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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2)
2015년 01월 10일 10시 56분  조회:1069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삼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녀는 지리와 수학을 배웠고 텔레비죤련속극을 보았고 학교에 은밀히 도는 포르노잡지를 훔쳐보았다. 그리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단조로운 일상에 대한 불평을 일기에 털어놓았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것들, 바다와 눈(雪), 터번을 쓰는 남자들, 보석으로 치장한 우아한 녀자들, 그 모든것을 자신의 두눈으로 직접 보고자 하는 욕망을 일기에 마음껏 펼쳐놓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당장 실현불가능한 욕망에만 매달려 살수는 없는 법이다. 양장점 재단사인 어머니와 늘 집을 비우는 아버지를 둔 마리아에게는 더욱더 그랬다. 그녀는 곧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삶을 헤쳐나가기 위해 공부를 했고 모험에 대한 꿈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열다섯살이 되였을 때 그녀는 성(聖)주간 행렬에서 만난 한 청년을 사랑하게 되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였고 영화관과 축제에 함께 다녔다. 그녀는 또다시 확인할수 있었다. 사랑은 상대의 존재보다는 부재와 련결되여있다는것을. 그와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사랑은 증폭되였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 청년이 보고싶었다. 그녀는 다음에 그를 만나면 뭐라 말할가 궁리하느라 자신이 잘하거나 잘못한것을 되짚으며 함께 나눈 매 순간을 떠올리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뜨거운 정열을 불태웠고 그래서 사랑의 아픔을 잘 아는 경험 많은 처녀라고 상상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 위해서라면 온몸과 령혼을 다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와 함께라면 결혼과 아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 그 모든것에 가닿을수 있을것 같았다.

그녀는 엄마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직은 너무 일러.》
《하지만 엄만 열여섯에 아빠와 결혼했잖아.》
뜻하지 않은 임신때문이였다고 말할수 없었던 어머니는 시대타령으로 마리아의 말을 막았다.
《그때하고 지금은 다르잖니.》

이튿날, 마리아와 청년은 교외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잠시 잡담을 나누다가 마리아가 려행을 떠나고싶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대답대신 그녀를 품에 안으며 키스를 했다.

생애 첫키스! 그 순간을 얼마나 꿈꿔왔던가! 주변 풍경도 여느날과는 달랐다. 하늘을 나는 왜가리, 석양, 거친 아름다움을 지닌 황량한 들판,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소리. 마리아는 그를 밀어내는척하다가 힘껏 끌어안았다. 그녀는 영화와 잡지, 텔레비죤에서 수없이 본 동작을 따라했다. 리드미컬하면서도 다소 어색하게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젖히며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에 대고 꽤나 격렬하게 비벼댔다. 때때로 청년의 혀가 자신의 앞이에 와닿는 느낌이 무척이나 달콤했다.

갑자기 그가 키스를 멈추고 물었다.
《하기 싫은거야?》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키스를 원하느냐고? 물론 원했다! 하지만 녀자는 그렇게 쉽게 자신을 허락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특히 남편감에게는. 그랬다간 평생 누구에게든 쉽게 허락하는 녀자로 의심받게 될테니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가 다시 그녀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가 얼굴이 벌개져 다시 동작을 멈췄다. 마리아는 뭔가 잘못됐다는것을 깨달았지만 물어볼수는 없었다. 그녀는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도시로 돌아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그날 저녁, 그녀는 신중하게 어려운 단어를 골라가며 일기를 썼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 온 우주가 그 사랑을 위해 공모하는것 같다. 오늘 석양무렵,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하지만 뭔가 하나만 잘못되여도 모든것이 무너져 사라진다! 노을속을 나는 왜가리,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달콤한 그의 입술, 그 모든것. 몇분전만해도 분명히 거기 있었던 아름다움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라질수 있었을가?

삶은 아주 빠르다. 삶은 우리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데려다놓는다. 단 몇초사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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