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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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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디아노 문학의 미래 낙관 댓글:  조회:2776  추천:0  2014-12-14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디아노 문학의 미래 낙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파트 리크 모디아노(69)가 문학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월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겸손하고 수줍은 성격으로 언론에 모습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모디아노는 7일 스톡홀름 스웨덴 한림원에서 행한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미래 세대의 소설가들이 "호메로스 이후 모든 세대들이 해온 것처럼 (문학의) 영속성을 지킬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모디아노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기억의 예술로 환기시키고 나치 점령 당시의 생활상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모디아노는 파편화된 기억을 통해 작품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제2의 마르셀 프루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모디아노는 이와 관련, "불행히도 나는 프루스트의 재능과 솔직함으로 과거의 일을 기억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유로 프루스트가 묘사하고 있는 사회는 여전히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던 19세기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루스트의 기억은 정지화면처럼 매우 세세하게 과거가 다시 나타나도록 만들고 있다. 오늘날 나는 건망증과 망각과의 지속적으로 투쟁하면서 기억은 그 자체보다 더 불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망각의 규모는 우리가 오직 과거의 단편과 단절된 흔적, 순간적이고 거의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포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이 같은 큰 망각의 시기에 맞서 희미한 이야기들을 바다 위의 빙산처럼 다시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소설가들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또 발자크와 디킨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19세기 작가들에 대한 향수도 일부 내비쳤다.   그는 "그때는 시간이 지금보다 느리게 흘렀으며 이 같은 느림은 소설가가 에너지와 주의를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 시간은 점점 빨리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과 같은 시대의 작가들은 "과도기적"인 작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메일, 트위터 등에 익숙한 미래의 작가들이 "모든 이들이 지속적으로 연결돼 있고 우리 자신만의 영역이었던 친밀함과 비밀이 '소셜네크워크'들로 인해 잠식당하는 이 세상을 문학을 통해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문학 내지 소설의 죽음을 예견하는 일부 젊은 작가들과 달리 자신은 문학의 미래를 계속 낙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다.      
12    문학의 또 다른 은혜로움 치유 댓글:  조회:3142  추천:1  2014-11-01
문학의 또 다른 은혜로움 치유   박민근     어째서 좋은 문학을 위대하다고 하는 걸까? 이 뻔한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문학이 가진 넓고 깊은 능력 때문일 것이다. 문학 읽기는 다른 일이 따라가기 어려운 숱한 긍정성을 갖고 있다. 문학이 가진 능력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것은 인간을 고통에서 구하는 치유의 힘이다.   문학 읽기는 상처 입은 자를 재생시키는 내면의 공간을 마련한다, 부활시킨다. 상처란 대개 내면을 잃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학작품 읽기면 충분하다. 마음을 다친 사람은 지하철이나 작은 골방에서도, 시끄러운 공공장소나 한적한 시골길 나무 그루터기 위에 앉아서도 절대 회복의 시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단지 책을 펴고, 그 심층을 더듬어 따라가기만 해도 치유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존경받는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독서, 특히 문학작품 읽기가 우리 삶에서 필요한 까닭이 책이 가진 치유력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독서기술How to read and why≫ 처음을 이렇게 열고 있다.   “책을 잘 읽는 유일한 방법은 없지만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있다. 정보는 무한히 널려 있다. 그런데 지혜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운이 좋다면 선생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혼자이며 남의 도움 없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잘 읽는 것은 고독이 제공하는 크나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치유의 효과가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이나 친구, 또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 속에 있는 타자성(他者性)을 일깨워준다. 상상에 의한 허구의 문학인 순문학은 타자성이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고독을 경감시켜 준다. 우리가 읽는 이유는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정이 너무 취약하고, 위축되거나 사라지기 쉬우며, 공간과 시간과 불완전한 연민, 그리고 가정과 애정 생활의 온갖 슬픔으로 짓눌리기 쉽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또한 매우 인간적인 일이기도 하다. 게임이나 사냥, 탐식이나 육욕은 짐승들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부분의 훌륭한 문학작품은 한 사람의 작가가 인간 존재에 대한 탐색과 그 여정으로 얻는 가치와 울림을 전한다. 특히 좋은 문학은 깊은 울림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울림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한다.   우리는 살며 숱한 상처와 시련을 겪고 견디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 상처 많은 인생이, 이 세상의 험한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마음의 단련과 회복이 무엇보다도 필요한데, 이를 가장 성실하게 도울 수 있는 일이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다.   만약 우리 현대인이 문학에서 멀어진다면 그것은 이 소중한 치유의 기능을 잃는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나날은 상처를 입히지만, 문학을 읽고 또 읽으면 그 상처는 단지 상처가 아니라 내적 성장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밑거름으로 자리할 수 있다. 문학 읽기가 치유적으로 작용할 때는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반추하는 순기능이 잘 일어날 때이다.    나는 문학 읽기에 어려움이 그리 크지 않은 내담자 대부분에게 ≪독서기술≫이 아닌, ≪독서기술≫에 실린 작품목록을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은 비평가의 글쓰기답게 읽기가 녹록치 않은 편이다.   다만 ≪독서기술≫가 제시하는 문학작품의 목록들은 명성이 자자한 노비평가가 선별한 치유력 높은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책에는 대중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이반 투르게네프에서부터 이탈로 칼비노 같은 작가까지, 그리고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않았을, 월터 새비지 랜도나 존 키츠, 내서네이얼 웨스트 같은 작가들을 포함하여, 또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같은 작품부터, 조금은 생속한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레르≫,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토머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같은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해럴드 블룸의 격조 있는 이해와 감상이 실려 있다.   나는 이 책 자체보다는 이 책에서 선별한 작품들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문학작품을 읽은 이후 고려할 일이다. 아니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고까지 말할 때가 많다.    ≪독서기술≫이 추천하는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의 목록으로 채워져 있다. 나 역시 금방 유행하다 사라지는 책보다는 시간을 견딘 책을 권한다. 오래된 책은 그 자생력이나 뿌리가 강한 책이기도 하다. 잠시 나왔다 사라지는 책에 비해 꺼트릴 수 없는 내부의 힘이 존재하는 책인 것이다.   세상에는 세월이 가도 퇴색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도 재밌지만, ≪아라비안나이트≫나 ≪오디세이아≫를 능가하긴 어렵다. 사랑받는 자기계발서나 힐링 서적이 노장의 잠언들이나 스피노자의 세계이해 만큼을 제시하기는 쉽지가 않다. 세월을 견디며 고전의 글귀 한 줄 한 줄에 깊은 의미의 층이 새겨지는 까닭이다. 