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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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장기들의 반란 (허룡석)
2011년 02월 02일 11시 35분  조회:1443  추천:96  작성자: 허룡석


[단편소설]


장기(内脏)들의 반란


허룡석

 


1

“나는 뇌장이다. 위장, 간장, 취장 등 5장6부는 주의하여 들으라, 오늘 저녁에도 주인님께서 술초대에 나가시게 된다. 무슨 개발상인가 하는 부자가 청한다는데 또 벼락술을 마실것 같다. 각 부서에서는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주인님이 마시는 술과 음식물을 잘 받아들여 실수없이 해독하고 분해하도록 하라. 들었는가?”

“예ㅡ. 알겠습니다.”

5장6부들은 무거운 어조로 대꾸했다.

그런데 간장이 볼부은 소리를 했다.

“여보시우. 뇌장님. 오른저녁 초대를 미루면 안되겠습니까? 저도 술을 해독할 시간을 가져야지 날마다 끼니마다 이렇게 도수높은 술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려오면 젠들 어떻게 삐쳐내겠습니까? 생체원리대로라면 저두 한번 술해독을 한후에는 3,4일간 휴식해야 하는건데…”

“그건 나도 방법이 없다. 우린 주인님만 믿고 사는 장기들이니 그저 주인님의 처사를 따를 뿐이다. 주인님이 어떠한 일들 하시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주인님을 보호하고 편하게 해드리는것뿐이다. 그러니 군소리들 말고 맡은바 준비들이나 잘해두라.”

“예…”

간장은 풀이 죽어 두덜거렸다.

“주인님도 너무 하셔. 당신 몸두 좀 돌보셔야지 남들이 청하는데는 다 가서 술을 죽도록 마시니 나만 피곤하잖아.”

곁에 있던 위장이 그 말을 받았다.

“누가 아니래. 당신만 피곤한게 아니라 나두 죽을 지경이라네. 자네는 물같은 술을 해독하느라 고생이라지만 나는 굳고 무른 음식물들을 모두 제시간에 소화시켜야 하니 내 고충 누가 알겠나. 그것두 주인님은 고기요, 갈비요, 발쪽이요 하는 굳은 음식만 즐겨드시니 내 힘이 곱절 더 들어야 할게 아닌가. 그냥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는 나두 피곤해 쓰러질것 같아.”

“우리 주인 잘못만난것 아닌가? 술 적게 마시거나 안 마시는 주인 만났다면 우리두 덜 고생할건데?”

“하긴 그래. 하지만 주인님도 일반 과원으로 계실 때에는 되려 우리가 썰썰해서 주인님이 어데가 고기점라도 실컷 자셨으면 하지 않았나…”

“그땐 그랬지. 그러던것이 과장이 되고 부국장, 국장이 되고 부시장이 된후부터 우리가 써야 할 부하가 날따라 초과되여 늘 부담을 느꼈지…”

“인간세상이란 그런가 봐. 모두가 제 리익을 위해서 서로 청해가고 청해오니 사실 주인님두 얼마나 바쁘시겠어.”

“안 가시면 되잖아?”

“어떻게 안 가셔? 웃어른이 부를 때는 만사를 제쳐놓구 가야 하구 아래 사람이 청할 때는 바쁜척 하면서 마지 못해 가는척 하시지. 웃어른이 권할 때는 잘보이기 위해 래일은 죽어두 오늘은 마셔야 하구 아래 사람이 권할 때는 아니아니 하면서도 흥에 겨워 즐거워서 정신없이 마시구. 또 그런 자리에 가야 돈인지 그림딱진지 하는것두 뭉테기루 생기지 않아. 우리 보기엔 숱한 때가 더덕더덕한 종이쪼박을 주인님은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그것두 빨간 종이쪼박보다 퍼런 종이쪼박 더 좋아하시잖아. 이래저래 그저 죽어나는건 그런 종이쪼박두 쓸줄 모르는 우리 5장6부 형제들뿐이지 후…”

“그러게. 우리야 어쩌겠어, 뇌장님 말씀마따나 우린 주인님께 붙어사는 장기들이니 주인님이 하시는 대로 따라 할수 밖에…”

“하지만 주인님도 우리 장기들을 믿고 사신다는걸 아셔야 할텐데…우리 장기들중 어느 하나가 잘못돼두 주인님두 인간들이 쩍 하문 말하는 뭐 칼인지 맑슨지 하는 사람 보러 가셔야 할테니…”

지구급시인 변강시 부시장 장개국은 오늘 저녁에도 이 지방에서 이름있는 개발상인 고숭래의 초청을 받아 이 시의 유일한 5성급호텔인 <성달호텔>에 가게 되였다. 그는 또한 이 지방에서 이름난 전국 <5.1메달> 획득자이고 성로력모범이며 지구 우수공산당원이기도 하다.

