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창립4주년 심포지움 발표자료
발표자: 김용필 중국동포타운신문 발행인 겸 편집국장
재한조선족 20년史, 얻은 것과 잃은 것
<들어가는 말>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창립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또한 제3기 임원단을 구성하게 된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한 발 더 성숙되어 발전하게 되기만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자리잡기까지는, 한국 유학생활이 쉽지만은 않을텐데 지난 4년 동안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활동해온 1기, 2기 선배 유학생 임원들의 희생적인 노고가 컸을 것이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4주년을 맞는 동안 재한조선족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본다. 3기 임원진을 구성하게 될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내년 활동 또한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보다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활동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과거를 뒤돌아보고 재도약하는 좋은 자리가 오늘 심포지움을 통해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창립4주년을 맞아 재한조선족 이주 역사, 즉 20년사를 총정리하고 한중교류의 역할자로서 방향을 잡고 심포지움을 개최한 것은 매우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발제할 이 글의 제목은 『재한 조선족 20년史, 얻은 것과 잃은 것』이다. 과연 필자가 이 주제로 발표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2000년말부터 현재까지 국내 조선족사회의 변화상을 현장취재하며 기록으로 남겨온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재한조선족의 변화상을 조망해보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올해 4주년을 맞는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또한 새로운 임원단을 구성하여 내년부터는 여러모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여, 지난 4년간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걸어온 길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써 생각을 정리해보고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재한조선족사회의 발전과 향후 조선족 전체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본문>
1.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탄생과 활동
2005년 11월 13일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창립 1주년을 맞이할 당시, 필자는 1999년 이후부터 재한중국동포사회의 변화상을 연도별로 정리하여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발표문을 정리하면서 필자는 ‘급변하는 재한중국동포사회 변천사’라고 주제를 잡았다.
[사진자료1] 2004년6월3일 가리봉 한 중국식당에서 가리봉지역민 대표와 유학생대표 간담회
이러한 시점에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2003년 11월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발족이라 생각한다. 특히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발족과 동시에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조선족동포들이 겪는 어려움에 동참하고 한국사회에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지금까지 활동 과정은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펼쳐져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조선족사회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고민하며 그 중심을 잡아주는데 재한조선족유학생의 역할은 매우 컸다고 본다.
필자가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중국동포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가리봉동에서였다. 당시 필자는 2003년 5월부터 가리봉동에 거주하며 가리봉 지역민(한국인, 약 1만7천여명)과 이곳에 거주하는 중국동포(약 1만여명)들이 서로 교류하고 어울려 잘사는 마을 ‘중국동포타운’을 만드는데 주 관심을 갖고 지역민․상인들과 중국동포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결과로서 가리봉지역상인 154업체가 모금하여 가리봉동에서 중국동포를 위한 설맞이 노래자랑대회를 성황리에 치룰 수 있었다. 이 행사는 지역민이 중국동포에 관심을 갖고 최초로 벌린 행사이기도 하였다. 이 이후에도 가리봉 지역상인들은 중국동포 상인들을 포함한 상인연합회를 구성하고 “가리봉동이 불법체류 동포들이 밀집거주 하는 지역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중국진출의 발판이 되는 지역으로 새롭게 이미지 변신하자”는데 뜻을 모으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2004년 초, 갓 설립된 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가리봉지역 중국동포사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함으로써 지역민들의 중국동포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갔다. 그 관심은 중국동포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게 된 것이다.
그후 2004년 6월 3일 가리봉 한 중국식당에서 가리봉지역민 대표와 유학생대표간의 간담회[사진자료 1 참조]를 갖기에 이르렀고, 가리봉지역발전과 중국동포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공동발전을 위해 문화활동 등을 펼치기로 했던 것이다. 이는 곧 한중코리언공동체 정신을 표방한 “和合과 共存”의 정신을 실천하는 첫 걸음을 바로 가리봉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자료 2] 가리봉거리를 화합과 공존의 거리로 선포식 행사
당시 안산원곡동 외국인마을과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을 비교연구 조사하고 있던 조선족유학생 예동근(고려대 사회학 박사과정)씨는 “서울 가리봉동은 안산 원곡동과 달리 민족공동체의 요인이 결합되어 ‘화합과 공존’의 ‘동포타운 만들기’가 지역상인, 조선족 유학생 중심으로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분석하였다.(중국동포타운신문 제46호 2004년 7월 10일)
이후 ‘화합과 공존의 새시대’를 가리봉에서 펼치자는 슬로건 하에 가리봉동 지역민과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는 뜻을 모으고 2004년 추석맞이 한중문화대잔치를 계획하게 된 것이다. 9월 4일 가리봉거리를 화합과 공존의 거리로 선포하는 행사[사진자료 2 참조]를 가졌고 화합과 공존의 정신 10개 공동실천 덕목을 정해 선서하는 행사를 가리봉 거리에서 실시했다.