누군가 만약 내 책과 톨스토이 책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지체 없이 톨스토이를 들라고 권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고전을 읽는 일이 ‘도전’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전 읽기가 현재에 도움 되지 않는 시간낭비쯤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고전을 읽으면 큰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조금 낯설어졌거나 내 몸에 맞지 않는 듯한 이야기가 갑갑해진 내 마음, 온갖 규격이나 틀로 이미 짜여버린 내 지성을 초월하게 돕는 진심어린 치유제이다. 자신의 구미에, 생각사이즈에 맞는 이야기로만 위안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흔한 욕심이지만, 자기를 깨치는 성장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때로 느낌과 생각의 심연으로 이끄는 이야기들에 선선히 마음과 영혼을 내맡길 필요가 있다. 인생에서 때로는 세찬 ‘죽비’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진희씨의 우울증은 묵고 깊었다. 명문대를 나와 번듯한 직장에서 나름 인정받는 그녀였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주 또 힘겹게 우울증이라는 자신 안의 악마와 전쟁을 벌여야만 했다.   이 작은 악마는 이제 물러갈 듯도 했지만, 쉬이 물러가지 않았다. 퍽 오래 진희씨의 자기처방은 끊임없이, 유행하는 베스트셀러 힐링 서적을 읽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름 독서광이었다.   나와의 상담에서도 자신이 그간 읽은 힐링서를 쭉 나열하고, 자기 감상과 평가를 조리 있게 풀어냈다.   그래서 그녀와의 상담은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 답답했다. 최근 그녀는 책 읽기가 도움이 되지 않아 옛날 영화를 다운받아 보는 것으로 ‘전향’했다고 고백했다.   좋은 영화는 조금 더 나은 ‘회복’ 효과를, 그렇지만 일시적인,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영화를 많이 봤으니 이제 책을 좀 읽으라며, 치유서와 문학작품을 권했다. 그리고 또 다시 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에 나오는 목록을 보였다.   그녀 역시 한때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지러웠다고 했다.   “선생님, 제가 17살쯤이었던가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는데, 어찌나 혼란스러웠는지요. 그리고 까뮈의 ≪페스트≫는 읽기 자체가 고문이었어요.”   “그러셨군요. 그렇지만 지금 그 작품들을 다시 읽는다면 어쩌면 전과는 많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 몰라요.”   “어쨌든 명작소설은 그리 흥미가 없어요. 더 갑갑해지기만 하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진희씨,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의 그 조급한 시간관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저도 ≪데미안≫을 오랜 만에 다시 읽고서 큰 감회에 사로잡혔답니다. 혹시 여기 나와 있는 제인 오스틴의 ≪엠마≫나,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는 읽어보셨나요? 제 말을 믿고 한 번 시도해보세요.”   결국 그녀는 내 조금은 ‘억지스러운’ 권유를 받아들여 학창 시절 사놓고 미처 보지 않았거나, 예전 읽었던 ‘명작’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그녀는 그 경험이 놀라웠다고 했다. 그것은 강렬한 빛이 커튼 뒤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신선하고도 경이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예의, 잘 접하지 않던 치유서와 문학 감상이 그녀에게 회복의 단서를 마련해주었다.   여전히 우리 마음의 떠나지 않는 짙은 암흑들로 스산한 이때, 그동안 읽으려는 마음만 품고 치워두었던 그 고전들에 한 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문학에 한 번 자신을 내맡겨보길 바란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저자   박민근 작가, 심리치료사 44세 (만 43세) 남성 출생: 1971년 7월 3일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심리상담가가 문학에서 찾아낸 한 문장의 위로와 응원) 청림출판사 2014.04.15 아이를 바꾸는 책읽기 아이를 바꾸는 책읽기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한 독서 해법) 중앙북스 2013.07.01 공부에 욕심내는 아이 공부에 싫증내는 아이 공부에 욕심내는 아이 공부에 싫증내는 아이 청림출판     
11    첫경험에 대한 녀자의 이야기 댓글:  조회:9952  추천:1  2014-10-06
첫경험에 대한 여자의 이야기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전 청와대 대변인) E-mail : ginko0405@gmail.com   다음 카페에 지난 9월 30일 올라와 조회수 100만명이 넘은 글이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등 SNS를 통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확산되는 글이다. 글 제목은 “남자도 읽어볼만한, 첫경험에 대한 여자의 이야기”다. 찬반 댓글을 통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 어떤 글이길래?   글은 영화 ‘노랑머리’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첫경험에 대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고 하고 ‘내 몸은 내가 주인이잖아’로 끝맺는다. 매우 체험적인 글로 판단되어 ‘느낌 그대로를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일부를 제외하곤 글 대부분을 옮겨왔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독자들 사이에서도 격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담론 형성을 위해 질문 하나를 던져 본다. 이 글이 회자되는 이유는?   [노랑머리]라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소녀가 낙태하고 돌아온 날, 아파서 쩔쩔매는데 남자가 소녀 옆에서 꿈지럭거리자 소녀가 너무나 미안한 표정으로 “오빠, 내가 못 해줘서 미안해”하자 남자 급 삐친다. 자궁 속을 벅벅 쇠주걱으로 긁힌 아픔보다 성기에 피 몰려 딱딱해진 게 더 대단한 것이라 그걸 못 풀어줘 미안하다는 건가? 영화라지만 왠지 화가 치밀었다.   [여자가 떠안아야 하는 것들…]   남자는 첫경험이 꼭 치뤄야 할 통과의례이자 무용담이겠지만 여자는 첫경험은 두려움이자 사후에 생기는 모든 위험을 떠안고 가야 하는 예민한 문제다. 흥이 덜 난다고 착용을 기피하며 피임 확률이 80%인 콘돔 챙기는 것도 유세를 떨고 그나마 잘못된 상식으로 바로 빼면 된다며 제대로 된 착용조차 못하는 남자들. 이런 조선 남자들 덕분에 여자들은 부작용까지 감수해가며 하루라도 빼먹으면 안 되는 피임약을 복용하고, 약국에서 얼굴 붉히며 산 임신테스트기로 가슴 졸이며 아침 소변을 받아내고, 조금만 생리가 늦춰져도 발을 동동 구르며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80%가 남자 의사라는 산부인과에서 다리를 벌린 채 진찰을 받는다.   . . 더 민망한 것은 배부른 유부녀들 사이에서 솜털 보송보송한 얼굴로 괜히 죄지은 것 마냥 앉아 대기하는 짓이다. 거기다 씻지도 않은 손을 거침없이 팬티 속에 넣고 어느 야동에서 본 손놀림으로 비벼대며 “좋아?”라고 말하는 철딱서니 없는 남친 덕에 환부가 가렵고 부어 올라도 대놓고 긁지도 못하고, 병원 가기도 뭐해서 혼자 끙끙대다가 재수없으면 세균 감염으로 허니문용 방광염까지 걸리게 되니 이래저래 여자는 첫경험을 시작으로 포문부터가 전쟁이다.   [그녀들의 두려움을 아는가?]   그러나 이런 육체적인 문제는 오히려 애교다. 여자들의 성상담 제목 중 제일 흔하게 보는 제목이 “섹스 후 그가 변한 것 같아요”다. 일단 관계 맺고 나면 시큰둥해지고 낚인 고기에 더 이상 떡밥을 주지 않는 남자들의 태도에 혼전경험에 대단히 관대하지 못한 조선 땅의 여자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임신과 낙태의 위험을 혼자 떠 안고 가는 것도 무서워 죽겠는데 육체적, 정신적 고통까지!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 섹스를 스스럼없이 하기가 쉽겠는가? 대부분 믿음을 주는 상대와 안정된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게 여자 맘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러고 도망가면? 변하면? 임신 되면? 얘 깨끗하긴 한 거야?’ 이런 걱정들이 꽉 들어차 있는데 어떻게 섹스에 집중이 되겠는가? 입장을 바꿔서 상상해 보자. 만약 첫경험 때 남자가 출혈을 겪는다면? 임신을 남자가 하게 된다면? 여자의 좁은 질 입구를 통과하다 남자의 성기가 부드득 긁혀 귀두표피가 밀려 살점이 떨어져 출혈이 생기고, 귀두표피가 너무 얇은 사람은 출혈이 없어 여자로부터 처음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자가 피임하지 못하면 남자의 뱃속에 아이가 잉태되고, 그 잘난 성기 속으로 쇠 꼬챙이를 넣어 안 보이는 아이를 조각조각 찢어 박박 긁어 내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정복욕 강한 여자를 만나 자고나면 감정이 식어버려 버림받을 지도 모르고, 여자랑 섹스 한 경험이 있는 남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여러 여자를 만나면 걸레라고 수군거림을 받는다면? 그런다면? 응? 응? 참 맘 편하게 잘 사시려나?   [하고 싶을 때 못하면 죽는거 였구나]   그런데 남자들은 오히려 버럭버럭 성질을 낸다. ‘내가 믿음을 주지 못했고 두려우니까 여자가 주저하는구나, 안정시켜주고 믿음을 줘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날 못 믿어? 나한테 올인 하지 못 하는 거야?” 이따위로 나오는 거다. 내가 아는 어느 한 남자도 그랬다. ‘몸을 허락하느냐’를 ‘여자가 자신에게 올인하느냐, 안하느냐’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여자가 잘 주고 속 깊은 사랑을 해도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건 나한테 온전히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할 말이 없었다. 남자는 단순해서 단순한 데서 행복을 찾는 거고 사랑을 확인하는 거라는 데 어쩌겠나. .   . 성범죄자 인권을 심하게 보호해주는 우리 인권국가 대한민국은 여자가 남자를 자극시켜 감히 고추가 딱딱해지게 만들었기에 야하게 입고 자극시킨 여자가 잘못했다고 한다. 그래, 내가 남자 몸을 너무 몰랐나 보다. 아마 발기되서 사정하지 못하면 정액이 역류하여 몸에 흘러 들어가면 치명적인가보다. 아니다…. 