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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진혼곡(해후)
허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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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옥이란 그녀를 쳐다본 순간부터 홍순이는 갑자기 가슴에서 바위덩이가 쿵ㅡ 하고 떨어지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금시 벼락을 맞은듯 한줄기의 거센 불줄기가 찡하니 온몸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너무 심한 자극을 받은 그의 신경은 폭발이라도 하려는듯 뜨끔거렸다. 무섭게 방망이질하는 심장도 밖으로 튀여나올듯 했다.
너무 놀라고 분통이 터져 처음에는 뼈만 앙상한 그녀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그제날 평안촌의 양채옥이 옳았다. 30년전보다 많이 늙고 여위고 볼품없이 변했다. 그녀는 원래 그 마을에서 “3백3흑”이라 불리던 예쁘장스러운 녀인인줄 홍순이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농촌에서 살아도 희고 부드러운 살결, 물기어린 흰자위, 옥돌같이 희고 오종종한 이빨을 가진 녀인이였다. 또한 칠흙처럼 검은 머리채, 언제나 놀란듯 둥그렇게 뜬 검은 동자, 선명하게 휘여든 검은 눈섭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간 얼마나 고생했으면 사람이 저렇게 몰라보게 변했을가. 그때는 씻은 팥알처럼 또글또글 윤기가 흐르던 사람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시원하던 이마엔 굵다란 주름이 쭉쭉 가로 지나가고 그믐밤같던 검은 머리에도 두벌세벌 서리가 내렸다. 억실하던 눈귀에도 주름이 가로세로 잡히여 그 옛날 양채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 눈매마저 덧없는 세월의 그물코에 둘러싸인듯했다.
그 마을을 떠나고 그 공사를 떠나 도시에 올라온후에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채옥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몇십년이 지난 오늘 이렇게 지구병원의 한병실에서 우연히 만난단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 부종이 심하게 난 자기를 어떻게 대번에 알아본단 말인가. 원쑤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세상이 이렇게 좁고 작단 말인가. 자기가 이제부터 한 병실에 있는 양채옥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연하였다. 비록 그때는 당의 산아제한정책을 집행하느라 한 일이지만 강제로 류산당했거나 인공류산당했던 당사자들은 모두 자기를 마귀 취급하는줄 홍순이는 잘 알고있었다. 발벗고 나서 혁명하느라면 남의 미움사기 마련이지만 양채옥이를 본후부터 가슴에 돌덩이가 드리운듯 마음은 왜 이렇게 무거워만 지는건지? 채옥이를 다시는 보지 않게 래일이라도 당장 고급간부병실로 옮겨가고 싶었다.
눈을 감고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보느라니 그는 어느듯 열광에 들떴던 혁명의 년대로 돌아갔다.
1968년 가을에 홍순이는 전국의 수천만 지식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빈하중농의 재교육을 받으러 씩씩하게 농촌으로 내려갔다. 부반장이였던 그는 반급의 남녀학생 10여명과 짝을 무어 현성에서 150리나 떨어져있는 대전공사 평안촌 집체호로 내려가 자리잡았다. 수한전농사를 겸해 짓는 평안촌은 농촌치고는 조건이 괜찮았다. 도시에서는 먹어보기 어려운 이밥을 하루세끼 먹을수 있었고 토막나무는 아니라도 산에서 땔나무를 해다 땔수 있었다.
그때 홍순이는 청순하고 천진하며 몸매가 호리호리한 열여덟살 애어린 처녀였다. 도시에서 대혁명을 겪고 내려온 그의 몸에서는 봄날의 아침과 같은 청춘의 생기가 가득 넘쳐흘렀다. 하지만 그는 도시에서의 고린내나는 아가씨의 때를 깨끗이 씻어버리고 하루빨리 빈하중농들과 한덩어리가 되고싶었다. 그는 성근한 마음으로 빈하중농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농사일들을 하나하나 배웠다. 부녀들이 하는 나래뱃기, 벼뿌리치기, 모상판정리 등 자질구레한 일은 물론 남성들이 하는 두엄끄기, 수레몰이, 밭갈이 등 힘든 농사일도 곧잘 배워냈다. 지어 그 힘든 저수지공사장에 가서도 남성청년들에게 뒤질세라 몸을 내번지고 일하여 선진일군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무슨 일을 하나 사원들은 인물좋고 총명하고 활달하고 솜씨잰 그와 한조에 편입되기를 바랐다. 하야말쑥하던 피부는 점차 검실검실 “영웅빛갈”이 되였다. 가냘프던 몸매는 탄성있게 다져졌다.