10개 공동실천 덕목은 ‘화합과 공존의 거리’를 만들기 위한 10개 공동 실천덕목으로 중국동포 뿐만 아니라 한국 지역민들도 함께 지켜야 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1. 항상 가족을 생각하자.
2. 희망을 품고 열심히 일하자.
3.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
4. 법과 기초질서를 지키자.
5. 주변환경을 깨끗이 하자.
6.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자.
7. 웃는 얼굴로 만나고 헤어지자.
8. 서로 도우며 신뢰를 쌓자.
9. 하루에 한번씩 좋은 생각을 갖자.
10. 좋은 친구가 되자.
[사진자료 3] 10개 공동실천 덕목 선서식
2004년 추석명절을 맞아 9월 27일, 28일엔 양 이틀간에 거쳐 27일엔 전야제로 가리봉거리에서 중국동포 노래자랑을 펼쳤고, 28일엔 구로공단 산업단지 운동장에서 연변가무단 등 한국 유학 나온 예술인이 총집합하여 문화공연을 펼쳤다.
이 행사 역시 가리봉 지역상인들이 2000여만원을 모금해 후원하고, 재외동포재단에서 1000만원을 지원함으로써 이루어진 행사로 28일 행사엔 2만여 중국동포들이 참여한 문화공연으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조선족유학생들의 이런 활동은 그동안 특정 종교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던 중국동포 관련 활동과 문화행사가 지역중심, 민간 사회 중심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으며, 한국에 나온 중국동포들에게 조선족유학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준 뜻깊은 행사였다고 본다.
그 후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이런 문화행사를 통한 이미지 쇄신과 화합과 공존의 정신운동은 계속 이어져 갔지만, 아쉽게도 가리봉동의 재개발 역풍을 맞아 실질적으로 쇠퇴해 가는 양상을 보여온 것이 현실이다. 2005년 가리봉동에서 추석문화행사를 하여 명맥은 이어갔지만, 가리봉지역민의 관심이 재개발로 이어지고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의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어간 분위기와 한국사회의 관심 부족으로 재한조선족유학생들의 문화행사를 통한 활동은 현실적으로 쇠퇴해가는 안타까움이 남아있다.
[사진자료 4] 2004년 9월 28일 추석문화행사
[사진자료7] “화합과 공존” 10개 실천덕목을 선서. 조선족유학생들이 선창하고 행사에 참여한 2만여 조선족동포들이 따라 선서하였다.
그러나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는 자체적인 학술세미나를 통해 내부결속을 다져왔고 지역성을 뛰어넘어 재한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의 상호이해 연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힘든 유학생활 속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고 활동영역을 넓혀온 재한조선족유학생의 활동은 올해 4주년 심포지움을 통해 더욱 돈독해지고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2. 중국동포 코리안드림 20년史를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동포의 코리안드림은 여러 가지 특징과 의미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중국동포의 한국사회 진입은 외국인의 이민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외국인의 이민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이민이라는 특징이 강하지만, 중국동포의 한국 이민은 ‘고향을 찾아 돌아온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고향으로 돌아온 중국동포를 따듯하게 반겨주고자 하는 준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20년 가까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중국동포의 고향 길은 고되기만 했고 조선족사회의 해체를 야기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2007년 올해 방문취업제가 시행됨으로써 어느 정도 중국동포의 고국방문과 취업활동의 문이 넓어졌지만, 과거 20년 동안 지속되었던 조선족사회의 후유증을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한국정부만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조선족동포가 한국으로 이주할 당시,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역시 많은 도전을 받고 있었던 때였음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올해 12월에도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90년대에 들어서서 한국사회는 민선 대통령시대를 맞이하고 지방자치정부 시대를 맞아 선거를 치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선거철만 되면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온통 선거에 최대 관심이 쏠렸다. 또 선거가 끝나 정권이 교체되면 사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까지 한국사회에서 있어왔다.
그리고 1997년 IMF경제대란이 왔다. 한국경제가 곤두박질을 하는 상황이 되었고 대량 정리해고 바람이 각 기업마다 불었고 대량실업사태가 벌어졌다. 지금도 한국인의 실업문제는 한국사회의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해야 했다.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하면서 한국정부는 외국인 정책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갖게 된다. 90년대 동안은 국내 문제에 온통 신경을 써야만 되는 상황이었다면, 2002년 월드컵을 치루게 되면서 한국사회도 국제화로 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고 외국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데 사회적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속에서 한국에 이주해온 조선족동포들에겐 역차별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본다.
