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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22)
2015년 01월 28일 20시 27분  조회:1552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테렌스는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마리아가 뭔가를 핑게삼아 다시 돌아오지 않을가 잠시 기다렸다. 몇분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에 불을 붙였다.

품격이 있는 아가씨야,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채찍을 잘 견뎌냈다. 체형(體刑)중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경미한것이긴 하지만, 그는 서로 다가가기를 원하지만 서로 고통을 줌으로써만 그것이 가능한 두 존재사이의 신비로운 관계를 자신이 처음 경험했을 때를 떠올렸다.

저 바깥에는 수백만의 부부들이 매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도마조히즘을 실행하고있었다. 그들은 매일 일터로 갔고 돌아와서는 모든것에 대해 불평을 늘여놓았다. 남편은 안해를 괴롭히거나 안해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은 자신이 비참하다고 느꼈지만 그들 자신의 불행에 깊이 얽매여있었고 하나의 몸짓, 한번의 《더는 못참겠어》로도 충분히 억압에서 해방될수 있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테렌스 역시 유명한 영국가수인 안해와 그것을 경험했다. 질투에 사로잡혀있던 그는 걸핏하면 안해에게 시비를 걸었고 낮에는 진정제에 밤에는 술에 취해 사간을 보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지만 그 역시 자신의 행동을 리해할수 없었다. 마치 그들이 서로에게 주는 고통이 그들 삶에 꼭 필요한 본질적인것인듯했다.

어느날, 한 연주가가 깜박 잊고 스튜디오에 책 한권을 놓고 갔다. 괴짜들이 득실대는 그 계통에서 지극히 평범해보였기때문에 테렌스가 아주 이상하게 여기던 연주자였다. 책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오스트리아 소설가. 청년 귀족 쿠젬스키의 사랑의 모험이야기를 다룬 대표작 《모피옷을 입은 비너스―1871)》로 이름을 떨쳤다. 그가 죽은 뒤 그의 성적기행이 성심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마조히즘》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 예쁜 녀자가 옷을 벗어던지고는 짤막한 손잡이가 달린 긴 채찍을 집어 자기 손목에 감으며 말했다.
《당신이 원했으니, 채찍으로 당신을 후려치겠어요.》
《그렇게 해주오. 제발 부탁이요.》
그녀의 정부(情夫)가 속삭이듯 말했다.

테렌스의 안해는 유리로 되여있는 스튜디오 칸막이벽 건너편에서 한창 련습에 열중하고있었다. 그녀는 바깥에 있는 기술자들이 스튜디오내부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수 없도록 마이크를 꺼달라고 요구했고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따랐다. 테렌스는 그녀가 아마도 연주자와 밀회약속을 정하고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깨달았다. 그녀는 일부러 그를 미치게 만들고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고통에 길들어있었다. 고통 없이는 더이상 살수 없었다.

《채찍으로 당신을 후려치겠어요.》 그가 손에 들고있는 소설속에서 옷을 벗은 녀자가 말했다.  《그렇게 해주오. 제발 부탁이요.》
그는 미남이였고 음반회사내에서 어느 정도의 권력도 가지고있었다. 그런 그가 이런 생활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가?

그는 그런 상황을 즐기고있었다. 돈, 명성, 인기, 자신이 지닌 그 모든 특혜를 누릴 자격이 없었기때문에, 삶이 그에게 관대했기때문에, 그는 많은 고통을 받아야 마땅했다. 그는 음반제작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있었는데, 그것 또한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상에서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아왔기때문이였다.

그는 그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는 고통과 쾌락을 신비스럽게 결합해놓은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안해는 그가 빌려오는 비디오테이프들, 그가 감추는 책들을 보고는 그것들이 도대체 다 뭐냐고,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테렌스는 아니라고, 새 앨범 재킷에 쓰려고 뭘 좀 찾고있을뿐이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흘렸다.

《우리도 한번 시도해봐야 할것 같아.》
그들은 시도해보았다. 처음에는 섹스숍에서 구한 입문서에만 의존해 아주 조심스럽게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서서히 새로운 테크닉들을 발전시켜나갔고 한계에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했다. 그들은 결혼생활이 점점 더 견고해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들은 금지된 비밀을 공유하는 공범자들이였다.