변강시에서 시정건설을 책임진 부시장인 장개국은 이 시의 실권파 인물로서 그의 말 한마디면 몇백만, 몇천만원이 왔다갔다 한다. 하기에 많은 기업인과 개발상들이 종지눈이 되여 그의 희노애락을 살피며 주위에서 맴돈다. 터치는 돈보라의 대권을 쥐고 있는 그는 화장실에 갈 때에도 대지네밭의 씨암탉마냥 꿋꿋이 어깨를 살구며 다닌다. 하지만 능력있는 사람 잘난 이 없고 잘난 사람 돈 잘 버는 이 없다더니 그의 생김새만 보면 그런 실력파라는 믿음이 도무지 가지 않는다. 얼굴은 꼭마치 시골집 뒤뜨락에서 장독사이를 비집고 자란 되호박처럼 균형이 억망이여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가 이 시의 모모한 부시장이라는것이 마치 벌거벗고 칼을 찬듯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했다. 이마는 조롱박처럼 불쑥 삐여져나왔고 볼은 홀쪽하니 들어갔으며 가느다란 목은 속에 참대를 꽂아놓았는지 피줄인가 힘줄인가 유표하게 튀여져나와 있었다. 얼굴형태가 마치 어깨우에 조롱박을 꺼꾸로 세워놓은듯 했다. 하여 사람들은 그의 앞에서는 허리를 굽실거리며 “시장님, 시장님.”하고 개여올리지만 허리만 펴면 뒤에서 그를 <장조롱박>이라고 조롱했다. 생김새는 지도간부들치고 우아하게 생기지 못했지만 그는 우아하게 생긴 국장들보다 더 우아하게 받들려다니며 초대에 초대가 이어졌다.

어제 저녁에도 ㅋ국에서 온 외국상인의 초청을 받아 술을 적지 않게 마셔 아직도 알딸딸한 <장조롱박>였지만 지방의 부자들이 청할 때면 언제나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지방부자들이 외국상인들보다 훨씬 더 손이 크게 놀고 기분에 맞게 청하기 때문이였다. 외상들이 청할 때면 공식적으로 청하며 술대접이나 할뿐 아무 먹을알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귀찮은 요구는 거지발싸개보다 더 길었다. <장조롱박>은 투자도 많이 하지 않은 외상들이 청할 때면 개배때기라도 찰수 없어 그저 공식적으로 응부할뿐 지방 부자들이 청할 때처럼은 즐겁지가 않았다.

오늘 저녁에도 변강시에서 이름난 개발상인 고숭래가 자기 회사 판공실 직원들인지 뭔지 하는 미녀들까지 데려다 배동시킨다니 <장조롱박>은 벌써부터 마음이 조롱조롱 들떠있었다.

 벤츠표 승용차가 호텔앞에 이르러 칙 멈춰서자 <장조롱박>은 유표한 <조롱박>부터 내밀며 차에서 점잖게 내렸다. 그리고는 카리스마있게 손을 저어 200여만원 되는 고급승용차를 보냈다.

적어도 10년은 물에 엎어놓았는지 퍼질대로 퍼진듯한 절구통같은 몸집에 옷가지들을 대수 걸쳐놓은것 같은 고숭래가 미인 둘을 데리고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급급히 마중하였다.

“장시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사무 바쁘신데도 모처럼 찾아주셔 대단히 영광입니다”

고숭래는 실팍한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두손으로 <장조롱박>의 손을 공손히 잡았다. 그리고는 미니스카트를 입은 성감이 톡톡 튀여나는 미인 둘을 <장조롱박> 앞으로 내세웠다.

“이 분은 내가 늘 말하던 우리 변강시에서도 실력가이신 장부시장님이시야. 이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회사가 오늘처럼 발전할수가 없었어. 그러니 오늘저녁 최선을 다해 잘 받들어모셔야 해.”

“녜. 알겠어요. 잘 받들어 모실게요.”

미인 둘은 함박꽃같은 미소를 머금으며 두손을 공손히 모아쥐고 얌전히 허리굽혀 인사했다. 허리를 굽히니 아래로 깊숙히 패인 깜장 패션속에서 하얗고 탐스러운 젖무덤들이 터질듯말듯 바람을 불어넣은 고무풍선마냥 쌍쌍이 드리워져있었다. 미니스카트는 어찌나 짧은지 허리를 굽히니 뒤쪽으로는 손가락 한개 너비만큼한 빠알간 미니팬티가 환히 드러났다.

“장시장님, 이 미녀들은 저희 회사 판공실 직원들입니다.”

그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데다 체격까지 미끈하게 쭉 빠지고 성숙미가 자르르 흐르는 30대초반의 녀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는 저의 판공실주임 애나입니다. 오늘저녁 시장님의 모든 초대는 애나주임이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어요.”

애나는 애교다분한 눈길로 <장조롱박>을 쳐다보고는 허리를 곱삭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정쩡해졌다. 개발상들이 요란스레 떠받들고 무서워하는 그 신비한 우상이 바로 이 조롱박같이 생긴 사람이란 말인가? 그녀는 “어마나. 보다보다 별 우습게 생겨먹은 간부 다 보네.” 하는 생각이 들며 저도 모르게 캐드득 웃음이 나왔다. <장조롱박>을 보는 순간 그녀는 이런 신비한 우상이 꾸며지고 만들어지는 단순한 리치와 비밀을 깨달은듯 했다. 하기야 뚜꺼비같은 사람도 벼슬자리에 앉혀놓으면 못생겨 보일 사람 어디 있을가.

<장조롱박>은 그 미녀의 아래위를 뜯어보았다. 올록볼록 곡선미가 두드러지고 보동보동한 몸매, 닭알모양의 갸름한 얼굴, 반달같이 휘우듬한 눈섭, 웃는듯 마는듯 애교가 찰찰 넘치는 한쌍의 눈이 가을하늘이 비낀 맑은 호수물마냥 그윽했다. 어찌나 이쁘고 성감있게 안겨오는지 부국장, 국장, 부시장으로 15년간 관청바닥에서 뒹굴어오며 이 시가지에서 노는 계집이란 계집은 거의 다 찍어서 맛을 본 <장조롱박>이였지만 이런 봉은 처음 손에 쥐여보는듯 했다. 그녀의 뛰여난 자색과 초연한 몸가짐이 녀인들의 루주냄내로 진동하는 <장조롱박>의 목에서 벌써부터 겨불내가 일게 하였다.

