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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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가꾸기와 민족문화키우기 (허룡석)
2010년 10월 25일 09시 22분  조회:2991  추천:60  작성자: 허룡석

화분가꾸기와 민족문화키우기

허룡석


나는 화분가꿀줄도 잘 모르면서 그저 취미로 집에 화분 여나문 통을 키우고있다. 물은 그래도 명심하여 주는편이지만 철철이 제때에 주어야 할 비료는 빼먹을 때가 많다. 그래도 맨물이라도 제때에 주기만 하면 싱싱하게 자라는것이 고맙기만 하다. 란초, 군자란, 방울꽃 등 관엽식물류는 닷새좌우에 한번정도 물을 주면 되였고  선인장, 알로에, 철죽나무 등 관목식물류는 열흘좌우에 한번정도 물을 주면 되였다. 그런데 한번은 공무로 출국했다가 돌아와 보니 집안에 놓아둔 모든 화분이 시들고 말라있었다. 그간 안해마저 출장가다보니 오래동안 사람손이 닿지 않아 화분들이 가냘프게 죽어가며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모든 화분들에 물을 담뿍 주며 불쌍한 화분들이 어젯날의 생기를 되찾을수 있기를 바랬다. 이튿날에 보니 생명력이 강한 선인장, 알로에, 철죽나무  등은 물기를 담뿍 먹고 그젯날의 생기를 되찾았으나 국화, 란초, 방울꽃 등  생명력이 약한 화분들은 회생의 한계를 초월했는지 그냥 꼴기를 추지 못하고있었다.

이튿날, 사흗날에도 물을 담뿍 주었으나 그상이 장상이였고 안타깝게 더 말라만 갔다. 별수 없이 뿌리를 파보았더니 웬걸, 뿌리가 이미 말라있었다. 그러기에 아무리 물을 주어도 쓸모없었지. 여러해 키운 정다웁던 화분들이 한번의 실수로 말라버린것이 아쉬웠지만 뿌리채로 뽑아버리지 않을수 없게 되였다.  혹 일이 바빠 제때에 물을 주지 못해 얼마간 시들었을 때에도 인차 발견하고 제때에 물을 주면 아무런 불평없이 금방 싱싱해지며 반주그레 웃음짓는것 같던 화분들이 뿌리가 마르니 아무리 물을 주어도 소용없었다. 아니, 물이 아니라   뜨문히 보약삼아 주던  뜨물이나 우유를 줘도 죽은 아이 자지 만지기였다. 그저 갈증에 애처롭게 죽어간 그것들을 제때에 <구급>해 주지 못한것이 후회될뿐이였다. 나는 말라버린 화분의 뿌리를 안타까이 살펴보다 문득 화분가꾸기가 민족문화키우기와 같은 도리 아닐가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였다.

개혁개방이후 시장화의 충격으로 우리의 민족문화는 장기간 새로운 뼈아픈 진통에 모대기였다. 지난 한시기 이곳에서는 인구가 적고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변강 소수민족지구의 특정을 념두에 두지 않고 인구가 많고 경제가 발달한 대도시의 시장화의 모식을 그대로 옮겨와 개혁한답시고 우리 민족의 신문출판, 문화예술을 모두 시장에로 내몰아 력차의 정치운동중에서 어렵게 지켜내고 키워낸 우리의 민족문화가 또다시 시장경제의 폭풍취우속에서 허둥대고 시달리게 만들었다.

