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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과 새하얀 거짓말
허룡석
사람을 속이는 거짓을 불문에서는 망어妄语라고도 한다. 거짓은 고의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진실하지 않은 것처럼 꾸미거나 없는 일을 진실한 것처럼 분칠하여 듣는 사람들을 기편하는 행위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거짓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비를 혼돈하게 만들고 시선을 흐리워 그 진가를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어 궁지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거짓이라 하여 모두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유럽의 어느 나라 속담에는 “거짓말에도 새빨간 거짓말과 새하얀 거짓말이 있다”고 전한다. 새빨간 거짓말은 음특한 마음을 품고 사람들을 속여 자기의 그 어떤 목적에 이르려는 나쁜 의도가 숨어있고 새하얀 거짓말은 선량한 마음을 품고 사람 들에게 그 어떤 희망과 용기와 위안을 주기 위한 좋은 의도가 담겨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새빨간 거짓말에는 악의가 숨겨져있고 새하얀 거짓말에는 선의가 깃들어있다 는 것이다.
기나긴 인생길을 숨가삐 톺아오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새빨간 거짓말과 새하얀 거짓말이 엄연히 병행하고 있음을 심심히 느끼게 된다.
사람을 상대하며 살아가는 인간사회는 복잡다단하다. 인간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저 서로 리해하고 양보하고 도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못나도 잘난 척, 없어도 있는 척, 심술궂어도 착한 척, 배운 것이 없어도 박사라고 새빨간 거짓말과 거짓행위를 하며 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속으로 미워하는 사람도 겉으로는 아니 그런 척하고 자기보다 잘되고 잘나가는 사람을 시기질투하면서도 아닌 척하며 지어 잘못되기를 은근히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계속 잘되기를 바라오.” 하며 마음에 없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암암리에 서로 물고 뜯으면서도 안 그런 척, 상사에게 불만과 의견이 가득하면서도 겉으로는 추어주며 아부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도 아닌 척 새빨간 거짓말과 거짓행위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도적은 도적질하고도 안한 척, 간상배는 돼지고기, 소고기, 물고기에 물을 주입하고도 안한 척, 장사군은 근량을 속여먹고도 안 그런 척, 곡식과 남새에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쓸 대로 쓰고도 “세상에 둘도 없는 록색식품이요” 하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어떤 ‘부모관’들은 자기 관할 분야 실무에 문외한이면서도 전문가인 척, 해당 정책과 규정, 법규를 전혀 모르면서도 아는 척 새빨간 거짓말을 탕탕 쳐대는가 하면 “산속에 깊이 들어갈수록 펄펄 뛰는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지시를 하고서도 중요한 지시를 한 척하고 사업에서 엄중한 실책을 빚어내고도 영원히 정확한 척한다. 어떤 부패 간부들은 낮에는 사람 말을 하고 밤에는 꺼리낌없이 귀신 짓을 하기도 한다.
만일 신성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정부부문에도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새빨간 거짓말과 거짓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곧바로 백성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그‘새빨간’이 심하면 심할수록 백성들의 신임을 잃게 된다.
아닌 척하며 산다고 하여 모두가 새빨간 거짓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희망과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거짓말도 적지 않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애들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고 가정을 영위하며 고달파도 안 그런 척, 아파도 안 아픈 척하기 일쑤다. 아버지들이 돈벌이에 힘들어도 웃음 짓고 슬퍼도 술 한잔으로 달래고 그 어떤 아픔과 고통이 있어도 속으로 눈물을 떨구며 남편으로, 아버지로서의 세대주 책임을 다하려 왼심을 쓴다. 다만 가정을 위하여, 자식들을 위하여 부모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그런 일이 없는 척 ‘거짓’을 할 뿐이다. 이러한 의력과 품성, 노력은 자식들의 감동과 존경을 자아내고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겉현상에 미혹되여 진가를 분별하지 못할 때가 있다. 매일 웃으며 사는 사람은 슬픔이 없는 줄로 알고 항상 씩씩해보이는 사람은 아픔이 없는 줄로 안다. 언제나 강해보이는 사람은 눈물이 없는 줄로 알고 언제나 밝아보이는 사람은 고통이 없는 줄로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곁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곁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안 그런 척하는 것임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을 뿐이다. 이러한 위대함을 새하얀 거짓말과 새하얀 거짓행위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거짓말도 있다. 이를테면 마을로인을 보고 깍듯이 인사하며 “언제 보나 이렇게 건강해보이십니다. 갈수록 젊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하면 로인들은 즐거운 웃음을 짓는다. 녀성들을 보고는 “와, 점점 젊어지고 이뻐지시네.” 하면 겉으로는 손을 내저으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기뻐하는 것 등이다. 인사받는 분들은 그것이 뻔한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고깝게 듣지 않는다. 만일 보는 그대로 솔직하게 “야, 그간 보지 않았더니 어째 이렇게 폴싹했슴둥? 전혀 몰라보겠습꾸마.” 혹은 “어디 몹시 아픈 것 같구만. 얼굴색도 안 좋구, 주름도 늘구, 머리두 많이 빠지구. 로친이 다됐네.” 하면 듣는 이는 기분이 상해할 것이 분명하다. 때론 악의 섞인 진실보다 선의 있는 거짓이 사람들한테 쉽게 받아질 때도 있는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나 새하얀 거짓말이나 모두 허위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담겨있는 의도가 부동하니 나타나는 결과도 확연히 틀린다.