진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억척스레 일하고 정치학습과 비판회에서 앞장섰기에 그는 스무살에 집체호에서 맨먼저 입당하였다. 이듬해에 그는 생산대 부녀대장이 되였고 다음해에는 대대당지부 위원겸 대대부녀주임이 되였다. 간부로 될 천부적 재질을 가졌는지 그는 맡기는 일마다 깐지게 해나갔다. 사업성과가 돌출하여 스물네살나는 해에는 대대당지부 서기로 되였다. 그후에는 공사부련회 주임으로 자리를 옮겨가 광활한 천지에서 그가 해야 할 일들이 더욱 많아졌다.
당시 농촌의 많고많은 일가운데서도 산아제한사업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다. 우리 나라에서 지난 50년대에 북경대학 교장 마인초가 멀리 앞을 내다보고 “인구통제론”을 내놓았다가 엄한 비판을 받았었다. “사람이 많으면 열의가 높고 기세가 크다”는 전쟁준비론은 수많은 “후비군대”가 태여나게 하였다. 마인초가 비판받고 타도된후 우리 나라 인구학은 그때로부터 20여년간이나 침체상태에 빠져있었다. 이런 무정부상태에서 가구당 평균 5.8명의 어린애를 낳아 공화국이 창건될 때에 4억 5천만이던 우리 나라 인구가 30년후에는 10억을 넘어서게 되였다. 인구가 폭증해서야 제정신을 차리게 되였다. 전국적으로 산아제한사업이 돌풍마냥 일어났다.
언제나 불타는 혁명열성으로 끓어번지는 변강소수민족지구도 례외가 아니였다. 뿐만아니라 성내 어느 지구보다도 더 급진적이고 열광적이였다. 하지만 광명현의 산아제한사업은 그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광명현은 전 지구의 “꼴찌현”으로 되였다. 대전공사는 또한 광명현의 “꼴찌공사”로 되여 광명현의 산아제한사업발전을 저애하였다. 이러한 때에 홍순이가 대전공사의 부련회 주임으로 발탁된것이였다.
현당위에서는 이 공사의 원래 당위서기를 현의 중요치 않은 한 부서로 전근 시키고 현정부판공실에서 일하던 리과장라는 간부를 새로운 당위서기로 내려보냈다. 리서기는 부임하자마자 자기의 유력한 조수로 될 공사부련회주임감을 물색하였다. 그러던중 현공작대의 소개로 평안대대의 당지부서기 김홍순이를 알게 되였다. 료해해보니 전 공사적으로 평안대대의 모든 사업이 앞장서 나가고있었다. 이런 열성과 능력이면 부녀사업도 훌륭히 잘해나갈수 있을것 같았다. 그는 현조직부의 비준을 거쳐 홍순이를 공사부련회주임자리에 올려왔다. 그는 홍순이와 조직담화를 하면서 여러가지 부녀사업중에서도 먼저 산아제한사업을 바싹 틀어쥐여 2년내에 전 현의 “꼴지모자”를 벗어버릴 임무를 주었다. 홍순이는 이를 자신에 대한 당조직의 신임으로 깊이 받아들였다.
대전공사는 인구 2만여명에 달하는 변강민족지구에서도 가장 큰 공사의 하나로서 16개 대대에 150여개 생산대가 있었다. 그중 15개 대대가 알쭌한 조선족대대였고 한개 대대가 민족혼합대대였다. 이외 농장 한개, 공사기업 여섯개, 합작사, 농전소, 수리소, 농업기술보급소, 량식관리소, 신용사, 중소학교 등 공사직속 부문들이 적지 않았다.