아마 독이 쌓여서 칵~ 뒈져버리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여중학생을 돌아가면서 성폭행한 머슴아들 부모들이 폭행당한 여중학생 부모들한테 ‘딸년 교육 잘 시키라’고 막 길길이 화를 내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날 흥분하게 만들어 당연히 내가 섹스하고 싶으니 해야 한다 회유하고, 설득하고 안 해 주면 ‘우리 관계 끝’이라는 식으로 성질도 부리면서 위에서 말한 온갖 불안함을 떠안은 여자를 32%나 눕혀버리고 마는구나.   [내 몸은 내가 주인이잖아]   잠자리를 해도 불안하지 않고 모든 위험들을 감수할 만큼 사랑에 확신이 있다면 그건 남자가 믿음을 주고 그녀를 아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 남자가 그런 좋은 남자가 아닐지라도 그녀의 결심이 혼자만의 착각일지라도 남자에게 버림받든 어쩌든 내 인생 각본은 내가 쓰는 것이니 몸의 주인이 허락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믿음이 가지 않고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인데 남자가 내 몸을 컨트롤 하려 드는 건 진심으로 건방진 짓이다. 이런 나의 주장을 말했을 때 너무나 이기적이라는 욕을 들었다.   하지만 내 몸인데! 내가 임신과 낙태 공포를 피하고 싶다는데 내 생존 본능인데! 나도 성인이고 그 정도 자기 방어는 할 수 있는 건데 이기적인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뜨거운 냄비를 만지면 화상을 입는 걸 알아서 안 만지겠다고 젖은 행주를 이용해서 조금 있다가 만지겠다고 하는 건데 그게 잘못된 건가? 그것보다 자기 몸을 멋대로 나에게 넣겠다는 게 더 이기적이지 않은가? 몸의 주인은 ‘니’가 아닌 난데, 왜 내 몸을 내 맘대로 하는 게 이기적이라는 건가. 내 몸은 니 몸이 원하는 걸 꼭 풀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니 것’ 이 아닌데.   선택해라~ 그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포에 떨며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열어 준 문 앞에서 혼자 박 두드리며 각설이 타령을 부르던지, 몸의 주인이 허락하도록 정성을 들여서 뜨겁게 환대를 받으실 것인지를!     [출처]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남자도 읽어볼만한 '첫경험에 대한 여자 이야기'   최근 SNS에서 '남자도 읽어볼 만한 첫경험에 대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지난 2006년 '늙어가는 토끼의 뒷담화들' 개인 블로그에 '내 몸은 내 거라고'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는데요. 타인에 의해 처음으로 성관계를 하게 되는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늙어가는 토끼의 뒷담화들 : 네이버 블로그 blog.naver.com     글쓴이는 "여자의 첫경험 요인 중,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성관계를 하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사랑해서'라는 이유가 겨우 8%라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이어 여자는 첫경험 후 임신과 낙태의 위험 등 떠안고 가야 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자세히 설명하며, 관계를 맺고 나면 시큰둥해지는 남자들의 태도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섹스를 쉽게 하지 못하는 여자들에 대해) 오히려 버럭버럭 성질을 낸다"며 "'내가 믿음을 주지 못했고 두려우니까 여자가 주저하는구나, 안정시켜주고 믿음을 줘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날 못 믿어? 나한테 올인 하지 못 하는 거야?' 이따위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가 아는 어느 한 남자도 그랬다. '몸을 허락하느냐'를 '여자가 자신에게 올인 하느냐, 안 하느냐'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아무리 여자가 잘해주고 속 깊은 사랑을 해도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건 나한테 온전히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할 말이 없었다"고 허탈해했습니다.   글쓴이는 "내 몸은 내가 주인이다. 선택해라 그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포에 떨며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열어 준 문 앞에서 혼자 박 두드리며 각설이 타령을 부르던지, 몸의 주인이 허락하도록 정성을 들여서 뜨겁게 환대를 받으실 것인지를"이라며 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10    영웅과 미녀 댓글:  조회:4828  추천:1  2014-09-06
영웅과 미녀   ○ 검궁인 사마달     스승과 역적과 영웅을 한꺼번에 치마 속에 감아버린 절세미녀! 란세에 태어난 요녀 초선(貂蟬)! 그녀로 하여 천하는 어지러워지고 그녀로 하여 천하는 밝아진다.     1. 스승의 은혜를 갚다     초선이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고 있었다. 손에 붉은 천을 가볍게 쥔 채 류요를 접었다 폈다 하며 전신을 야릇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두 눈동자는 흑요석처럼 빛을 발했고 허공으로 차올리는 발은 전족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발처럼 작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사나이의 애간장을 태웠다.     물이 오를 대로 올라 풍만한 가슴은 금방이라도 비단옷을 뚫고 튀어나올 듯했으며 세류요 아래로 급격히 부풀어오른 둔부의 선은 왕윤의 시선을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왕윤은 아랫도리가 불끈 기운이 솟는 것을 느끼며 깜짝 놀라 자신을 꾸짖었다. “이게 무슨 꼴인가? 왕윤아, 왕윤아! 정신 차려라!”     그 날부터 왕윤은 면벽수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면벽으로 욕념을 잠재우려 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던 벽면에 느닷없이 초선이 나타나 유혹하는가 하면 눈을 감으면 초선의 요사스런 웃음소리가 귀가에 맴돌았다. 그는 몇 번이나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질 번했다. 결국 40일 만에 폐관을 끝내고 말았다 왕윤은 초선을 불렀다.     “널 죽여야겠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그의 입에서 떨어졌다. 초선은 놀라지 않았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며 반문했다. “천녀의 목숨은 애초부터 노사님의 것이었사옵니다. 죽이든 살리든 노사님께 맡기겠사옵니다. 그러면 지금 목을 치시겠습니까?     “그, 그렇다!” 왕윤은 기막혀하며 칠보도(七寶刀)를 뽑아 초선의 목을 겨누었다. “칠보도는 본시 도가의 보검으로 악귀를 물리치는 효험이 있다. 내 널 처음 보았을 때부터 요기가 넘쳤는데 수년간 정종심법으로 다스리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하여 널 살려두어 세상을 어지럽히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후환을 없애려 한다.”     “그럼 치십시오. 천녀 역시 뼈속 깊이 배어있는 요사한 기운을 느끼고 있사옵니다. 노사님께서 거두어 주신 은혜 하해와 같사온데 어찌 누를 끼치겠나이까?” 채 피지도 못한 16세 꽃봉오리와도 같은 초선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왕윤은 칠보도를 힘껏 치켜올렸으나 곧바로 내려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손이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아! 차마 네 목을 치지 못하겠구나. 나 왕윤이 천벌을 받는 한이 있어도 어쩔 수가 없구나!”   왕윤은 칠보도를 던져버리고 초선을 번쩍 안아들었다. 그는 성큼성큼 내실로 걸어 들어가 초선을 침대에 눕혔다. 초선을 내려보는 그의 눈빛이 밝아졌다 흐려졌다 하기를 그 얼마이던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그는 뒤로 물러서더니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노사님! 어인 일이옵니까?” 초선이 깜짝 놀라 부르짖자 왕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오늘 널 취함으로써 패륜의 업을 짊어지기로 했다. 그런데 스승의 신분으로 제자의 몸을 취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여 이 절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깨려 한다.” “아니 되옵니다! 노사님!”     초선이 울부짖으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으나 왕윤은 기어이 큰절을 하고 말았다. 번쩍! 꽈르릉! 섬광이 일더니 뇌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왕윤은 떨리는 손으로 초선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한 겹 한 겹 비단옷이 벗겨져 나가며 백옥과도 같은 나신이 드러났다. 초선은 운명에 순응하기로 결심한 듯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오오, 아아...” 초선이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전라가 되자 왕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찢어질듯이 눈을 부릅뜬 채 초선을 내려다보았다. “아아, 세상에! 넌 인간이 아니로다! 아니로다! “     그의 눈은 초선의 나신을 샅샅이 훑고있었다. 피부는 투명한 옥이요, 부드럽게 뻗어 내린 몸매는 신의 조각품인양 완벽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있었다. 학처럼 긴 목, 동그랗게 흘러내린 어깨의 곡선, 가슴에 맺혀있는 두 개의 천도복숭아는 금방이라도 꿀물을 흘려낼 듯 달콤한 향기를 발산했다.     “ 오오·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로다!” 한 줌밖에 안 될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와 대지처럼 포근한 아랫배, 사막의 오아시스인양 희디흰 복부 한가운데 수줍게 자리 잡고 있는 배꼽은 숨쉴 때마다 가볍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왕윤의 눈썹이 파르르 요동쳤다. 그의 시선은 해초가 우거진 둔덕에 머문 채 좀처럼 움직일 줄 몰랐다.     “아·” 초선이 비음을 내며 미끈하게 뻗어 내린 다리를 가볍게 꼬았다. “음!” 