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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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세기
2017년 10월 24일 11시 27분  조회:837  추천:1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숫자세기
김영분  

 

나에게는 오동통하게 생긴 튼실튼실한 열두살 딸램이가 있다. 심성도 착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며 공부도 학급에서 손꼽히고 반급에 일도 발 벗고 나서서 서두르는 만사통 별명을 가진 아이이다. 딸램이 자신도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 티비에서 농구주제로 된 영화를 보고 주인공 여자아이가 농구장에서 멋진 슛을 하는것을 보더니 다짜고짜 아빠를 끌고 집 근처 농구장으로 향해서 하루에 두시간씩 만져보지도 못한 농구를 연습하는것이였다. 이틀후 연속 여섯골을 슛하는데 성공했다.

그 기쁨과 희열을 감출수가 없어서 나한테 바로 전화 하여 흥분된 목소리로 “엄마. 나 슛하는데 성공했어요. 그것도 여섯개 연속 말이예요!”하면서 나에게 승전보를 전했다. 나는 역시 우리 딸램이구나 하는 기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너무나 장하다. 전화를 받고 있는 나는 자호감을 느끼고 딸램이 얼굴을  생각하니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런데 이렇게 씩씩하고  야무진 딸램이에게 컴플렉스가 하나 있다. 바로 수학이 너무 어려운것이다. 세심하지 못한 점도 있고 사고를 더 넓혀가지 못하는 점도 있다. 여태 문제집 제일 마지막 총명집 문제를 유치원부터 여태 단 한문제도 풀어내지 못했다. 이건 지극히 나를 닮은거 같다. 나는 고중을 다닐때 대수와 기하를 너무 어려워해서 교정에서 걸어다니다가 대수 기하 선생님과 마주칠가봐 무서울 지경이였다.

대수 기하 선생님도 나만 보면 안타까워서 “왜 이 선생이 싫은건가요. 다른 학업은 잘하는데 왜 내 과목만 성적이 못올라가요.”하면서 핀잔아닌 핀잔을 주시곤 했다. 그때 마다 나는 내 아둔한 머리가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정말 문제풀이때 다른 친구들은 대수 공식을 잘도 기억하고 풀이에 응용하는걸 보면 세상에서 이렇게 머리 좋은 사람도 있을가 싶을 정도로 숭배를 했다.

나는 작문에서 점수를 많이 땄지만 유독 수학을 못하는것에 집착을 했다. 결과 학교다니는 내내 나혼자 걸어논 주문에서 헤쳐나오지 못하고 나는 학업을 잘 못하는 사람이야 하고 생각했다. 학교 흑판보에 내 작품이 실리기도 하고 다른 학업은 다 잘 해서 칭찬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과하고 내 기억에는 중학교때 온통 수학을 못해서 고통스러웠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문학에 재주가 약간 있었음에도  불과하고 꿈도 야무지게 꾸지 못하고 그냥 생각만 하다가 너무 어려울것 같아 마음속에서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우리 딸램이는 엄마보다 지혜로운것 같다. 딸램이는 자기가 잘하는거에 대해서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들만 쫓아다니면서 노력과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어떤때는 수학을 못해서 상은 찡그리고 안타까워 하지만 너무 큰 문제로 생각치 않고 되려 내가 “넌 왜 수학을 이렇게 못하니 ?”하고 핀잔을 하면 “엄마. 수학 못하면 어때.나중에 슈퍼에 가서 빵사고 계산만 잘 하면 되지요.”하면서 오히려 나늘 골려주곤 했다.

총명집의 문제를 같이 풀어달라고 도움을 청할땐 아직도 내가 가슴이 떨려 낯이 하얗게 질린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소학교 6학년 수학은 나에겐 너무 어려운것이다. 분명히 나도 풀수 없으니까. 나는 아직도 수학에 대한 무서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럴때면 우리 딸램이는 “엄마. 엄마도 수학을 아주  못했네요.”하면서 눈을 찡긋하는것이였다. 휴. 내 가슴에 못을 박아라. 

우리 딸램이 유치원 다닐때 한번은 숫자세기를 배우고 왔다. 그것도 하나부터 다섯까지 배우고 와서는 나더러 손가락을 펼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면서 알려주는것이였다. 손가락을 다 세더니 또 발을 내밀으라고 하였다.그러더니 내 발앞에 오똑 앉아서 또 발가락을 가리키면서 다섯까지 세는것이였다.

나는 너무나 귀여워서 하하호호 웃으면서 꽉 끓어않고 얼굴을 비비고 또 비볐다. 자기도 잘 했는걸 알았는지 그 작은 어깨에 힘을 주고 눈을 치켜들더니 입도 쀼죽하면서 시뚝해서 얼굴을 쉬리릭 반쯤 돌려 위를 보는것이였다. 그러고는 “엄마. 봤지요. 사람 손가락하고 발가락은 다섯개라고 선생님이 알려줬어요.”하면서 챙챙한 목소리로 알려주는것이였다. 아침이 되니 숫자공부를 더 해야 한다면서 아빠 발도 세보겠다는것이였다. 다 세보고는  아빠한테도 확인해주었다.

“아빠 발가락도 다섯개래요.”아빠가 발가락 세는거 보고 너무 기특해서 숫자세기를 잘 했으니 밥을 먹여주겠다고 하니 좋아서 헬쭉 거리더니 딱 다섯숟가락만 먹겠다고 한다.
배운걸 확실히 써먹겠다는 의지인거 같았다.  그래서 아빠가 한숟갈 두숟갈 세숟갈 하면서 먹이면서 생각하니 다섯숟갈이면 너무 적게 먹는거 같애서 세숟갈 먹인후에 아빠가 다시 한숟갈 두숟갈 세숟갈 먹였다. 그래서 억지로 여러번만에 다섯숟갈까지 먹여서 죽 한그릇 다 먹였다.
그런데 딸램이 입을 쓱 딲고는 내옆에 슬금슬금 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고 “엄마. 아빠는 다섯개를 모르네요. 자꾸 셋 까지 하고 틀려요.나는 아빠가 틀린거 다 알아요.” 나하고 애 아빠는 급기야 너무 우스워서 배를 끓어않고 웃었다. 웬영문이지 모르는 딸램은 눈이 화등잔마냥 휘둥그래져서 눈물 짜면서 웃고 있는 엄마 아빠를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숫자세기도 수학이라고 하면 수학이라 할수 있겠다. 조금이라도 잘 배워내면 그것에 만족하고 바로 써먹는 우리 딸램이다. 그리고 자기가 잘하고 있고 다른사람이 못하는것도 예리하게 찾아내지만 지적하지 않고 품어주는 너그럽고 낙천적인 성격이 엿보인다. 우리 딸램의 이런 용감한 자신감은 타고난 성격인거 같다. 어렸을때의 이런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성격이 커서도 수학문제에 어려움이 닥쳐도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못하는것을 용감히 인정하고 자신있는 일에 많이 투자하고 또 승리를 이끌어내서 성공의 희열을 느낄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것 같다.  
 
 나는 학창시절 어려운 수학때문에 고통스러워했듯이 인생길에서도 힘든 일을 크게 주목해왔기에 많은 즐거움이 손에서 모래 새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나갔다. 하지만 우리 딸램은 유치원 숫자세기를 하듯이 쭈욱 잘하고 있는것에만 집중하고 발휘하여 성취감을 찾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법을 알고 있기에 지금 아주 명랑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총명집문제는 여전히 풀지 못할것이지만 농구와 같은 다른 행복한 도전에 힘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수학은 나와 딸램이 둘다 못한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태도는 분명 다르다.  나는 딸램이한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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