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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수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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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수석 "선바위"와의 만남
2005년 06월 10일 00시 00분  조회:5060  추천:78  작성자: 두만강수석회
수 필

수석 “선바위”와의 만남

리 함

이 가을에 잡아들어 룡정향토순례차로 룡정땅 륙도하반의 명동일대에 자주 다니게 된다. 명동에 드나들려면 꼭 선바위를 지나치게 되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감 수가 새롭다. 이런 감수에 힘 입어서인지 선바위골 어구 강가와 부근에서 대자연의 걸작인 선바위 수석몇점을 탐석한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산과 들에 신록이 짙어가던 지난해 초여름의 어느날, 나는 유서깊은 선바위를 사진렌즈에 담을겸 탐석행으로 선바위골로 갔다. 선바위골이란 나만의 호칭인데 실상은 선바위앞에서 륙도하에 흘러드는 신동골 강물을 말한다. 말이 강이지 우기를 제외한 평소는 얌전한 색시마냥 조용히 흐르는 한낱 시내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름난 수석산지여서 가끔 명석이 탐석되군 한다. 그만큼 수석인들이 발길이 가닿는 강이기도 하다.
신동골은 수풀이 무성한 골안, 서남쪽으로 한 30리 올리뻗었다고 한다. 인가가 희소한 깊은골이여서 나는 고작 가보았대야 10여리 길뿐인데 지난해 그날만은 어쩐지 둥둥 뜨는 기분이였다. 아마도 선바위에서 미쳐오는 미지의 무언의 힘 같았다.
꽤나 넓어보이는 신동골어구의 돌밭이 나를 반겨맞았다. 돌밭 두세곳을 지났을가, 저 앞은 벌써 강폭, 골안폭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하긴 수석산지가 여전한데다가 수풀이 우거지고 강물이 맑아 기분이 비할데 없이 좋았다. 물장구치려고 강물에 들어서는데 뭔가 오석같은 수석한점이 강가에 댕그라니 누워있질 않겠는가, 심장이 툭 튀는것만 같아 무작정 눈을 감아버렸다.
(오, 대자연 선바위어른님, 저희에게 당신을 닮은 꼬마 수석한점 하사하는거옵니까?)
높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숨을 조절하다가 한참만에 눈을 떠보니 에누리없는 수석한점이다. 얼마전만 해도 수량이 많아 물에 잠겨있던것인데 물이 줄자 수면이 내려가면서 드러났던 모양이다.
꿈만 같았다. 그래도 덥석 잡을념을 못했다. 진짜 수석을 앞에 두고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것이 수석인의 마음인가보다. 한겻이 지나서야 나는 수석을 안아들고 이리저리 어루쓸다가 그 자리에 내려놓고 련속 샤따를 눌렀다. 기념을 남기고싶었다. 이렇게 찍은것이 이글에 올리는 강가수석이다.
재수좋은 날, 나는 탐석을 더 하다말고 그 수석을 배낭에 지고 만세소리속에서 귀로에 올랐다. 그때로부터 나한테는 귀한 수석한점이 더 늘어났다. 좌대를 깍는 사람이 마땅치 않아 수반에 놓았는데 그래도 좋았다. 어쩌면 달리는 준마의 말사등같기도 하고 어쩌면 작은 화분속에 축소시킨 대자연의 아름다운 산수같기도 하였다. 헌데 여러 수석친구들이 집에 다녀가며 괜찮다고는 해도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것이 늘 맘에 걸리였으나 그 원인이 수석의 기본상식으로 되는 날세우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 있다는것에 미처 주의를 돌리지 못하였다.
수석세계에서는 수석의 날세우기를 연출이라고도 하는데 날세우기든 연출이든 같은 개념으로서 한 수석이 갖고있는 장점을 찾아내여 그것을 최고로 살리는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날세우기에 주의를 돌리지 못하고 말사등같은 하나의 산수로만 보고 가로 눕혀만 놓았으니 남들의 눈길을 끌리가 만무했다.