홍순이는 부임하자마자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각 대대와 기업, 공사직속 부문들을 채바퀴 돌듯했다. 그가 가지고 다니는 빨간목책에는 산아제한사업에 관한 조사수치들이 깨알마냥 오글오글 들어찼다.
보름동안의 까근한 조사를 마치자 그는 공사당위의 동의를 거쳐 전 공사 대대와 직속기관 부녀주임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 공사당위 리서기가 지난날 대전공사의 산아제한사업에 존재하는 부족점을 피력하고 산아제한사업을 바싹 틀어쥐여야 할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년내에 전 현의 락후공사모자를 벗어버릴것을 요구하였다.
홍순이가 빨간목책을 펴들고 각 대대와 공사직속기관의 산아제한정황을 손금보듯 하나하나 참빗질하였다. 짧은 시일내에 빈틈없이 한 그의 조사에 회의에 참가했던 각 대대의 부녀주임들은 모두 입을 딱 벌렸다. 새로 부임된 공사당위서기와 부련회주임의 잡도리를 보니 아이 낳는 문제에서 전처럼 대충 응부만 해서는 될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
“태평대대에는 계획외 임신이 여덟이 있고 평안대대에는 열두명, 동명 대대에는 열명이 있습니다…16개 대대에서 계획외 임신한 부녀들이 도합286명이나 있습니다 가능하게 조사에 빠진 임신부들이 더 있을수 있습니다. 그리고 합작사에 두명, 사반기업에 일곱명, 신용사에 한명, 중학교 교원들 가운데 세명, 소학교 교원들 가운데 다섯명, 농장에 15명…비농호 부녀들 가운데도 계획외 임신부들이 도합 82명 있습니다. 문제가 생각보다 엄중하다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임신한지 이미 다섯달, 여섯달이 되는데 이제 더 늦추면 또 새로운 문제가 생길것입니다. 부녀주임들은 돌아간후 각 생산대 부녀대장회의를 소집하고 공사당위의 정신을 전달하고 인츰 락실하여야 하겠습니다. 공사위생소에서는 임신부들을 류산시키고 인공류산시킬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대대 임신한 부녀들중 세번째 임신은 없고 모두 두번째 임신입니다. 정책에 조선족은 아이 둘을 낳을수 있다고 하던데…”
태평대대 부녀주임이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대대 임신부들두 거개 두번째 임신인데…”
평안대대 부녀주임도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이에 당위 리서기가 노기를 띤채 언성을 높였다.
“두번째 임신이면 어쨌단 말입니까? 현에서 통계를 낼 때에는 근본 두번째 임신은 지표에 넣지도 않습니다. 지구와 성도 마찬가집니다. 우리 공사에 두번째 임신이 이렇게 많으니 전 현의 꼴찌밖에 더 될게 있겠습니까. 그러니 내려가 잘 전달하십시요. 공사당위의 지시니 두번째 임신도 무조건 류산시켜야 한다구 말입니다. 당원가속과 간부가속들이 앞장서 당위의 지시를 관철하기 바랍니다. 이제 각 대대 당지부서기들 회의를 따로 소집하고 산아제한사업을 친히 틀어쥐도록 강조하겠습니다. 달수가 넘어나 류산하기 어려운 임신부들은 조건이 좋고 기술이 높은 현립병원에 가서라도 인공류산시켜야 합니다. 만일 어느 대대나 공사직속기관에 두번째 아이를 낳는 사람이 있다면 지도자의 책임을 추궁할뿐만 아니라 본인들에게도 엄한 처벌을 내릴것입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부녀간부들은 서로 쳐다만 볼뿐 찍소리도 하지 못하였다.
대전공사에서는 전례없이 두번째 임신을 견결히 반대하고 단속하는 열풍이 일었다. 사흗날부터 공사위생소는 각 대대에서 류산하러 들어오는 임신부들로 꽉 찼다. 거의 모두 조선족부녀들이였다. 압력에 못이겨 자각적으로 온 당원가속과 간부가속도 더러 있었지만 많이는 간부들한테 억지로 끌려와 류산을 강요당하는 부녀들이였다. 홍순이는 날마다 공사병원에 와 돌아보며 류산한 정황을 통계하였다. 임신 달수가 높아 공사병원에서 인공류산시키기 어려운 임신부들은 본인이 동의하든 말든 사반기업자동차로 현립병원으로 실어날랐다.