그 어떤 위인이나 평민이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허위적인 일면이 있다고 한다. 다만 시대와 처한 환경에 따라 깊고 옅음의 차이와 높고 낮음의 구별이 있을 뿐이라 한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살아남자면 자연히 경쟁이 생성하게 되며 그 경쟁은 마음의 경계와 능력의 차이와 련계된다. 자기의 능력이 남을 따라가기 어려우면 본능적으로 시기와 질투가 생기게 된다. 자기의 능력으로 일정한 욕심은 챙겼지만 더 큰 욕심을 챙기려면 저도 모르게 마음 심처에 숨어있던 허위가 뛰쳐나오게 된다. 왜냐 하면 뛰는 놈 우에 있는 나는 놈을 따라잡고 릉가하려면 정상적 경로로 안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약육강식하는 경쟁사회에서 성실한 마음과 진실한 행위로만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도 허다하다. 지난날의 력사를 돌이켜보아도 성실하게 살고 진실하게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비판받고 처분받고 감옥에 가고 목이 잘린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이와 반면에 바람 따라 돛을 달고 권위자에게 달라붙어 자기 마음을 어기면서라도 새빨간 거짓말을 하며 허위적으로 산 사람들이 중용되고 높이 벼슬하고 부귀영화를 누린 사례도 적지 않다.
성실하게 살고 진실하게 일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관점 있고 능력 있고 마음가짐이 바른 인재들이다. 사람들의 허위와 위선은 본인의 사상과 도덕을 기초로 하지만 사회환경과 제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허위와 위선이 발 붙일 수 없는 사회라면 성실과 진실이 성행할 것이고 허위와 위선이 살판치는 사회라면 성실과 진실이 발 붙일 자리가 없기에 살아남자면 자기를 위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무는 바로 서있으려 하나 바람이 못살게 굴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다는 잔잔히 잠자려 하는데 태풍이 불어치면 세찬 파도가 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떤 경우에는 진실이 미움을 살 수 있고 허위가 환심을 살 수 있다. 진실하게 살든 허위적으로 살든 그 시대의 대환경에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이 살아남고 적응할 줄 모르면 도태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엄정히 법이 통하는 사회면 일이 생겨도 공평과 공정을 찾을 수 있고 진리가 통하는 사회라면 사람들의 신앙도 곧바른 것이다. 반면 권력이 살판치는 사회라면 억울한 사건을 피면할 수 없게 되고 금전이 만능인 사회에서는 신앙도 허무히 무너지게 된다. 허위가 살판치는 사회에선 진리도 괴론이 되고 믿음과 신용도 사라지게 된다.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거나 법은 허울 뿐이고 ‘지시’가 살판치는 사회라면 그 누구도 안전감을 찾을 수 없게 되며 온 사회가 가면구를 써야 하는 악과를 초래할 것이다.
성실한 사람은 새빨간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성실하지만 무지하면 쓸모가 없고 지식과 능력은 있으나 성실하지 못하면 천만 위험한 것이다. 성실과 능력은 일종 힘의 상징이며 한 사람에게 있어서 고도로 되는 내심적 공정감이며 존엄감이다.
그 어떤 죄악이든지 허위와 배신보다 수치스럽고 가증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 어떤 땅덩어리에서나 허위와 기편은 푸르른 잡초처럼 자란다고 한다. 잡초는 곡식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곡식은 심지 않으면 자라지 않고 가꾸지 않으면 잡초에 먹혀버린다. 잡초는 심지 않아도 절로 자라며 가꾸지 않아도 왕성하게 키돋움한다. 곡식을 키우려면 잡초를 뽑아버려야 하듯 성실과 진실을 키우려면 허위와 배신을 눌러버려야 한다. 모든 그릇된 것들은 사회의 제도와 규제에 따라 숙어들거나 기승을 부린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는 이 사회에서 가면과 허위가 갈수록 숙어들고 진실과 성실이 허리 펴는 문명하고 조화로운 사회가 보다 훌륭히 이룩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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