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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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검토서 (허룡석)
2010년 09월 26일 15시 27분  조회:1236  추천:67  작성자: 허룡석
소설

검토서


매진


   퇴근시간이 가까워 올 무렵 갑자기 “똑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울려왔다.
   “들어오시오.”
시규률검사위원회 서기 오준철은 고개도 들지 않고 습관적으로 소리쳤다.
문이 열리더니 가방을 든 중년사나이와 젊은이가 들어왔다.
“저, 오서기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인민일보 기자들입니다. 시선전부에서 이미 련락을 한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 예. 련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두분은 인민일보에서 오신 기자분들 이시겠구만요?”
“그렇습니다.”
오준철은 제꺽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예. 이렇게 먼 변강지구까지 찾아오시느라 수고 많습니다. 반갑습니다. 자, 여기 앉으시지요.”
오준철은 자리를 권하며 친히 차를 타드렸다.
“자, 차를 드시지요.”
“예, 고맙습니다.”
두 기자는 차잔을 받아놓고는 각각 명함장을 건네였다.
오준철은 공손히 명함장을 받고는 자기 명함장도 건네였다. 규률검사위원회 간부들은 사업수요로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명함장을 건네지 않지만 중앙에서 내려온 기자들은 례외였다.
두 기자는 차 한모금씩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선전부 차부장께서 이미 말씀드렸겠지만 이번에 저희들은 이 시에 렴정건설에 관한 취재를 하러 왔습니다. 성당위에 들렸더니 성당위 염부서기는 이 ㅁ시를 소개하더군요. 전 성적으로 이 시의 렴정건설사업이 앞장서 나간다더군요. 오서기께서 잘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뭘요, 별로 한것이 없습니다. 우리 시에 12개 현, 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ㅂ현의 렴정건설이 가장 잘 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먼저 그 현의 사적을 취재해 보시지요”
“그렇습니까? 그럼 래일로 먼저 그 현에 내려가 볼가요?”
“내려갈 필요없습니다. 거리가 먼데다 요새 길까지 파헤쳐서 길이 말이 아니거든요. 지금 통지해서 그 현의 주요령도들이 래일 여기에 올라오게 하지요. 여기에서 그분들의 소개도 듣고 제가 종합적으로 소개해드리면 될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그렇게 할가요?”
오준철은 판공실에 전화를 걸었다.
“강주임이요? 뭐? 나갔다구? 누구요? 쇼리라구? 나 오준철이요. 급한 통지가 있으니 나한테 오오”
잠시후 안경을 건 나젊은 청년이 자그마한 수첩과 필을 들고 오준철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는 올해 공무원시험에 합격되여 규률검사위원회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중점대학 연구생이였다.
“강주임은 나갔다구?”
“예, 아마 시조직부에 일이 있다며 나간것 같습니다.”
“그럼 동무가 책임지고 통지하오. 지금 퇴근하기전에 ㅂ현규률검사위원회 곽서기한테 전화해서 모든 일을 제쳐놓고 래일 아침 일찍 현당위의 구병진서기, 민소생부서기, 강남철현장 등 주요 령도들을 모시고 시규률검사위원회로 올라 오라고 하오. 무슨 일이냐구 묻거든 아주 중요한 일인데 시규률검사위원회에 오면 안다고만 하오.”
“녜. 알겠습니다.”
쇼리는 그대로 받아적었다. 쇼리는 판공실에 돌아가자 즉시로 ㅂ현규률검사 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오준철의 뜻을 그대로 전했다.