“어허, 고경리가 판공실에 언제부터 이런 미녀들을 감춰두고 있었는가?”

<장조롱박>은 유혹스러운 미녀들의 성감적인 몸매에서 눈을 떼며 파워있는 간부답게 어험어험 건가래를 떼였다.

“초빙한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자, 올라 가시지요. 잘 모셔드려.”

미녀 둘이 량켠에서 <장조롱박>의 팔을 잡고 허리를 비비꼬며 층계를 올라갔다. 보동보동하고 새하얀 기둥허벅지까지 다 드러낸 미니스카드가 풍만한 엉덩이를 가릴듯 말듯 몸의 률동에 따라  달싹인다. 그 스카드바람을 맞으며 고승래가 허둥대며 그뒤를 바싹 쫓아올라갔다.

호화롭게 장식한 3층 <아미청>앞에 이르자 고승래가 앞에 나서며 몽통한 팔에 달린 밥주걱같은 손을 펴드렸다.

“자, 여기로 들어가시지요.”

<장조롱박>이 들어가보니 안에는 녹나무로 만든 둥근 고급식탁만 있을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치미를 뗐다.

“아직 올 사람들이 다 안왔는가?”

애나가 제꺽 그 말을 받아 금방 쥐잡아먹고 온듯한 빨간 입을 나풀거렸다.

“아니, 우리 넷뿐이예요. 사람이 많으면 분주하기나 하지요. 자, 이쪽에 앉으세요.”

애나는 <장조롱박>을 안쪽에 모시고 자기가 그 옆에 사뿐 앉았다.

절구통같은 고승래가 맞은켠에 뚜꺼비처럼 들어앉고 얌전을 빼는 미인 하나가 그 옆에 붙어앉았다.

고승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커다란 가방안에서 책묶음같은것을 들었다 놓으며 장<조롱박>을 흘끔 쳐다보았다.

“연구생학력을 가지신 장시장님께서 책보시기 즐겨하시는줄 알고 제가 어제 서점에 갔던 걸음에 근간에 나온 좋은 책 몇권 골라왔습니다. 시간 나실 때 종종 번져보시지요”

<장조롱박>은 그 <책묶음>이 무엇인지를 다 짐작하고 있었으나 짐짓 모르는척 하였다. <장조롱박>은 사업하는 한편 모 중점대학 경제학부 연구생공부까지 했다며 찬란한 연구생학력까지 버젓이 가지고있었다.

“뭘 그런 념려까지 다 하나. 책은 나절루두 잘 사보는데.”

고승래가 규례를 타파하고 술마시기전에 <책묶음>을 자기에게 보여주는것은 술맛을 돋구고 자기를 하루밤새에 삶아놓자는 심사임을 <장조롱박>은 인츰 알아차렸다.

료리들이 련달아 들어왔다. 제비집, 웅장, 전복, 상어지느러미 등 모두가 값이 엄청 나가는 고급료리들이였다. 일개 백성들은 평생을 살아도 눈요기초차 할수 없는 산해진미였다. <장조롱박>도 남들이 받들어 모시는 지구급시의 부시장을 5년째 하면서 숱한 술대접을 받아보았지만 고급료리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오르는 초대는 많지 않았던이였다. <책묶음>을 보여주고 미녀들을 붙여주고 고급료리를 무더기로 올리는것을 보아 저 자식 자기한테 큰 부탁이 있음을 <장조롱박>은 속으로 짐작했다. 저 자식두 개발구 동쪽켠의 그 땅을 욕심내는건가? 지금 개발상들이 그 땅이 욕심나 저마다 느침을 한발씩이나 흘리며 어떻게 하면 자기손에 후무려 넣을가고 고심하고 있는터였다. 손안에 있는 권력으로 그 땅을 누구한테 주느냐는 <장조롱박>에게 있어서 수양딸을 며느리로 삶는것처럼 손쉬운 일이였다. 또한 리속으로 따져도 누구에게 주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였다. 그저 떡함지 큰쪽에 떡을 던져주면 그만이였다. 임기가 바싹 쫓아오는 때에 뒤가 어찌 될지 모르니 사전에 그 땅을 처리해버리려는것이 <장조롱박>의 안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관청에서 구을대로 굴러온 <장조롱박>은 이런 초대는 례상사라는듯 미녀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내지 않고 대연자약하게 앉아있었다.

애나는 시중들려는 복무원아가씨에게 작은 잔들을 들려 내보내고 자기가 <장조롱박>앞의 맥주고뿌에 모태주를 꾸룩꾸룩 넘쳐나게 부었다. 고승래의 고뿌와 그 옆의 미녀의 고뿌에도 골똑골똑 부었다. 자기 고뿌에는 절반을 부었다.

 그걸 보고 뇌장이 놀라 부르짖었다.

“난 뇌장이다. 각 부서에서 주의하라. 비상상황이다. 지금 주인님이 처음부터 모태주를 큰고뿌로 들이마실 작정이다.  5장6부는 만부하를 기하고 대기하라.”

