있어서 료리를 먹는다? 삽질이 재미나서 과일나무를 떠다 옮긴다? 분명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그럼 낚시질은? 많은 낚시군들의 낚시질은 그 취미가 잡아올린 고기를 료리해 먹는데 있지 않고 고기를 낚아올리는 그 순간의 자극의 짜릿함에 있다고들 하는데.



 

그러나 낚시질과 촬영은 성격이 판판 다른 활동일터이다. 낚시는 생계 혹은 쾌감획득을 목적으로 생명을 가진 수중동물을 “사기적수법”으로 유혹해서 잡아올리는 행위인 반면에 촬영, 례컨대 예술촬영은 순간순간의 빛으로 예술이미지를 그려내는 창조적 예술활동이라고 할수있겠다. 그래서 촬영을 “찰나의 미학”이라고도 하며 사진은 “붓대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도 한다. 자치주창립 60주년을 기념하여 연길에서는 부르하통강반에서 꽃불축제를 벌렸었다. 하늘에 불꽃을 쏘아올려 만든, 순간에 폭발했다 순간에 사라지는 아름다운 화폭을 그 순간 빛의 원리로 사진속에 잡아넣어 영구화시키는 촬영자들의 창작, 그것은 참으로 고상한 예술창조행위라 하겠다. 그런 우수한 사진들을 그저 취미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니까 찍은 사진이라고 할수 있을가? “취미론”, 어찌 보면 그것은 자신을 취미란 작은 울타리에 가두어넣는 “생각의 조각”일수도 있다. 그런 “생각의 조각”은 촬영활동을 예술창조의 행위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목표설정에 반기를 들도록 유혹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취미론”으로부터의 탈출을 꾀하면 더 넓은 공간이 보일수도 있을것이다.

 

예술창작의 동기가 없이 놀음으로 하는 촬영은 단순 취미에 귀결시켜도 무방하겠으나 창작을 목적으로 한 촬영활동은 그렇지 않다고 봐야겠다. 모종의 사상을 사진을 통하여 표달하려는 작가, 암만 아마추어작가라 해도 이런 목표의 설정은 가능할것이며 그것은 의미있는 작업일터이다. 사상이 있는 사진, 아마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좋은 사진이 아닐가? 이런 의미에서는 창작사상의 깊이를 벼리는 작업이 필수일 것이다.

 

자신의 삶의 근저에서 괴여나온 생동한 사상을 순간의 빛에 고착된 피사체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는 사진, 그런 사진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많이 시도돼야 할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진의 특정경향을 따르면서 새로운 표현양식을 보여주는 광고 등 사진작품들이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감성을 깊이 자극하고 시선을 오래동안 잡아두는 힘을 가지고있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전통적인 사진 표현양식의 매력이 아주 색바래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디지털기술과 사진의 만남으로 사진을 비롯한 시각예술의 령역이 무한대로 확장된 오늘 시각예술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도 가급적 다양해져야 할것이다.

 

<문화시대>2012년 제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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