날마다 병원에 가 류산정황을 일일이 체크하며 통계하던 홍순이는 며칠이 지났는데도 각 대대마다 류산하러 오지 않은 임신부들이 몇몇씩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중에서도 임신달수가 가장 높은 부녀들중의 한사람인 평안대대의 양채옥이라는 임신부의 이름이 없는것이 류달리 홍순이의 주의를 끌었다. 홍순이는 평안대대 집체호로 하향하면서부터 그녀를 잘 알고있었다. 30대 초반인 채옥이는 사리밝고 인정많고 손부부리 여문 녀인이였다. 생산대에서도 녀성감농군이였고 부녀사업 골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남존녀비사상이 장난쳐서인지 아니면 시집의 압력때문인지 첫번째로 딸을 낳고는 아들을 하나 더 낳으려고 또다시 임신하였는데 인젠 대여섯달이 되였다. 만일 이번 집중류산에 빠지게 되면 달이 넘어 아이를 낳는 상황이 벌어질것이였다. 그가 아이를 낳게 되면 달수가 많은 임신부들의 련쇄반응이 일어날것이 뻔했다. 그러면 전현의 “꼴찌모자”를 벗는데 큰 역작용을 일으키게 될것도 불보듯 했다
홍순이는 그길로 평안대대에 전화를 걸어 부녀주임 최경임을 찾았다. 반시간후에 최경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녜, 안녕하세요. 일이 있어 찾았어요. 그 대대에서 공사병원에 와 류산한 정황이 어떠한가 해서요.”
“예, 공사의 지시대로 집에 있는 임신부들은 모두 동원해가서 류산시켰슴다. 다만 외출한 사람만이…”
“혹시 양채옥이란 임신부랑 외출한게 아닌가요?”
“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심까? 정말 그 양채옥이라는 임신부가 빠졌슴다…”
“어디로 갔는데요?”
“우리두 잘 모름다. 집에서두 잘 모른다하구…”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른다니요? ”
“류산동원을 하기전까지만두 집에 있었는데 그 집에 가보구서야 그가 없어진줄 알았슴다…”
홍순이는 손에 땀이 나는지 전화를 왼손에 바꿔쥐였다.
“그러면 류산을 피해간게 아닌가요?”
“글쎄말임다. 그집 나그내두 잘 모른다구 잡아떼니…”
“이봐요. 최주임, 이번 집중단속에 한 사람이라도 빠져선 안됩니다. 내가 오후에 평안대대에 내려갈테니 대대사무실에서 기다리세요.”
“예, 알았슴다.”
전화를 내려놓은 홍순이는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공사기관식당에서 점심술을 내려놓기 바쁘게 홍순이는 자전거를 타고 밭머리 길을 따라 평안촌으로 내려갔다. 대대사무실에서 최경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채옥아주머니네 집에 가 보자요.”
자전거에서 뛰여내리기 바쁘게 홍순이는 자전거를 밀며 경임과 함께 채옥이네 집으로 향했다. 채옥이네 집은 마을 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경임이 인기척을 내며 집안에 들어섰다. 집안에서는 30대 초반의 젊은 사나이가 혼자 점심식사를 하고있었다. 일밭에서 금방 돌아온듯 바지가랭이가 걷혀져있었다. 손님이 온것을 보고 그는 입에 밥을 문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채옥이 남편 강철산이였다.
“영자아부지 그냥 혼자 계시네. 이분은 공사부련회 김주임입꾸마.”
철산이는 홍순이에게 허리굽혀 인사했다.
“예, 알만하꾸마. 전에 우리 마을 집체호에 왔댔습지. 날래 올라오십소.”
“식사하시는데 안됐습니다.”
홍순이는 온돌에 올라가 앉으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집안은 어디라없이 깨끗이 거둬져있었다. 며칠째 안해가 자리비운 집이라 하지만 어디에나 안해의 여문 손길이 닿아있었다.
“저, 공사부련회주임이 영자엄마 일땜에 오셨는데 영자엄마 그냥 안돌아왔슴두?” 경임이가 물었다.