공익성을 띤 많은 민족문화사업단위에서 로임을 제대로 내줄수 없었고 출판인쇄비용을 해결할수 없었으며 남들은 식은죽 먹기로 분에 넘치게 하는  복리대우같은건 화려한 그림의 떡 보기였다. 재직인원이나 리퇴직인원이나 새우껍질같은 로임봉투를 받아들고 모두가 망연자실하였다. 경제적지위가 떨어지니 사회적지위마저 납작해져 지난날 대학생들의 이마도 땡땡 튕겨가며 받아들이던 민족문화사업단위에서 이젠 굽썩굽썩해도 오는 인재를 찾기 어려웠고 제발제발해도 가는 인재를 잡아둘수 없었다. 비단옷으로 몸을 가리기는 고사하고 입에 풀칠하기 위하여 발버둥칠수밖에 없었다. 한 로시인은 어느 좌담회에서 탄식하며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40여년전에 공무원들의 평균 로임이 40원좌우일 때 신문이나 잡지에 시 한수 발표되면 원고료 10원을 받아 국수 33그릇 살수 있었다.(그때 국수 한그릇에 30전이였음) 그런데 지금 시 한수 발표되면 많아야 원고료 30-50원밖에 받지 못하는데 국수 서너그릇밖에 살수 없다.(지금 보통국수 한그릇에 12원임) 국수값은 40배 올랐지만 원고료는 겨우 서너배 오른셈이다. 뼈를 갈아내는듯한 작가들의 로동이 이처럼 존중받지 못하고서야 어찌 민족문화가 발전할수 있겠는가. 그저 지나치는 말로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였다’.

결손기업이 제품을 생산할수록 결손액이 늘어나는것처럼 지금의 작가들도 창작을 많이 할수록 <결손액>이 늘어나는 형편이다. 전직작가가 없는 지금 작가들이 본직업에 종사하면서 남들이 다 노는 명절과 휴가일을 리용하여 <열달잉태로 배아프게>낳은 창작품을 책으로 만들려면 원고료를 받지 못할뿐만아니라 도리여 자기의 반년좌우 로임을 떼내여 출판비를 해결해야 하니 부자가 아닌이상 누가 이런 밎지는 장사를 많이 하려 하겠는가. 작가들의 원고료가 낮고 책을 출판하기 어려운 문제만이 아니다. 민족문화사업을 이끌어나가야 할 민족문화사업단위들의 사업비용도  뿌리마른 나무 자라기다. 규모가 크고 관할 범위가 넓은 어느 한 민족문화사업단위의 일년 행정사업비용이 30여년전의 3만원이 지금도 그 3만원이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달아 오른 지금에 그 돈으로는 일상 판공비용도 안되는데 정상적인 민족문화행사를 벌린다는것은 꿈에 황제보기이다. 혹 꼭 해야 할 민족문화행사를 벌리려면 체면이고 존엄이고 다 버리고 가는곳마다 구걸하며 거지행색을 해야 한다.

경제는 해마다 몰라보게 발전하고 재정수입도 해마다 대폭도로 늘어난다는데 왜 민족문화사업에 대한 투자는 한푼도 늘어날줄 모르는가고 민족문화일군들은 몹시 안타까워했다. (물론 경제건설재투자와 민생문제 등에 돈쓸 일이 많겠지만)우리의 민족문화는 1997년에 시장화로 내몰려서부터 이젠 장장 10년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의 민족문화는 어떻게 변하였는가? 다른 형제민족지구에서 해마다 투자를  늘여 자기의 민족문화를 춰세우고 발전시킬 때에 우리 이곳에서는 민족문화의 <젖>을 뗀다고 야단이였다. 그로하여 객관적여건으로 근본 시장화운영을 할수 없는 공익성을 띤 많은 민족문화란 <화분>은 <물>을 제때에 먹지 못하여 시들대로 시들었고 지어 일부 전통적인 민족문화란 <화분>은 <뿌리>까지 말라들어 만구할래야 만구할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전에는 많은 전통적인 민족문화가 다른 형제민족들보다 훨씬 앞서갔으나 지금은 많은 민족문화가 뒤떨어졌거나 뒤떨어져가고 있다.  가슴 아파도 어지간히 아픈 일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시장경제의 충격으로 날로 많은 조선족들이 대도시로 외국으로 떼를 지어 나가고 갈수록 많은 조선족학교들의 문이 닫겨지고 고유했던 민족문화진지들이 하나하나 소실되여 가고 있을 때에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여도 민족문화를 언제까지 지켜낼지 모를 일인데 워낙 요기밖에 되지 않던 <젖>마저 뗀답시고 사정없이 시장화에로 채찍질하며 시장은 눈물을 모르니 죽고사는가는 너절로 알아서 하라 했으니 기막힌 노릇이 아닐수 없었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민족문화가 총체적으로 발전했느냐, 답보했느냐, 퇴보했느냐를 두고 각자의 서있는 위치에 따라 평가도 각의하다. 하지만 실천속에서 달고 쓴맛을 볼대로 본 민족문화단위와 인민대중의 평가가 진실한 평가가 아닐가 생각된다.

