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그녀는 녀자친구들을 만났다. 모두 그녀가 《애인》과 함께 거니는것을 본 친구들이였다. 뜨거운 사랑을 경험하는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강렬히 갈망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야 했다. 친구들을 두사람사이에 있었던 일을 무척 궁금해했다. 마리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의 혀가 자신의 앞이에 와닿을 때가 가장 짜릿했다고. 그러자 한 친구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너, 입을 벌리지 않았던거야?》
순간, 모든것이 확실해졌다.
《왜 입을 벌려?》
《그래야 혀가 들어올수 있지.》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데?》
《키스는 그렇게 하는거야.》
키득거림. 내심 고소해하면서도 안됐다는듯이 바라보는 표정들. 한번도 애인을 가져보지 못한 계집애들의 복수. 마리아의 령혼은 울상을 짓고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며 함께 웃어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정말 중요한것은 보여주지 않고 두눈을 감은채 한손으로 상대의 머리를 잡고 얼굴을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대는것만 가르쳐준 영화들에 저주를 퍼부었다. 그녀는 《확신이 없어서 그렇게 빨리 허락하고싶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는 네가 내 남자라는 확신이 섰어.》라는 적절한 해명의 말을 마련해두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사흘후, 마을축제때 마주친 청년은 그녀 친구의 손을 잡고있었다. 입을 벌리지 않았냐고 물었던 바로 그 친구의 손이였다. 마리아는 무관심을 가장한채 놀이패와 마을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축제가 끝날 때까지 버텼다. 그녀는 애인을 앗아간 친구가 때때로 보내는 련민의 눈길을 애써 못본척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할수가 없었다. 그녀의 우주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녀는 밤새 울었다. 그리고 8개월 동안 가슴을 앓았다. 그리고 결론내렸다. 사랑은 그녀를 위한게 아닌것, 그녀와는 별 인연이 없는것이라고. 그때부터 그녀는 예수에 대한 사랑, 마음에 고통스러운 상처를 남기지 않는 종교적인 사랑에 여생을 바치기 위해 수녀가 되겠다는 뜻을 품었다. 때마침 학교에서는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화제였다. 그녀는 사랑도 슬픔도 없는 삶을 선택한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선교회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있다는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기 위해 응급처치요령을 배우고 종교교리수업에도 부지런히 참석했다. 그녀는 자신을 표범과 사자가 득실대는 밀림을 누비며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는 현대의 성녀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해, 키스할 때는 입을 벌려야 하고 사랑은 고통의 근원이라는걸 깨달은 열다섯살에, 그녀는 세번째 발견을 한다. 자위의 쾌감이였다.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성기를 만지적거리다가 자위를 하게 되였다. 어릴적 그녀는 습관적으로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쾌감을 느꼈다. 아버지가 그런 모습을 보고 아무 설명도 없이 사정없이 볼기를 때렸던 그날까지, 마리아는 그때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았고 남앞에서 성기를 만져서는 안된다는것을 배웠다. 그때 이후로 자신만의 방도 따로 없었기때문에 그녀는 그 느낌이 주는 쾌감을 아예 잃어버리고있었다.
키스사건이 있은지 6개월 가까이 지난 그날 오후, 어머니는 아직 귀가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막 외출해 집에는 그녀 혼자뿐이였다. 할 일도 없었고 볼만한 텔레비죤프로도 없어 보기 흉한 털이나 뽑을 생각으로 성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외음부 우쪽에 작은 돌기가 솟아있는걸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그것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느낌이 짜릿했다. 그 느낌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녀의 온몸이, 특히 그녀가 만지는 그 부분이 쾌감으로 팽팽해졌다. 그녀는 서서히 천국으로 빨려올라갔다. 강렬한 느낌이 그녀를 휩싸안았고 더이상 잘 볼수도 들을수도 없었다. 모든것이 황금빛으로 물드는것 같았다. 팽팽한 쾌감이 치솟으면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첫 오르가즘이였다.
오르가즘! 절정의 쾌락!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락하산을 타고 천천히 땅을 향해 내려오는 느낌이였다. 몸은 땀으로 흠벅 젖었다. 그녀는 활짝 피여난 생명력으로 가득한 자신을 느꼈다. 바로 이런것이였다. 섹스란! 얼마나 멋진가! 너나없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쾌락을 말하는 포르노잡지는 더이상 필요치 않았다. 녀자의 몸은 사랑하지만 마음 따윈 안중에도 없는 남자도 더이상 필요치 않았다. 혼자서도 할수 있었다! 그녀는 유명한 배우가 자신을 애무한다고 상상하며 또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천국에 도달했다가 터져오르는 기운을 발산하며 땅으로 내려왔다. 세번째 자위를 시작하려는데 어머니가 귀가했다.
마리아는 친구들에게 달려가 자신의 발견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을 몇시간전에야 처음으로 경험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두명만 빼고 모두 그것을 알고있었다. 다만 공개적으로 말한적이 없을뿐이였다. 자신이 혁명적이라고 느낀 마리아는 그룹의 리더로서 《비밀고백놀이》라는 말도 안되는 놀이를 만들어 각자가 가장 즐겨 하는 자위방법을 털어놓게 만들었다. 거기에서 그녀는 여러가지 테크닉을 알게 되였다. 한여름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한다든지(땀이 촉촉 배면 하기 쉽기때문에), 거위깃털로 그곳(그녀는 그곳의 명칭을 아직 몰랐다)을 건드린다든지, 남자친구의 손을 빌려 한다든지(마리아는 전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비데의 물줄기를 리용한다든지(마리아의 집에는 비데가 없었기때문에 부유한 친구집에 놀러 가면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하는.
어쨌거나 자위의 쾌락을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들은 몇몇 테크닉을 시도해본 마리아는 수녀의 삶을 포기했다. 자위는 그녀에게 큰 쾌감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종교에서 섹스는 죄악중에서도 가장 큰 죄악이 아닌가. 친구들은 자위를 자주하면 얼굴이 부스럼으로 뒤덮인다거나, 미쳐버린다거나, 임신을 하게 된다는 소문들도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 모든 위험에도 그녀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대개 아버지가 친구들과 카드놀이를 하러 외출하는 수요일을 기해 자위의 쾌락을 즐겼다.
그러면서 그녀는 남자들에 대해서는 점차 자신감을 잃어갔다.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고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녀는 세번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네번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키스하는 법, 애무하는 법, 애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애무하게 하는 법을 모두 알고있었다. 하지만 늘 뭔가 삐걱거렸다. 마침내 평생을 함께 할 남자를 찾았노라고 확신하는 순간, 관계가 끝나곤 했다. 많은 시간을 허비한 끝에 결국 남자는 고통과 욕구불만, 번민과 근심밖에 가져다주지 않는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 어느날 오후, 그녀는 공원에 앉아 한 엄마가 두살배기 아들과 노는것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남편과 자식,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을 가지겠노라고, 하지만 열정은 모든것을 망쳐놓으니, 두번 다시 사랑에 빠지지는 않겠노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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