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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전자뇌만세!"
허룡석
1
“따르릉, 따르릉”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회의를 사회하던 시당위서기 조희문은 사무상우에 놓여있는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는 널직한 자기사무실에서 주관 부서기, 부시장들과 발전개혁위원회, 계획경제위원회, 건설국, 토지관리국, 도시전망규획국 등 부문의 국장과 주임들이 참석한 련석회의를 열고 올해 도시개조건설 전망계획을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여보시오, 나 희문입니다.”
“희문동무요? 나 성에 곽민우요. 그간 잘 있었소?”
“어이쿠, 성위 곽서기시라구요? 그간 무사하셨습니까? 참 오랜만입니다.”
성당위의 곽서기라는 소리에 희문이는 앉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성에서 오는 전화라니 회의참가자들은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였다.
“무사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났겠소?”
요사이 우에 어른들도 모두 신경이 민감해졌는가. 지금 간부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래사람들이 “건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면 “내가 언제 앓는합데?” 하며 불쾌해했고 “그간 무사하셨습니까?” 하면 “내가 무슨 문제라두 생겼답데?”라며 성내는것이 보통이였다. 희문이는 실언한줄 알고 제꺽 말투를 바꾸었다.
“네, 그게 아니라 유쾌히 잘 지우시는가 해서요.”
“그럼 유쾌히 잘 있지. 당신두 잘 지우구 있는거겠지?”
“저야 뭘 곽서기한테 비하면 아무것두 아니지요. 그런데 무슨 지시가 있습니까?”
“이번에 성당위의 결정에 의해 성에서 동무네 시에 렴정건설조사조를 파견하게 되는데 동무가 많이 협력해야 하겠소.”
“녜? 성에서 렴정건설조사조가 내려온다구요?”
회의참가자들은 눈이 휘둥그래서 서로 쳐다보았다. 우리 시에 무슨 일이 생긴건가? 왜 성에서 갑자기 렴정건설조사조를 내려보낸다는거지? 그러잖아도 요즘에는 사처에서 부패간부들이 하나둘 잡혀나오며 간부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때라 조사조란 소리만 들어도 간부들의 말초신경이 꼿꼿해나는 판이였다.
“그렇소. 이번 검사조는 사람이 검사하는것이 아니라 기계가 검사하는거요.”
“녜? 사람이 검사하지 않구 기계가 검사한다구요?”
희문이는 갑자기 얼떨떨해졌다. 설마 롱담을 하는건 아니겠지? 회의참가자들도 어리벙벙해났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사람이 검사하지 않고 기계가 검사한다니. 간부대오 렴정건설 수십년에 듣다 첫소리였다.
“이 기계는 전자뇌라구 하는데 중앙연구기관에서 20년공력을 들여 연구해 낸것이데 10만여차의 림상실험을 거쳐 정확도가 거의 100%에 도달하는 첨단과학 연구성과라오..”
“전자뇌라구 한다구요? 정확도가 거의 100%에 달한다구요?”
회의참가자들은 들을수록 신경이 곤두서 물 마시던 사람들은 고뿌를 내려놓았고 담배피우던 사람들은 담배불이 손가락사이로 거의 타들어가는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전자뇌로 각급 간부들의 당성과 사상성을 검측하여 우수, 합격, 불합격으로 등급을 나누게 되는데 앞으로 간부를 사용하고 등용하는데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게 될것이오.”
“간부들의 당성과 사상성을 검측하게 된다구요?”
회의참가자들은 또다시 서로 쳐다보았다. 당성과 사상성도 기계로 검측한다구? 이건 들을수록 심산이네. 일이 보통일 같지 않았다.
“그리구…곁에 사람이 없소?”
“예, 지금 회의중인데요…”
“그럼 곁에 사람들을 잠시 내보내주오.”
희문이는 수화기를 내려 한손으로 막으며 여러 사람들께 말했다.
“성에 곽서기한테서 오는 전화구만. 모두들 잠시 옆칸에 나가주시오.”
회의참가자들은 자기들이 들어서 안되는 것이라면 어지간한 비밀이 아니겠다고 예측하며 모두들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냥 앉아있으면 귀동냥이라도 할수 있을건데.
‘녜, 사람들이 다 나갔습니다…”
“그리구 이건 절대 비밀인데 동무만 알고있소. 우리가 간부들한테 공개적으로 말할 때에는 당성과 사상성을 검측한다구 말하구 실제상에서는 간부들의 렴정정황을 검측하는것이요. 다시 말하면 부패행위가 있나없나 하는것이요. 더 구체적으루 말하면 아래사람들한테서 얼마를 받아먹었냐, 웃사람들한테 얼마나 회뢰했냐, 애인은 있냐없냐, 몇이냐 하는것 등이요…”
“녜? 그런것까지도 다 검측해냅니까?”
“물론이지. 하지만 기계만 믿어서는 안되지. 그 수치에 따라 세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하는거요. 하지만 조사는 아주 쉽게 진행될거요. 부패행위가 있으면 구체 수자와 때와 장소, 사람이름과 전화, 핸드폰 번호까지 다 나오게 되니깐…”
“녜? 그렇게까지 상세히요?...”
“이건 한 간부의 전도와 운명에 관계되는 일인데 이런 과학성이 없으면 이처럼 중대한 일에 기계를 사용할수 있겠소? 우리는 과학을 믿어야 하는거요.”
“녜, 알겠습니다.”
희문이의 얼굴은 저도 모르게 굳어지며 전화를 다른 손에 바꿔쥐였다.
“성당위조직부 부부장 초효화가 성당위의 파견을 받구 전자뇌를 다루는 과학일군들과 함게 내려가게 될거요. 래일아침 비행기편으로 도착할거요. 동무네 변강시는 전 성적으로 렴정건설이 가장 잘 된 지구이기에 성에서 시점으로 하는거요. 이제 초효화를 만나게 되면 그가 구체적인것을 이야기할거요. 그럼 좋은 결과를 기다리겠소. 그리구 한가지 특히 강조할것은 그 전자뇌가 전 성에 한대밖에 내려오지 않았다는거요. 그러니 절대 기계에 차실이 없도록 사용과 보관에 중시를 돌려야 하겠소, 알겠소?”