그들의 실험은 예술로 확장되였다. 그들은 가죽과 각종 금속못을 새로이 류행시켰다. 그의 안해는 손에 채찍을 든채 가죽부츠와 가테벨트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관중을 광란에 빠뜨렸다. 그녀의 그룹이 발표한 새 앨범은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유럽 전체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테렌스는 젊은이들이 개인적인 성적일탈을 그토록 쉽게 받아들이는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억제된 폭력성을, 강렬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형태를 통해 표현했기때문이라고 설명할수밖에 없었다.

그룹의 상징이 되여버린 채찍은 티셔츠, 문신, 스티커, 우편엽서 등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적성향을 지닌 테렌스는 자기 자신을 더 잘 리해하기 위해 그 모든것 기원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마리아에게 말한것과는 달리, 그 기원은 흑사병을 몰아내고자 했던 고행자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은 혹독한 고통도 일단 익숙해지면서 자유로 가는 통행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한 인간이 자신을 희생해 나라와 세상을 구한다는 개념은 이집트, 로마, 그리고 페르시아에 이미 존재했다. 중국에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지상에서 신성(神性)을 대표하는 사람인 천자(天子)가 벌을 받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일년에 한번씩 스파르타 최고의 전사들이 녀신 아르테미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채찍질을 당했고, 군중들은 고통을 꿋꿋하게 참아내고 미래의 전장에서 용감히 싸우라고 함성을 질러 그들을 격려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사제들은 그들의 등에 난 상처를 살펴보고 그것에서 도시의 미래를 점쳤다.

알렉산드리아 수도원 주변에서 발원한 4세기의 수도단체 《사막의 교부단(敎父團)》은 악마를 쫓고, 구도에서 육체에 대한 정신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성인들의 력사에도 그러한 례는 수없이 많았다. 성녀 로사는 가시밭을 뛰여다녔고, 성 도미니크 로리카투스는 매일밤 잠자리에 들기 전 스스로에게 매질을 가했다. 순교자들은 기꺼이 십자가에 매달려 서서히 죽어가거나 스스로 맹수의 밥이 되였다. 모두 고통을 극복하면 종교적황홀경에 도달하게 된다고 단언하고있었다.
아직 공인되지 않은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을 지닌 어떤 균류는 상처우에서 자라나 환상을 유발시킨다고 했다. 그러한 습속이 수도원을 벗어나 온 세계로 퍼진것을 보면 거기서 얻을수 있는 쾌감이 무척이나 큰것 같았다.

1718년에는 신체적인 훼손없이 고통을 통해 쾌감을 얻는 법을 가르치는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는 방법에 관한 론설》이 출간되기도 했다. 18세기말 유럽에는 고통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곳이 무수히 많았다. 어떤 고문서들에 따르면, 고통을 당하는것뿐만아니라 고통을 가하는것(더 힘들고 덜 강렬하기는 하지만)에서도 쾌락을 얻을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는 왕과 공주들도 하인들을 시켜 자신을 때리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면서, 테렌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리해할수 없으리라고 중얼거리며 우월감을 맛보았다. 엘리트들만 허용하는 페쇄적인 클럽의 일원으로 남는게 더 나았다. 그는 지옥같던 자신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더없이 즐거운것으로 변했는지를 떠올렸다. 안해는 그가 제네바에 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남편이 일주일간의 로동을 보상받을수 있는 적절한 놀이를 찾았다며 행복해했다.

방금 방에서 나간 아가씨는 모든것을 리해하고있었다. 그들의 령혼은 닮아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낄수 있었다. 안해를 사랑하기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는 되여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수시로 자신이 한없이 자유롭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관계를 꿈꾸었다.
이제 가장 어려운 실험이 남아있었다. 그녀를 모피를 걸친 비너스로, 그를 모욕하고 가차없이 벌할수 있는 최고의 군주로, 그의 지배자로 만드는것, 그녀가 그 시험을 통과한다면, 그는 기꺼이 그녀에게 가슴을 열어보이고 그안으로 들어오게 할것이다.

