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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수사 과정서 2차 피해“가해자의 중요 부위를 그려보라.” “우리가 뭘 해주기를 바라느냐.”
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다양한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경찰청의 ‘실태조사를 통한 2차 피해 사례 분석’ 자료에는 경찰에 의한 피해 사례가 수사 단계별로 분류돼 있다. 이 자료는 경찰청이 일선 수사관 교육을 위해 만들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성폭력 피해자 표준 조사모델’을 개발해 왔다. 이를 위해 일선 성폭력 수사관·정신의학 전문의·심리학자·성폭력상담소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분석 자료를 만들었다.
2차 피해는 접수단계부터 시작해 현장출동, 조사 단계에서 모두 나타난다. 경찰이 성폭력 상담소를 통해 수집했던 과거 사례에 따르면 한 여성이 “집 밖에서 누가 쳐다보고 문을 열려 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줌마인데 무슨 걱정이냐”라는 말로 2차 피해를 줬다. 출동 후 경찰은 “아줌마가 미인이라 누가 관심 가질 수도 있겠다”라며 피해자를 불쾌하게 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경찰 신고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서가 제출된 사건이 있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을 주고받던 한 외국인으로부터 신체 부위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당했다. 지난 8일 A씨는 이를 신고하려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을 찾았고 민원실에서 사이버수사대 소속 여경과 통화했다. A씨는 경찰이 전화상으로 피해 사실을 말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민원실에서 피해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건 2차 피해다”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조사 전 민원인이 어떤 일로 왔는지 확인하려던 것으로 통상적 절차였다”라며 “민원인의 어려움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중 자세한 묘사를 요구하거나 재연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옷을 벗기는 과정을 상세히 진술해주세요”라며 세세한 질문을 하거나 “성폭행을 당할 때 느낌이 어땠나요”라며 수치심을 주는 질문을 하는 사례도 있다.
조사모델 개발에 참여한 장형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부소장(아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성폭력 사건에는 가해자가 남성일 경우가 다수인데 수사관 또한 남성일 경우에는 여러 인물 입장에서 생각하다 가해자와 동일시하게 되는 심리가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라며 “이 경우 피해자가 경찰조차 자신을 비난한다는 생각에 성폭력 사건 자체보다 더 큰 심리적 후유증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 담당자는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질 신문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맞고소 사건 때는 동시 진행하지 않은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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