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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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눈에 비친 어른들은 불쌍했다
2007년 02월 11일 01시 38분  조회:4990  추천:89  작성자: 박문희
60여년 전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聖·德克旭貝里,1900~1944)의 소설《어린 왕자(小王子)》는 한 비행사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홀연히 나타 난 어느 별나라 어린 왕자와의 만남과 리별을 회상하는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우주 속 어느 작은 별에 살던 어린 왕자는 어느날 혼자 우주 려행길에 나선다. 려행길에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서 고생하던 비행사《나》를 만나며 그 뒤 여우도 만나고 뱀도 만나고 어른들도 여럿 만난다. 

어린 왕자의 눈에 어른들은 대부분 이상하기 짝이 없고 도저히 리해할수 없는 아주 불쌍한  존재로 비쳐진다.권세욕으로 가득찬 임금,허영심으로 들떠 있는 허풍쟁이,밤낮 고주망태가 돼 있는 술주정뱅이, 리속차리기에만 바쁜 상인,탐험은 하지 않고 집안에만 들어 박혀 이른바 학문을 연구하는 지리학자…. 

어른들은 웬일인지 수자를 별스레 좋아한다.새 친구에 대해 뭔가를 말할 때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건  물어보지도 않는다. 새 친구의 목소리가 어떤지, 좋아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나비를 수집하고 있는지, 이런 질문 대신 나이가 몇인지, 형제가 몇인지, 그의 아버지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이런 따위만 묻는다.

《오늘 창문가에 꽃이 만발하고 지붕우엔 비둘기가 노니는 빨간집을 봤는데 정말 예쁘더군요》라고 하면 어른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그러나《그 집이 10만 프랑짜리더라구요》라고 하면 대뜸《아니?그런 예쁜 집을 어디서 봤냐?!》하고 놀라 부르짖는다.이런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눈엔 괴상한 사람들로 비칠수 밖에 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우리 어른들이 원래부터 아이들이 보는것처럼 그렇게 리해하기 어렵고 이상한 사람들이였던 것은 아니다.모든 어른들에게도 례외 없이 찬란한 동년이 있었다.소시적 소망 역시 그때의 모든 아이들처럼 단순하고 소박했었다.얼음지치기를 할 때의 중요한 도구인 썰매가 아주 보잘것 없이 초라한 것이였을지라도 그것이 어렸던 우리에겐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수 없는 소중한 것이였고 귀여운 토끼 한마리 생겨도 열심히 먹이풀을 뜯어다 배를 곯릴세라 신주 모시듯 모시는 즐거움이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어른이 된 뒤 눈에 비낀 모든 일은 언녕 소시적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보여지지 않은지가 옛날이다.우리 어른들은 실상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쥐뿔만한 일을 가지고 시기질투를 해가며 옥신각신 하는가 하면 별로 보잘것도 없는 권세나 명예나 리익을 가지고 다툼질을 하고 암투를 벌리기마저 서슴치 않고 한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오늘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이 옛날과 달리 순진함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평들이 자주 들려 가슴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물론 시대가 크게 변한만큼 아이들이 옛날과 달라지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그러나 그 어느 시대든 세속에 물들지 않은 순결한 동심만은 확실하게 보전해야 할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샘물처럼 맑아야 할 동년의 마음에 어른들이 흙탕물을 튕기는 일이 있다.필자 자신도 심히 자책감을 느낀다.어린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있다면 이건 전적으로 어른들 탓이다.이 경우 아이들에게 맑은 동심을 잃지 말라고 훈계하기에 앞서 우리 어른들이 우선 반성을 해봐야 할것이다.

<길림신문>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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