“녜. 알겠습니다. 녜녜, 그럼 안녕히.”
희문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사지에 대못을 박아놓은듯 의자에 앉아 움직일줄 몰랐다. 세상에 이런 검측법도 다 있단말인가? 과학이 발전되니 못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거짓말탐지기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전자뇐지 뭔지 하는 소리는 처음 듣는 소리 아닌가.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아직 부패행위를 검측하는 이런 기계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이건 우리 나라 과학수준이 이면에서 다른 나라를 앞질러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희문이는 형연할수 없는 복잡한 사색에 잠겼다. 집정당의 렴정건설에서 오래동안 간부들의 자각에 맡기고 행정교육식으로도 안되니 이젠 이런 과학적인 방법을 쓰는건가. 전자뇐지 뭔지 하는게가 정말 그렇게 령통하다면 이제 우리 시에 얼마나 큰 풍파를 몰아올것인가. 시장경제시대에 털어서 먼지 안난다고 장담할수 있는 간부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지금 군중들은 과장이상 간부들을 아무나 잡아넣고 후에 판결해도 억울한 눔 하나도 없다고 질책하고 있지 않는가. 보아하니 이는 중앙으로부터 내려온 지시같았다. 당내의 부정부패를 척결할데 관한 중앙의 결심은 갈수록 커가고 조치도 갈수록 과학적이 되고있지 않는가. 아무튼 상급의 지시니깐 집행하는수밖에.
희문이는 비서더러 옆칸에 가 기다리고있는 간부들을 자기칸에 불러오게 하였다. 건너온 간부들은 모두 희문이를 쳐다보며 그의 얼굴에서 성위의 비밀지시 내용을 얼마간이라도 읽으려하는 눈치였다. 희문이는 그런 눈치를 모르는척 아무 내색도 내지 않고 원래하던 회의를 계속했다. 하지만 간부들은 제사에는 뒤전이고 제밥에만 마음이 가 있듯 희문이가 말말간에라도 성위에서 내려온 지시정신을 얼마라도 내비치기를 기다리는 눈치들이였다. 하지만 희문이는 회의가 끝난뒤에도 성위의 지시정신에 대해서는 일반언구도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간부들의 의혹은 더욱 커갔고 마음은 어쩐지 알짝지근해났다. 그들은 밝지 못한 희문이의 얼굴에서 이제 뭔가 자기네 시에서 심상치 않을 일들이 발생하리라는 예감이 뇌리를 쳤다.
2
이튿날아침 희문이는 규례를 타파하고 자기가 친히 판공실주임 오장규를 데리고 공항에 나가 렴정건설조사조 일행을 맞아왔다. 일행은 5명이였는데 성조직부간부가 3명이였고 중앙에서 파견해 내려보냈다는 과학기술일군 2명이였다. 희문이는 그들을 홍영호텔에 자리를 잡게 하였다. 원래는 변강시에 하나밖에 없는 5성급호텔인 국제호텔에 예약해놓았으나 조사조를 책임지고 내려온 성당위조직부 부부장 초효화가 렴정건설조사조가 그처럼 호화로운 호텔에 들수 없다며 기어코 자리를 옮기자하여 별수없이 3성급호텔인 홍영호텔로 옮겨왔던것이였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희문이와 초효화는 호텔의 커피숍 단칸방에서 마주 앉았다. 사무실에 가면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이목이 번다하다며 초효화가 커피숍에서 조용히 만나자고 제의해왔던것이다.
“어제 곽서기께서 이미 전화를 하셨다니 정황은 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녜, 대체적인 정황은 알구있습니다만…”
“이번 렴정건설조사는 중앙의 통일적 포치에 따라 각 성에서 시점적으로 실행하는것입니다. 성당위에서는 모든면에서 앞장서 나가고 있는 변강시를 시점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니 조서기께서 적극 배합해 주셨으면 합니다. 좋기는 오전내로 시당위 상무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성위 정신을 전달하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시급간부들의 검측에 들어갔으면 합니다. 각 지구와 시의 제1책임자들은 후에 성에 올라가 통일적으로 검측하게 될것입니다. 래일 오전에는 처급간부들의 검측에 들어갔으면 합니다.”
생각밖으로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하지만 희문이는 그런 내색을 낼수 없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그런데 검사는 어떻게 하는건지…”
“녜, 검측기는 모자형으로 된 전자뇌인데 머리에 씌워서 10분이면 검측이 끝나게 됩니다. 전자뇌는 사람들 대뇌기억세포에 저장된 사실과 수치를 뽑아내여 종합하는건데 우리가 요구하는대로 조절할수 있습니다. 검측정확도가 아주 높습니다. 검측결과는 절대 비밀이여야 합니다. 그리구 곽서기께서 이미 말씀하셨다니 공개적으로 공포할 때에는 당성과 사상성을 검측한다는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기타의 내용을 알아서는 절대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전내로 시당위상무위원회확대회의를 하도록 하지요.”
그날 오전 10시에 시당위상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시당위상무위원회 긴급 확대회의가 열리였다. 시당위, 시인대회, 시정부, 시정협, 시규률검사위원회 등 다섯개 부문의 정, 부책임자 20여명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시급간부 6명이 출장갔거나 출국하고 없었다. 관례대로라면 시당위상무위원회 확대회의를 하려면 며칠전에 미리 통지하는것이 규례인데 오늘은 출근하기전에 통지하여 오전내로 하지 않는가. 전에 긴급히 한다는 성급간부 후선인선정투표를 할 때도 이렇게는 하지 않았는데, 무슨 큰 일이 생겼는가. 갑자기 불려온 시급간부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 탐문하였다. 그러나 회의내용을 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앙의 무슨 긴급지시라도 있는가? 간부들은 무슨 중대한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시당위서기 조희문이가 엄숙한 얼굴로 회의내용을 공포하고 성당위조직부 부부장 초효화가 성당위의 정신을 전달하였다. 그는 중앙의 지시정신에 쫓아 성에서 조직한 이번 당성, 사상성조사의 중요한 의의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간부들이 이번 검사를 정확히 대하며 잘 배합해줄것을 요구하였다. 들어보니 큰일 같기도 하고 또 그런것 같지 않기도 했다. 당성과 사상성을 검사하는 일은 당내에서 밥먹듯 하는 일인데 다르다면 이번에는 기계로 검사한다는것이 전과는 좀 다를뿐이였다. 긴장되였던 간부들은 저으기 마음이 풀렸다. 그들은 자기들의 당성과 사상성에 대해서는 수십년전부터 자부하고 있는 터였다. 별일이 아니라는듯 어떤 간부들은 긴장을 풀며 다시 롱지거리를 하기도 했다.
