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39. 체포
지영은 장의자에서 우쭐 일어나더니 손으로 부채질했다.
“우와- 덥다. 저 지하철교 밑 개울에서 숱한 사람들이 개울물에 종아리를 시원히 불그고 놀더라. 우리도 거기가서 계속 얘기할까요?”
나영도 우쭐 일어나며 동감했다.
“그게 좋겠다.”
나영이 종호 손을 쥐여 일으켜 세웠다.
“갑시다. 리사장님, 달아오른 종아리를 개울물에 불구고 나란히 앉아 얘기하면 더욱 로맨틱할 거 같아요.”
지영은 너무 살갑게 구는 나영을 아니꼬운 눈길로 흘끔 쳐더보더니 눈을 흘기었다.
종호는 뜻밖에 심드렁 표정을 지었다. 계속 얘기해 봤자 한곬으로 흘러갈 수 없어 재미 없을 것 같았다. 괜히 화기애애한 기분만 깰 거 같았다.
“이젠 밤도 깊었는데. 집에 돌아가기오. 나영인 성림일 홀로 재워놓고 근심되지도 않소?”
나영은 핸드폰을 들어보더니 도리머리를 저었다.
“이제 나온지 반시간도 안됐는데요.”
지영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우리 셋이 언제 이렇게 만날 새 있겠습니까?”
그러자 종호는 별 수 없어 그녀들을 따라 나섰다.
“그럼 글쎄 가보기오.
그때 종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종호가 핸드폰을 꺼내 보니 려향이 아니라 여경이었다.
“진짜 성가시게 구네. 웬 전화를 자꾸 쳐?”
“누군데요?”
지영은 종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종호는 대답 대신 나영을 힐끔 곁눈질하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인차 가까이에 있는 비닐장기하우스로 슬쩍 들어가버리었다. 밤중이여서 비닐하우스 안에는 장기를 노는 로이들도 하나도 없었다.
“여보세요! 이종호씨를 부탁드려요!”
“네, 종호인데요.”
“왜 전화 안 받아요. 진짜 꽉 막힌 사람이네요.”
“밤중에 무슨 일입니까?”
“지금 보라매공원에 있지요?”
여경들은 지금 위치추적기로 종호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더는 속일 수 없었다.
“네. 건데 무슨 일로 밤중에 자꾸 전화질 합니까?”
“옆에 나영씨 있죠? 맞죠?”
“없습니다.”
“거짓말! 죄인을 감춰 주면 은닉죄를 지게 돼요. 사실대로 말하세요.”
“네. 여긴 나영이란 여자 없습니다.”
“전번에도 말하지 않았는가요? 나영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라고 했는데요. 지금 뭔가요? 진짜 은닉죄를 지고 있군요. 지금 보라매공원 어디 있는지요? 이종호씨 지금 구체 위치를 말세요.”
“장기하우스에 있습니다.”
“알았어요.”
이때 장기하우스 밖에서 나영이 훌 들어왔다.
“리사장님, 누군데요? 어째 내 이름 들먹이는가요?”
“전번에 류려평을 체포하던 여경들이오. 나영일 자꾸 찾소. 어서 도망치오.”
종호는 그 소리를 들으면 나영은 그 자리로 부랴부랴 도망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영은 오히려 개의치도 않았다.
“재간 있으면 나영일 붙잡아 보라지. 뭐. 흥!”
나영인 콧방귀까지 뀌었다.
그녀는 못 박힌듯이 그 자리에 떡 뻗치고 서서 자리를 뜰 념도 하지 않았다.
“여경들이 하늘을 날고 뛰는 재간이 있답니까? 손오공이 와 봐. 흥! 나영일 붙잡는가. 두고 보자.”
“꼼짝 말엇!”
갑자기 남녀경찰 대여섯이 우르르 뛰어들었다.
나영은 꼼짝도 못하고 나포됐다.
갑자기 나영은 여경의 손을 홱 뿌리치며 고함쳤다.
“놓으세요! 왜 이래요?”
여경이 냉소하며 다가섰다.
“나영씨 맞죠?”
“그런데 왜요? 무슨 죽을 죄를 졌는가요?”
