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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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뛰어넘어 / (한국) 이선명
2007년 05월 16일 12시 41분  조회:4892  추천:105  작성자: 박문희


   “
어머님, 금년 어머니날에는 정말 좋은 소식이 들려 옵니다. 이제 어머님도 외국 여행을 가실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아요. 경의선이 곧 개통된다는 소식이에요. 어머니, 그렇게 되면 개성과 평양, 그리고 신의주에 들렀다가 압록강을 건너 중국 대륙까지 기차로 갈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어머님 모시고 꼭 중국, 아니 내친 김에 유럽까지 기차여행을 하고 싶어요.”

  
글쎄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아직도 미덥지 않다는 듯 말꼬리를 흐리시지만, 목소리는 분명 기대에 차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 한번도 외국에 나가보신 적이 없다. 고소증이 있으신 지 비행기 타는 것을 두려워하시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하셨다.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삼촌과 조카가 보고 싶으셔도, ‘바쁜 사람 귀찮게 뭐 하러 가냐?’ 하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곤 하셨다
.

, 그런데 이제 중국과 유럽까지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할머니는 다시 한 번 천지개벽을 보는 것 같은 뭉클한 감회가 동맥을 타고 뜨겁게 전신을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경의선이 뚫리면 부산과 신의주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기차를 타고 서울과 평양의 백화점에 나란히 진열되겠지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력이 남북 경제 공동체를 이루어, 한반도에서 생산된 우수한 상품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압록강 철교를 넘어 중국으로, 러시아로, 그리고 저 유럽까지 실려가게 될 것은 물론이고, 남북이 지척인데, 인적 및 물적 교류를 제3국을 통하는 황당한 일도 더는 없을 것이고.

내년에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구경을 기대하고 있는 재미 동포들은 일단 서울에 가서 친지들과 합류하여, 경의선 철도편을 이용하여 개성과 평양에 들러 역사 유적지도 둘러보고 나서 베이징까지 안락한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 설레는 가슴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실토할 인사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분단의 고통, 그리고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문산에 멈추어 선 철마의 소원이, 아니 그것은 바로 우리 민족 전체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실현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장장 56년 전 1951년 6월12 한국전란으로 끊겼던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철도가 오는 17일 시험 개통된다. 한민족의 혈맥을 이어 한반도가 동북아의 경제적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는 역사적인 새 날이 밝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남북의 합의에 의하면 이날 디젤기관차 1량과 객차 5량씩으로 구성된 시험운행 열차에는 남측과 북측에서 100명씩, 동해선과 경의선 열차에 각각 200명씩 모두 400명이 타고 오전 11 출발, 경의선의 경우 남측 문산-도라산역을 거쳐 북측 판문역-개성역으로 가고, 동해선은 북측 금강산역-감호역에 이어 남측 제진역까지 운행한다.


  남북이 앙숙처럼 대결하던 불과 십 수 년 전과 대비해 보면 내외의 끊임없는 방해공작을힘겹게 물리치며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전진해온
데이땅트 속의 남북 통일세력의 밀월은 우리의 민족사에 정말 장엄한 기념비를 세운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시험운행이라는 제한성 때문에 아쉬움이 있지만, 그러나 대국적으로 보면 우리의 통일염원의 실현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프랑스 작가 생떽주퍼리는 그의 유명한 단편소설 <밤의 비행>에서 길이 나면 사람들이 다니게 돼 있다
고 했는데 이 표현이야 말로 이번 남북의 임시 철도운행이 정기적 운행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을 은유(隱喩)해 주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 실크로드는 부산에서 출발, 평양을 거쳐 신의주와 시베리아, 만주, 중국, 혹은 시베리아 등지를 통과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대륙횡단철도로 발전하게 되며, 그렇게 되면 자연히 남북이 진정한 민족으로 다시 태어나서 현해탄을 건너 일본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최근 소식통은 "1990년 초 15백여 명에 불과했던 단둥 시내 조선족의 숫자가 남북경협활성화의 기대로 이미 2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것은 중국 동북3성과 만주 및 연해주에 산재한 우리 동포들이 남북경협이 가져올 효과를 예견하고, 고대하고 있음을 반증한 다.

달리고 싶다는 말로 우리 민족 비극을 되새겨 주던 철마, 그 철마가 이제 세계 속으로 달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 경의선 철도 재운행은 통일 대장정에 새 이정표이다. 우리 한민족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이 꿈의 무지개의 다리건설이 순조롭게 진전되기를 기원한다.

// USNews 이선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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