회의는 한시간도 안되여 끝났다. 오후 두시부터는 검측이 시작되였다. 검측은 회의실 옆칸 휴식실에서 진행되였는데 한사람, 한사람씩 들어갔다가 10분쯤이 되면 나왔다. 처음 검측을 마친 간부가 나오자 모두들 욱 모여들며 어떻게 검측하던가고 물었다. 머리에다 모자같은 전자뇌라는걸 씌우는데 스위치를 넣으면 그저 좀 웅하는 전기소리가 들릴뿐 다른 감각은 없더라고 했다. 그리고는 검측하는 사람이 컴퓨터로 조작하는데 무슨 내용을 검측하는지 본인은 알바없으며 결과도 아직은 모른다고 했다. 검측을 마친 간부들은 그대로 돌아갈수 있었다. 검측을 기다리는 간부들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그래도 두근거려지는 마음을 달래려는듯 태연한척 롱담을 하며 있다가 자기차례가 돌아오면 말없이 검측실로 들어가군 하였다. 희문이는 간부들의 검측이 끝날 때까지 초효화부부장을 배동하여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어야 했다. 검측은 거의 다섯시간이나 걸려 저녁 일곱시에야 끝났다. 반시간가량 지나자 조직부 부부장이 검측결과들을 들고 나왔다. 그는 성에서 급한 전화가 와 자기를 찾는다며 희문이에게 검측자료를 넘겨주고는 호텔로 돌아갔다. 희문이는 손이 가는대로 종이장들을 뒤적이였다.
찍혀나온 검측결과를 훑어보던 희문이의 두눈은 점점 커갔다. 그의 손은 점차 떨리기 시작하였다. 이게…이게 과연 사실이란 말인가, 전자뇌의 검측을 확실히 믿을수 있는건가? 그는 종이 한장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시규률검사위원회 서기 리만규의 검사결과였다. 그는 97차에 거쳐 도합 3478만원을 수뢰했다고 집계되여 있었다. 한번에 제일 많이 수뢰한 금액이 500만원에 달했다. 수뢰한 금액밑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돈을 어떻게 주었다는것이 똑똑히 밝혀져있었으며 회뢰한 사람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핸드폰번호가 낱낱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정부는 8명으로 나와있는데 녀인들의 이름, 년령, 직업, 전화번호, 핸드폰번호가 빠짐없이 적혀있었다. 제일 나어린 녀인은 18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녀인들한테 언제, 어디서 어느 녀인에게 돈을 얼마 주었다는 액수도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그중 6명 녀인에게 집을 사주었고 2명 녀인에게 승용차를 사주었다. 녀인들에게도 모두 돈을 주었는데 제일 많이 받은 녀인이 57만원에 꼬리달렸다. 리만규가 10년래 녀인들에게 쓴 돈이 도합 876만원으로 집계되여있었다. 그 아래에는 리만규가 상급 지도자들에게 회뢰한 금액 600만도 적혀 있었는데 조희문에게 100만원을 회뢰했다는 조목도 있었다. 희문이는 화뜰 놀랐다. 전자뇌검사가 정말 이렇게 정확할수 있단 말인가. 희문이의 이마에는 어느듯 땀방울이 뾰족뾰족 돋아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다음 장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시당위부서기 석기성의 것이였다. 그는 25차에 거쳐 도합 632만원으로 수뢰하였다고 집계되여있었다. 선전부장으로 있다가 부서기로 된지 3년밖에 안되여 받은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에게도 장기적으로 거래하는 정부 5명으로 나와 있었는데 녀인들에게 준 돈이 도합 92만으로 집계되여 있었다. 회뢰했다는 란에는 6명에게 50만원을 주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깎쟁이같은 눔이 받아먹기만 하고 상급지도자에게는 요것밖에 회뢰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런데 거기에 자기에게도 20만원을 주었다고 적혀있었다.
시급 지도간부들의 검사정황을 한장한장 번져보니 백지마냥 깨끗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올라온지 얼마 안되는 선전부장과 부시장 등 몇몇은 아직 수뢰했다는것은 없고 상급간부들에게 회뢰했다는 수자만 적혀있었다. 생각밖으로 시정건설을 책임진 부시장 장덕진은 수뢰액이 4600만원에 달했다. 자기에게 주었다는 200만원도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수뢰금액이 천만원이상에 달하는 간부가 5명이나 되였고 500만이상도 일곱명이 되였다. 제일 적다는것이 정협부주석 왕수산이 받았다는 5만원이였다. 그것도 11번에 거쳐 받은것이였다. 돈을 준 사람들의 명단을 보니 가도주임도 있었고 개체공상호도 있었고 소학교교원도 있었다. 아마 자그마한 일들을 부탁하고는 인사치례로 받은것 같았다. 사람이 째째하기는, 모기다리에서 피를 뽑은것이였다. 이사람은 받아먹은것이 적어서 평소에 자기처럼 깨끗한 간부는 없다며 늘 불만을 터뜨리고 삐뚜렁소리만 해왔는가. 다음으로는 16만원을 받았다는 시인대 부주임 관두성이였다. 그도 스물한번에 거쳐 받았는데 시간을 보니 거의 문교위생을 관할하는 부시장으로 있을때 받은것이였다.