마리아가 보드카와 쾌락에 취해 쓴 일기.

잃을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때 나는 모든것을 얻었다. 나 자신이기를 그만두었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찾았다. 전적인 굴욕과 복종을 경험했을 때, 나는 자유로웠다. 내가 아픈것인지, 이 모든게 하나의 꿈인지, 이런 일은 단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는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런것 없이도 내가 살수 있다는건 나도 잘 알고있다. 그런데도 그를 또 만나 그 경험을 다시 하고싶고 더 멀리까지 가보고싶다.
사실, 고통이 약간 두려웠다. 하지만 고통은 굴욕감보다는 훨씬 약했다. 그 숱한 남자들이 내 몸을 자기들 하고싶은대로 가진후에, 그런 수개월만에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느꼈을 때, 나는 내가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느꼈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가? 나는 흑사병에 대해 그가 말했던것,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고통을 바친 고행자들이 그 행위를 통해 쾌락을 찾았다는것을 떠올렸다. 나는 인류를, 혹은 그나 나 자신을 구원하고싶었던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그곳에 있었을뿐이다.
섹스의 기술은 통제력의 상실을 통제하는 기술이다.


그것은 연극이 아니였다. 그들은 그곳에서만 파는 피자를 먹고싶다는 마리아의 요청에 따라 실제로 역에 갔다. 그녀는 자신이 약간 변덕쟁이처럼 구는것을 허락했다. 랄프는 하루 일찍 그녀를 찾아왔어야 했다. 그녀가 아직 사랑, 욕망, 벽난로, 그리고 와인을 찾는 녀자였을 때. 하지만 인생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오늘은 소리들에,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단 한번도 랄프 생각을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훨씬 더 흥미로운것을 발견했다는 훌륭한 리유도 있었다.

함께 집으로 갈 시간만 기다리며 곁에 앉아 좋아하지도 않을게 뻔한 피자를 열심히 먹고있는 이 남자와 도대체 뭘 할수 있을가? 그가 코파카바나에 들어와 그녀에게 음료를 제공했을 때, 마리아는 말할 생각이였다. 이제 끝났다고, 다른 아가씨를 찾아보라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그녀는 누군가에게 전날밤에 대해 말하고싶은 엄청난 욕구를 느꼈다.

그녀는 《특별손님》과 외출한적이 있는 동료 창녀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딴전을 피울뿐이였다. 령리하고 배우는것도 빠른 마리아가 조만간 코파카바나의 다른 녀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거라고 생각했기때문이였다. 그녀가 아는 남자들중에서 그녀를 리해할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랄프 하르트뿐이였다. 밀랑 말이 그 역시 《특별손님》이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는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있다. 그것이 사태를 어렵게 만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편이 나았다.

《아픔, 고통, 그리고 많은 쾌락에 대해 아세요?》
그녀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
랄프가 동작을 멈췄다.
《나는 모든걸 알고있소. 하지만 이제 그런것에는 흥미가 없어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흘러나왔다. 마리아는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녀만 빼고 모든 사람이 알고있었다는걸가? 맙소사, 무슨 놈의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담?

《난 내안의 악마와 어둠을 만났소.》
랄프가 말을 이었다.
《나는 그끝까지 가보았고, 그 분야뿐아니라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모든걸 실험해봤소. 하지만 지난번 우리가 만났을 때, 난 고통이 아니라 욕망을 통해 내 한계들을 발견했어요. 난 내 령혼의 밑바닥으로 뛰여들었소. 그리고 내가 선한것들, 이승의 삶속에 있는 수많은 선한것들은 여전히 갈망하고있다는것을 깨달았소.》

그는 말하고싶었다. 《당신도 그중 하나요. 제발 부탁이니 그 길로 가지 말아요.》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택시를 불러 호수가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영원이라고 느껴질만큼 아주 오래전,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 그들을 함께 그곳을 걸었다. 마리아는 이상하게 여겼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정신은 전날밤 있었던 일에 아직 취해있었지만 그녀의 본능이 자칫하면 많은걸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해주었다.