5장6부들은 끔쩍 놀랐다. 전에는 그래도 처음에는 작은 잔으로 마시다 흥이 나면 큰잔으로 바꾸었는데 오늘저녁은 처음부터 큰고뿌라니. 주인님께서 우리 장기들을 염병에 걸려 쓰러뜨릴 잡도리신가? 주인님이 제발 미녀들의 간살에 넘어가지 말아야겠는데

고승래는 오늘저녁 모든 초대권리를 과연 애나에게 맡겼는지 애나가 첫 고뿌를 들고 일어섰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시에서 명성이 하늘같으신 장시장님을 만나뵙게 되여 아주 영광을 느낍니다.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초면이라 저는 장시장님의 길고 짜름을 잘 모르고 시장님도 저의 깊고 옅음을 잘 모르시니 이렇게 합시다. 제가 절반쯤 벌릴터니 시장님은 다 들어가 주세요 (因为初次见面, 我不知领导的长短,领导也不知我的深浅。这样吧,我半开,领导全进。”

그리고는 <장조롱박>의 고뿌아래에 대고 짤랑 소리나게 치더니 자그마한 빨간 입을 벌리고 자기가 먼저 꼴깍꼴깍 굽을 냈다.

이것은 또 무슨 권주법인가? 여태껏 미녀들의 술을 숱해 받아마셨어도 이렇게 말속에 화끈한 불씨를 심어가며 쌍층 의미로 술을 권하는 미녀는 보지 못하였다. 이 계집은 여간내기가 아닌것 같았다. 오늘저녁 술뒤끝에 맛있게 삶아먹고 지져먹을만한 계집이였다. <장조롱박>에게는 이런 톡톡튀는 계집이 더 흡인력이 있었다.

“그래, 나두 초면이라 애나의 깊고옅음을 잘 모르지만 애나가 이미 반쯤 벌렸으니 내가 힘써 다 들어가지.”

<장조롱박>은 이렇게 우스개로 말을 받으며 큰고뿌를 입에 대고 꿀꺽꿀꺽 단숨에 다 들이켰다.

“잘한다. 잘한다.”

모두들 좋다고 박수를 쳐댔다.

“아이고 시장님. 정말 주량이 대단하시네. 시장님이 단꺼번에 다 들어오시니 제가 다 시원해나네요.”

애나가 <장조롱박>의 얼굴에 키스를 해대며 쫑알거렸다.

<장조롱박>은 벌써 흥분했는지 전에없이 이번에는 자기가 친히 술병을 찾아 집어들었다. 그는 애나의 고뿌에 술을 부으려다 고승래네가 헤 웃으며 박수만 치는것을 보고 눈을 치떴다.

“우리만 마시게 하구 자네는 안 마실 작정인가?”

고승래는 그제야 제 정신이 든듯 급급히 고뿌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곁의 미녀에게 눈짓하며 황소 뜨물 켜는듯한 소리를 내며 삽시간에 고뿌를 비웠다. 곁의 미녀도 고뿌를 사뿐 들고 고개를 개웃하며 쪼르륵 굽을 냈다. 고승래와 미녀는 빈잔을 <장조롱박>앞에 꺼꾸로 내들었다.

“음, 그래야지 이번에는 내가 친히 부을거야. ”

<장조롱박>은 애나의 고뿌에 술을 넘쳐나게 부었다. 애나의 두 눈이 올롱해졌다. 고승래와 그 곁 미녀의 고뿌에도 가득 채웠다. 고승래는 두눈이 휘둥그래서 친히 술을 따르는 <장조롱박>을 놀랍게 쳐다보았다. 자기네 개발상들 가운에서는 염라대왕으로 불리며 받아마시기만 하고 언제 술 한번 부은적이 없던 저 사람이 미녀들 앞에서는 저렇게 육초먹은 강아지노릇을 할 때도 있는가? 보아하니 저 염라대왕에게 자갈을 물려 휘여잡을수 있는 사람은 미녀들밖에 없을것 같았다. 오늘 성감이 톡톡 튀는 <육탄>을 면바로 준비한것 같았다. 제 죽을줄 모르고 <과녁>이 지금 저절로 그 <육탄>쪽으로 활개치며 다가오고 있지 않는가. 고승래는 웃음주머니가 흔들흔들했다.

“자, 이번에는 내가 권하지. 나도 이젠 애나의 깊고옅음을 알았구 애나두 나의 길고 짧음을 알았으니 이번에는 애나두 다 벌리구 나두 승승장구로 들어갈거야. 어때?”

“그럼 저야 좋지요.” 애나는 허리를 비비꼬며 일어섰다.

“자, 애나 먼저 들지.”

“녜? 제가 먼저 들어요?”

“아하, 애나가 먼저 벌려야 내가 들어갈거 아닌가?”

“녜ㅡ, 알았어요.”

애나는 고뿌를 들고 이번에는 입을 벌리고 마시는것이 아니라 고뿌를 오른쪽 입귀에 대더니 발정난 암쥐의 신호인양 <찌르르ㅡ찍ㅡ찍”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단숨에 술을 다 마셔버렸다. 저런, 정말 보통년이 아니군. <장조롱박>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탄복해마지 않았다.

맞은켠에 앉은 두 사람이 잘한다고 응원하며 박수를 쳐댔다.

“이번엔 내가 해버리지.”

<장조롱박>은 <조롱박>을 뒤로 젖히더니 고뿌를 <조롱박아구리>와 둬뼘 높이 되게 들고는 <아구리>를 짝 벌리고 조롱박에 술을 붓듯 술을 그대로 쏟아넣었다. 술은 꾸르륵 소리와 함께 한방울도 랑비없이 단꺼번에 다 들어갔다. 역시 술판의 로장이였다.

“얼씨구ㅡ절씨구.”

맞은켠의 두 사람이 또 박수를 쳐대며 잘한다고 침방울을 튕겼다.

