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위안부의 날, '소녀상 버스' 타보니…
'평화의 소녀상'을 태운 동아운수 151버스.
14일 오전 9시 종로에서 탄 동아운수 151 버스. 앞자리에는 짧은 검정 단발머리에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를 입은 소녀상이 앉아 있었다. 맨발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숙연해진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버스 운전사 안형우씨는 "딸 가진 아버지로서 소녀상을 태우게 돼 마음이 뿌듯하다"며 "다시는 위안부 문제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묵묵히 한 자리만 지키던 '평화의 소녀상'이 버스를 타고 시민들과의 동행에 나섰다. 14일 '세계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서울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의 151번 버스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 이날은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고발한 날을 기리기 위해 지정됐다. 현재 평화의 소녀상은 서울·대구·목포·부산 등에 설치돼 있다. 버스 등 이동수단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창에는 '소녀상 자리' 스티커와 함께 위안부 피해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버스 손잡이와 좌석에 설치된 NFC(근거리무선통신) 태그를 터치해보니 설민석·최태성 강사의 위안부 관련 강의가 (스마트폰에서) 재생됐다.
안국역~조계사 구간을 지날 때는 소녀상에 대한 안내방송과 함께 영화 귀향의 OST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이는 위안부 수요집회가 열리는 안국역 근처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을 지나가는 이유에서다.
동아운수 151버스 '평화의 소녀상'.
이날 버스에서 만난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는 "소녀상을 직접 보러 가기 힘든 시민들이 버스에서 소녀상을 보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녀상을 (버스에) 태웠다"고 말했다. 이어 "151 노선이 수요 집회가 열리는 장소를 지나가고, 또 많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친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아픈 역사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동아운수 151버스, 소녀상 자리 안내문, 위안부 역사 안내 NFC(근거리무선통신) 태그 부착 손잡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소녀상 버스에 탄 한 수녀는 "아리랑을 들으면서 소녀상을 보니 영화 '귀향' 속 장면이 연상된다"며 "위안부 피해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며 "버스를 탄 사람들이 위안부 피해 문제를 상기할 수 있도록 소녀상을 버스에 태운 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70대 한 여성은 "버스에 자리를 차지하는 소녀상을 앉혀 놓으니 솔직히 별로"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버스를 탄 소녀상은 2011년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씨 부부 작가의 작품이다. 151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회사 동아운수 임진욱 대표가 사비를 전액 지원했고, 작가들이 재능 기부해 만들어졌다.
소녀상의 경우 매일 버스비를 낸다. 이 비용은 임 대표가 지불한다. 이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 △2103 △3820 △3873 △3875 △4205 등 5대 버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후 전국 5개 도시(대전, 전주, 목포, 대구, 부산) 소녀상 옆 빈 의자로 '귀향'할 예정이다.
머니투데이
파일 [ 4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