희문이는 더 이상 보고있을 경황이 없었다. 그는 쏘파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두 눈을 감았다. 자기에게 얼마를 주었다는 금액과 언제 주었다는 시간, 누가 주었다는 명단만 보아도 전자뇌의 검사는 완전히 정확하였다. 출장간 6명은 이번 검측에서 빠졌지만 그들이라구 모두 깨끗하겠는가. 세상에 눈작은 량반은 있어도 입 작은 량반은 없다더니 어떻게 하나같이 이처럼 제배를 채워왔단 말인가. 임금님이라는게 제아무리 똑똑해서 천하를 돗자리 말듯한다구 우쭐렁거려도 아래것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을수 없다더니 이렇게 남의것을 숱해 받아먹구서야 아래사람들의 장단에 춤을 추지 않을수 있겠는가. 지방에서는 모두 위풍이 당당하기를 룡꼬리에 범이 앉은것 같지만 이렇게 알고보면 비단보에 싼 개똥들이 아닌가. 희문이는 저도모르게 후 한숨을 내쉬였다. 이제 자기가 5년간 령도해온 변강시에서 세상을 놀래울 대지진이 일어날것만 같은 예감이 그를 엄습해왔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이러한 검측결과를 성에서 내려온 초효화가 자기에게 보여주는것은 왜서일가? 자기는 아직 보지 못했다는데 정말 보지 않았을가. 정말 성에서 긴급전화가 왔을가, 다른 한부를 성에다 보낸것은 아닐가, 희문이의 생각은 갈수록 복잡해졌다. 누구의 검측결과에나 금액, 시간, 장소., 이름, 전화번호, 핸드폰번호들이 똑똑히 적혀있는데 해당부문에서 조사확인하기는 식은죽 먹기였다. 이대로 가만두었다는 전 성의 모범지구에서 조만간 성위를 놀래우고 중앙을 놀래울 부패사건이 터져나오고야 말것이였다. 이대로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무슨 방법이든 대야 했다. 희문이는 검사결과들을 추스려모아 공문가방에 넣고는 급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3
집에 들어서니 깔끔하게 생긴 안해 옥화가 예전같이 살틀히 마중했다. 그는 남편의 공문가방을 받아쥐며 물었다.
<오늘은 전화도 없이 왜 이렇게 늦어졌어요? 저녁식사는 하셨나요?>
<안먹었소.. 먹고싶지 않소.>
옥화는 희문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놀랍게 물었다.
<어디 불편한가요? 얼굴색이 말이 아니네요?>
<아무것두 아니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억척같이 변함없던 희문이의 얼굴이 저도모르게 많이 흐려져 있었던것이였다. 희문이는 무뚝뚝하게 말하며 그대로 객실로 들어갔다. 옥화가 따라 들어오는것을 그는 조용히 있고싶다며 밀막아 내보냈다. 그는 쏘파에 엉덩이를 싣자마자 다짜고짜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녀인의 사글한 전화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시오, 나 조희문인데 리서기를 바꿔주시오.>
<녜, 조서기시군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그분이 아직 집에 안들어오셨는데요.>
<그래요? 알았습니다.>
젠장, 또 어데가 술판에 붙어있는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두 모르구, 희문이는 한마디 욕설을 내뱉으며 리만규의 핸드폰번호를 눌렀다.
핸드폰이 한참이나 들어가는데도 받지 않는다. 희문이는 핸드폰번호를 다시 련속 눌렀다. 한참 지나서야 핸드폰을 받는 건방진 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시오, 나 리만규요, 누구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는거요? 나 희문이요>
그러자 대방에서는 금방 말투를 바꾸며 공손해졌다.
<아예, 조서기시군요, 이 밤에 무슨 일에, 전화를 다 하시구, >
<말투를 들어보니 술을 마셨구만, 당신 지금 어데 있소?>
<예, 지금 국제호텔에서 손님들과 식사하고 있는중입니다…>
<식사구뭐구 집어치우구 지금 당장 나한테루 오시오.>
<예? 지금이요? 지금 식사가 한창인데…래일가면 안되겠습니까?>
<당신 정신있소? 래일이라는게 뭐요? 당신머리에 어떤 벼락이 내리칠지두 모르구 지금 펄쩍히 들어앉아 밥먹구 술 마시구 있단말이오?>
<예? 무슨 말씀을…그럼 무슨 일이라두…>
<오늘 전자뇌검측을 한걸 잊었소? 당신 운명과 관계되는 큰일이니 지금 당장 나한테로 오시오.>
희문이는 화김에 대방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수화기를 활 놓아버렸다.
리만규는 이미 끊겨진 핸드폰을 든채 멍하니 앉아있다가 뭔가 제정신이 펄쩍 드는듯 했다. 그는 부랴부랴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이서기님, 왜 갑자기 이렇게 일어나십니까?...”
변강시에서 명성이 뜨르르한 흠신부동산개발회사 동사장 류신축이 올빼미눈을 커다랗게 뜨며 리만규를 쳐다보았다. 그의 수하 몇사람도 자리를 차고 일어서는 리만규를 놀랍게 바라보았다.
“미안하오. 급한 일이생겨서…내가 먼저 일어나야 하겠소…”
“술이 이제 한창인데 그렇게 일어나시면…”
“당신들끼리 식사하오…후에 다시 보기오…”
리만규는 류신축네의 간곡한 만류도 뿌리치며 옷걸이에서 자기 웃옷을 벗겨들고 급급히 나갔다. 류신축은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이젠 리만규와 허물없는 사이가 되여 자주 모여앉아 이렇게 술을 마시지만 급한 일이 있다며 중도에서 저렇게 자리를 차고 일어나 나가기는 처음이였던것이였다. 그러니 리만규가 즐겨가군 하던 2차, 3차도 수포로 돌아가는것이였다. 더우기 오늘저녁은 리만규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모처럼 청해모신건데, 인사돈도 준비해놓고…
호텔연회청에서 빠져나온 리만규는 그길로 자기의 승용차를 몰고 희문이네 집으로 달려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누구세요?”하는 녀인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녜, 리만규입니다…”
현관에 들어선 리만규는 술냄새를 풍기며 옥화에게 대충 알은체하고는 곧추 희문이가 있다는 객실로 들어갔다.
희문이가 아니꼬운 눈길로 리만규를 쏘아보았다. 이젠 함께 사업한지도 여러해가 되지만 희문이가 자기에서 저런 쌀쌀한 눈길을 보내기는 처음이였다. 리만규는 뭔가 아주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조서기, 무슨 급한 일이라두…”
“저기 앉아 이걸 좀 보란 말이오…”
희문이는 종이 한장 넘겨주며 쏘파를 가리켰다.