왕윤은 단전 어림으로부터 불덩이가 치밀어 올라 목구멍까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 순간 초선의 다리가 살며시 벌어지며 은밀한 속살을 내비쳤다. “아아! 초선아, 너 사람을 죽이는구나!...”     왕윤은 인내의 한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초선의 나신위로 몸을 굽혔다. 초선의 부드러운 팔이 뻗어와 그의 목을 휘감았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미로운 향기가 왕윤의 사고를 마비시켜 버렸다. 그는 황급히 옷을 벗어 던지며 초선과 하나가 되기 위해 침대위로 올랐다.     초선이 살짝 입을 벌렸다.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을 빨자 달콤한 과즙이 왕윤의 입으로 가득 들어왔다. 초선의 나긋나긋한 설육이 홀연히 그의 치아를 밀고 들어오더니 물고기처럼 유영했다. 왕윤은 초선의 세 치 혓바닥에 힘없이 무너지며 애욕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아아아...아흐흑,,,,아항,,,,” 왕윤은 초선의 천도복숭아를 한 손에 하나씩 꼬옥 감싸쥐었다. 손안에 포획된 천도복숭아는 힘을 주면 뭉개지는 듯하다가도 이내 생고무처럼 탄력을 일으키며 손바닥 안에서 요동쳤다. 백년의 가뭄으로 갈라터진 논바닥처럼 갈증을 느끼던 왕윤의 입안에 달콤한 즙액을 흘려 넣던 초선의 혀가 현란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세치 혀는 금단의 과실을 넘보는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그의 전신을 누비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왕윤은 체신머리없이 자지러질 듯한 신음을 토해냈다. 초선의 혀가 닿는 곳마다 불꽃이 자글거렸다. 불꽃은 그의 유구한 정심을 남김없이 태워버리고 삶의 지표마저 유린해버리고 말았다. 하늘과 땅의 위치가 바뀌었다. 하늘이 대지가 되고 대지가 하늘이 되는가하면 다시 위치를 바꾸며 낙뢰와 폭우를 번갈아 토해냈다.     “아! 아으…” 초선은 16년간 잠가두었던 비밀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은밀한 계곡에서는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쏟아져 나와 단단한 바위를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왕윤은 습윤한 우주의 모태 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아아! 초선아, 초선아! 어허헉! 허억…” 60세의 남자가 16세 소녀의 몸속에서 환호하고 있었다. 일순 득법한 고승의 법열과 같은 쾌락이 왕윤을 삼켜버렸다. 천만가닥의 해초가 그를 휘감았다. 해초는 쥐어짜는가 하면 풀어주었다가 꽉꽉 조이곤 했다. 어디 그 뿐이랴! 달아날라치면 쫓아와 칭칭 감았다가 집요하게 당기곤 했다. 왕윤은 별똥별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듯한 환상을 보곤 했다. 무한시공 속에서 수많은 폭죽이 작렬했다. 폭죽과 함께 그의 영혼도 작렬했다…     그후부터 왕윤은 초선에게 넋이 빠져서 밤이나 낮이나 정사에 몰두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해가 뜰 때까지 밤낮 사흘이나 왕윤은 초선의 육체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의 몸은 초선의 땀과 체액으로 젖은 채 번들거렸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의 정신은 맑았다. 기가 쇠잔하기는커녕 온몸이 알 수 없는 기운으로 넘쳐 올랐다. 왕윤은 악연히 놀라 물었다.       “이게 어찌된것이냐?” 초선은 그의 가슴에 턱을 고인 채 방긋 웃었다. :진실을 말씀드리면 천첩은 노사님의 연공실에서 책 한권을 몰래 훔쳐보았사옵니다. 이란 것이 온데·:     “뭐, 뭣이? 그게 사실이냐?” “천첩이 그릇된 일을 한 것이옵니까?”   초선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방금 전 활짝 핀 꽃봉오리인양 웃던 그녀가 금세 옥루를 흘리니 왕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처분만 바라는 듯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초선에게 그는 일말의 두려움마저 느꼈다. 초선은 배꽃처럼 청초했다. 그녀는 왕윤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댔다.     “천첩이 어리석었나 보옵니다. 무림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노사님을 위해 양기를 북돋울 수 있는 비결이라 여기고 수련한 것이 그만…”   초선의 음성이 비맞은 파초 잎처럼 떨렸다. 파리하게 질린 채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은 폭풍우를 맞아 꽃잎이 찢겨져 나간 해당화처럼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왕윤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매정하게 말했다. “너를 동탁에게 줘야겠다!”           2. 왕윤의 련환계     “아니, 천하사람들이 역적이라 욕하는 늙은 도둑에게 저를 주겠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이까?” “초선아, 천하를 구할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지금 동탁이란 역적놈이 찬탄할 뜻을 품고 있건마는 조정의 문무백관이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이 세상에 동탁을 당할 자는 그자의 의자로 들어간 천하제일 무사 려포 밖에 없다. 그런데 네가 이 두 사람사이에 반목하게끔 해놓고 려포의 손을 빌어서 동탁놈을 죽여 없애도록 하라. 이렇게 해서 천하의 크나큰 화근을 없애게 해다오. 그렇게 해줄 수 있겠느냐?”     “저를 이만치나 키워주시고 가르쳐주시고 또한 친자식처럼 사랑해주신 노사님의 태산 같으신 은혜를 첩이 비록 분신쇄골이 된다하더라도 어찌 만분의 일이나마 보답할 수 있사오리까. 저는 만번 죽사와도 사양하지 않사오리다!”   이튿날 왕윤은 사람을 시켜서 명주를 박아 넣은 금관을 려포한테 보내주었다. 려포는 선물을 받고 너무도 기뻐서 친히 사도 왕윤의 부중으로 인사를 하러 왔다. 왕사도는 미리 좋은 술과 안주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려포가 찾아오자 상좌에다 앉히고 초선을 곁에 불렀다. 향차를 두 손에 받쳐들고 사뿐사뿐 들어서는 초선을 보는 순간 려포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려화!” 과거 그가 무인의 길을 걷기 위해 등졌던 여인이었다. 밤낮 정사에 몰두하며 려화의 육체에 빠졌다가 큰일을 이루기 위해 흐느끼며 매달리던 그녀를 뒤로하고 떠난지 20여년이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 려화보다 천배는 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초선을 보는 순간 려포는 저도 모르게 “아!” 하고 감탄을 내뿜었다.     “아아, 이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도 있단 말인가? 그 옛날 서시도 저 미인과는 비기지 못하렸다!” 초선이 권하는 찻잔을 받아든 려포는 초선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느라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술이 서너 잔 들어가자 왕윤은 초선을 가리키며 려포를 향하여 물었다. “내가 이 아이를 장군에게 첩으로 드릴까 하는데 장군은 받아주시겠소?” 그 말을 듣자 려포는 너무도 기뻐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례했다. 려포는 초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초선도 또한 추파로 려포에게 정을 보냈다.     며칠이 지난후 왕윤은 동탁을 집으로 청하고 초선더러 술시중을 들게 했다. 초선을 보는 순간 동탁은 그 자리에서 혼절할 것만 같았다. “아아, 세상에! 내 숱한 미인을 봤으나 저렇게 천하절색인 미인은 처음이로구나! 참으로 선녀가 따로 없구나!”     이때라고 생각한 왕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마디하였다. “이 아이를 태사께 바칠까 하옵는데 받아주시겠습니까?” 동탁은 혼이 날아날 듯 기뻐서 재삼 사례했다. 왕윤은 즉시 초선을 수레에 태워 동탁에게 보내주었다. 얼마 후 려포가 달려와서 왕윤의 옷깃을 움켜쥐고 따지고 들었다.     “왕사도, 전날 초선을 내게 주마하고 언약을 해놓고 이제는 태사께 바쳐버리다니?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않소?!” “그것은 장군이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요! 초선을 장군께 주셨다는 소식을 어떻게 태사께서 아셨는지 찾아오셔서 ‘오늘이 마침 길일이니 내 초선을 데리고 가서 우리 양아들 려포와 짝을 뭇게 해주겠소.’ 하길래 보내주었소.”     그 말을 곧이 들은 려포가 이튿날 부중에서 알아보았더니 종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당중으로 들어가서 동탁의 시첩들을 보고 물어보니 “간밤에 태사께서 새로 맞아들인 초선이란 미인과 동침하셨는데 아직 기침 안하셨답니다.”하고 대답하므로 려포는 크게 노하여 가만히 동탁의 침실뒤로 들어가 동정을 살폈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동탁이 한창 초선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사를 엿보는 려포는 질투심과 분노에 몸을 떨었다.   얼마후 초선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거기서 머리를 빗고 있다가 려포를 보자 곧 미간을 찡그려 수심에 쌓여있는 표정을 지으며 비단수건으로 몇 번이나 눈물을 씻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려포는 가슴이 찢기는 듯 몹시 아팠다.       3. 역적과 미녀   “오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리 오너라.” 동탁의 축 늘어진 뺨이 아래위로 기괴하게 흔들린다. 그는 상아침상에 비스듬히 누운 채 손짓했다. 그의 몸은 얼마나 비대한지 마치 거대한 육괴처럼 보였다. 침상도 보통 침상이 아니라 장정 다섯 명이 뒹굴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침상이었다. 초선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속살이 은은히 비쳐 보이는 나삼을 입은 채 버들가지 같이 가는 허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동탁을 향해 하얗게 눈길을 비쳤다가 비스듬히 몸을 돌렸다.       “허어 이리 오라는데도.” 동탁은 애가 타는지 침을 삼키며 상체를 반쯤 일으켰다. 그의 가슴에는 검은 털이 수북하게 덮여있어 마치 흑곰처럼 보였다. 초선은 그를 바라보며 몸을 뒤로 굽혔다. 그러자 풍만한 젖가슴이 나삼을 뚫고 나올 듯이 도드라지며 야릇한 육향을 뿌렸다. 초선은 허리까지 흘러내린 칠흑 같은 수발을 두 손으로 쓸어 넘기며 한쪽 다리를 들어 허공을 가볍게 찼다. 