호수가에 다달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녀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났다. 아직 여름이였지만 밤공기가 차가왔다.
《여긴 뭐하러 온거죠? 바람이 차서 감기 걸리겠어요.》
택시에서 내리면 그녀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고통과 쾌락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소. 신발을 벗어요.》
그녀는 언젠가 어떤 손님이 그녀에게 똑같은것을 요구한뒤 그녀의 맨발을 바라보는것을 요구한 뒤 그녀의 맨발을 바라보는것만으로도 흥분했던 일을 떠올혔다. 모험은 그녀를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것일가?
《감기 걸릴거예요.》
《시키는대로 해요.》
그가 고집을 부렸다.
《오래 있지만 않으면 감기는 걸리지 않을거요. 내가 당신을 믿듯 날 믿어봐요.》

마리아는 그가 자신을 돕고싶어한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미 쓰디쓴 맛을 경험해본적이 있기때문에 그녀가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도움을 받고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통이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그 새로운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브라질을 떠올렸고 거기서는 그런 세상을 함께 나눌 파트너를 찾는것이 불가능하리라는 사실을 직시했다. 그녀의 삶에서 브라질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으므로, 그녀의 스타킹이 금방 찢어져버렸다. 하지만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웃도리도 벗어요.》
그녀는 거절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발밤 이후로 그녀는 조든것에 《예》라고 말하는데 익숙해져있었다. 그녀는 웃도리를 벗었다. 그녀의 몸은 아직은 따뜻해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한기에 움츠러들었다.
《걸읍시다. 걸으면서 이야기합시다.》
《여기선 불가능해요. 바닥이 온통 돌로 뒤덮여있잖아요.》

《그러기에 하는 말이요. 난 당신이 돌들을 느끼길 원해요. 난 그것들이 당신속에서 고통을 불러일으키기를,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기를 원해요. 당신은 분명 쾌감을 가져다주는 고통을 느꼈을거요. 난 역시 그것을 느껴보았소. 나는 그것을 당신 령혼에서 뽑아버리고싶어요.》

마리아는 《그럴 필요 없어요. 난 그게 좋으니까》라고 말하고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추위와 발바닥을 찌르는 뾰족한 돌들때문에 발바닥이 타는것처럼 아팠다.

《당신이 <고통, 굴욕, 그리고 많은 쾌락>이라 부르는것에 내가 푹 빠져있었을 때, 나는 전시회때문에 일본에 갈 기회가 있었소. 그때 나는 그것이 되돌아올수 없는 길이라고, 그 길로 점점 더 멀리 나아갈거라고 믿고있었어요. 내 삶에는 벌을 주고, 벌을 받고픈 욕망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소.

우린 인간들이요. 우린 죄책감을 가지고 태여나오. 행복이 가까이 오면 두려움에 빠져들고, 우리 자신이 늘 무기력하고, 부당한 취급을 받고, 불행하다고 느끼기때문에 타인을 벌하길 원하며 죽어가오. 지은 죄의 대가를 지불하고 죄지은 자들을 벌하는것, 아! 멋지지 않소? 그래요. 그건 정말 멋진 일이요.》

마리아는 걸었다. 아픔과 추위때문에 아무리 애를 써도 랄프의 말에 집중할수가 없었다.
《당신 손목에 난 자국을 봤어요.》
수갑자국이였다. 그녀는 그 자국을 감추기 위해 팔찌를 여러개 차고 나왔지만 뭔가에 정통한 눈은 언제나 원하는것을 찾아내는 법이다.
《당신이 최근에 경험한 모든것이 그 걸음을 내디디도록 당신을 이끌었다면 나로서도 굳이 말릴수가 없소.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걸 명심해요.》
《그 걸음이라뇨?》

《고통과 쾌락. 사디즘과 마조히즘. 당신 좋을대로 불러요.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확신한다면, 나로서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요. 난 욕망을, 우리들의 만남을, 산티아고의 길에서의 산책을, 당신의 빛을 기억할거요. 당신이 준 볼펜을 특별한 곳에 고이 간직할거고, 벽난로에 불을 피울 때마다 당신을 생각할거요. 하지만 두번 다시 당신을 찾지 않을거요.》

마리아는 겁이 났다. 물러설 때였다. 그 사람보다 더 많은것을 아는척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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