무심히 종이장을 들여다보던 리만규의 눈은 화등잔만해졌고 종이장을 쳐든 두손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리만규는 꺽꺽거리며 말조차 변변히 하지 못했다.
“어떻소? 그게 다 사실이오?”
희문이는 담배를 길게 한모금 빨아들였다가 후 내뿜으며 리만규에게 쌀쌀한 눈길을 던졌다.
“이거…이거…”
리만규는 꺽꺽거릴뿐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이거, 이거만 하지 말구 제대로 말해보오. 만일 그 검측이 잘못된것이라면 떳떳이 말해보란 말이오. 그럼 나두 시름놓구 상급당조직에서 마음대로 조사해보라구 배짱을 부릴게오. 잘못한게 없으면 밤중에 귀신이 문을 두드려도 무서울것 없다지 않소?”
“안됩니다. 그건 안됩니다…어떻게 이렇게 정확히…조서기 방법을 대야 합니다. 이대루 가만 놔두면 우린 다 당하구 맙니다…”
리만규의 얼굴에는 어느듯 땀방울이 송골송골 내돋혔다. 술기운에 불깃불깃하던 유들유들한 얼굴은 어느듯 피기가 다 빠진듯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평소에 하급들 앞에서 어험어험 위엄있게 문건전달을 하고 손을 힘있게 내저으며 청산류수마냥 연설할 때의 그런 당당함과 도고함은 꼬물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희문이는 리만규의 락태한 꼬락서니를 아니꼽게 쏘아보며 음성을 높였다.
“전문 당내의 렴정건설을 틀어쥐고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감독하고 방지하고 사출한다는 당신이 어떻게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제배를 불릴수 있단 말이오? 전에두 당신에 대한 반영을 못들은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구린내나는 구정물통일줄이야 어찌 알았겠소. 규률검사위원회서기인 당신은 누구보담도 청렴해야 할 사람이지만 부패하자면 또 누구보담도 먼저 부패할수 있는 위치요. 간부들이 얻어먹은것이 들통나면 먼저 당신부터 찾아 사정해야겠으니. 일이 이젠 이 지경이 됐으니 난들 어쩌란 말이오?”
리만규를 한참 닦아세우던 희문이는 갑자기 자기도 그에 비해 별로 나은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 위선의 허울을 쓰고 이 세상을 활보하는 저런 <거룩한> 인간들이 지금 오죽이나 많은가.
“저도 이런 날이 올가봐 마음졸이며 요행을 바랐는데 그 전자뇐지 사자뇐지 한게가 이렇게 정확히 집어낼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아무리 한다하는 사람이 조사해서는 이렇게 밑바닥까지 환히 들춰내지 못합니다. 시장경제시기에 털면 먼지안날 간부 어데 있습니까. 그저 털려나오는 눔이 재수없을뿐이지요. 그러니 그 전자뇐지 뭔지 한거를 저대로 두어서는 안됩니다. 조서기 방법을 대야 합니다…”
리만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안타깝게 희문이를 쳐다보았다. 그의 가련한 꼬락서니를 보고 희문이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는 그 한 사람의 일만이 아니였던 것이다. 의리는 바위처럼 무겁고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지 않는가. 희문이와 조수들간의 관계는 한치 걸러 두치만 되여도 피가 맹물로 되여버리는 그런 서푼짜리 인척관계가 아니라 한넝쿨에 얽힌 심복지우관계였다.
“이만하구 돌아가 보오.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당신두 잘 생각해 보오.”
“그럼 조서기만 믿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변강시의 간부들을 살려야 합니다…”
리만규는 후둘후둘 떨리는 몸을 겨우 가늠하며 희문이에게 호소했다.
희문이는 어서 가보라는듯 말없이 손을 내저었다.
리만규가 떠나간후에도 희문이는 머리를 집고앉아 뭔가 생각하다가 다시 송수화기를 들었다. 밤이 짙어가고 있지만 자기수하 간부들의 전도와 운명이 엇갈릴수 있는 관건적인 이 밤을 희문이는 발편잠을 잘수 없었다. 하지만 대방의 핸드폰에서는 매정한 뚜뚜 소리만 들려올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원래 어지간히 짜증이 나있는데다 대방에서 전화까지 받지 않자 희문이는 그만 질탕관에 두부 끓듯 화가 꼭두까지 치밀어올랐다.
이 시각 셋째정부의 집에가 침대우에서 한창 나젊은 녀인과 함께 뒹굴며 재미를 보고있던 시당위부서기 석기성은 련속 울려오는 핸드폰소리에 흥이 깨져 화를 벌컥 내며 품에 안긴 정부가 애교스레 넘겨주는 핸드폰을 넘겨받았다.
“제길할, 누군데 이 밤중에 재수없이 줄전화를 걸어오는거요?”
거만하게 화를 내며 전화를 받던 석기성은 대방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화뜰 놀라며 퍼러낏낏하던 배추잎이 대번에 삶은 시래기꼴이 되였다. 그는 품에 안겨 자기목을 끌어안고 핸드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정부를 한켠에 밀쳐버렸다.
“예, 예… 조서기시군요…곧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예, 예…”
자기앞에서 언제나 큰소리로 남을 욕하고 훈계만 하던 사람이 오늘은 얼마나 높은 사람이 전화왔길래 저처럼 절절매는지 한켠에 밀려난 정부는 실 한오리 가리지 않은채 두눈이 올롱해서 기성이를 쳐다보았다.
기성이는 소 궁둥이에 폭죽이라도 터친듯 침대에서 화들짝 뛰여내리더니 부랴부랴 옷을 주어있었다. 급하니 두 다리가 한 바지가랭이안에 들어가 침대에 힌들 나번저지기도 했다. 그는 버둥거리며 일어나 다시 가랭이를 바로꿰고 급급히 바지를 춰올렸다. 정부는 전에없이 허둥대는 기성이를 놀랍게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알몸으로 침대에서 내려 기성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애교스레 쫑알거렸다.
“이렇게 가면 난 어쩜다? 가지 않으면 안됨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슴까?”
