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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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과 바람 (허룡석)
2007년 10월 09일 16시 31분  조회:2566  추천:59  작성자: 허룡석

해와 달과 바람

허룡석

어느날, 옥황상제가 해와 달과 바람을 불러놓고 물었다.
《인간세상은 지금 어떻게들 돌아가고있느냐?》

해가 성큼 나서며 말했다.
《지금 인간세상은 활기로 차넘치고있사옵니다. 소인이 있기에 어디에나 그 빛이 찬란하옵고 만물이 생장을 다투고 인간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노래하며 삶의 터전을 가꿔가고있사옵니다.》

이에 달이 나서며 말했다.
《아니옵니다. 인간세상은 사시절 캄캄하고 인간들은 게으르기 짝이 없어 잠만 자고있사옵니다. 인간세상은 아무 생기 없어 살멋이라고 없는 죽음의 세상이옵니다.》

이번에는 바람이 나서며 말했다.
《해님과 달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긴 하오나 절반씩밖에 말씀드리지 못한줄로 아옵니다. 저는 낮이면 해님을 동무하고 밤이면 달님을 동무하며 세상을 두루 돌아보아 알고있사옵니다. 소인이 보기엔 인간세상은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인줄 아옵니다. 인간들은 낮이면 열심히 일하며 곡식을 심고 나무도 심고 가축도 키우며 하루가 다르게 새모습을 보여주고있사옵니다. 또한 밤이면 한잠 푹 자면서 낮의 피로를 풀기도 하고 대를 이어가는 일도 즐겁게 하기도 하옵니다.》

해와 달과 바람의 말을 다 듣고나서 옥황상제가 입을 열었다.
《해와 달의 아룀도 일리가 있긴 하나 그래도 낮과 밤을 다 돌아보고있는 바람의 말에 믿음이 가는구나. 해는 낮만 보고 달은 밤만 보았겠으니 어찌 하루 스물네시간을 제대로 말할수 있겠느냐. 그러니 너들은 자주 교류하면서 인간세상을 제대로 알고 필요한 도움을 주도록 하거라.》

지금 우리의 신변에도 해와 달처럼 사람과 문제를 일방적으로 편면적으로 보고 시비를 가른답시는 사람들이 없진 않다.

자기의 친구나 가까운 사람의 말은 팥으로 메주를 쓴대도 곧이 들으나 자기와 거리가 멀거나 척진 사람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우선 부정부터 하고 나서는것이다. 흔히 한쪽 말만 듣고 시비를 캐려 헤덤비다보니 시비를 캐기는커녕 자기마저 시비에 말려들게 된다. 때론 도적이 먼저 매를 드는 격으로 시비가 궁해진 사람이 동정과 지지를 얻으려고 자기를 춰주고 믿어주는 사람한테 먼저 짝시비를 늘여놓으면 그 말만 듣은 사람은 눈먼 대포질을 해댄다. 결국 헛포만 쏘고 인격도 위신도 다 잃게 된다.

위인은 사상을 론하고 어른은 사건을 론하고 소인은 사람을 론한다고 한다. 앉기만 하면 사람을 론하고 헐뜯고 뒤소리하는 사람은 그 어떤 사모와 월계관을 썼든 그는 소인에 지나지 않는다. 세금도 안내는 남을 긍정하고 춰주는 말은 죽어도 하기 싫어하지만 남을 헐뜯고 뒤소리하라면 도시락을 싸들고 나선다. 세상에 자기를 소인이라 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어른으로 위인으로 자처한다. 하지만 하는 행실을 보면 위인과 어른과 소인은 금방 구별된다. 물론 사람과 문제를 편면적으로 보고 짝시비를 하는데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일수도 혹은 한두번일수도 있지만 습관적일 때에는 그의 인격과 련계시켜보지 않을수 없다.

위인과 어른과 소인은 그의 사상, 관념과 행실로 구별되는것이지 타고난것이 아니다. 시비를 가름에 있어서도 위인과 어른은 부동한 의견을 다 들어보고 시비를 캐려 하지만 소인은 흔히 한쪽말만 듣고 시비를 캐려 든다. 사람과 문제를 옳게 보고 실사구시하게 시비를 캐려면 바람처럼 낮과 밤을 다 알아보고 말해야지 해와 달처럼 제가 아는 쪽 시비만 해서는 영원히 짝시비밖에 할수 없는것이다. 

위인과 어른의 행실은 사업과 단결에 도움이 되지만 소인의 행실은 사업과 단결에 방해가 된다. 온 사회가 조화로운 사회구축에 힘 다하는 마당에 우리의 신변에도 다수 사람들이 긍정하고 존경하는 위인과 어른이 보다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문화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연변문학>>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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