같은 수석이라 해도 나라와 민족에 따라 수석개념이 다르고 수석을 즐기는 심미관이 다르다. 우리 중국에서 수석을 기석(奇石)이라고 할때 일본에서는 수석(水石)이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수석(壽石)이라고 하는것이 그 리치이다. 말이 없는 돌에도 스스로의 생명력을 부여하면서 돌에도 생명이 있다며 목숨 수(壽)자를 칭하는 한국인들의 진지한 태도에 탄복이 간다. 그네들은 중국인들이 돌에 그려진 자연의 회화라고 흔히 문양석을 선호할 때 자기들은 수석은 산수경석의 략칭이라면서 산수석에 짙은 흥미를 가진다.
산수석은 한국인들의 수석관이라 해도 무방할것 같다. 한국의 수석인들은 한점의 수석에서도 대자연의 멋을 여러가지 경치로 련상하면서 그 찡한 진미를 맛보고 즐기는데 나는 이런 특유의 심미관마저 갖추지 못했다. 말하자면 여러가지 종합지식을 요하는 수석에 입문하지도 못한 아마츄어에 불과했다.
참다운 수석인이 된다는것이 쉽지 않다면 참다운 탐석인이 된다는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탐석을 즐기는 수석인들은 흔히 연변의 수석탐석은 두만강에서 시작되여 두만강에서 끝을 본다고들 했다. 우리 고장의 수석산지는 무엇무엇해도 두만강이 으뜸이라는 말이 된다. 헌데 기이하게도 남들이 알아주는, 나에게서 손꼽히는 명석은 두만강이 아닌 륙도하로 통하고있으니 유서깊은 자연의 섭리라 할가.
어언 한해가 흘러갔다. 또 몇달이 더 흐른 이 가을 따라 선바위에 빠지고 명동의 유적지들에 빠져 들락날락하니 명동골어구의 유서깊은 선바위가 전에없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러던 차 오늘 아침, 뭔가 뇌리를 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오랜만에 선바위골 수석을 이저리 모양새를 바꾸며 연출해보았다. 늦게나마 날세우기에 들어간것이다. 내가 한창 잔모래를 담은 깊숙한 수반에 척 세워놓고 수석의 새모습감상에 여념없는데 안해가 불쑥 대자연의 장엄한 립석이라며 찬탄을 련발했다.
(립석? 그래 바로 이거다!)
나는 벌떠덕 일어났다. 그야말로 대자연이 하사한 그림같은 선바위였다. 산수미의 장엄한 세계가 저산이 아닌 내 집안에 펼쳐졌다. 대자연의 산수를 바로 눈앞에 두고 즐기는 내마음은 진짜 수석인이 된 기분이였다. 작은것에 큰 경치가 있다고 나는 때늦게야 선바위골수석한테 수석 선바위란 최고의 위치를 살려주었다. 그대로 두면 산수석이요, 엎지르면 수문석이요, 세워놓으면 선바위라 진짜 돌과 인간과의 만남, 아니, 수석과 나와의 만남이였다. 선바위라는 수석명은 이렇게 탄생했다.
즐기는 애장석에 이름을 부치는것은 사랑하는 자식에게 이름을 지어주는것과 같은 리치로서 그야말로 뜻깊고 재미있는 일이렸다. 그런 뜻에서 우리 두만강수석회 신철호선생은 수석을 의인화하면서 《부모, 형제, 처자, 수석은 나의 혈육》이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이름을 부치니 수석의 품위가 한결 높아지고 련상의 폭이 보다 넓어진다. 이때에야 나는 수석의 이름은 말그대로 단 그 수석만의것일 때 비로소 가치가 있고 살아난다는것을 절감하게 되였다.
산천경개가 삐여나고 유구한 문화를 자랑하는곳에 수석이 난다더니 조금도 그른데없는것 같다. 선바위골에서 선바위수석을 탐석한 뒤 나는 선바위북쪽 륙도하에서 차도가 있긴 하나 또 두점의 선바위를 탐석했다. 그중 내가 꼬마선바위라고 부르는 수석은 먼저의 어른 선바위처럼 가로 놓으면 망망한 바다가 바위산이요, 세로 세우면 하늘을 떠이는 립석(立石)—선바위이고 다른 한점은 말없이 명동골어구 선바위를 또옥 떼여닮은 장엄하고도 웅장한 옹근 바위산—선바위였다. 하기에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륙도하 수석 선바위 세점을 친자식인양 지극히 아끼며 사랑을 몰붓는다. 집안에 앉아 축소된 대자연의 산수경치를 감상하는 재미는 수석인이 아니고는 느낄수 없는 나만이 즐거움이다.
누군가는 돌이야말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간직한 지구우의 형성체라고 했다. 천연의 소산인 수석 한점의 형성이 수천수백만년, 그것이 미적대상인 하많은 돌중의 행운아 수석으로 이루어지는 나와의 만남과 대화, 참으로 신기하고도 멋진 일이다.
(2004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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