“까불지마, 급한 일이 있어 가봐야겠다. 래일 또 올게…”
기성이는 번대머리를 가리느라 쓰고다니던 모자를 집어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저 영감도 무서운 사람이 따로 있나? 꼭 마치 불난 집 사람같이 허둥대네…”
정부는 청춘미가 흘러넘치게 탱탱한 자기의 두 젖무덤을 거머쥔채 서서 기성이 빠져나간 문을 바라보며 알수 없다는듯 쫑알거렸다.
허둥지둥 희문이의 객실에 들어선 기성이는 웃음기라곤 없는 희문이의 딱딱한 얼굴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급한 일이라니 무슨 일이신지…”
“이 밤중에 전화두 제때에 받지 않구 어디로 쏘다니는거요? 혹시 정부집에 가 뒹굴다온건 아니오?”
기성이는 정곡을 찌르는 희문이의 난데없는 소리에 그만 가슴이 철렁했으나 극력 웃음을 지어보였다.
“조서기두 무슨 롱담을 그렇게…계집들이 달려들어두 이젠 피해다닐 나인데…”
“말은 잘하는군. 내가 롱담하나 이걸 보오.”
희문이는 기성이를 아니꼽게 쏘아보며 종이장을 내밀었다. 기성이는 의아쩍게 종이장을 받아쥐였다. 종이장을 훑어보던 그의 두눈은 점점 사자눈이 되였다.
“이거…이거 어떻게 된겁니까?...”
“이것이 오후에 전자뇌가 검측해낸 검사결과요.. 모두가 사실과 틀리는거 아니오?”
희문이는 경멸하는 눈길로 창백해지는 기성이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어떻게 이럴수가…”
“거기에 나온 수뢰금액과 정부를 숨겨두고 있다는것이 모두 사실이 아니면 떳떳이 말해보오. 그러면 나도 상급에서 마음대로 조사하라구 배짱을 부릴테니.”
“아니…아니… 안됩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하기로니 어떻게 이렇게까지…”
“그러면 그것이 모두 사실이란 말이오? 그럼 나도 어쩔수가 없구만.”
“안됩니다. 이대로 그냥 두어서는 안됩니다. 이대로 가만놔두면 저뿐만 아니라 우리 변강시 간부들이 다 죽어나게 됩니다. 빨리 무슨 방법이든 대야 합니다…”
“낸들 무슨 방법이 있겠소. 우리 모두가 고스란히 자백하는 수밖에 무슨 방법이 더 있겠소. 자백해도 검측결과가 나온후에 한것이니 법적으루 관대처분을 받기는 틀릴거구…”
“우린 운명을 같이 한 한 전호속의 전우입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합니다. 무슨 당성과 사상성을 검측한다더니 이건…그눔의 전자뇐지 떡대가린지 마사버리든지 고장이라두 나게 하던지 해야 하는건데…”
“그게 당성과 사상성을 검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소. 겉으로는 당성이 강한체하구 뒤로는 제안속이나 챙기는 사람들을 당에서 가만놔두겠소? 먼저 돌아가 잘 생각해 보오…”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고 날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부르짖으며 백성들에게 보여준 저따위 간부들의 아름다운 선행과 신비한 기적들이 사실은 모두가 <상두복색>처럼 위선과 거짓에 불과했단 말인가? 장례때 상여의 꾸밈새를 좀 보라. 눈이 부시게 울긋불긋 비단치장으로 환하지만 정작 관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면 썩어서 냄새나는 송장이 들어있지 않는가. 사람들이 날마다 찾아가 경건히 기도하는 사당에 배향된 위풍이 당당한 불상의 거룩한 모습도 실상은 흙으로 빚어만든것이 아닌가. 희문이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털어댔다.
“아직 아무런 해결책두 없는데 제가 불안해 어떻게 돌아가겠습니까…”
“돌아안가면 여기서 자기라두 하겠다는거요? 있어봤대야 무슨 뾰죽한 해결책이 있겠소. 콩밥먹으러 들어가기전에 가서 잠이나 실컷 자두오.”
“무슨 말씀 그렇게…저희들이 다 콩밥을 먹게 되면 조서기님두 무사하겠습니까. 지금 조서기밖에 방법을 댈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조서기만 믿구 가겠습니다… 아무튼 꼭 방법을 대야 합니다…”
억철이는 맥없이 손을 내저었다.
기성이는 얼마나 혼비백산했던지 나가면서 문틀에 이마를 쾅 쪼아버렸다. 그통에 우사모가 벗겨져 땅바닥에 떨어졌다. 뒤로 휘청하던 그는 바삐 모자를 주어들고 나갔다.
그꼴을 보고서도 희문이는 웃음이 나가지 않았다. 기성이가 나가자 옥화가 문을 밀고 조심스레 들어섰다.
“무슨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 아닌가요?...”
“당신 상관할 일이 아니오. 들어가 자기나 하오.”
“일이 너무 심상치 않아서 그래요, 이 밤중에 서기들이 황황히 드나드는것도 그렇고 얼굴표정들이 모두 말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더러 엿들었는데…”
“뭐요? 당신 엿들었다구?...”
“이렇게 큰 일인데 저라구 맘 편하겠어요? 전자뇐지 뭔지 한게가 그렇게 정확히 문제를 집어내면 이곳 간부들이 다 죽어나는게 아니겠어요. 석보랑 순보랑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구 큰 생원, 작은 생원두…”
석보란 재정국 국장으로 있는 옥화의 큰 동생이고 순보란 세무국장으로 있는 작은 동생이였다. 큰 생원이라는 희만이는 희문의 큰 동생으로서 감찰국 국장이고 작은 생원이라는 희수는 희문이의 작은 동생으로서 건설국 국장이였다.
옥화의 걱정이 무리는 아니였다. 이대로 가만놔두면 부귀영화를 누려오던 희문이의 형제들과 옥화네 형제들도 모두 봉변을 면치 못하게 될것이다. 그러게 되면 자기네 가문에 망신살이 뻗치는건 물론 가문의 형상이 하루밤사이에 무너지고 억망이 될것이였다.