홍상(紅裳)을 차고 나온 다리는 대리석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를뿐더러 분가루를 바른 듯 뽀얗기만 했다.     “꿀꺽!” 동탁의 목울대가 오르내리며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제 그는 재촉하지 않았다. 초선의 의도를 간파한 것이다. 과연 초선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각거리는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나신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섬섬옥수가 그림처럼 움직이자 졸라맸던 허리대가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나삼자락 사이로 연분홍빛 속살이 슬며시 내비쳤다.     “허어 고년 애간장을 태우는구나.” 초선은 턱을 치켜올리며 섬섬옥수로 자신의 유방을 받쳐 올렸다. 손가락을 살짝 갖다대기만 해도 톡 터져 버릴 것 같은 유방이 옥쟁반에 받쳐진 천도복숭아인양 탐스럽게 흔들렸다. 한동안 반라상태로 느릿느릿 율동하던 초선은 돌연히 나삼자락을 차양처럼 펼치며 붉은 양탄자 위로 무릎을 꿇으며 내려앉았다. 세류요에 양손을 짚은 채 살짝 옥 같은 다리를 벌리자 깊고 깊은 계곡과 계곡을 뒤덮고있는 신비의 수림이 동탁의 눈길을 빨아들였다. 초선은 무릎걸음으로 침상을 향해 야금야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어서 오너라.” 동탁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초선을 향해 비대한 몸을 기울이며 솥뚜껑 같은 손을 내밀었다. 초선은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보송보송하게 솜털이 돋아난 목덜미가 유난히 가늘고 길어 보였다. 동탁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동그란 어깨를 건드렸다. 손끝으로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촉감이 전해지자 그는 기분이 좋은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초선은 침상위로 기어 올라왔다. 동탁은 눈을 감은 채 비대한 몸을 눕혔다. 그 위로 초선이 뼈가 없는 연체동물인양 스르르 올라왔다.     “허어!” 동탁은 전신의 세포란 세포가 자지러지는 듯한 쾌감을 느끼며 입을 벌려 탄성을 발했다. 나삼을 벗어던진 초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동탁의 산처럼 거대한 몸위를 누비기 시작했다.     “허어어 !” 동탁의 입에서는 탄식인지 신음인지 모를 비성이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초선은 그의 몸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줌 밖에 되지 않는 가는 허리를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대는가 하면 산처럼 불룩 솟아오른 복부를 타고 앉아 상체를 뒤로 활처럼 젖혔다. 그런가하면 긴 다리로 동탁의 몸을 뱀처럼 휘감으며 온갖 묘기란 묘기를 다 부렸다. 어디 그 뿐인가? 꽃잎 같은 입술을 벌려 동탁의 주먹코를 입안에 듬쑥 삼키는가 하면 어느새 위치를 바꾸어 손바닥만한 커다란 귀를 옥치(玉齒)로 잘근잘근 깨물어대곤 했다. 그 때마다 동탁은 감전되기라도 한 듯 비대한 살덩어리들을 부르르 경련했다.     “난 황제를 손아귀에 쥐고 권세를 쥐락펴락하는 천하의 일인자이고 곧 황제로 될 귀한 몸이다. 그리고 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섹시한 미녀야! 내 천하에서 제일 높은 권력을 손에 쥐고 또 천하에서 제일 아릿따운 미인을 손에 넣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느냐? 이건 최고의 권력자와 최고의 미인의 결합이야! 내 너에게 지상최고의 영화를 누리게 해 주마! 헉·”     초선의 혀는 그의 몸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에 따라 동탁의 말초신경이 비명을 질렀음은 물론이다. 그녀는 혀바닥을 날름거리며 동탁의 목에 향긋한 타액을 흠씬 적시는가 싶더니 가슴 털을 헤치고 이빨로 아프지 않게 자근자근 씹기도 했다. “허억 아·” 동탁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허억, 아....” 초선의 아담한 체구가 산처럼 불룩한 아래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순간이었다. 통나무와 같은 동탁의 다리가 허공으로 들려지며 버둥댔다. 동탁은 갑자기 초선의 허리를 낚아채더니 번쩍 들어올렸다. 초선은 새처럼 공중으로 치솟았다. 동탁의 눈에 초선의 모든 곳이 훤히 보였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아악!” 초선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4. 스승과 미녀     동탁은 초선의 치마폭에 폭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한달 동안이나 바깥출입도 하지 않고 밤이나 낮이나 방사에 몰두했다. 초선은 늙은 역적에게 몸을 다 바쳐가며 쾌락을 주고 있었으나 마음 속으로는 왕윤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동탁이 중요한 일이 있어서 조정에 나간 틈을 타서 초선은 몰래 왕윤을 찾아갔다. 초선을 보자 왕윤은 너무도 반가워서 와락 껴안았다가 갑자기 뿌리쳐버리며 화를 버럭 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지 않느냐? 동탁이 알면 어찌하느냐? 더 이상 노부의 부중을 찾아선 아니 된다. 오늘 이후 다시는 날 찾지 마라. 괴수 동탁이 제거될 그 날까지... 우리는 남남이어야 한다. 알겠느냐?”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노사님!” 초선은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왕윤은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초선아, 내 어찌 이러고 싶겠느냐? 하지만 큰 일을 이루자면 사사로운 정은 끊어야 하느니라.”     “아무리 그렇다한들 천첩이 조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벽에도 눈이 있고 천정에도 귀가 있거늘...아니된다.”   왕윤은 냉정했다. 엎드려 있던 초선의 교구가 바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는 고개를 불쑥 치켜들었다. “소첩이 뉘의 소생인지도 모른 채 어려서부터 거리에 내던져졌고 이후 노사님께서 거두어 주시어 비로소 사람다운 삶을 살았사옵니다. 열 여섯이 되어 노사님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여인으로서의 기쁨도 듬뿍 누렸사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절 버리려 하옵니까? 못 하옵니다! 죽어도 못 하옵니다!”     “초선아.” 왕윤은 사랑과 연민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내려보았다. 내 나이 60이 넘었다. 이순(耳順)이면 세상의 이치를 한 번 들어 알 나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일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네 나이 열 여섯 꽃다운 나이가 아니더냐? 딱히 천하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널 위해서라도 이 늙은이는 물러날 때가 되였다.”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노사님…” “진정으로 아니 될 일은 이 늙은이가 널 붙잡아 두는 일이다. 돌아가거라. 천하를 좀먹는 저 동탁역적을 물리치는 그 날까지렁· 아니 그 이후로도 너는 너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아가야 한다.”   “노사님, 천첩은 노사님을 사랑합니다! 천첩은 노사님의 여인입니다!”   저 머리 희끗한 60의 노인이 그녀에게만은 노인이 아니었다. 나이 차가 그토록 많아도 초선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는 남자는 오직 한 사람뿐 그녀의 삶을 밝혀주었던 유일한 사나이 스승님일뿐이었다. 열 여섯 꽃같은 나이에 처녀를 바치고 불꽃같은 애정을 나누어 온 지아비일뿐이었다. 바쳐서만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지난 세월 동안 수없이 뜨거운 밤을 지피며 글을 가르치고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주고 인생의 길을 밝혀준 은사였다. 그런데 떠나란다.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한단다. 천하를 위해서, 아니, 원치도 않는 새로운 짝을 찾아가야 한단다. 그럴 수 없노라고, 죽어도 아니 된다고 매달렸건만 왕윤의 마음은 철벽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초선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두 손을 이마에 모아 절한 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왕윤의 희끗한 눈썹과 서릿발같은 수염이 바람도 없는데 부르르 휘날렸다. 천천히, 되도록 시간을 아끼며 옷가지를 벗어 내리는 초선의 손도 경련하고 있었다. 빙기옥골(氷肌玉骨)이랄까? 투명할 정도로 흰 나신이 드러났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알맞게 들어간 육체의 아름다움은 천상의 장인이 빚은 완벽한 예술품이었다. 젖가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다소곳이 서있는 초선을 바라보는 왕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사랑했던 초선이었던가. 그 얼마나 많은 밤과 낮을 함께 한 초선이었던가. 나이를 초월하여, 스승과 제자라는 통념을 초월하여 살을 섞었던 세월이 뜨거운 눈물과 함께 녹아내리는 듯했다. 왕윤의 손에 초선의 젖가슴이 만져졌다. 그녀의 가슴은 불처럼 뜨거웠다. 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 초선의 얼굴이 하얘지더니 신음을 흘렸다. 왕윤은 도가의 신공을 익힌 몸으로 최소 50년의 내력을 지니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녀의 하얀 가슴은 피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천첩이 노사님의 손에 죽는다면 여한이 없겠사옵니다 “ 초선의 음성이 약해졌다. 그녀는 고통스런 표정을 짓기는커녕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왕윤의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죽여야 한다. 죽이지 않으면 넌 천하를 어지럽힐 계집이다.”     왕윤은 이를 악물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때였다. 