<장조롱박>이 벌써 흐릿한 눈길로 애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잘 들어가지?”

“정말 잘 들어가네요. 우리 시장님이 들어가는데는 선수인가 보네요?”

애나는 이렇게 쫑알거리며 <장조롱박>의 가느다란 목을 꼭 끌어안았다. 저걸 어쩌나? 가느다란 목이 금방 뚝 부러져 <조롱박>이 굴러떨어질가봐 곁에서 보는 사람이 다 아찔해 났다. <장조롱박>도 체면이고 체신이고 다 버리고 애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엉덩이를 만지며 키스를 해댔다. 꿩이 묏구렁이 보면 날지 못한다더니 아릿다운 미녀를 곁에 두고 있으니 밤을 새울 잡도리였다.

술좌석이란 예로부터 남녀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다 서로 통하는것이 있고 보면 량반이요 쌍놈이요 하는 가면은 저절로 벗어지고 남자와 녀자의 몸뚱아리만 남는것이다. 거기에다 더 열이 오르고 흥이 나면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고 술상이 기생집 오입상이 되는것이다. <장조롱박>도 아무런 조미료없이 날것대로 먹어도 비리지 않을것 같은 미녀를 곁에 두고 보니 우사모를 벗어 구석에 처박은지 오랬다.

뒤이어 고승래가 권하고 그 곁에 앉은 미녀가 잇달아 권하다보니 모두가 얼근하여 남녀구별이 없이 안고 만지고 키스하고 한덩어리 두덩어리 되여버렸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먹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먹다보니 세상이 녹두알만해져 이런 즐거움이 따로 없었다. 예로부터 차물이 풍류를 이어주고 술이 색을 맺어준다더니 남녀간의 눈빛에서 전기가 오가고 그러다 언젠가 고압전기가 찡찡 통하기는 시간 문제였다.

처녀총각이 함께 일하면 힘드는줄 모르고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더니 그들이 음탕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탕개를 풀어놓고 먹고 마실수록 <장조롱박>의 장기들은 정상적 질서가 파괴되여 온통 혼란에 빠졌다.

“52도 모태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오니 이거 난리가 아니야ㅣ 어이, 간장 술해독을 좀 다그치라구. 나만 바쁘지 않나.”

“나두 지금 죽을 지경이라구. 어제 술두 채 해독하지 못했는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어이 위장, 알콜을 급급히 나한테 밀어버리지 말구 위장에서 좀 더 지체시켜 주게”

“나야 처리해야 할게 어디 알콜뿐인가. 보라구 오늘은 웅장이요. 전복이요 제비집이요 하며 전탕 소화시키기 어려운 물건짝들만 쓸어들어 오지 않나. 나두 눈코 뜰새 없다구. 위액두 몇곱절 방출해야 하니 정신이 없네. 해정이나 빨리 되게 콩나물국이나, 조개국이나. 추어탕이라두 좀 드실것이지, 오이라두 괜찮겠는데 나원…어이 간장, 소화를 돕게 담즙을 좀 더 내보내라구 담낭을 재촉하게…그리구 취장, 어이 취장.”

“녜. 듣고 있습니다.”

“자네두 인슐린을 좀 부지런히 소장에 공급해서 내가 내려보내는 음식물들을 빨리  분해시키도록 하게.”

“녜. 그러잖아두 화장실에 갈 사이두 없이 제가 해야 할 직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위장, 간장, 취장은 서로 찧고쪼으며 분주히 제 직책을 다 하느라 복새판을 벌렸다. 이젠 하루이틀도 아니고 장장 15년간이나 날마다 이처럼 초긴장상태에서 작업하다 보니 장기들도 이젠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나는 뇌장이다. 주의하라. 주인과 손님들이 이미 세병을 다 마셔버리고 네병째 올라왔다. 위장, 간장, 취장 아직도 받아당할만한가?”

“아이고 뇌장님 좀 주인님께 신호를 보내 술을 절제하게 해주십쇼. 이젠 정말 받아당하기 어렵습니다. 위액분비가 따라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위장이 얼굴이 창백해서 아우성을 쳤다.

“뇌장님, 저도 늘 초부하로 일하게 되면 얼마 삐칠것 같지 못합니다. 그러잖아도 지금 분해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제가 하루에 분해할수 있는 알콜 최대량은 80그람인데 날마다 이렇게 500그람, 800그람씩 들어오니 제가 어찌 받아당하겠습니까.  제발 저희들 살펴도 좀 봐 주십시요.”

간장도 얼굴이 빨개서 하소연했다.

“그리구 저의 임무는 질병을 방비하고 사악한 세균들과 싸우며 주인님의 건강을 지켜드려야 하는데 날마다 알콜해독에 정력을 팔다보면 어느 구석에서 무슨 사달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간장은 너무 안타까와 울상을 했다.

“당신들의 고초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로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주인이 술에 취해 감각이 무뎌지면 내 신호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아까 올 때에 내가 신호를 드리니 오늘은 적게 마셔야지 하던 분이 지금 미녀들의 간살에 넘어가 이미 자아공제능력을 잃어버렸다. 우린 그저 최선을 다해 받아당하는 수밖에 없다. 주의하라. 지금 미녀가 또 고뿌에 술을 따른다…”

위장과 간장은 다투다가도 또 술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자기들이 지휘할수 있는 부문들에 경보를 울려주며 초긴장을 했다.