희문이는 맥이 빠진 소리로 옥화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들한테 전화를 걸어 래일 이른 아침으로 모두 일거리를 만들어 멀리 출장가라구 하오 왜냐구 묻거들랑 그저 내가 그렇게 하라더라구 하오, 하지만 나한테 절대 전화질 하지 말라구 하오”
“그렇게만 해서 되겠어요?..장구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눈이 내릴 때보다 눈이 녹을 때가 더 춥다는데….”
옥화는 근심이 가득 서린 눈길로 얼굴이 전에없이 굳어진 희문이를 쳐다보며 자리를 뜰념을 하지 않았다.
“래일 오전에 현처급간부들이 전자뇌검측을 하는데 먼저 빠지구 보는게 상수요. 그러면서 방법을 대봐야지. 아직까지는 나두 뾰죽한 수가 없소.”
“방법을 잘 생각해 보세요. 아니면 변강시에 그리구 우리 가문에 무슨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르겠네요.”
옥화는 활량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조용히 객실을 빠져나갔다.
옥화가 나간후 희문이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주위의 모든것이 하나도 달라진것이 없는데 바야흐로 그 모든것이 달라지려 하지 않는가. 그처럼 손에 익고 눈에 익고 귀에 익은 모든것이 한순간에 손설고 눈설고 귀에 설은것으로 되여버리려 한다. 꿀벌은 몸안에 꿀만 가지고 있는것이 아니라 꼬리의 침과 독도 가지고 있다. 만약 사람의 마음속에 지옥과 극락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희문의 마음속에는 지옥의 기름가마가 부글부글 끓고있었다. 만약 사람의 마음속에 선과 악이 함께 깃들어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희문이의 마음속에서는 지금 악의 도가니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관건적인 시각에는 아무리 심복지우라도 믿을것이 못된다. 지금은 류호란처럼 작두에 선뜻 목을 들이밀 눔 없고 강설금처럼 참대바늘이 손톱밑에 박혀도 절개를 지킬 눔 없다. 매란 놈이 주인에게 꿩을 잡아주고 싶어서 잡아주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전자뇌의 출현은 간부들에게 있어 역병귀신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였다. 이제 자칫 늦게 손쓰다는 사회에서 벼라별 망칙스러운 험담과 숨은 비밀이 흉측한 뚜꺼비마냥 뛰쳐나올 판이니 다년간 알심들여 꾸미고 다듬고 만들어놓은 자기의 체면과 영예와 형상이 한순간에 우박맞은 소똥무지가 되여버릴것이였다. 희문이는 주저없이 공안국 국장 요희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국장이요? 나 희문이요. 밤중에 찾아 안됐구만.
“예, 조서기님, 무슨말씀을 그렇게…괜찮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희문이는 소리를 죽여가며 뭔가 수화기에 대고 한참 이야기를 하였다. 약 10분후 수화기를 내려놓는 희문이의 얼굴에서는 알수 없는 한가닥 미소가 비껴지나갔다.
4
이튿날 오전 어제오후 시당위와 시정부판공실의 통지를 받은 당정 각 부문 현처급간부들이 회의실에 줄레줄레 모여들었다. 그들은 서로 만나자마자 회의 내용이 궁금한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뭔가 수근거리고 있었다.
희문이가 성당위조직부부장네와 함께 회의실에 들어서니 모두들 자리를 바로잡고 앉아 희문이네를 쳐다보았다. 희문이가 자기자리를 찾아 회의실을 휘ㅡ 둘러보니 온 사람은 와야 할 사람의 절반이 되나마나 했다. 조직부, 감찰국, 재정국, 인사국, 건설국, 교통국, 토지국, 도시전망규획국, 발전개혁위원회, 경제위원회, 교육국, 공안국, 상무국, 개발구위원회 등 권세있고 돈있는 부문의 책임자들은 거의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인대의 몇몇 부서, 정협의 몇몇 부서, 선전부, 통전부, 기관당위, 부련회, 공청단위, 당사연구실, 사회과학련합회, 문련, 작가협회, 과학기술협회, 장애자협회, 귀국화교협회, 공상련합회 등 실세가 없고 돈비라리만 하는 부문의 책임자들이 모여앉아 자기를 말똥히 쳐다보고 있었다. 희문이의 입가에서는 가느다란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아직 간부들이 채 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먼저 시작할가요?”
희문이는 곁에 앉은 초효화의 의견을 물었다. 초효화는 아직 많은 자리가 비여있는것이 썩 내키지 않아 회의장을 휘ㅡ 둘러보고 또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별수 없다는듯 희문에게 고개를 끄떡여보였다.
“조용하시오, 그럼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합시다. 먼저 성당위에서 내려오신 지도자분들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이번 사상검사를 위하여 성에서 모처럼 내려오신 성당위조직부 부부장 초효화동지입니다. 열렬한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회의실에서는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초효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를 보냈다.
“이분은 성당위조직부 간부1처 처장 왕문신동지입니다.”
왕문신처장이 일어나 인사하였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드문히 울렸다.
“ “오늘 회의는 우리 변강시 현처급간부들의 당성과 사상성을 검증하는 회의입니다. 이번 검증은 이전과 달리 중앙과학연구부문에서 내려보낸 전자뇌로 검증하게 됩니다…”
“뭐라구? 전자뇌라는게 뭐야?...”
“기계로 당성을 검측한다구?...”
“듣다듣다 별소리 다 듣네…”
회의실에서는 갑자기 수근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조용하시오, 조용하시오. 전자뇌라는건 과학적 의기인데 그것을 머리에 쓰워 10분가량 지나면 한 간부의 당성과 사상성의 수치를 아주 정확히 밝혀냅니다. 그럼 이번 검증의 중요성에 대하여 성당위조직부에서 오신 초부부장께서 말씀이 있겠습니다. 박수로 환영합시다.”
회의실에서는 박수소리가 시원치 않게 울려왔다. 초효화는 당중앙의 지시정신과 결합하여 당내의 부정부패를 제거하며 간부들의 당성과 사상성을 높여 렴정건설을 보다 가일층 강화할데 대하여 피력하고 나서 이번 전자뇌의 과학적 검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간부들마다 이번 검증을 정확히 대하며 잘 배합해줄것을 요구하였다.