손가락 자국이 역력해진 채 일그러졌던 젖가슴이 갑자기 생고무처럼 탄력을 발휘하며 그의 손가락을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그는 악연히 놀라 내심 부르짖었다. “너는 이미 초극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초선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긴 속눈썹 사이에 투명한 이슬을 매단 채 기꺼이 죽겠다는 듯 처연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왕윤은 장탄식했다. “아아! 내 어찌 널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이처럼 생생한 너를, 이처럼 아름다운 너를, 이처럼 귀엽고 이처럼 섹시한 너를! 이처럼 천하절색인 너를! 이처럼 사랑하는 내 여인인 너를!” 그의 손에서 내력이 빠져나갔다.     “노사님!” 초선은 기쁨의 탄성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몸을 던졌다. 왕윤은 나긋나긋한 그녀의 나신을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하늘의 뜻이로다! 넌 희대의 요녀가 될지, 난세의 성녀가 될지 모르겠구나!”     초선의 몸은 불덩이었다. 불덩이는 어느새 그에게 옮겨붙고 있었다. 그의 노구에 다시금 뜨거운 기운이 밀려들더니 60의 남성이 20남아의 그것처럼 힘차게 일어서고 있었다.     “어헉! 헉! 어허헉…”     왕윤은 초선의 두개의 천도복숭아를 움켜쥐었다. 생고무처럼 탄력 있는 천도복숭아는 그의 손안에서 요동쳤다. 그는 식탐을 하는 아이처럼 허기 진 듯 천도복숭아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왕윤의 몸이 초선의 은밀한 곳으로 진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초선의 해초가 그를 휘감았다. 왕윤의 눈앞으로 수많은 하늘의 별똥별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아아! 사랑한다 초선아!” 폭죽이 화려하게 터졌다. 왕윤과 초선은 쾌감의 절정에서 몸부림쳤다. 왕윤은 한참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든 듯 말했다. “내 너에게 천하 무림의 안녕을 맡겼던 일을 기억하느냐?” “천첩 기억 못할 리가 있사옵니까?” “아아! 바야흐로 난세니라. 나 왕윤의 능력이 닿지 못해 너에게 막중한 임무를 넘겼구나.”     왕윤은 연신 탄식했다. 그의 노안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왕윤은 벌떡 일어나더니 초선에게 큰절을 했다. 초선은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나며 말했다.     “노사님! 차라리 천첩을 벌해 주시옵소서! 이 무슨 일이옵니까?” 왕윤은 큰절을 마친 후 엄숙하게 말했다. “내 지금까지 너에게 세 번 절을 했다. 첫 번째는 욕념을 참지 못해 널 범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너에게 천하 무림을 당부했을 때였다. 기억하느냐?”     초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옵니다.” 그녀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하오면 이번에는 어인 연유이옵니까?”     “세 번째 절은 이 못난 왕윤을 잊어달라는 당부의 뜻이니라.” “네? 무슨 말씀이온지?”     초선의 옥용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가 윤기를 잃은 채 불안하게 이리저리 흔들렸다. “천하의 안위가 풍전등화다. 이 시점에 네 가녀린 어깨에 태산과도 같은 책무가 얹혀 있다. 그러니 내 어찌 헛된 욕심으로 널 붙잡아 두겠느냐? 행여 오늘 네가 이 곳에 행차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런즉 오늘 이후 너의 뇌리에 왕윤이란 더러운 늙은이를 깨끗이 지워달라는 뜻이다.”     “노사님, 노사님께서 절 사랑한다고 말씀했잖으셨습니까?” “너를 사랑하기에 잊어달라는 말이다.” “노사님, 노사님의 뜻을 알겠사옵니다.”     초선은 왕윤의 얼굴을 감싸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왕윤은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시 욕정이 솟구치려는 순간에 그는 초선을 밀쳐낸 후 돌아앉았다 “이제 그만 가거라.”     초선은 멍한 눈으로 그의 수척한 등을 바라보았다.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는 거리건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왕윤의 등은 천리만큼 멀어보였다. 천년의 고독을 짊어지고 있는 고목나무의 등걸을 보는 것 같았다.   “흑흑…”   초선은 오열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벗어놓은 옷가지를 걸치는 그녀의 손끝은 덜덜 떨리고있었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 절망이 그녀의 가슴을 쳤다. “더 이상 날 찾지 말라.”     왕윤의 음성은 차디찼다. 초선은 옷을 입은 후 절을 했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럼· 만수무강을 비옵니다.” 바람도 없는데 촛불이 흔들렸다. 잠시 후 불꽃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방안에 남아있는 것은 왕윤의 고독한 검은 그림자뿐이었다.             5. 영웅과 미녀     려포는 동탁이 자기의 사랑하는 초선을 차지하자 가슴에서 증오가 북받쳐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탁의 권세 때문에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다. 그는 동탁이 밖으로 나갔을 때면 몰래 동탁의 부중으로 와서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마침 초선과 눈길이 마주쳤다.     초선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려포를 유혹했다. 려포는 참을 수가 없어서 집안으로 뛰어들어가서 초선을 마구 끌어안고 덮쳤다. 초선은 천하제일무림고수의 품에 안겨 행복의 미소를 짓고있었다. 려포는 초선을 안아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놓았다. 초선은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목을 꽉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그를 끌어 당겼다. 그 바람에 려포는 그녀를 안고 침대 우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몸은 자연스럽게 포개어졌다.     “안아줘요.” 초선이 그의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려포는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커다란 손으로 초선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파요. 살살해요.”     려포는 초선의 비음에 손을 떼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초선은 그의 목을 끌어당기며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앵두같이 붉은 입술이 살며시 벌어지며 그를 유혹했다. 려포는 멍하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초선은 혀를 살짝 내밀며 한쪽 눈을 감고 윙크했다. 려포는 그만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을 덮치고 말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부드러운 설육(舌肉)이 그의 입안으로 넘어오더니 향기로운 액을 목구멍으로 흘려 넣었다.     “꿀꺽!”   침액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단전이 화끈해지면서 욕망이 불길처럼 일어났다. 려포는 초선의 허리를 한 손으로 잡아당겼다. 초선은 버들가지처럼 나긋한 허리를 활처럼 휘며 그에게 딸려왔다. 윤기 흐르는 수발이 침대에 늘어지며 해초처럼 흔들렸다. 려포는 초선의 나삼을 거칠게 벗기며 애무하기 시작했다. 초선은 고양이 같은 신음을 흘리며 미끈한 다리로 그의 굵은 허리를 뱀처럼 휘감은 채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려포는 초선의 풍만한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순간 야릇한 체향이 그의 뇌를 마비시키는 듯했다.     “아 향긋한 이 냄새·”     얼마만이던가. 무림의 천하제일고수로 되기 위해 금욕한지 어언 20여년이다. 그 동안 여색을 한 번도 가까이 하지 않았던 그였다. 만일 초선이란 희대의 절세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터였다. 초선! 그녀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인이었다. 그런데 그 미인이 동탁의 애첩이 될 줄이야!     “아아! 초선아, 너는 내꺼야! 너는 천하의 영웅 려포의 여인이야!”   려포는 초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다. 려포는 초선의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스스로 허리띠를 풀었다. 초선은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간드러진 음성으로 물었다.     “나리, 대체 언제쯤 절 구해주실 건가요?” 려포는 초선의 둔부를 어루만지며 침중하게 말했다. “기다리오, 내 반드시 .” “아아! 하루하루가 지옥이랍니다. 그 짐승 같은 동탁의 늙은 역적놈이 천첩의 몸을 탐할 때마다 혀를 깨물고 죽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려포는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내 어찌 그대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내 가슴을 만져봐라. 그대를 생각하기만 하면 찢어지는 듯 아픈 것을. 내 동탁의 역적놈을 죽이기 전에는 허리띠를 풀지 않겠노라.” “아아, 믿어요. 나리의 마음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철석간담의 사나이 려포를 겉잡을 수 없이 흔들어 놓은 절세요물 초선! 그녀의 눈짓 한 번, 한숨 한 번, 흐느낌 한 번에 천하제일무림고수 려포의 바위 같던 심장에 균열이 더해가고 있었다.           6. 역적을 죽이고 미녀를 품다       여러 달이 지났건만 려포는 여전히 우유부단하면서 동탁을 죽이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있었다. 화극을 번쩍 들었다가도 의부이며 자신이 섬기고있는 주인을 죽인다는 것은 의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슬그머니 칼을 도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동안 초선을 만나지 못하니 미칠지경이었다. 그리움이 가슴에 북받쳐서 못 견딜 지경이 된 려포는 동탁이 없는 틈을 타서 도적고양이처럼 가만히 초선의 거처로 찾아갔다.     “나리, 끝내 오셨군요. “ 초선이 방긋이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려포는 초선을 와락 끌어안았다. “날 기다렸소? “ “얼마만이던가요? 