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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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뺏기는 무가지보
2014년 07월 16일 08시 04분  조회:2837  추천:4  작성자: 장경률
 

성현들은 그 어떤 강박에 의하여 자기의 생명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것은 무위도식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원치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것은 두말할것없이 거대한 랑비가 아닐수 없다.

한 고객이 서점에 와 책을 사려고 책값을 물었다. 점원은 5딸라라고 하였다. 헌데 그 고객은 아무런 용건도 없이 밖에 나가더니 다시 돌아와서 재차 책값을 물었다. 그러자 점원은 6딸라라고 답하였다.

“잠간 밖에 나갔다가 왔는데 그 사이에 책값이 올랐어요? 어디 이런 법이 있어요?”고객이 격분하여 그 연유를 물으며 항변하였다.

“시간은 곧 돈입니다.” 그 점원은 이렇게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자기가 보던 독서에 전념하였다.

자신이 독서하는 귀중한 시간을 의미없이 뺏아간 고객에 대한 분명하면서도 타협이 없는 일갈이였다. 물론 이는 책 판매로 수입을 올리는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이 점원이 바로 후에 미국의 독립선언서의 기초를 작성한 벤자민 프랭클린으로서 유명인물이 된후 미국 100딸라짜리 지페의 주인공으로 되였다.

중국의 고대 성인 공자는 내가에서 “흘러가는것이 이와 같으니라!”라고 하면서 세월이 흐름을 한탄하고 촌음이 금싸락이라고 갈파하였다. 오늘날 우리도 일상생활가운데서 흔히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간은 곧 금전이다.” 혹은 한 술 더 떠 “시간은 금전으로도 바꾸지 못한다”고 시간의 귀중함을 곧잘 강조한다.

중년을 넘긴 사람들은 거지반 “참 세월이 빠르다. 뭘 해놓은것도 없는데 한해를 훌쩍 넘기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래서 인간이 체감하는 인생의 속도는 나이의 두배로 빨리간다는 설도 있지 않는가? 생각과 감각이 훨씬 앞서 간다는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벽일을 할 때 시험공부를 할 때 ,모종의 절박한 사무를 처리할 때, 데이트를 할 때 지어 사사로운 일들을 처리하면서도 “빨리!빨리!…”다. 순간의 시간도 아끼는데 뇌즙을 짠다.

영화 “옛지 오브투모로우”의 주제는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담고있다. 외계인의 시간지배능력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은 우연하게 시간을 지배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상대를 이길 방법을 모색하기에 골몰한다. 주인공이 택한 방법은 바로 시간을 쓰지 않고 정지상태에 있게 하는것이다. 시간을 쓰지 않으니 결과도 없었다. 감정적, 육체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다른것에 더 많이 집중할수 있었다는것이 이 영화가 고취하는 주제였다. 촌음도 금싸락이라 그래서 일각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택한것이 바로 헛된 시간을 정지상태로 만든것이다.

성현들은 그 어떤 강박에 의하여 자기의 생명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것은 무위도식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원치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것은 두말할것없이 거대한 랑비가 아닐수 없다.

우리는 일상 생활가운데서 본의가 아니게 원치도 않게 남한테 시간을 략탈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비일비재이다. 지난 세기 80년대초 룡정에서 주재기자로 사업할 때의 일이다. 년초에 거행되는 농촌사업회의에서 한 지도간부가 단상에 올라 차물을 훌훌 불면서 세시간 반이나 장편대로를 해대는데 끝이 없었다. 점심시간을 훨씬 넘기자 안되였든지 현의 주요책임자가 슬그머니 귀뜸하였다. 연후에 그 주요책임자가 10분 이내로 요점만 말하고 페회를 선포하는데 단하에서는 힘찬 박수갈채가 터졌다. 물론 그 주요책임자의 이채로운 연설에 대한 긍정이기도 하였지만 해당 책임자의 무책임하고 두서없는 장편대론에 대한 야유와 질타이기도 하였다.

얼마후 필자는 이 현상을 두고 “짧을수록 좋다”는 제목으로 “사색의 여울목”에 발표하였다. 헌데 이것이 거대한 반발을 가져와 몇해 동안 애를 먹은적이 있다. 참담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별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도 자기방심하는 사이에 아까운 시간, 아니 자기의 생명과같은 무가지보를 “찬탈”당하고있다. 바로 그 어떤 모임이나 그 어떤 회의 같은 행사에서 사회자 혹은 연설자들의 끝없는 자화자찬이나 그 어떤 “박식함”의 표현을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그 일례이다. “게으른 녀편네들의 고린내나는 발싸개” 같다고 모택동이 비판한 그런 당팔고의 피해를 보게 되는것이다. 이럴 때면 “노!”하고 웨치면서 그만하기를 호소하거나 그렇찮으면 아예 회장에서 퇴장해버리거나 하는데 약한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현실이다. 큰 국면을 위하여 즐겁게 “나”를 희생시키는것이다. 그 장황한 연설자가 숱한 청중 다시말하면 행사참가자들의 금쪽 같은 시간, 아니 그네들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있는데도 말이다. 기실 언론에서는 오래전부터 상기 현상을 수없이 비판하고 “회의는 짧을수록 좋다”, “텅빈 구호식 당팔고를 단호히 척결하자”는 등의 훌륭한 칼럼이나 단론들을 많이 실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현상이 도처에서 버젓이 살판치고있으니 어찌겠는가!

이제 예순을 넘으니 비로소 시간의 귀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또다시 화제에 올려보았다.



연변일보 20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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