회의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듯 조용했다. 간부들은 들을수록 어리뻥뻥 해났는지 초효화를 쳐다보며 도정신해 귀를 기울이였다.
정신전달이 끝나자 간부들은 모두 조용히 앉아 자기 검측차례를 기다렸다. 모두들 처음에는 좀 긴장해하는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며 점차 탕개가 풀렸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담배를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런데 한참 지나도 아무런 동정도 없었다. 희문이와 초효화는 서로 마주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들은 서로 좀 더 기다려 보자는듯 침묵을 했다. 간부들도 앉아 있기 갑갑한지 화장실에 드나들기도 하고 복도에 나가 담배를 피우며 한담하기도 했다. 이윽고 전자뇌를 다루는 한 기술일군이 회의실에 들어오더니 곧추 초효화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뭔가 소곤거렸다. 초효화의 얼굴은 금시 굳어졌다. 그는 기술일군에게 뭔가 지시하고는 희문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전자뇌가 무슨 고장이 생겼는지 작동이 잘 안된답니다. 다그쳐 수리하라고 했으니 좀 더 기다리지요.”
“그래요? 그럼 좀 더 기다려 보지요. 첨단기계니 인차 수리되겠지요..”
희문이는 태연하게 말하며 담배를 꼬나물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가자 간부들이 짜증나했다. 할 일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시간랑비를 시키느랴고 끼리끼리 두덜거리기도 했다. 희문이는 그러는 간부들을 여유있게 바라보며 느슨한 미소를 지었다.
한시간가량 지난후 아까 들어왔던 기술일군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는 또 뭔가 초효화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초효화는 이번에는 화를 벌컥 내며 그 기술일군을 닦아세웠다. 그 기술일군은 차렷자세로 서서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다. 초효화도 자기들을 지켜보는 간부들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어조를 바꾸며 뭐라고 부드럽게 말해 기술일군을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희문이를 돌아보며 어색한 웃음을 띄웠다.
“지금도 고장원인을 찾지 못해서 전자뇌가 작동이 안된다는군요 아직도 언제 수리될지 모르겠다니 미안한대루 모인 간부들을 우선 돌려보냅시다. 수리가 되면 다시 통지하도록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래요? 어제까지도 잘 돌아가던 기계가 어떻게 돼 고장이 났지. 이 사람들 모두 바쁜 사람들이니 먼저 돌려보내도록 하지요.”
희문이는 판공실주임을 시켜 복도에 나가 담배피우며 한담하는 간부들을 모두 불러들이게 했다.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자 희문이가 회의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들 조용하시오. 원래는 오전중으로 여러분들의 검측을 마치려 했는데 전자뇌가 자그마한 고장이 생겨 시간이 지체되였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러니 먼저 돌아갔다가 이제 정황을 보아 다시 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산.”
간부들은 공연한 시간을 랑비했다는듯 회의실을 나가면서 저가끔 낮은 소리로 두덜거렸다.
“전자뇐지 뭔지 한걸루 검사한다구 사람을 얼구더니 이게 무슨꼴이람.”
“그렇게 선진적인 과학연구성과라는게 왜 이 모양이야? 적어두 고장같은건 나지 말아야지”
“사람을 웃기네. 전자뇐지 뭔지를 가지구 당성이구 사상성이구 검측한다니 나는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구.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에서두 기계로 사람사상 검측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희문이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두덜거리며 나가는 간부들을 쓸어보았다. 많은 간부들은 전자뇌의 고장이 자기들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어떤 종지부를 찍어 놓고있는지를 감감 모르고 있었다.
간부들이 밖으로 나오니 뜻밖에도 회의실문어구에 숫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간부들이 몰려나오는것을 보더니 어떤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구호를 웨쳤다.
“전자뇌만세!”
“전자뇌경례!”
“전자뇌 잘한다!”
아마 간부들이 전자뇌검측을 받는다는 소문을 어디서 얻어듣고 시민들이 몰켜온것 같았다. 어떤 간부들이 부패에 걸려나올지 궁금했던 모양이였다.
근심에 쌓여 저쪽켠에 몰켜있던 녀인들이 자기들 남편을 보더니 우르르 쓸어나와 제가끔 제 남편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전자뇐지 뭔지 하는 검사를 받는다더니 어떻게 되였어요?”
“당신은 아무 일도 없는거지요?”
전자뇌가 고장나 검측을 받지 못했다는 소리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고, 큰 시름을 놨네.”
“얼마나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는데…차라리 잘 되였어요.”
“그게 무슨 뚱단지같은 기곈지 콱 박살이나 날감.”
저쪽에 몰려있던 시민들은 전자뇌가 고장나 간부들이 검측을 받지 못했다는 소리에 저마다 실망해하는 눈치였다.
“처녀가 애를 낳두 할 말이 있다더니 또 발뺌을 하게 됐군.”
“재수좋은 나그내 길 떠나문 오던 눈도 그친다더니 시름놓구 그냥 배를 채우게 됐군.”
“크고작은 간부들이 서로 감싸는 세월에 간부들이 무더기로 잡혀나오기를 바라는 우리가 우둔하지. 자. 가기오ㅡ”
그후 며칠이 지나도록 간부들은 전자뇌로 당성과 사상성을 검측한다는 통지를 다시 받지 못하였다. 듣자니 전자뇌의 고장이 계속 제거되지 않아 내려왔던 사람들이 어깨처져 도로 성에 올라갔다는 소문이였다. 그로하여 내막을 알고있는 많은 간부들이 안도의 숨을 후 내쉬였다. 하지만 당내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는 중앙의 결심이 갈수록 커가고 있는 형편에서 이후 또 어떤 방법으로 당내의 렴정건설을 틀어쥐고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들춰내려 할지 모를 일이였다. 우선 급한 고비는 용하게 지나쳤다하지만 뒤가 켕기는 간부들은 언제까지든 발편잠을 잘수 없었다. 사람이 하는 검사는 인정사정이 있지만 기계로 하는 검사는 곧은 자대여서 그것이 더 무서운 존재였다. 많은 간부들은 전자뇐지 사자뇐지 하는것이 영원히 작동되지 않기를 바랐다.
2009년 <도라지> 제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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