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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룬부이르초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2024년 11월 14일 14시 34분  조회:136  추천:0  작성자: 예술세계
훌룬부이르초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신기덕
 
 
 
4박 5일 일정으로 차를 타고 시간에 쫓기며 부랴부랴 훌룬부이르초원을 돌아본 것이니 수박 겉핥기인 셈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망무제한 초원을 돌아보면서 나름 대로 받은 인상이 깊고 느낀 바가 많다. 그래서인지 초원의 모습이 자주 눈앞에 떠오르면서 초원이 조용히 나에게 들려준 그 이야기를 글로 적어야 되겠다는 강한 촉동을 받아 이렇게 필을 든다.
훌룬부이르초원은 내몽골자치구의 동북쪽, 대흥안령의 서쪽에 위치해있다. 말하자면 몽골고원의 최동단이다. 이 초원은 내몽골의 초원 가운데서 면적이 가장 큰 초원으로서 일대천교(一代天骄) 칭기스칸—테무진이 힘을 기르고 천하를 호령하던 력사가 시작된 곳이다. 그의 어머니와 안해도 훌룬부이르초원의 사람이였다.
중국의 력사를 돌이켜보면 중국의 동북지역은 한시기 금조의 지역이였고 칭기스칸이 정복한 다음에는 원조의 땅이였다. 테무진은 몽골의 부족들을 통일하여 원조를 건립한 후 군사를 거느리고 아시아와 구라파의 땅을 종횡무진으로 내달리며 그 강토를 넓혔다.

옛날 쏜살같이 말을 타고 내달리면서 서로 칼을 휘두르며 싸우던 그런 살벌한 시대는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한때 전장이던 이 초원에 지금은 풀들이 잘 자라나 소와 양들이 따뜻한 해볕을 받으며 시름없이 풀을 뜯고 있다. 이 초원엔 고요한 평화가 깃들어있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일이다. 가없이 펼쳐진 살진 초원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냥 자유와 평화의 안온함과 행복을 절감할 수 있었다.
관광뻐스를 타고 달리면서 가없이 넓고 푸른 대초원을 바라보노라니 문뜩 〈초원에 지지 않는 태양이 솟네〉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르며 그 경쾌한 곡조가 마치 귀전에 들려오는 듯했다.
“푸르른 하늘엔 흰구름 흐르고 / 흰구름 아래엔 말들이 달리네 / 채찍소리 사방에 울려퍼지고 / 온갖 새들이 일시에 날아가네 / 누가 나에게 이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 내 대답하리 이 고장은 우리들의 초원이라고 / 초원에 지지 않는 태양이 솟네 / 지지 않는 태양이 솟네”
우리는 훌룬부이르초원을 유람하면서 〈훌룬부이르대초원〉이란 노래를 들었다. 몽골족노래는 자기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까다메린(嘎达梅林)〉이란 몽골족노래를 특히 즐기는데 그 곡조는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어딘가 경쾌한 느낌이 강하면서도 깊은 정서가 흐르고 특히 길게 운을 뺄 때 마지막의 그 미묘한 떨림은 말 그대로 사람을 ‘전률’시킨다.
 
몽골족의 민족악기—마두금
우리 조선족에게 가야금이 있듯이 몽골족에게는 마두금이 있다. 마두금은 몽골족의 대표적인 민족찰현악기의 하나이다. 보통 울림통은 4각형인데 줄감개 웃부분은 말대가리모양으로 되여있다. 그래서 ‘마두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두금의 음색은 사람 목소리에 가까운데 부드럽고 둥글며 특히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곡조를 잘 표현한다.

마두금은 악기일 뿐만 아니라 몽골족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것의 모양, 재료, 음색 및 연주기교는 몽골족의 생활형태와 민족정신을 반영하고 전형적인 민족예술의 특성을 나타낸다. 마두금은 당송시기로 거슬러올라가는 오랜 력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백년의 진화를 거쳐 원조시기에 민간에 널리 퍼졌다.
2006년에 몽골족마두금음악은 제1기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대표성 종목에 등록되였다.
 
몽골족문화의 상징—오포
이번에 려행할 때 차창 너머로 오포(敖包)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오포는 그 모양이 동일하지 않고 제각각이다. 몽골어로 ‘오포’라는 말은 사실 ‘무지’나 ‘무더기’를 가리키는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돌무지’, ‘흙무지’, ‘나무무지’ 등이다.
오포는 처음에 료원한 초원의 길이나 경계를 나타낼 때 사용하였는데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그 내용과 역할이 부연되여 지금은 여러가지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장소로 리용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곳에서는 젊은이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백년가약을 맺는 장소로도 리용된다. 〈오포에서 만나요(敖包相会)〉라는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면 오포의 작용을 알 수 있다. 노래가 정서적이고 부르기가 어렵지 않아 대중들이 즐겨 부르는 ‘십팔번’이다. 이번에 본 오포에는 많은 사람들의 념원을 담은 하다(哈达)가 가득 매여져 참으로 가관이였다.
 

소수민족지구에 다녀올 때는 그 민족의 특유한 례절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려행에서 나는 관광팀 팀원들을 대표하여 몽골족 주민이 부어주는 인사술을 받아마시게 되였는데 다행히 이전에 울란호트시에 다녀올 때 몽골족 례절을 배워두었기에 그대로 써먹을 수 있었다.
몽골족 녀인이 술을 부어주면 두 손으로 정중히 받고 술잔을 왼손에 쥐고 오른손의 무명지에 술잔의 술을 조금 묻혀서 하늘을 향해, 땅을 향해 술을 튕긴 다음 무명지에 술을 묻혀서 자기의 이마 중간에 바른다. 이는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 땅에 감사를 드리며 조상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을 끝내고 나서 술을 조금 마신다. 전에 한 친구가 나에게 평원과 초원이 어떻게 다른가를 물은 적이 있다. 그 때도 설명은 해주었지만 완미하지 못한 것 같아 이 글에서 다시 보충하여 해답하려고 한다. 즉 평원과 초원은 그 계렬부터 완전히 다르다. 평원은 지형계렬에 속하는 것으로 거기에는 평원외에 산지, 고원, 구릉, 분지 등이 포함되며 초원은 생태계렬에 속하는 것으로 거기에는 초원외에 삼림, 사막, 빙천 등이 망라된다.                   
 
《예술세계》 2024년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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