1999년 말 제정된 재외동포법이 있었지만, 재외동포법은 조선족동포에겐 그다지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이 되지 못하였다. 그 이유로 조선족동포들은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04년 초까지 각종 시위 활동을 종교단체를 통해 벌이게 된다. 그렇지만 결과는 국내 체류 외국인 인구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조선족동포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물러앉게 되고 외국인노동자 문제로 관심이 쏠려 그야말로 조선족은 고향에 온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외국인으로 인정되고 그런 방향에서 외국인정책이 마련되었다. 그 정책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03년 8월 17일 국회를 통과한 외국인고용허가제다.
이 법은 조선족동포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되어 이 제도가 시행될 초기에는 주로 건설현장 식당, 가정부 등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조선족노동자들의 현실에 맞지 않아 재한조선족사회에 숱한 폐해를 가져다 준 원인 제공자 되기도 하였다. 체류는 합법으로 만들어놓았지만 취업활동에 대한 강한 규제가 결국은 국적취득과 국제결혼으로 조선족사회를 몰고 간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것은 허위 국적취득, 국제결혼 등의 문제가 불거져 조선족사회에 대한 더욱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쨌든 지난 조선족동포의 코리안드림 20년동안,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조선족동포를 위한 적절한 관심과 정책이 부재할 수밖에 없었던 점, 그리고 뒤늦게 관심을 가졌지만 조선족동포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을 마련해 조선족사회에 이중고를 안겨다준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이다.
3. 조선족동포의 ‘코리안드림 20년’, 얻은 것과 잃은 것
-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사회는 시장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혼합된 사회로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이다. 중국과는 정치적․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곳이다. 따라서 조선족동포의 한국이주 생활은 중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고 본다. 그것을 통해 잃은 것도 있겠지만 산 지식으로 얻은 것도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무엇을 얻었을까.
① 자본주의, 시장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체험과 이해
노력한 만큼 댓가를 받을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사회는 사실 적응해 나가기 어려운 점이 많은 사회이다. 그러나 노력하고 창의력을 갖고 일하는 자에겐 기회가 주어지고 자아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시행 초기단계에서 조선족동포들이 이런 경험을 한국사회를 통해 하게 됨으로써 향후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② 자원봉사. 나눔과 기부운동, 민간단체 활동.
한국사회에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많다. 비영리 민간단체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조를 받기도 하고,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운영이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그러나 역시 이런 비영리 민간단체는 기본적으로 자원봉사 정신에서 비롯되어 사회적 영역으로 성장해 나갔다는 점이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이라든가. 정부의 일을 대신 대행하여 할 경우, 민간단체가 성립되어 이 일을 추진해 나간다.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사회에 여러 단체가 성립되어 가고 있다. 이런 활동도 결국은 한국에 온 코리안드림의 성과물이라 본다.
그리고 현재 <중국동포타운신문>은 (주)월드원텔레콤과 사랑의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1년이 된 지금까지 1,700여만원이 거쳐 7백여만원이 집행되고 올해내로 나머지 성금이 집행될 계획이다. 이 운동 역시 국내 체류하는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③ 조선족은 어디까지나 조선족이다라는 것
한국국적을 취득하여 한국인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조선족은 조선족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조선족의 정체성은 동포1세대, 동포 2세대, 동포 3세대에 따라 차이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동포 3세대에 와서 정립되고 그 특수성을 살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포3세대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바로 그런 특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은 세계화 시대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중간자의 역할은 중요하고 또 가치 창출도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도 다민족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속에서 조선족도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섭렵한 이중문화 특수성을 잘 살려나가면 한중 양국간의 가교자로서의 좋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또한 한중 교역간 가치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조선족사회는 이중문화의 정체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갈등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것을 잘 정립해 나감으로써 조선족사회가 갖는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 잃은 것은 무엇인가?
현재 조선족 사회가 가장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전통적으로 형성해 온 공동체의 해체 위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교육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고, 중국 또는 한국사회로의 동화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어 조선족의 이중문화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이다.
조선족의 코리언드림 20년을 통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필자의 견해에서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① 조선족의 내외부적인 신뢰 상실
중국에서의 조선족사회는 상당히 우수한 민족으로 인정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코리언드림’으로 우수한 민족으로서의 신뢰도가 떨어졌고 한국이나 중국사회로부터 ‘의심스러운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런 인식은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가져다 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한때 한국사회에서도 상당히 만연되어 있었던 때가 있다. 결국 이것은 부정부패를 낳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자체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돈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해 상당한 투명성을 요구하고, 비자금 조성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 경계심이 많아졌다.
