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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7)
2015년 01월 15일 21시 20분  조회:1386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마리아가 그녀를 유럽으로 데려가 스타로 만들어주겠다는 외국인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고향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문을 온 도시로 퍼졌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몰려와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운이 좋았지 뭐.》

친구들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늘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싶어했다. 텔레비죤드라마에서 그런 종류의 모험과 행운을 보아온 그들이였다. 마리아는 이것이 지극히 남다른 경우라는걸 은근히 부각시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례외적존재라는 사실을 친구들의 머리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스위스인은 마리아의 어머니앞에서 또다시 사진들, S대신 Z가 들어간 《클럽브라질》의 선전용 소책자들, 계약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는 동안, 마리아는 자신에겐 이제 매니저도 생겼고 스위스로 건너가 연예계에서 경력을 쌓고싶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비키니차림의 아가씨들 사진을 보고는 못볼것처럼 화들짝 놀라 즉시 돌려주었다. 이것저것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것은 오로지 딸이 행복한것, 또는 불행하더라도 돈을 많이 버는것뿐이였다.

《저 사람 이름은 뭐래?》
《로제.》
《로제리오! 사촌들중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스위스인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다들 그가 대화를 리해하지 못한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아버지가 마리아에게 말했다.
《내 년배는 족히 되겠다!》

그러자 어머니가 공연히 끼여들어 딸의 행복을 망쳐놓지나 말라고 잔소리를 했다. 시골 양장점 재단사는 손님들과 잡담을 나누는게 일이라 이런저런 귀동냥으로 결혼과 사랑에 대해 많은것을 알게 되는 법이다. 그런 어머니가 마리아에게 충고했다.
《얘야, 가난한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것보다는 돈 많은 남자와 불행하게 사는게 더 낫다. 그곳에 가면 돈 많은 불행한 녀자가 될 가능성도 높겠지. 하지만 만약 일이 잘 안 풀리면 차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너라.》

그녀의 어머니나 미래의 남편이 생각하는것보다는 훨씬 더 총명한 처녀였던 마리아는 들으라는듯이 대답했다.
《유럽과 브라질을 오가는 차는 없어요 엄마, 그리고 전 연예계에서 성공하고싶어요. 전 남편을 찾고있는게 아니라고요.》
어머니는 거의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갈수 있다는건 돌아올수도 있다는것 아니냐. 연예계에서 경력을 쌓는건 젊은 아가씨들이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 하지만 그건 네가 예쁠 동안만 가능한 일이야. 나이가 삼십쯤 되면 종치는거야. 그러니까 그전에 널 원하는 성실한 남자를 찾거라. 제발 부탁이니 결혼을 해. 사랑따위에는 조금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난 처음에 네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어. 하지만 돈이면 뭐든지 살수 있다. 진정한 사랑까지도. 네 아버지는 돈마저 없었지만!》

그것은 친구는 할수 없는 어머니만이 할수 있는 아주 훌륭한 충고였다. 리오로 돌아가기전에 마리아는 옛 직장에 얼굴을 비치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가 사표를 내자 가게주인이 말했다.

《프랑스인 거물 매니저라는 사람이 널 파리로 데려가기로 했다는 소문은 들었어, 행복을 찾아가겠다는데 말릴수는 없지만 떠나기전에 한가지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메달이 달린 목걸이를 꺼냈다.
《은총의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기적의 메달이야. 노트르담성당이 파리에 있으니 그곳에 들어 기도해. 그리고 여기 씌여있는걸 읽어봐.》

마리아는 메달에 새겨진 낱말 몇개를 읽어보았다.
《죄없이 잉태하신 동정녀 마리아여, 당신께 도움을 청하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소서, 아멘.》
《잊지 말고 하루에 한번씩 이 글을 읽도록 해.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였다. 청혼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걸 그도 알고있었다.

《언젠가 돌아오고싶으면 내가 널 기다리고있다는걸 기억해줘. 난 아주 짧은 말, 그러니까 널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놓쳐버렸어. 이젠 너무 늦었겠지만 이제라도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기회를 놓치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아주 일찍이 깨달았다. 하지만 《난 널 사랑해》라는 말은 그녀가 스물두해를 살아오면서 수없이 들은 말이였다. 이제 그녀에겐 그 말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것처럼 느껴졌다. 그 말에는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확인할수 있는 진지하고 깊은 감정이 한번도 따라온적이 없었으니까. 마리아는 그가 해준 말들에 대해 감사하고 그 말들을 기억속에 하나하나 새겨두었다. 삶이 앞날에 무엇을 마련해두었는지 알수 없으므로 언제나 비상구를 알아두는것은 필요했으니까. 그녀는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나왔다.

리오에 돌아온 그녀는 단 하루만에 려권을 발급받았다.
《브라질이 정말 많이 변했어.》

포르뚜갈어 단어 몇개와 수없이 많은 손짓을 사용해 로제가 말했다. 마리아는 그 말이 《예전에는 훨씬 더 오래 걸렸는데》라는 말이라는걸 알았다. 마이우손의 도움을 받으며 그들은 옷, 신발, 화장도구 등 마리아 같은 처녀가 꿈꿀수 있는 모든것들을 마지막 준비물로 일일이 챙겼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날 밤, 나이트클럽에 놀러 가서 로제는 마리아가 춤추는것을 보았다. 그는 열광하며 자신의 탁월한 선택을 자축했다. 《콜로니》클럽을 빛내줄 스타, 브라질 작가들이 검은 머리결을 묘사할 때 습관적으로 거론하는 그라우나(브라질과 그 린접국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금속성의 광채가 나는 보라빛 또는 푸른빛을 띤 검은 깃털과 검은 부리를 가진 새)의 날개처럼 검은 머리결과 밝은 색 눈을 가진 라틴미녀가 그의 앞에서 춤을 추고있었다. 스위스령사관에서 발급한 취업카드를 받아들고 그들은 짐을 꾸렸다. 그리고 다음날, 초콜레트와 시계와 치즈의 나라를 향해 날아갔다. 마리아는 이 남자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컨대, 그는 지나치게 늙지도, 못생기지도, 가난하지도 않았다. 뭘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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