나리가 그리워서 날마다 눈물로 보냈어요. “     초선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미녀의 사랑에 찡한 감동을 느끼며 려포는 가슴이 뜨거워났다.   “아, 초선아! “   려포는 혀를 내밀어 초선의 눈물을 핥아주었다. 그리고 입술을 덮쳤다. 물고 빨고 하더니 초선을 안고 침상에 올랐다. 초선은 두 팔로 려포의 목을 꼭 껴안고 교태를 부렸다.     “어머, 나리께서는 동탁이란 역적놈을 죽이기 전에는 허리띠를 풀지 않겠노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 려포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네가 오해했구나. 그건 육신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말하는 것이렸다. 하긴 영웅호색이라 하지 않았더냐? 더구나 어느 남자가 너같은 미녀를 보고 몸이 동하지 않겠느냐!”     “호호! 그렇사옵니까? 천첩이 나리같이 깊은 뜻을 품은 천하제일 영웅을 섬기니 정말로 기쁘기 그지없사옵니다. “ 초선이 허리를 흔들며 웃자 려포는 슬며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한 손으로 끌어당겼다. 손에 잡히는 촉감이 솜처럼 부드럽고 나긋나긋했다. 그는 미녀의 귀전에 입을 가져가며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왕사도어른 쪽에서는 무슨 소식이 없냐? “ “노사님을 뵈온지도 오래됩니다. 조금전에 그분께서 하녀를 보내 밀서를 보내왔는데 지금 천하의 많은 영웅들이 동탁을 역적이라고 침을 뱉으며 이를 갈고있답니다.” “음...”     려포는 초선의 나삼 속으로 손을 밀어넣어 수밀도처럼 무르익은 유방을 주무르며 다시 물었다. “흠, 다른 말은 없었느냐? “ “지금이 바로 동탁이란 역작놈의 목을 칠 좋은 시기라고 했습니다.”     려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려포는 버들가지처럼 가는 초선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초선은 눈을 치뜨며 물었다. “천첩을 이렇게 원하시면서도 그동안은 어떻게 참으셨나요? “     려포는 초선의 앞섶을 끌렀다. 그러자 풍만한 두 개의 유방이 튀어나오며 출렁거렸다. 그는 두터운 손바닥으로 유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밤마다 네 생각에 머리털이 다 셀지경이었느니라. 그건 그렇고 네 피부가 참 곱구나.”   려포는 침을 삼키며 미인의 유방을 향해 얼굴을 가져갔다. 초선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려포의 입술이 그녀의 딱딱하게 곤두선 유실을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의 한 손은 치마 속으로 들어가 대리석처럼 매끄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었고 또 다른 손은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초선은 교성을 발하며 려포의 목을 두 손으로 껴안았다. 려포는 그녀를 침상 우에 쓰러뜨린 후 옷을 벗었다. 육신을 단단히 조여야할 그의 허리띠는 단 한 번의 동작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그는 미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유난히 억센 두 팔은 미인의 유방과 허벅지를 동시에 쓰다듬었고 두툼한 입술은 녀체의 오묘한 굴곡을 따라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아! “   초선은 입술을 벌려 탄성을 토해냈다. 갑자기 동체가 둥글게 접혀지면서 다리사이 깊은 곳으로 뜨거운 입김이 부어진 것이다. 초선은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쾌감을 느끼며 고양이와 같은 신음소리를 흘려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려포의 애무는 점입가경으로 접어들었다. 바람이 구름을 부르고 구름은 비를 부른다. 무산(巫山)의 운우(雲雨)인들 어디 이만하겠는가! 려포의 애무가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그 때마다 초선은 우주를 유영하는듯, 온몸이 해체되는듯, 황홀경에 빠져 생명의 원천으로부터 뜨거운 감로(甘露)를 분출하며 연신 교성을 내질렀다. 기나긴 밤, 황촉은 저 홀로 타오르고 초선은 려포의 품 안에서 타고 또 타올랐다. 려포는 오랜동안 맛보지 못했던 초선의 몸을 봉창이라도 하려는듯 맹렬하게 돌진하고있었다.   “아하학! 아학!” “아으‘’아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런 미친 놈아! “     뇌성벽력 같은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동탁이 칼을 들고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초선은 이불로 몸을 가리고 려포는 황망히 옷을 주어 입었다. “이 미친놈아, 네 녀석이 아비의 여자를 다 겁탈한단 말이냐? “ 동탁이 노기등등하여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려포는 황급히 속옷만 입은 채로 밖으로 달아났다. 동탁이 쫓아오면서 소리쳤다.     “이 아비도 모르는 미친 자식아, 오늘 널 죽여버릴테다! “ 구경꾼들이 모여들자 려포는 너무도 창피하여 그 자리에 서버렸다. 동탁이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둘렀다. 려포는 슬쩍 피해버렸다. 그러자 동탁은 공중으로 훌쩍 몸을 날리며 칼로 허공을 가르더니 곧장 려포를 향해 내리찍었다.     려포는 잽싸게 피했다. 동탁은 숨돌릴 기회도 주지 않고 연속동작으로 비호같이 려포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나 려포의 몸놀림이 더 빨랐다. 어느새 동탁의 등뒤로 날아간 려포는 벽력같이 소리질렀다.     “동탁, 이 도둑놈아! 난 널 주인으로 섬기고 아비로 모셨는데 넌 나의 여자를 빼앗아가고 또 날 죽이려고 하는구나. 넌 날 세 번이나 찍고 난 너에게 세 번 양보해주었으니 이것으로 주인과 수하의 인연, 의부와 양자의 인연은 깨어졌다. 이제 내가 널 죽인다해도 천하사람들이 주인도 모르는 놈, 아비도 모르는 놈이라고 욕하지 않을꺼다. 더구나 너는 천하사람들이 침을 뱉는 역적이라 내 지금 너를 죽여 천하의 해를 제거하련다!“       려포의 손이 번쩍하자 동탁의 손에 있던 칼이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다시 한번 번쩍하자 려포의 손에 그 칼이 쥐어졌다. 동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려포야, 초선을 줄테니 목숨만 살려다오! “ “개소리하지 마라! 초선은 원래부터 내꺼야. 비겁한 자식, 목숨이 아까워 미인을 내놓겠다니 너는 초선을 가질 자격도 없는 놈이다. 저승에 가서 네 할아비나 만나라! “   려포의 손이 번개같이 번쩍하자 동탁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초선이 왕윤한테 달려가서 려포가 동탁을 죽인 기쁜 소식을 알렸다. 왕윤이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동탁의 여당을 완전히 제거해버렸다. 동탁의 군사들 대부분이 려포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왕윤은 초선을 데리고 와서 려포를 축하해주었다.   “장군께서 역적을 죽여 천하의 해를 제거했으니 으뜸가는 공로를 세웠소이다. 이제부터 이 아이는 일편단심 장군만을 섬기게 되였소이다. “ 그날 밤 왕윤은 돼지 잡고 양을 잡아 큰 잔치를 베풀어 군사들을 위로했다. 초선이 부어주는 술을 서너 사발 들이킨 려포는 기분이 좋아서 초선을 끌어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으하하하! 초선아, 이젠 넌 내꺼야! 난 천하제일미인을 얻었어. “ “천첩은 천하제일영웅을 모시게 되였사옵니다. “     초선이 허리를 틀면서 교태를 부렸다. 그러자 려포는 껄껄 웃었다. “나는 천하제일영웅, 너는 천하제일미인! 우린 정말로 천생배필이로구나! “ 려포는 초선의 옷을 벗기면서 그녀의 몸을 애무했다. 초선이 근심스레 물었다.     “아직도 천하가 어지럽소이다. 노사님의 말씀이 조조, 원소, 손견, 류비 등 영웅들이 사방에서 일어나 천하를 다툰다고 하더이다. “ “어허허허! 근심하지 마라. 그런 좀 도둑들은 이 려포의 적수가 아니다! “ 밤은 깊어갔다. 영웅과 미녀는 온몸이 살이 타는 듯한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9    거지의 동냥그릇 댓글:  조회:2984  추천:1  2014-09-01
거지의 동냥그릇   (펌글)     옛날 욕심 많은 왕이 살았다. 왕은 많은 재화와 보물을 가지고있었지만 항상 더 많이 가지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날에 거지 하나가 왕앞에 나타나 왕에게 부탁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제게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왕은 거지를 보고 물었다. “무슨 부탁인가?” “제가 가진 동냥그릇을 물건으로 채워주셨으면 합니다.” 왕은 거지가 들고있는 동냥그릇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왕인 나에게 고작 그런 부탁을 하다니? 정말 재미있구나. 그 정도의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주마. 기왕에 네가 부탁을 했으니 그 동냥 그릇에 돈을 가득 채워주마.” 왕은 곧바로 신하에게 거지의 동냥그릇에 돈을 가득 채워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거지의 동냥그릇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동냥그릇은 여전히 비여있었던것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가져다 쏟아부어도 동냥그릇은 채워지지 않았다. 신기하게 생각한 왕은 거지에게 물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데 네 동냥그릇이 채워지지 않으니 어찌된 일이냐? 무슨 요술이라도 부린것이냐?” 그때 거지는 갑자기 천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천사로 변한 거지는 왕에게 말했다. “이 동냥그릇은 당신의 욕심입니다. 이 동냥그릇은 당신이 가지고있는 모든 재물을 다 쏟아부어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뿐만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재물을 쏟아부어도 마찬가지이지요. 사람의 욕심이란 이렇게 끝도 없고 한도 없는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욕심을 다 채워야 만족하고 행복해질수 있다고 믿고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한 영원히 만족할수도 행복할수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그리고 왕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기 창고에 있는 재물들을 모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왕은 태여나서 처음으로 참된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수 있었다.    