“예, 나간지 며칠되는데 아직…”
철산이도 크고작은 부녀간부들이 왜 왔다는걸 짐작하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어디에 가신건데요?” 홍순이가 물었다.
“그쎄, 며칠전부터 ㄴ시 친척집에 일보러 간다간다 하던게 거기로 갔는지…”
“영자엄마한테서 ㄴ시에 친척이 있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영자외삼촌되는 친척이 있씀다…”
“ㄴ시 어디라 하던가요?”
“원래는 신흥가였는데 지금은 아래개방지 어디루 이사갔다 하던데 나두 잘 모르꾸마.”
경임이가 무릎걸음으로 앞에 나앉으며 말했다.
“까놓구 말입지 우리가 어째 온걸 영자아부지두 알게꾸마. 지금 전 공사적으루 두번째 임신한 부녀들을 동원하여 류산시키는데 영자엄마 이때에 없어진건 어디루 피해간게 아이겠슴두? 영자엄마 한 사람때문에 우리 대대에서 임무완성하는데 영향주는데 그러지 말구 좀 련락해서 인차 오게 합소. 영자엄마 어딜 간거 영자아부지 모른다는게 말이 됨두?”
“나두 두분이 어째 왔다는걸 알만하꾸마. 그런데 다른 고장에서는 조선족은 아이 둘을 낳아두 말이 없다는데 어째 이곳에서는 이렇게 사람을 못살게 굼두?”
“무슨 말을 그렇게 함두? 당의 정책을 집행하는게 사람을 못살게 구는겜두?” 경임이가 눈을 치켜 올렸다. 홍순이는 경임의 옷섶을 살짝 당기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국은 어디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하나씩 낳으라는건 나라의 기본국책인데 어디라구 다르겠습니까. 그러니 어서 련락해서 돌아와 류산하게 하세요.”
“우리 처 사춘이 있는곳에서는 아이 둘씩 낳두 끄떡 소리 없답더구마…”
“전국은 한 장기판인데 어데 그런 곳이 있다구요?”
“저 하룡 룡지라는덴데 거기서는…”
철산이는 뭔가 자기가 실언했다고 생각했는지 제꺽 뒤끝을 흐렸다.
홍순이는 경임이를 쳐다보았다. 경임이도 홍순이를 쳐다보았다.
“저는 전에 이집 아주머니와 함께 일도 하면서 잘 알고있습니다. 영자엄마는 사리밝고 인품좋은 분이지요. 영자아버지도 생산대에서 부대장사업 하시느라 수고 많으시구요. 이런 가정에서 당의 계획생육정책을 앞장서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들은 두분만 믿구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럼 수고해주세요.”
홍순이가 일어나자 경임이도 얼떨떨하게 일어섰다.
철산이는 찌뿌둥한 얼굴로 그들이 나가는것을 선자리에서 지켜보았다.
밖으로 나오자 경임이가 의아쩍게 홍순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영자아부지 가타부타 아무런 태도표시두 없는데 그저 이렇게 나와 되겠슴까?”
“더 말해봤대야 영자엄마 간곳을 말할것 같지 않더군요. 아까 들었지요. 화룡 룡지라는 곳에 친척집이 있다지 않았어요? 이전에 영자엄마한테서 그런 소릴 들은적이 없었습니까?”
“글쎄꾸마, 아, 있는것 같쓰꾸마, 전에 채옥이가 화룡 어딘가 친척이 꿀벌치기 하는데 가서 꿀을 사온적이 있었슴다. 간염으로 앓는 영자아부지께 대접한다면서.”
“아까 영자아버지가 어망결에 그 친척집 주소를 말했는데 그집 아주머니 ㄴ시 친척집에 간게 아니라 가능하게 룡지에 있다는 그 친척집에 가 숨었을수 있어요. 방법을 대여 그 친척집이 있다는 마을주소를 확실히 알아보세요. 류산을 피해 간 사람이 제발로는 돌아오지 않을거예요. 우리가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예, 내 잘 알아보겠슴다..”
경임이는 그제야 홍순이의 깊은 뜻을 알수 있었다.(계속)
연변문학 2010년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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