남경이 체포장을 꺼내 들었다.
“나영씨,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으로 체포합니다.”
종호는 아닌 보살을 떨었다.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라니요?”
여경이 피씩 냉소했다.
“이종호씨,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우리 몇번이나 말해 줬는데요.”
이종호는 때를 만났다고 물어 보았다.
“한가지 문의해도 괜찮겠습니까?”
“뭘?”
“나영씨 무슨 죄 있다고 인터폴에서 나왔는가요?”
남경이 똑똑히 까밝히었다.
“나영씬, 중국에서 전람관 부관장을 하면서 전람관 재건비용 5만원을 횡령한 죄를 졌습니다. 나영씬 횡령죄가 두려워 문화국 국장 최정호와 함께 일본을 경유해 한국에까지 밀입국했습니다.”
“뭐라고요?”
종호는 나영한테 이런 죄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저 불법체류자 돼서 경찰한테 추적당하는가 해 있는 힘껏 도와주었던 것이다.
“호호호.”
나영은 턱을 쳐들고 비닐장기하우스 천정을 쳐다보며 웃었다.
“나영이라고? 똑똑히 보라구? 내 나영인가?”
그 자리에 있는 경찰들은 깜짝 놀라 멍해 서로 쳐다보았다.
종호나 지영도 의아해 나영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나영인 자기 량팔을 꼭 붙잡은 여경들의 손을 홱 뿌리쳤다.
“이걸 놔요! 난 나영이 아닌데요.”
그녀는 핸드빽을 뒤적이더니 뭘 꺼내들었다.
“이 려권을 보세요. 난 나영이 아니라 춘영인데요.”
“뭐? 춘영이?”
여경들은 려권을 받아들고 황급히 나영의 얼굴과 대조해 보았다.
종호와 지영은 서로 쳐다보면서 어이없어했다.
여경들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려권과 나영의 얼굴은 똑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나영은 턱을 쳐들고 떳떳하게 말했다.
“난 나영이 쌍둥이 여동생 춘영인데요.”
젤 놀란 것은 경찰들보다도 지영이었다.
“춘영아?!”
갑자기 지영은 욕설을 퍼부으며 씽드르 나영한테 달려들었다.
“이 개쌍년아! 내 남편 꼬시더니 여기까지 뒤쫓아와 사기를 쳐?”
지영은 나영이 머리끄댕이를 마구 줴 끄당기었다.
여경이 지영을 뜯어말리었다.
“이러지 마세요!”
경장인듯한 남경이 손을 홱 휘둘렀다.
“몽땅 경찰사에 연행하세요!”
경찰들은 나영과 지영 그리고 종호까지 경찰차에 압송해 경찰서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덮쳐왔다. 경찰차 요란한 경적소리에 깜짝 놀란 보름달아가씨도 호수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아기별들도 놀란 금빛눈을 깜짝이며 아쉬운대로 하나, 둘 호수가 인간세상을 떠나 하늘로 솟아올가갔다.
종호는 의아해 고함쳤다.
“이보세요. 내 무슨 죄 있다고 련행합니까?”
남경이 대답했다.
“종호씬 성실하지 못하게 거짓말 하지 않았는가요? 나영이 있어도 신고하지 않았잖아요? 당신은 도주할 위험도 있는 인물입니다.”
나영은 종호를 변호했다.
“세상 법이 없어도 살 리사장님인데요. 작작 릉욕하세요.”
지영도 합세해 항의했다.
“우리 무슨 죄 있다고 련행해요?’
여경은 옆에 앉은 지영의 허벅지를 툭 쳤다.
“경찰서에 가면 알게 돼요.”
지영은 두덜거리었다.
“춘영이 나영인가 확인하면 될 건데요. 왜 우리까지 성가시게 굴어요?”
지영은 나영을 욕했다.
“춘영아, 언니 때문에 죄를 만났구나. 너네 언니 나영이 그 간나새끼 때문에 우리도 욕본다. 아이구, 스트레스다!”
나영은 경찰차에 압송돼가면서도 옆에 앉은 여경 건너 한어로 지영을 둘러보며 욕했다.
“초타마디, 왕바단! 개쌍년, 카시모도, 너네 둘 중 누가 날 물어먹었지?”