문화는 일종 민족의 령혼이며 혈맥이기도 하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문화는 한 나라, 한 민족을 진흥시키는 중요한 구성부분으로 되고 있으며 또한 경제사회의 전면발전을 추동하고 인류사회의 진보와 문명을 추진하는 정신적지주이며 동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지난해 많은 국가급 전문가들이 연변에 모여와 연변의 경제발전전망을 진맥할 때에 거의 모두가 연변이 경제발전을 가속화하자면 전국에 둘도 없는 특색있는 조선족문화를 춰세우는것으로 경제건설을 이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것도 바로 이 도리가 아닌가싶다.

문화적정신이 일단 인민대중에게 장악되면 무궁무진한 생산력으로 물질적 힘으로 전환될수 있으며 경쟁력을 높이고 흡인력을 증강하며 응집력을 형성하고 키울수 있다. 문화가 메마르면 정신적지주가 결여하게 되며 호주머니에 돈이 가득 차있어도 국민의 자질이 높아질수 없으며 세계적문명과 접궤될수 없는것이다. 경제발전과 문화발전을 대립시키는것은 무지몽매한 사유이다. 몽매한 사유는 무지한 결책을 낳게 한다. 시장경제시대에 들어선후 민족문화부문을 돈만 허비하는 쓸모없는 부문으로 간주하거나 민족문화발전을 위한 투자를 경제발전을 저애하는 부담으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회문명발전과 10만 8천라나 떨어진 너무나 어리석은 사유가 아닐수 없다 문화발전을 홀시하는 민족은 영원히 남에게  없신받기 마련이며 문화발전을 중시하지 않는 나라는 영원히 락후해질수 밖에 없는것이다.

17차당대회에서 호금도총서기는 사회주의 문화건설의 새로운 고조를 일으키며 전 민족의 문화창조활력을 격발시켜 인민들의 기본적문화권익이 보장받도록 할것을 호소하였다. 이는 중앙에서 경제발전건설과 더불어 문화발전건설에도 크낙큰 중시를 돌리고 있음을 표징하며 이는 또한 전국의 소수민족문화사업발전에도 새롭고 더욱 높은 요구를 제기한것으로 된다. 이에 발맞춰 중앙 여러 해당부문에서는 공동으로 공익성을 띤 소수민족신문출판사업은  정부적차원에서 보호하고 부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민심을 고무하는 정책을 륙속 제정하고 시달하고있다. 이는 그야말로 설중송탄이요 가물의 단비가 아닐수 없다.

얼마전에 주당위와 주정부에서도 50여년래 처음으로 전 주 민족문화사업회의를 성대히 거행하고 민족문화사업을 좋게 신속히 발전시킬데 관한 방침과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날 생존을 위한 갈림길에서 몸부림치던 우리의 민족문화를 보다 좋고 빠르게 발전시킬수 있는 절호의 환경과 기회로 됨은 의심할바 없다. 우리는 또 하나의 문화의 새 봄을 맞아 조화로운 문화환경을 적극 구축하며 부단히 개혁하고 창신하며 우리 민족문화의 새로운 발전의 서막을 열어가야 할것이다. 민족문화의 발전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훌륭한 정책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동심협력하여 꾸준히 노력한다면 우리의 민족문화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발전력사를 창조하게 되리라는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2008년 연변문학 제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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