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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의 설날이 그립고 그립다
2019년 03월 06일 09시 12분  조회:4185  추천:0  작성자: 오기활
래일이면 설날이다. 래년은 몇백년만에 한번씩 든다는 황금돼지해이다.

멀리에 있는 세 딸과 귀여운 손군들을 그리면서 량주가 마중앉아 손을 꼽아 보니 어느덧 내나이가 75살이다. 이만하면 아버지년세는 남아 살았고 동네에서 최년상으로 모시던 할아버지(최주해)만큼 살려면 아직도 10년은 더 살아야 한다.  그나마 최 근년에 핸드폰을 손에 익힌 덕분으로 매일을 핸드폰과 동무함이 별세상만하다.



그믐날 부터 핸드폰은 쉴새 없이 신호가  울린다 지인들께서 올린 설명절 문안과 동영상들이  명절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핸드폰만 끄면 썰렁하여  옛날 설명절 분위기와는 너무다르다  내가 어릴때  우리 집은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이 였는데 아버지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우리 다섯 남매를 기르면서 화목하게 살았다  옆 집은 삼촌네 집이였는데  삼촌네도 다섯 남매를  기르면서 오손도손 살았고 뒤집은 5촌 숙부네 집이였고  년세가 많은 5촌 숙부네는  오누이를 기르면서 재미있게 살았다이  이렇게  우리4촌 6촌 12명 형제자매들은 어릴 때 부터  이집 저집에서  뛰놀며 뒤엉켜 자랐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재밌고 잊혀지지 않던 일은 설날이 오면 우리집에 모여 할아버지에게  세배 드리고 함께 모여 즐겁게 설명절 쇠던 일이다.

설날이면 세 집식구들은 아침부터 우리집 한 구들에서 야단 법석했는데 지금 생각만해도 웃음이 절로 나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설날아침 할아버지에게 세배를 올리는 행사가 제일 재밌었는데  그것이 우리 가문의 례의 범절인 것 같다 열명도 넘는  우리 자매들은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저마다 설비슴으로 마련해준 꼬때옷을 떨쳐입고  우리집에 모여와 나이 순서대로 세배줄을 섰다 그때  철부지 였건만 그래도 신통이도 제자리를 찾아 서서는 히히닥 거리며 제가 더 멋지게 하겠노라 마구엎드려  세배련습까지 해 가며 순서를 기다렸다 할아버지에게 세배 올리는 제일 첫 순위는  뒤집 5촌 숙부가 할아버지에게  절을하면서 "아즈바님  오레도  무사합소" 하시면 할아버지도  맞절을 하며서"조카도 무사하오"하시고는 또 입속말로 뭐라고 하셨는데  그때 나는 너무어려서 잘 알아 듣지 못했다.



두 번째 순위는  우리 아버지와 삼촌께서 할아버지 앞에 공손히 엎드려 절 하시며 "오레도 무사하고  오래오래 앉읍소"하신다 할아버지는 으으음 하시며 즐거워 하셨다.

다음 세번째 순위는 10여명 손군들 순서다

제일 처음엔 큰 손자부터인데 성욱, 정욱, 영욱, 태욱, 송욱이고 손녀들 순서는 일금, 정금, 순금, 오금 ,선금, 신숙이였는데  모두 깍뜻이 엎드려 세배를 했다

이때부터 온 집안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엉뎅이를  하늘로 췌들고 머리만  땅에 붙힌 놈, 머리와 배때기를  모두 땅에 납작 엎드리고 손만 아마에 대고 있는 놈'  두 무릅을 꿀고 이마에  손만 엊고  엎드려  일어날 렴을 하지 않는 놈, 별라 별 우수운 꼴 다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볼거리는  막둥이들이 절을 하느라 머리는 땅에 대고  궁뎅이를 꺼꾸로 췌들면 짜개바지 밑으로 삣죽 내미는 엉뎅이가 온 집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저마다  웃느라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세배를 받는 할아버지는 즐겁고 손군들이 너무 귀여워서 저마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잔등을 정겹게 뚝뚝 두두려 주며 "네가 제일 잘 한다"네가 제일 곱게하다" “네가 제일 멋있게 한다"고 하시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면 철부지 들은 저마다 제가   제일인줄 알고 우쭐대며 너덜거린다 그사이 우리 어머니와 숙모는 정주간에서 아침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조무래기들이 새배하는 모습이 너무 궁금하고 재미있어 틈틈이 달아와 보고는 웃음보를 터 뜨리며 다시 정두간으로 간다

설 세배가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아침삭사를 한다  남자들은  술상에 앉아 권커니 작커니 하면서 술을 마셨고 여자들과 애들은 끼리까리 모여앉아 맛나게 설 음식을 먹었다



할아버지는 술잔을 들고 마시기도 전에 가매목에서 바삐도는  며느리들에게 “인젠 그만하고 식기전에 빨리 식사해라”며  사랑에 넘친 어조로 재촉한다 아렇게 온 집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동네 어르신들과 젊은이 들이 할아버지에게 설 인사 드리려 연거퍼  들어 오신다  어머니는 아침  설거지도 채  끝내지 못하고  동네 손님  접대로  술상을 갖추고  거두고를  바복하며 온종일 쉴새 없이   뱅글뱅글 돌아쳤다 그 뿐만 아니라  초이튼날 부터는 먼곳에 있는 친척들께서 할아버지에게  설인사를 왔기에  술상 차리고  정심까지 대접해야 했고  어떤 분들은 오래만에 왔다고  몇칠씩 묵어 가기도 했기에  우리집은  조용한 날이 별로 없이  시글벅적 하였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되려 꼭 오실 분인데  안 오면 이제나 저제나 하시면서  손 꼽아 기다렸다  하기에 우리 어머니는  친척들과 동네에서 효자며느리로 소문이 자자했다  지금 할아버짔께서 돌아 가신지 40여년  지나 세월은 가고 시대는  변하여 비록 해마다 설날은  어김없이 찾아 오건만 지금의 설날은  우리민족의 고상한 전통과  미풍량속이란 맥박은  해해년년이 달리 약해지고 숨결이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시절 설날이 너무  너무 그립다 례의가 바르고  착실하게 화목한  가정을 꾸렸던   우리 부모님들의 넋이 살아 숨쉬는 설날은 영원히 나의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하고 싶다 아니, 영원히  간직할것이다 

왕청현 석현진 달라자툰 큰기와집 큰딸   최정금(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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