이때 난데없이 식도가 고함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뇌장님, 주인님더러 또 술을 드시기전에 랭수도 좀 마시라 하십시요 술만 마셔대니 식도에 불이 붙을 지경입니다요…”

“자네같은 식도야 무슨 바쁠게 있다구 소리 지르는가. 술과 음식이 그저 지나가면 그뿐이겠는데…”

위장이 비꼬았다.

“모르는 소리는 하지두 마시우. 술이 위장에 이르기전에 20% 알콜은 내가 흡수합니다요.. 내가 모르는척 그저 넘겨버리면 형님네는 더 큰 고생을 해야 될겁니다…”

“식도두 알콜을 흡수한다는 소리는 듣다 처음인데…하여간 수고하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모두 함께 난리를 겪구있군…”

“뇌장님 나는 페장입니다. 주인님이 술마시며 말씀이라도 좀 많이 하시게 하십시요. 이젠 입을 꾹 다물구 술만 드시니 알콜해독이 어려워집니다…”

“저건 또 누구 소리야? 자기두 알콜해독을 한다잖아?”

간장이 위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페장이라잖아? 그런데 어떻게 자기두 알콜해독을 한다구 저 야단이지?”

위장이 모를 소리라는듯 페장에게 소리쳤다.

“어이 페장, 호흡을 책임진 당신이 무슨 바쁜 일이 있다구 우리와 함께 덩달아 고아대는건가?”

“주인님이 말씀을 좀 많이 하셔야 알콜해독이 빨라져 자네들 부담이 덜어질게 아닌가? 자네들만 알콜해독을 한다구 생각지 말게. 나두 호흡으로 20% 알콜해독은 한다구. 그래서 인간들이 어떤 치는 말로 술을 깬다지 않나?”

“뭐? 당신두 알콜해독을 한다구? 그러면 우리는 진짜 한 전호속의 전우들이군. 하여간 수고들 하네.”

그뒤로 술이 계속 쏟아져내려오는 통에 장기들은 더는 찧고 쫗고 할 사이가 없이 주물럭거리고 분비물을 내뿜으며 맡은바 직무에 충성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남녀 넷이서 모태주 네병을 마시고 나니 모두 녹초가 되였다. 그중에서도 <장조롱박>이 흥에 겨워 부어주는 술을 번번이 다 받아마시다보니 누구보다도 많이 마셨다.

아직도 정신이 꽤나 똘똘한 고승래가 애나에게 말했다.

“시…시장님을 10…10층에 있는1085방에 모시구 올라가.”

애나도 술에 많이 취했는지 얼굴이 해쓱하여 혀꼬부라진 소리를 해댔다.

“자…장시장님…아니…조…조롱박님..호호호…”

<장조롱박>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해골머리가 아픈 술군처럼 게슴츠레한 갈고리눈으로 애나를 쳐다보았다.

애나는 급히 제 빨간입을 가리고는 <장조롱박>의 겨드랑이에 머리를 들이밀며 말했다.

“시…시장님. 저…하구 가…같이 호텔방에 가자요…오늘밤 제…제가 잘…잘  모실테니까…”

“그래? 조…좋지…가쟈…”

<장조롱박>은 애나 어깨우에 흔들흔들하는 <조롱박>을 얹고 그녀의 갸냘픈 몸에 실리다싶이 하며 <아미청>을 나섰다.

그런 와중에도 애나는 <책묶음>을 넣은 가방을 들고있는 고승래를 치켜보며 쫑알거렸다.

“경리님, 보…보수는 마…말씀한대로 주…줘야 해요…아니문 내 그저…쫄딱 …내…내가 무덤처럼…이…입이 무거운 계…계집인가는 하…하지 마세요…아… 알았지요?...”

“창…창기는 어쩔수 없는 창기로구나…그…그래 념려마…내…내가 다…말한대루 해준다니까…”

그네들은 비칠거리며 쌍쌍이 제 방을 찾아갔다.

“5장6부 주의하라. 지금 주인님이 호텔방으로 가시고있다. 아마 또 마지막 행사를 치를것 같다. 1호.. 1호. 들었는가? 1호. 왜 대답이 없는가?...”

고리타분한 냄새로 숨막히는 팬티속에서 사타구니사이에 머리를 구겨박고 정신없이 졸고있던 1호가 련속 울려오는 신호에 겨우 입을 열었다.

“예…1호…1호입니다…아이고고…”

“1호., 난 뇌장이다. 왜 목소리가 굴내먹은 암코양이 소린가?”

“아…아이구 뇌…뇌장님. 저…저두 수…술에 취해 지금 막 조…졸구 있었습니다요…”

잠을 채 깨지 못한 1호는 하품을 짝짝 하며 입에 밤알을 문듯 얼버무려댔다.

“1호. 그게 무슨 꼴인가. 정신을 차리라. 주인님이 지금 호텔방으로 가구 계신다. 아마 상례대로 방에 들어가시면 당신을 호출할것 같다…”

그 소리에 1호는 끔쩍 놀라 술을 절반은 깼다.

“아이구…뇌장님…그…그건 안…안됩니다…저…전 지금 술에 취해 소금에 절은 가지꼴인데 어떻게 그 힘든 체력로동을…그…일을… 하겠습니까… 안딥니다… 제발…주인님께서 이…일찌감치 …푸…푹… 쉬게…하십시유…”

“우리는 주인님이 무슨 일을 하시던 따르는수밖에 없다. 그저 즐겁게 해드리고 건강을 열심히 챙겨드릴뿐이다. 아무때든 주인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면 우리는 언제나 뛰쳐나가 자기를 희생하면서라도 주인님께 충성을 다 하는것이다. 그러니 군소리 말고 충분히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으라.”

