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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마리아는 농장경영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책들을 팔에 낀채 도서관을 나왔다. 오후시간이 비여있었기때문에 그녀는 천천히 산책을 했다. 도시 고지대를 지나던 그녀는 태양이 하나 그려져있고 《산티아고의 길》이라고 씌여있는 노란표지판을 우연히 보았다. 저게 뭐지? 마침 건너편에 카페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카페에 들어가 종업원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이제 모르는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는 습관이 들어있었다.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카운터에 앉아있던 아가씨가 대답했다.
아주 고급스러운 카페였다. 커피가 다른 집보다 세배나 비쌌다. 하지만 그녀에겐 돈이 있었고 이왕 들어왔으니 커피를 주문하고 남은 시간을 농장경영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들뜬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내용이 너무 지루해 독서에 열중할수가 없었다. 차라리 농장경영에 관해 자신의 손님들과 이야기해보는게 나을것 같았다. 그들은 돈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고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녀는 커피값을 꺼내 탁자우에 올려놓고 일어나서 종업원에게 인사하고 팁을 넉넉하게 주고(팁에 관해서 그녀는 주는만큼 받을거라는 미신적인 생각을 갖고있었다.)문을 향해 걸어갔다. 마리아는 그때 자신을 부르는 한마디를 들었다. 그 부름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채 그녀의 계획들, 그녀의 미래, 그녀의 농장, 그녀의 행복관, 그녀의 녀성적인 령혼, 그녀의 남성적인 태도, 세계속에서 그녀가 점하고있는 위치를 영영 바꾸어놓을 한마디를.
《잠간만요.》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가 들려온 곳을 비스듬히 쳐다보았다. 그곳은 점잖은 장소였다. 남자들이 그런 말을 할수 있는 코파카바나가 아니였다. 《난 갈거니까 붙잡지 말아요.》라고 대답하는것은 코파카바나에서도 녀자들 자유지만.
그녀는 그 말을 무시하려 했지만 호기심을 억누를수 없었다. 그녀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아주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서른살가량 된 젊은이라 해야 할가? 주로 나이든 남자들만 상대해온 그녀에게는 젊게 보이는 긴 머리의 남자가 옆에 붓들을 잔뜩 늘여놓고 무릎을 꿇은채 아니스각테일 한잔을 앞에 놓고 의자에 앉아있는 한 신사의 초상을 그리고있었다. 카페에 들어설 때는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이였다.
《가지 말아요. 이걸 끝내고 당신 초상화도 그리고싶어요.》
《전 관심없어요.》
마리아는 대답했다. 그녀는 대답을 함으로써 우주에 빠져있던 하나의 고리를 창조했다.
《당신한텐 빛이 있어요. 스케치라도 하게 해줘요.》
스케치? 그게 뭐지? 그리고 《빛》은 또 뭐야? 하지만 그녀는 허영심 많은 녀자였다. 상상해보라. 저렇게 진지해보이는 남자에게 초상화모델제의를 받다니!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저 사람이 유명한 화가라면? 그녀는 불멸의 녀인으로 화폭우에 영원히 남게 될것이다! 그리고 또 그 그림이 파리 혹은 브라질의 살바도르(브라질 북동부 바이아주의 주도―州都)에 전시된다면? 그녀는 전설이 될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이렇게 고급스러운, 명사들만 드나드는듯한 카페에 저 란장판을 벌려놓고 도대체 뭘 하고있는걸가?
그녀의 직감이 들어맞았다. 마리아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제네바를 대표하는 인사들? 마리아는 모델인 신사를 쳐다보았다. 종업원은 이번에도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저 신사분은 혁명적인 발견을 한 화학자예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신 분이죠.》
《가지 말아요.》
화가가 다시한번 반복해 말했다.
《오분이면 끝나요. 마시고싶은게 있으면 뭐든 마셔요. 내가 살테니.》
마리아는 마치 최면에 걸린것처럼 탁자로 다시 가서 앉아 노벨상 수상자가 한대로 아니스각테일 한잔을 주문하고는 사내가 작업하는것을 바라보았다. 《난 제네바의 유명인사가 아니야. 저 남자, 나한테 다른 속셈이 있는게 분명해. 하지만 저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냐.》 그녀는 코파카바나에서 일을 시작한후로 자신에게 늘 주입시켜온것을 다시한번 무의식적으로 반복했다. 그것은 그녀의 구명튜브였고 사랑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자발적이고 의도적인 포기였다.
이 점을 분명히 하자. 조금 기다리는것쯤 못할게 뭐랴싶었다. 종업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가 늘 꿈꾸었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그 사내가 열여줄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모델로 성공하고자 꿈꾼적도 있지 않았던가?
그녀는 사내의 작업을 관찰했다. 그는 능숙하고 신속하게 그림을 마무리하고있었다. 아주 큰 그림이였는데 거의 가려져있어서 마리아에게는 다른 부분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건 아닐가? 사내는 오로지 그녀와 하루밤을 보내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할 사람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를 젊은이가 아니라 사내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지 않으면 이 나이에 너무 늙어버린듯한 기분이 들것 같았다. 오분후, 사내는 약속대로 일을 끝마쳤고 그사이 마리아는 자신의 계획들을 망쳐놓을 위험이 있는 새로운 만남을 가져봤자 리로울게 하나도 없다며 스스로를 설득하고있었다. (1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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