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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동보법률 김소장, 김밥집 사장이 된 사연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6월30일 09시12분    조회: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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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의 코리아타운인 서탑에서 가까운 곳에 베이항이라는 번화가가 있다. 올해 지하상가가 만들어졌다. 이곳 지하상가의 푸드코트에 한국 김밥과 떢볶이, 라면 등을 판매하는 분식 코너가 있다.

중국에서 최초로 한국법률사무소 인준을 받은 동보법률사무소 김제섭 소장이 차린 김밥과 라면 전문 한국분식점이다.

소문을 듣고 "법률전문가가 김밥집이라니... 노년에 왠 분식점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직접 한번 가보았다.

푸드코트에 세개의 코너를 임대해서 우선 라면전문코너, 김밥 및 떡 전문 코너를 차렸다. 세개 코너의 1년 임대료가 6만 위안이 좀 더 된다고 했다. 우리돈 천만원 정도이다. 1년 총예산이 10만 위안, 우리돈 1천7백만원 정도이다. 2천만원이 안 되는 소규모 창업이다.

분식점을 차린 김소장을 두고 현지 한인사회 소문은 각양각색이다. 무엇보다 체면과 신분 격하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놀라운 결단과 시도가 엿보인다. 현재 중국시장과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현지 창업의 모범답안을 실천적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분식점의 상호명은 '한터이바이(韓特100)'이다. 한국 스페셜 백가지라는 의미이다. 일년 십만위안으로 3개 코너에서 현지 고객을 상대로 맘껏 실험해서 스페셜코리언 백가지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놀라운 발상이다. 10위안대 가격의 한국 먹거리 아이템으로 이것저것 먹여보고 잘 먹히는 것만 골라서 이를 기본으로 현지인을 상대로 매장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십위안 짜리, 다롄의 한국김밥집에서는 2년전 하루에 김밥 4천 줄을 팔고 있다. 하루 평균 4만위안, 우리돈 7백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베이징의 잘 나가는 한국 커피숍의 하루 평균 매출이 2만 위안, 3백4십만원 수준이다. 초기 투자비, 경상비를 따지면 김밥집은 커피숍에 비길 수 없다. 커피숍은 '스페이스 서비스' 가 핵심이기 때문에 시설 및 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한터이바이에서는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정해진 것이 없는 코리언 스페셜 백가지이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한 아이템을 현지 시장에서 서비스 실험을 통해서 백가지를 찾겠다는 것이다. 일년 동안 적자를 본다고 해도 최대적자 10만 위안이다.

준비도 미쳐 안 된 상황에서 상가관리소측에서 시운영을 강요해서 한국 라면을 갖다 진열을 하고 시운영 흉내만 내려고 했는데, 의외로 주문량이 늘면서 라면 코너로 고정됐다.

시장에서는 변증법의 원리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변화무쌍하다. 생각지도 않은 아이템이 대박이 나고 그럴 듯하게 보였던 아이템이 눈길을 한번 받지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현지 소비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며 입맛을 찾겠다는 발상, 자체가 독특하다.

두번째 특징은 십위안 짜리라는 점이다. 우리돈 천7백원 정도의 가격. 중국시장에서의 대중적 가격대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5위안대였다. 지금 10위안은 속된 말로 돈도 아니다. 중국 주요 도시의 택시 기본요금이 평균 십위안이다.

중국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고가의 명품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반면 십원짜리 저가시장의 아이템은 경쟁이 아직은 '헐렁'한 편이어서 한국 국내시장 수준의 품질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십원짜리 이이템으로 줄을 세운다면 하루에 몇만위안대 매출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특히 근년들어 중국시장에서 한국식품이 환영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중국 소비자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위안화의 가치가 상승되면서 한식의 가격 부담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가격부담이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한식이 실속 있는 외식메뉴로 인정받고 있다. 한식은 삼겹살 1인분만 시켜도 다양한 밑반찬으로 한 상 차려 주는 반면, 일식이나 중식은 젓가락까지 돈을 받는다.

공금으로 고급요리 한 상 차리고 접대를 하는 자리가 아닌 이상,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반적 외식메뉴로는 한식이 실속 있고 현명한 선택이다.

한 매장에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지만 성공한 매장을 늘려서 대기업 규모로 성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KFC 점포가 중국에서 4천개가 넘는다. 전국적 규모로 점포를 운영하는 외식브랜드 랭킹은 KFC, 맥도날드, 스타벅스 순이다. 중국 현지 브랜드도 근년들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브랜드에 아직 비길 수 없다.

KFC의 치킨보다 한국식 치킨이 훨씬 더 맛도 좋고 양도 많고 저렴하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10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한국 브랜드는 빠리바게트와 카페베네 밖에 없다. 브랜드화 및 상품화 전략, 법률 및 제도적 업무 능력, 현지 직원 채용 및 관리 능력, 홍보 및 마케팅 능력, 운영 관리시스템 등 제반의 문제를 해결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식과 자본의 크기에 비례해서 사업규모도, 가격대도 커진다. 속된 말로 가방끈 길고 돈 좀 있으면 그럴듯한 사업체를 꾸린다. 그리하여 지식과 자본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든다.

이와 반대로 일정한 지식과 자본을 소유한 사업가가 저가시장에서 저비용, 소규모 창업을 한다면 길게 보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성공대로를 열어갈 확률이 더 높다. 법률가 김소장에서 분식점 김사장으로 명함을 바꾼 한국사업가의 멋진 성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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