뇌장은 사무적으로 딱딱히 명령할뿐 아래 장기들의 사정을 보지 않았다. 사실 또 볼수도 없었다.

1호는 더 뭐라고 변명할수도 없었다. 주인에게 붙은 장기로서 그저 운명에 맡길수밖에 없었다. 1호는 다급히 기지개를 켜며 정신을 좀 춰볼가해도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진 고개를 쳐들수조차 없었다. 아하, 이렇게 초절이된 몸을 가지구 어떻게 주인님 명령을 따르지?

<장조롱박>은 호텔방에 들어서자마자 비칠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휘청휘청 소변을 보고 나와 안쪽호주머니를 들추더니 파란 알약 하나를 꺼내 <조롱박>을 뒤로 젖히고 물과 함께 꿀떡 넘겼다.

그것을 보고 뇌장이 놀라 소리쳤다.

“1호. 1호. 주의하라. 방금 주인님께서 비아그라를 드셨다.”

“뭐라구요? 비아그라를 드셨어요? 아이구 오늘 밤 난 또 죽었구나…”

1호가 사색이 되여 소리질렀다.

“주인님께서 비아그라를 드셨더라두 1호가 잘 절제하고 조절하여 주인님의 정기가 크게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안됩니다. 뇌장님. 주인님이 그 약을 드시면 저도 자신을 공제못합니다. 내래는 나가 죽더라도 그 시각만은 무너져내린 텐넬이래도 뚫고 용맹히 돌진하게 됩니다. 그러면 기를 크게 상하게 되는데 저뿐만 아니라 5장6부 형제들도 모두 해를 입게 됩니다. 아이구. 주인님은 언제나 순간적 쾌락을 위해 늘 이렇게 우리를 못살게  구시니…”

비아그라는 무진장한 힘을 발휘했다. 침대위의 흰 살과 검은 살이 한데 엉켜 두 룡이 구름 사이에서 번득이는듯, 두 물고기가 물 가운데서 희롱하는듯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는가 하면 저만치에 굴러갔다가 다시 본래 자리로 뒹굴어와 하늘과 땅을 뒤바꾸기도 했다. 그 서슬에 침대도 즐거운듯 함께 요동쳤다.

그날 밤 1호는 주인님의 우렁찬 돌격나팔소리에 따라 비아그라의 힘으로 련속 두번이나 <적진>에 뛰여들어 격렬한  육박전을 거치고도 서리발치는 날창을 비껴든채  주인의 즐거운 비명소리속에서 영용히 쓰러졌다.

그사이 여태껏 말이 없던 심장이 펌프질에 박차를 가하며 혈액공급을 하다 못해 부르튼 소리를 내질렀다.

“이보게 뇌장…당신은 왜 그렇게 그저 순종할줄 밖에 모르는가? 주인님이 술뒤끝에 이렇게 격렬히 전투하시다 갑자기 발동이 멈추거나 동맥이 터져 배우에서 돌연사를 해도 난 모른다구. 평소에는 일분에 5000그람 피를 내뿜는데 지금은 1만 5000그람씩 내뿜어도 따라가기 힘드니…”

신장도 악이 났는지 고함 질러댔다.

“어이 뇌장, 당신두 좀 주인님 잘 보필하라구. 하루건너 이렇게 혼백을 빼면 저같은 눔은 기가 빠져 죽느다는걸 뻔히 알면서두 보구만 있는거야?…어이쿠, 나 죽는다.…”

그까짓 장기들이야 뭐라고 불만을 토로하든 비아그라덕분에 흥분을 만끽한 <장조롱박>은 녹초가 되여 코를 드렁드렁 골아댔다.

폭풍취우의 세례를 겪을대로 겪은 애나는 두들겨맞은 부엉이꼴이 되고 곤죽이 될대로 된 자기몸을 겨우 가누며 나지막히 욕설을 해댔다.

“흥…취해…다 주…죽은척 하더니 뽀…뽈만 보면 저…정신 추는 마라도나네…이…이 두상이…무…무슨 약을 먹고왔나? 쳇…그…그래두 이…인제 마라떠우푸됐지…제 되우?...히히… ”

그는 옷을 주어입더니 고승래가 들여다놓은 <책묶음>이 든 가방을 보더니 정신없이 코를 골아대는 <장조롱박>을 할끔 훔쳐보았다. 엿가락처럼 녹작지근해져 침대에 파묻힌 <장조롱박>은 나무칼로 사타구니의 <1호>를 베여가도 알것 같지 못했다.

“흥, 이…이런 채…책은…나도 보…보기 좋아한단 마..말이야…”

애나는 자기 물건이기나 한듯 묵직한 <책>가방을 추스려 들고 호텔방을 살그머니 빠져나갔다.

드렁드렁 코를 골아대던 <장조롱박>은 몸이 불편한지 수시로 몸을 뒤척거렸다. 이젠 쉰고개를 넘어선 나이에 욕심은 한량없어 정신없이 꽃을 딸적만은 즐거웠겠지만 따고 싶을대로 딴 뒤에는 그에 따르는 증세는 어떻게 대처하랴.

“이보게 위장, 위장, 이거 큰 일 났다구…”

피곤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밤새워 부지런히 알콜해독을 하던 간장이 갑자기 소리질렀다.

온밤 위액을 분비하며 숱해 쏟아져내리는 음식물을 분해하느라 지칠대로 지친 위장은 연신 울려오는 옆집 신호에 잠꼬대하듯 대꾸했다.

“이…이 밤중에 또 웬일인가?”

