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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스포 유튜브 캡처
“지난 3월 13일부터 나는 교외에서 지내고 있다. 엄마와 내 아이들이 어깨를 부대끼는 것을 막기 위해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이곳은 내가 주로 주말마다 내려와서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대개 일요일 저녁이면 파리로 올라가야 해서 아이들이 가기 싫다고 울었는데, 이번 일요일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프랑스 전역이 봉쇄된 탓이다.”
잔잔한 감상을 담은 신문지상의 산문 연재가 프랑스 문인과 언론, 일반 시민 등에게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에 연재되고 있는 ‘격리일기’다. 프랑스 유명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작가 레일리 슬리마니(39)가 쓴 것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하는 수도 파리를 떠나 교외에서 머물면서 느낀 감상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전국에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때 별장으로 이동해 보낸 일상이 독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가디언)는 평가까지 나온다.
슬리마니는 지난달 13일부터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첫 연재인 지난달 18일 일기에서 슬리마니는 “오늘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방의 창틈으로 언덕 위의 여명이 동터오는 것을 보았다. 풀잎에 서리가 내리고 보리수나무에는 첫 싹이 움텄다”면서 감상을 담았다. 이달 3일 일기에서는 “인간의 피부는 가장 무겁고 가장 넓은 기관이다. 갓난아기의 피부는 엄마의 배 위에 포개지고, 우리는 태양의 애무와 사랑하는 이의 시선에 자신의 피부를 드러낸다”면서 “코로나19 전염병이 타인의 피부를 점점 덜 만지게 되는 경향을 악화시켰다”고 적었다.
이 글에 대해 소설가 디안 뒤크레는 주간지 마리안에 실은 기고문에서 그를 프랑스 혁명 당시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비판했다. 뒤크레는 “교외의 통나무집에서 격리생활을 한다는 슬리마니의 경험은 그림 형제(백설공주 등을 쓴 독일 동화 작가)가 만들었던 세계관 같다”면서 “베르사유 트리아농 궁에서 농부 흉내를 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람들의 분노와 공포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적었다.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왕비다.
메디치상을 받은 소설가 마리 다리외세크(51)도 주간지 르푸앙에 기고한 피란기로 비판을 받았다. 글에서 다리외세크가 쓴 “파리를 나타내는 ‘75번’이 적힌 번호판을 단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돼 차고에 있던 낡은 차를 꺼냈다”는 표현도 비판을 받았다. 그는 또 그는 또 “우리는 바다로 갔다. 해변은 적막하다. 사람이 없는 행성의 시야를 느꼈다”고 적었다. 다리외세크는 프랑스 정부의 이동금지령 발령 직전 고향인 바스크 지방으로 피신했다.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 농촌에서는 교외로 피난 온 파리시민들을 ‘코로나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고 있다”면서 “경찰이 부활절 휴가객도 막는 상황에서, 두 작가의 피란기는 독자와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시국에 정부의 이동금지령을 어기고 일탈하는 것은 유명 작가들만의 일은 아니다. 5일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동금지령이 시작된 3월 17일을 전후해 프랑스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한 사람은 10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최대 이동통신사인 오랑주텔레콤이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이동금지령 직후 2주 동안 벌금을 낸 사람도 35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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