지영도 한어로 지껄이었다.
“간나새끼, 아무리 원쑤라도 난 고발 같은 거 그때위 짓거리 안해.”
나영은 횡설수설했다.
“거짓말 작작 해라. 네 문자를 받고 여기 오자마자 억울하게 나영 대신 나포됐잖았니? 니 고발 안했으면 어떻게 딱 만나는 장소에 와서 날 나포해?”
그녀들이 주고 받는 중국 말을 다 알아듣고 여경은 속궁리를 굴리었다.
(흥, 나영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나영인지, 춘영인지 밝혀지겠군. ㅎㅎ)
나영은 자꾸 단서를 남긴다는 것도 모르고 계속 중얼거렸다.
“ 내 리사장 전화 받는 거 다 들었어. 울 언니 리사장을 그렇게 도와 줬는데 왜 물어먹었어?”
종호는 억울해 입을 함박만큼 쫙 벌렸다. 그도 한어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좀 작작 억울하게 구오? 여경이 금방 나영이 있는가 묻는 것두 여기 없다고 했댔어. 내 저를 물어먹을 사람이오?”
지영도 한마디 보탰다.
“춘영아, 난 네년을 잡아먹어도 씨원찮다! 내 남편을 빼앗을 땐 어쨌니? 내 가슴이 억망진창이 된 거 아니? 가슴이 멍멍해 멍들었어. 어진간하면 내 슬기를 버리고 한국에 나왔겠니? 개쌍년, 그래도 살기를 바라니?”
그러자 나영은 맞대구를 했다.
“지영아, 니 그런 말 할 처지냐? 니 나영이 첫사랑 국현일 빼앗아 갈 땐 어쩌구.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용서 못해?!”
“간나새끼, 나영의 첫사랑을 빼앗아갔다고 나영을 대신해 내한테 보복했니?”
나영은 춘영인 척 하면서 연극을 놀았다.
“어째? 국현이 니한테 장가드는 거 보고 나영이 얼마나 울었는지 아니? 내 국현이하구 공원 차 안에서 오입한 걸 보고 어떻데? 니 간나새끼 고통스러워하는 거 보니 얼마나 깨고소했는지 모르겠더라. 어째?!”
옆에서 종호는 들을수록 오리무중에 빠졌다.
(딱친구라더니 생불을 켜는 라이벌이었어? 뭐? 국현인 나영이 첫사랑? 아님, 저 춘영이라는 나영이 여동생 첫사랑이랑 말인가? 언니 대신 보복했어? )
종호는 그녀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들으면서 딱친구 사이 아니라 라이벌이라는 것을 서서히 느꼈다.
(그럼 저건 나영이 아니라 얘들의 말처럼 나영이 쌍둥이 여동생 춘영이란 말인가?)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영이나 지영이나 다 이 여경들이 한어를 다 알아듣는 것을 알기나 하는가? 아니면 한어를 다 알아듣는 경찰들 앞에서 지금 고의로 연극을 노는 건가? 지금 연행돼 가는 여자는 나영이 아니라 춘영이란 걸 보여주려고? 그렇다면 긴급돌발 상황에서 지영과 나영의 연극기교는 진짜 수준급이 아닌가?)
그제야 종호는 안도의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이제 경찰서에 가면 다 밝혀지겠지?)
나영이 또 입을 열었다.
“간나새끼, 어디 두고 보자. 남을 물어먹고 잘 되는가?”
“응, 넌, 남의 발등을 밟고 잘 될 거 같애?”
“성가셔! 입 다물지 못할가?!”
이때 여경이 꽥 소리쳤다.
그제야 나영과 지영은 입에 빗장을 지르고 말았다.
경찰차는 무더위를 뜷고 경찰서 앞에서 서서히 멈춰 섰다.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시무시한 쇠찰상 속 경찰서였다.
이제 나영의 앞에는 어떤 운명이 차례질까?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출생.
1974년 교하시 모 한족초중 졸업, 1976년 고향의 모 고중 졸업한 후 1년 반동안 소 궁둥이를 쳤음. 목동 출신임.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로년세계"잡지와 "농가"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정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4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6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총 34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