“여보게 위장 야단났네. 내 몸 웃단에서 무시무시한 암세포를 발견했다네…”

위장은 그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뭐라구? 암세포? 그게 확실한가?”

“틀림없네. 너무 아프고 불편해 자세히 살펴보니 콩알만큼한 종기들이 여기저기서 눈을 부릅뜨고 도사리고 있는데 암세포들 같다니까.

“왜 그렇게 크고 많을 때까지 여지껏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장장 15년간이나 날마다 알콜해독하는데 정력을 팔다보니 언제 살펴볼 겨를이나 있었는가. 그리구 나두 이젠 멱역력이 팍팍 떨어져 사실 간악한 세균들의 진공에 저항할 힘도 없다네…”

“안되겠군, 그것이 정말 암세포라면 당신이나 내나 다 죽고만다니까. 우리가 죽으면 주인님두 끝장이시지. 옆집에 불이 나면 우리 집이라구 무사하겠나. 나두 어느 구석에 문제 생기지 않았나 잘 검사해 봐야겠군. 그런데 이보게 간장, 우리 빨리 장기들을 동원해 토하고 쏘게 들볶아대여 주인님을 좀 혼쌀 내주자구. 그래야 정신차리구 빨리 병원에 갈게 아니겠는가.”

“뇌장님께 알려야 하지 않겠나?”

“그만두게, 보아하니 뇌장님이라는것두 믿을게 못돼. 우리두 그의 말만 듣다가 이꼴이 된게 아닌가. 그러니 이번엔 우리끼리 아예 반란을 일으켜보자구.”

“음, 알았어. 사실 뇌장님두 주인님께 바른 소리 한마디 못하는 무골충이야. 이젠 우리끼리 하자구.”

간장, 위장, 취장은 최악의 상황을 위해 저축해두었던 위액, 담즙, 인슐린을 한꺼번에 내쏘며 배속에서 대반란을 일으켰다.

곤드레만드레 취한데다 기운까지 싹 뺐던 <장조롱박>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더니 갑자기 누운 자리에서 웩웩 토하기 시작했다. 뒤로는 엿물같은것이 쭐쭐 나갔다. 그통에 기진맥진해 겨우 잠이 들었던 뇌장도 소스라쳐 깨여났다.

“5장6부, 어떻게 된 일인가? 왜 주인님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셔?”

“당신 몰라서 묻는가? 이게 다 우리가 당신 령도를 잘 받은 결과 아니겠는가. 우리가 죽어나니 주인님이 바빠하시는거지.”

간장, 위장이 동시에 맞받아쳤다.

뇌장은 이상한 낌새를 챘다. 여태껏 장기들이 자기한테 저처럼 불손한 말투로 올리받힌적이 없었는데 이건 뭔가? 반란인가?

“그래두 자네들 최선을 다해야 할게 아닌가. 아이구, 골통이야. 내 머리는 왜 이렇게 빠개지는것 같지?...”

뇌장은 갑자기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속이 볶이우는지 한참 뒹굴던 <장조롱박>은 문께로 기여가 문을 마구 두드려댔다. 모두가 단잠이 든 괴괴한 한밤중이라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보안일군과 복무원들이 소리를 따라 달려왔다. 그들은 문을 열고 들어와 오물에 범벅이 된채 인사불성이 되여가는 부시장 <장조롱박>을 보고 기겁하여 120에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10여분후 구조일군들이 담가를 들고 달려와 <장조롱박>을 들어내려갔다.

구조차는 장송곡을 부르듯 <애고ㅡ애고> 소리를 지르며 기름이 바짝 마른 등잔의 스러지는 불꽃처럼 겨우 가물거리고 있는 <장조롱박>을 싣고 급급히 지구병원으로 달려갔다…

일년후, 소식이 끊긴듯 하던 뇌장한테서 새로운 소식이 전해왔다.

“5장6부는 주의하여 들으라. 전국<5.1메달> 수상자이시고 성로력모범이시고 우수공산당원이신 주인님께서 자기몸도 돌보지 않으며 혁명하신 결과 그 공적을 인정받으셔 대리시장으로 승진하셨다. 이 기꺼운 경사를 맞아 각 부서에서도 존경하는 우리 주인님을 더 잘 모시도록 만부하를 걸어야 할것이다.”

그 소식에 장기들이 오구작작 떠들었다.

“뭐? 주인님께서 더 승진하셨다구? 어이쿠, 요사이 기력이 좀 회복될가 하니 고생이 또 시작이구나.”

위장이 머리를 뱅뱅 내둘렀다.

“인간들은 참 이상해. 왜 먹구 놀구 가지기를 좋아하시는 주인님같은 분들을 자꾸 승진시킬가?”

반쪽밖에 남지 않은 간장이 리해되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다 인간들이 말하는 정치를 잘 한다는거겠지.”

페장이 한마디 했다.

“정치라는건 뭔데?”

취장이 두눈이 휘둥그래 물었다.

“나두 잘은 모르지만 하여간 갖은 방법으루 웃어른들을 즐겁고 기쁘게 해드리는거래.”

“웃어른들이 즐거우면 뭐래? 우리들이 다 죽게 됐는데.”

뇌장과는 달리 주인님의 승진에 장기들은 모두 풀이 죽어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빌었다.

“주인님, 권력이란 코끼리도 때려잡는 신선몽둥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너무 련련하지 마시구 자기몸이나 좀 돌보시지유…우리들한테두 좀 살길을 주시구…우리 장기들중 어느 하나가 죽어도 주인님은 끝장입니다…”

 

<장백산> 2010년 제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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