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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사람의 윤동주, 송몽규를 아십니까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8월19일 09시01분    조회: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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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윤동주, 그러나 잊혀진 이름 송몽규

 

일제강점기 처절했던 간도에서의 항일과 친일. 그 싸움은 일본 패전 뒤 70년이 다 되도록 분단된 반도에선 진행형이다. 60만에 육박하는 간도 동포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지금, 우리는 ‘조선족’이란 상투어에 파묻혀 간도의 역사와 현재를 잊고 있는 건 아닌가

 

1943년 7월, 여름방학을 맞아 귀향길에 올랐던 도시샤(동지사)대 학생 윤동주는 사상 불온과 독립운동 가담 혐의로 교토경찰서에 붙잡혔다.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중이던 그는 광복 반년 전인 1945년 2월16일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그 20여일 뒤 윤동주의 장례일인 3월7일, 그와 함께 같은 혐의로 붙잡혀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혀 있던 또 한 사람이 죽었다. 어릴 적 윤동주와 한동네 한 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고,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공부한 죽마고우 송몽규. 둘은 연희전문 그리고 일본 교토 유학까지 함께 가며 쌍둥이처럼 살았다. ‘북간도의 대통령’이라 불렸던 김약연 등이 간도 명동에 세운 명동소학교에서 윤동주·김정우·문익환과 함께 공부했던 송몽규는 윤동주가 붙잡히기 나흘 전인 그해 7월10일 “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집단사건” 주모자로 체포됐다.

 

1944년 1월20일 발행된 일본 내무성 경보국 보안과 <특고월보>는 송몽규가 “끝까지 불령사상을 포기하지 못했고” 윤동주와 의논해 연희전문을 거쳐 일본에서까지 “조선독립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고 세계 역사 및 문학을 연구하면서 민족문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김형수가 쓴 <문익환 평전>은 명동소학교 4학년 시절의 두 사람을 이렇게 묘사했다. “윤동주는 문학에 특별한 재주가 있었고, 송몽규는 연설을 잘했으며, 정치적 리더십이 두드러져 장래 희망을 일찌감치 독립군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송몽규는 문학에서도 조숙했고 반일투쟁의식도 남달랐다. 그는 중학 2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콩트 <숟가락>으로 입선했다. 교토대 서양사학과 3학년 때 중국 난징에 있던 백범 김구를 찾아가 교육받고 뤄양군관학교 한인반에 입학했던, 활달했던 반제민족주의자였다.

 

윤동주와 한솥밥 먹고 동문수학한
송몽규는 문학에도 조숙하고
반일투쟁 의식이 남달랐다
윤동주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그 형무소에서 20여일 뒤 운명했다
송몽규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친공산당 성향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함북 종성군 동풍면에서 살다가 1886년 두만강을 건너간 윤동주의 증조부 윤재옥이 간도 명동으로 간 건 1900년. 그 1년 전인 1899년 문익환의 증조부 문병규와 김약연 등 초기 명동 이주 ‘4대 가문’ 가족들이 역시 함북에서 명동으로 갔다. 약 20년 뒤 윤재옥의 손자 윤영석이 김약연의 여동생 김용을 아내로 맞아 윤동주를 낳았고, 윤영석의 큰 누이동생 윤신영이 명동학교 조선어 교원 송창희와 결혼해 송몽규를 낳았다.

 

아주 닮은 삶을 산 이들 비운의 수재 중에서, 왜 송몽규만 잊혀졌을까. 윤동주의 그늘 탓일까. <독립운동의 성지 간도를 가다>(산과글 펴냄)는 송몽규가 어린 나이 때부터 “친공산당 성향을 자주 나타냈기 때문에 한국인 위주로 진행된 연구에서 윤동주와는 달리 송몽규는 소외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첫번째 조선인이었으며, 중국공산당 봉천지부를 건설했고 청산리전투에 필요한 무기 조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중국의 피카소’ 한낙연(한윤화)도 그런 이유로 잊혀졌을까.

 

2010년 8월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 언론정보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귀향할 때까지 5년여의 한국 생활을 체험한 주성화 중국 해란강닷컴 총편집인이 대표 집필한 <…간도를 가다>는 간도 토박이 지식인들의 간도 항일유적 탐방기라는 점에서 흔치 않은 책이다. 또 한·중·일 자료와 실사를 통해 사건과 인물, 그리고 그 역사·사회적 배경의 과거와 현재를 입체적으로 살핀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시인이기도 한 연길 출신의 주 편집인은 2010년 9월부터 거의 매주 주말 문인들과 언론사 기자, 공무원 등 평균 7~8명씩으로 구성된 답사팀을 가동해왔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서간도와 연해주 쪽 유적들도 탐방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이번 책은 용정, 명동, 연길, 도문 등 북간도 쪽 유적지 35곳과 거기 얽힌 사람과 사연들을 담았다.

 

이 책을 보면 일제는 1919년 4월15일 경기도 수원군(현 화성시) 제암리 교회 학살 같은 만행을 그 뒤에도 계속 저질렀다는 걸 알 수 있다. 1920년 10월30일 밤 12시30분, 용정 주둔 일본군 제4사단 28여단의 스즈키 대위는 보병 70여명과 헌병, 경찰관들로 이뤄진 ‘토벌대’를 이끌고 장암리 노루바윗골(동명촌)로 향했다. 그곳 수비대와 합세한 스즈키 부대는 새벽 6시30분 주민들을 집합시킨 뒤 청장년 33명을 포박해 교회당에 가둬놓고 불을 질렀다. 뛰쳐나오는 사람은 총창으로 찔러 불 속에 다시 밀어넣었다. 당시 용정 제창병원 원장으로 사건 직후 현장에 간 캐나다인 마틴이 가장 먼저 이 사건을 기록했다.
생전의 송몽규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가까운 거리에서 세 번이나 사격한 뒤에도 불 속에서 숨이 붙어 일어나는 자가 있으면 총창으로 찔렀다. 부녀자들은 마을 성년 남자들이 한 사람도 남김없이 학살당하는 광경을 강박당한 채 옆에서 끝까지 지켜봐야 했다. 그런 뒤 일본군은 유유히 돌아가서 천장절(천황 생일)을 축하했다.”

 

청산리와 봉오동 전투 패배 뒤 일제가 보복 차원에서 저지른 이른바 ‘경신 대토벌’의 일환이었던 그 학살극으로 용정과 같은 시기에 개척됐던 노루바윗골은 폐허가 됐다. 지금 그곳엔 유적비와 가묘들이 세워져 있다.

 

간도가 항일의 영토였던 것만은 아니다. <만주지역 친일단체>(역사공간 펴냄)는 10여 년간 만주지역 독립운동사적지 실태조사를 다닌 김주용 국사편찬위원회 재외동포사총서 편집위원이 일제강점기 만주지역의 대표적 친일단체들의 구성과 성격 등을 한·중·일 3국 사료들을 토대로 살핀다.

 

서간도에선 한국병탄 때 동원한 친일단체 ‘일진회’의 대륙침략용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만주보민회와 봉천조선인거류민회, 안동조선인회를, 북간도에선 악명 높은 정규 무장조직 간도특설대와 무자비한 탄압도 서슴지 않았던 간도협조회, 훈춘상조회 등을 구체적 실명까지 거론하며 파헤친다. 이들 친일단체는 일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항일운동세력 분쇄와 식민지 확장의 첨병 내지 일본인 대륙 이주 전초부대 같은 구실을 수행했다.

 

항일과 친일, 그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한승동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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