그러나 중국사회는 안되는 일도 돈을 들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이 아직까지 만연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기회를 본 악덕 브로커들이 코리안드림을 팔아 한국에 오고싶어 하는 조선족에게 고액의 돈을 받고, 조선족은 사기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이 속출했다. 그 결과 중국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중국에서 사기피해를 입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 피해와 부담을 한국사회에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족사회의 자체적인 정화노력과 구제노력 없이 피해를 받은 것만 강조하여 한국사회에 구제만을 강요할 경우 조선족에 대한 반대파 세력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상호신뢰를 쌓기 위한 조선족 자체의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② 공동체성 상실과 개인주의화
한국에 나온 조선족은 본인을 조선족이라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많은 것같다. 이런 현상은 한국사회에 조선족에 대한 선입견이 불러일으킨 원인도 작용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감의 결여가 가져온 것이라 본다. 그 자신감의 결여는 그만이 갖고 있는 개인적 단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원인 중에 가장 큰 것은 한국에 와서 ‘불법체류자’로 생활을 한 것에서 형성된 특징이라 본다. 2004년전까지만 해도 상당수 조선족이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생활을 하였다. 공공의 장소에 나타나기를 꺼려하거나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조선족에 대해서 바로 알고자 하는 한국인 조차도 접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남들이야 어떻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사고방식과, 공동체문제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내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이 만연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회 공동체적인 활동에 참여성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개인적인 활동에 안주하며 생활을 해올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③ 지도자의 부재
지금도 조선족사회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지도자의 부재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 나온 조선족은 장기적인 지도자의 부재속에서 생활을 해왔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이겠지만, 장기적인 지도자의 부재는 푯대없는 나룻배와도 같은 것이다.
<결론>
-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에 바란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는 조선족동포 사회의 3세대들로 구성된 젊은 군이다. 차세대 지도자들인 것이다. 1, 2 세대와 달리 3세대는 주어진 환경속에서 창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세대라 생각한다.
따라서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는 창의력을 갖고 소속된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과감한 도전 정신을 갖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배출하는 토양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재한조선족사회의 발전은 곧 전반적인 조선족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그 중에서도 일반 이민자와 다른 위치를 갖고 한국에 유학생 신분으로 나온 조선족유학생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 한국사회와 중국사회를 연결하는 교량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절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실력은 곧 현실을 떠나서 이론적으로만 만들어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현실 참여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결성취지는 ‘현실사회 참여 정신’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리고 지난 4년간의 활동은 현실 참여적인 데에서 많은 부분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단지 대학가에서의 학술교류나 지식교류 차원이 아닌 자원봉사 활동과 조선족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과 진로모색, 정체성 정립을 위한 고민 등을 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내에서 진지하게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토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큰 것이다.
따라서 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사회참여적인 활동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에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① 각자 각자의 전공 분야를 살려 사회 각 분야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자원봉사 활동으로 적용시켜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은 헛된 시간 낭비가 아니라 젊은 시절에 할 수 있는 좋은 투자라 생각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공동체를 생각하게 되고 자기 영역을 넓힐 수 있고 창의력을 갖게 될 것이다.
② 재한조선족사회에 대한 참여와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된다.
그 사회의 지식인․지성인은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기가 속한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가능한 범위내에서 기꺼이 동참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유학생 신분에서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유학생네트워크의 현재의 장점은 순수하고 어느 한곳에 치우침이 없다는 것이다.
이젠 재한조선족사회의 문제도 한국사회나 한국정부가 풀어주기를 바라는 쪽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합당한지 고민하고 내부적으로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부와 대화하고 타협하는 자세로 대안을 제시하는 안목을 갖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더욱 중요한 때라 본다. 이것은 조선족사회 이미지 제고에 있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③ 한국사회를 바로 아는데 관심 두어야 한다.
한국에 유학을 온 목적 중에 하나는 한국사회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에 2~3년 이상 있으면서도 한국사회를 교과서적으로만 알고 있다면 많은 부분을 잃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많은 유학생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유학생네트워크의 활동도 여러 측면에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을 한국 대학내 한국학생 그룹과도 연계하여 좀더 적극적인 교류활동을 넓혀간다면 좋을 것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④ 그리고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해서는 재한조선족유학생을 위한 좋은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의 좋은 기능이라면 좋은 인재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다각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재한조선족 20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가장 큰 수확은 그래도 한국사회에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와 같은 자발적인 건전한 단체가 성립되어 조선족사회에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