이튿날 오전 두 기자와 오준철이 사무실에서 이제나저제나 점심때까지 기다렸으나 ㅂ현 령도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ㅂ현규률검사위원회에 몇번 련락하게 했으나 련락도 되지 않았다. 아마 길이 나빠 늦어지는 모양이라고 생각한 오준철은 두 기자에게 참 미안하게 되였다고 사과했다. 오후 두시에 인민일보 두 기자가 약속대로 또다시 오준철의 사무실에 와 ㅂ현의 주요 령도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저녁때가 다 되도록 역시 감감무소식이였다. 오준철은 신경질을 부리며 또다시 판공실에 전화를 걸어 웬 영문인가를 알아보라 하였다. 그런데 몇번 전화를 걸어도 잘 걸리지 않는다는것이였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차가 고장이라도 생긴  모양인가..
“미안합니다. 그분들이 아마 아직도 길에 있는가 봅니다. 길을 수리하다보니 길이 말이 아니여서…”
오준철은 기자들에게 량해를 구했다.
“글쎄요. 길이 그렇다니 별수 없군요. 좀 더 기다려보지요.”
기자들은 신문을 펼쳐들고 읽던 그대로 공손히 대답했다.
그런데 한참후에 판공실의 강주임이 황급히 오준철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오서기, 큰 일…큰 일 났습니다…”
“뭐요? 무슨 일인데? 혹시 ㅂ현간부들이 오다가 길에서 교통사고라도 난게 아니오?”
“아, 아닙니다…”
강주임은 낯선 손님들이 있는것을 보고 다급히 오준철한테 다가와 귀가에 입을 대고 뭔가 소곤거렸다.
“뭐…뭐라구?...”
오준철의 얼굴은 갑자기 사색이 되였다. 벌려진 입은 닫혀질줄 몰랐다.
“잠간…잠간 실례하겠습니다…”
오준철은 강주임을 끌고 다른칸으로 건너갔다.
강주임의 회보를 듣는 오철준은 기가 딱 막혔다. 어찌 이럴수가 있단말인가?
생각밖으로 어제 시규률검사위원회의 긴급통지를 받은 ㅂ현의 정계에 오늘 대지진이 일어났던것이다.
 현당위의 구병진서기는 시규률위원회에서 갑자기 부른다는 소리에 너무 놀라 심장병이 발작하여 병원에 입원하여 구급중이고 얼굴이 사색이 된 민소생부서기는 아침 일찍 돈꾸러미와 저금통장을 들고 현검찰원에 가 자수하였단다. 강남철현장은 밑빠진 항아리마냥 밤낮 돈만 달라며 징징거리던 나젊은 정부가 자기를 고자질한줄로 알고 정부를 죽이고 자기도 자살하려다 사람들에게 발각되여 병원으로 실려갔단다. 어디 그뿐인가. 우에서 일이 생기니 아래에서도 잇달아 사달이 났다. 토지국장이 층집에서 뛰여내려 자살하고 교통국장은 현규률검사위원회에 찾아와 자수하였다. 공안국장이 실종되고 위생국장이 독약을 먹고 자살하였다. 죽기전에 회개서까지  써놓고 돈을 준 사람들의 이름까지 길다랗게 써놓았었다. 펀펀하던 현당위와 현정부가 하루밤새에 풍비박산났다. 아직도 그 여파는 아래에까지 계속 뻗쳐 예상밖의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찌 이럴수 있단 말인가. 어찌 이럴수 있단 말인가.”
오준철은 단가마우의 개미마냥 왔다갔다 하며 안절부절 못했다.
“이제 중앙의 큰 신문에 우리 시 렴정건설사적이 아니라 부패전형이 보도되게 되였구만…”
오준철은 갑자기 몸을 돌려 강주임을 손가락질하며 버럭 화를 냈다.
“어제 당신이 판공실에 있었더라두 어찌 이런 일이 생길수 있었겠소. 이게 다 새로 들어온 그 쇼리때문에 일어난 일들이 아니겠소? 그가 똑똑히 통지했더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단말이요. 쇼리더러 당장 심각한 검토서를 써 바치게 하시오.”
오준철은 어제 위엄을 부리느라고 자기가 똑똑히 교대해주지 않았기 때문인줄을 뻔이 알면서도 책임을 아래에 밀었다. 상급지도자는 영원히 정확한 로선의 화신이여야 했던것이다.
강주임의 준절한 비판을 받고 자기가 임직하자마자 큰 일을 저질렀다는것을 안 쇼리는 부들부들 떨며 그날저녁 밤을 새워가며 심각한 검토서를 써바쳤다.
“…이 모든것은 사상적으로 제가 맑스 레닌주의 모택동사상과 등소평리론 및 과학발전관을 잘 학습하지 못하여 조직에서 맡겨준 임무를 당성높이에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업적으로는 경험이 없는데다 저의 사업책임심이 강하지 못하고 사업방법이 간단한 원인으로 발생된 일로서 다년간 인민들을 위해 수없이 훌륭한 일을 했던 많은 당과 정부의 간부들을 해쳤으며 사회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는 이번 일에서 교훈을 참답게 섭취하고 사업책임감을 높이며 일마다 지도동지들의 지시를 명확히 소화하고 관철하여 다시는 이와 류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업경험이 없는 저에게 조직에서 엄숙한 처분을 주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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