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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낯가죽은 엷으면 좋느니라
허룡석
예로부터 항간에는 “발바닥은 두터우면 편하고 낯가죽은 엷으면 좋느리라.”는 설이 류전되고 있지만 밀물이 올리밀 때 한강물이 순간이나마 꺼꾸로 흐르듯 시기상조라 할가. 지금은 웬지 “발바닥은 엷을수록 좋고 낯가죽은 두터울수록 편하느니라.”고 상반되는 론조를 펴는 량반들이 더러 보이고있다. 이런 량반들은 개혁개방의 전에없던 풍요로운 물질적 혜택속에서 자기안속은 채울대로 채우면서도 밤이면 비단베개를 높이 베고 태평스레 사자코를 골아대고있으니 조상들이 구천에서 들어도 색바래진 수염을 부르르 떨며 참나무지팽이를 찾아들고 “고현놈”들의 정수리를 내리칠가 걱정된다
“발다닥이 두터우면 금수강산 메주 밟듯해도 발탈 나지 않아 좋을고요, 낯가죽이 엷으면 열동풍 한서풍에 민감하여 도의에 어그러지는 행실 제어할수 있을거니 이 아니 좋을소냐.”는 조상들의 뜨거운 충고 천만지당하련만 후안(厚脸)의 량반들은 사욕에 눈이 어두워 낯뜨거운줄 모르고 후안무치한 짓을 계속 저질러대니 열기띤 백성들의 입김을 어이 감각할수 있으랴.
후안의 량반들은 관가의 국록을 타먹으면서도 그에 만족되지 않아 어명을 어기고 만백성이 눈박아보는 “김치움”에서 “덕대”에서도 거치럭손질을 해가며 음으로 양으로 갖은 기량 다 보이니 녹아나는것은 국재요 높아가는것은 백성들의 원성이니 보다 많은 명시지재가 나서서 날따라 좀먹어가는 사회기강을 바로 세웠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들이다.
어질고 성실하던 사람도 한자리하면 량반감투를 정중히 쓰고 앉아 뭔가 후무릴것이 없나 사팔눈을 히번덕거리고 입이 석자나 나와 뜯어먹을것이 없나 헤벌려대고 장삼자락밑에서는 피줄이 툭툭 선 갈구리같은 손이 나와 주위를 어루쓰니 그 눈에 걸릴것 없고 그 입에 들어갈것 없고 그 손에 쥐울것 없다고 만사형통하신 부처님인들 어찌 감히 장담하오랴. 그러고도 <소> 먹은 량반은 어험어험 건가래 떼며 부정부패를 여사여사하게 척결하고 부패량반들을 여사여사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어명>을 엄숙히 전달하고 <돼지>먹은 량반은 돌아다니며 <기름종지>를 훔쳐먹은 <쥐>들을 잡는답시고 덤벼치고 <개>먹은 량반은 낮이면 만백성 위해 좋은 일 한답시고 비지땀 흘리는척 한다. 결과 똥먹은 개는 수염을 쓱 씻고 겨먹은 개 잡혀나와 목달아매우니 민심이 량심이라고 백성들은 어이없어 입을 하 벌리고 도리질만 한다. 나라 등 쳐먹고 남의 간 떼먹고 하루밤사이 명문거족이나 된듯 온 집안에 웃음소리 넘치며 로소동락하건만 갈수록 후안이 심해지는터라 이악스런 딱다구리들이 달려들어 물고 뜯어도 전연 감각을 모르니 이제 창창한 벼슬길에서 무치란 일 얼마나 저지를지 누가 알랴.
남의 선(善)을 보면 자기 악(恶)을 감추고 남의 악을 보면 자기 선을 내세우니 음으로 양으로 응부에 이골이 난 이런 량반들껜 당성이니 청렴이니 하는 고귀한 용어 운운키보다 일개 백성 가늠하듯 낯가죽 두께를 재는것이 천만 지당하렸다.
현명한 임금이 칙지 내리면 만백성 위한 명관이 받아물어야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이 평안하련만 후안의 량반들이 끼여들어 칙지를 보자기로 잡아쓰고 아래사람들 앞에서는 “어베야”하고 으름장놓으며 제 안속은 다 채우니 후안무치한 이런 량반 <암행어사>라도 나타나 명정기죄해야 함이 마땅한 도리라 하겠다.
낯가죽이 발바닥이 되여 즐거울거면 차라리 우사모를 내려놓고 시골가 감자농사지음이 자기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것이렸다. 하지만 얼굴 두꺼운 량반일수록 이러한 리치 깨닫치 못하니 종당에는 쇠고랑을 차고 콩밥먹는 신세되여야 눈물 코물 쥐여짜며 부처님의 야윈 다리라도 붙잡고 사정사정 해보겠지만 때는 이미 구명렬차 지나간 뒤일것이다.
<장백산> 2010년 제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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