8    송태조의 선택 댓글:  조회:3208  추천:0  2014-08-01
송태조의 선택   ○ 풍몽룡(명나라 문학가)     옛날에는 제후국들이 임금에게 곡물을 바치는 법이 있었다. 남당에서는 곡물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서현을 송나라로 파견하기로 했다. 서현은 언변이 아주 뛰여난 총명한 인물이였다. 원칙대로라면 송나라에서는 최소한 차장(次长)급 인물이 서현을 영접해야 했다. 그런데 송나라의 차장급 인물들을 두루 흝어보아도 남당의 서현에 비해서는 인물이 아닌지라 송나라 대신들은 적합한 인물을 고루지 못해 안절부절 못했다. 마침내 대신들은 이 일을 송태조에게 아뢰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서현을 맞이할 적합한 인물이 없는듯 하옵니다.” 송태조가 말했다. “왜 인재가 없다고들 하오? 경들은 잠간 물러가도록 하오. 내가 생각해 보겠소.” 뜻밖에 송태조는 궁정의 하인들 가운데서 글을 깨우치지 못한 10명의 명단을 작성해 올리라는 엉뚱한 어명을 내렸다. 신하들은 재빨리 하인 10명의 명단을 써서 송태조에게 바쳤다. 하인명단을 쭉 훑어보던 송태조가 연필로 한 사람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며 말했다. “이 사람이면 될것같소. 이 사람이면 훌륭해!” “예?” 대신들은 깜짝 놀랐다. 글을 깨우치지 못한 하인들가운데서도 제일 까막눈인 사람을 송태조가 점찍었던것이였다. 그렇다고 송태조에게 따져볼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대신들은 할수 없이 그 하인을 궁정으로 불러들였다. 결국 하인이 서현의 영접자자격으로 나선셈이였다. 자리를 정하고 앉자마자 짐작했던 바와 같이 서현의 말솜씨는 청산류수인지라 송나라 대신들의 마음은 옥죄여지는듯 했다. 일자무식의 송나라 하인은 도저히 무엇이라고 대답할수가 없었다. 그는 매우 긴장된 얼굴로 그냥 “예, 예”라고 응대만 했다. 서현은 서현대로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이 말 저 말을 번갈아해가며 상대방의 입을 열어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그때까지 단 한마디의 대답도 들어보지 못한 서현은 그만 지쳐버려 입을 다물고말았다. 송태조는 대국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한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현인들의 묘책이다. 송태조가 문맹하인을 파견한것은 우둔함으로 지혜를 정복한 방법이다. 지혜로운 자로써 우둔한 사람을 설득시키려 들면 우둔한 자는 리해하지 못하고 지혜로운 자로써 지혜로운 자를 정복하려고 들면 지혜로운 자는 굴복하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    
7    개꿈해몽 댓글:  조회:3463  추천:1  2014-07-02
개꿈해몽   풍몽룡(명나라 문학가)       3국시기 위나라(魏国)의 주선(周宣)은 유명한 해몽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만큼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았고 희한한 사람도 많았다. 어느날에 한 손님이 그를 찾아와 간밤의 꿈에 새끼개를 보았다고 했다. “손님은 고기를 먹게 될거요.” 주선이 해몽했다. 손님은 주선의 해몽을 듣고 싱글벙글 웃으며 떠나갔다. 그후 손님은 정말로 우연스레 고기를 먹게 되여 해몽과 딱 맞아떨어짐에 감탄했다. 고기를 공짜로 먹은 손님은 며칠도 안되여 또 고기생각이 나서 주선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시치미를 뚝 떼고 거짓말을 했다. “엊저녁에도 또 개꿈을 꾸었어요.” 주선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손님은 부상을 입을수 있으니 부디 조심하길 바라오.” 똑같은 개꿈이라 으레 좋은 소리를 들을 줄로 생각하고 말했는데 이번엔 너무나 불길한 해몽이였다. 손님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아무말도 안하고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나 가버렸다. 얼마후에 손님은 수레를 타고 갔다가 어줍잖게 떨어져 발목부상을 입었다. 주선의 해몽이 또 맞아들어간것이다. 너무나도 희한한 일이라 손님은 세번째로 주선을 찾아가 또 거짓말을 했다. “선생님의 해몽대로 발목을 다쳤어요. 그런데 엊저녁에 또 개꿈을 꾸었어요.” 주선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불을 조심해야겠소.” (이번에도 맞아떨어질가?) 손님은 속으로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편치가 않았다. 며칠후에 손님의 집에 큰 불이 나서 순식간에 집이 재더미로 변해버렸다. 손님은 황급히 주선의 집으로 달려가 물어보았다. “개꿈을 세번이나 똑같이 꾸었는데 어찌해서 해몽은 세번 다 다릅니까? 그리고 매번 꿈과 해몽이 맞아떨어진것은 무슨 원인이죠?” 주선이 해석했다. “개는 제사용물건이므로 첫번째의 개꿈은 고기를 먹을수 있음을 나타냈소. 두번째의 개꿈은 제사가 끝나면 개를 밖으로 내가기때문에 사람이 수레에서 떨어질수 있음을 말해주는것이요. 그래서 손님은 수레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은것이지요. 세번째는 개를 불태워 없애야 하므로 화재를 조심해야 한다는것이였소.” 손님은 이때에야 비로소 솔직히 털어놓았다. “저의 첫번째꿈이 진짜이고 두번째꿈과 세번째꿈은 모두 거짓말이였습니다.” 주선이 말했다. “길흉화복은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되는것이요. 손님이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있었기때문에 진짜꿈을 꾸었든 거짓말을 했든 사건과 일치했던거요. 해몽이란 꿈을 적당하게 풀이할뿐이요.”      
6    하룻밤에도 숱한 남자를 나가떨어지게한 무측천 댓글:  조회:4815  추천:2  2014-07-01
하룻밤에도 숱한 남자를 나가떨어지게한 무측천   정지천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과장     중국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무측천(武則天: 624~705)은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성 황제로서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여걸입니다. 게다가 평균 수명이 불과 30세 정도이던 당나라 때 무려 82세까지 장수했습니다. 그녀의 장수비결은 우수한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것을 첫손 꼽을 수 있습니다. 측천의 모친이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92세까지 장수하였고, 아버지는 군인 출신으로 강한 신체의 소유자였기 때문이죠. 한의학적으로 선천품부(先天稟賦), 즉 신장의 정기를 강하게 타고 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기본은 우선적으로 건강한 체질을 물려받는데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장수하는 것은 아니죠. 상당한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겁니다.       평생 나태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다   무측천은 평생 근면하여 나태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머니가 문장을 쓰는 것에 통달하고 아버지가 군인이었기에 어릴 적부터 학문을 배우는 한편 말타기와 활쏘기를 비롯한 무술을 단련하는데 진력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영재교육을 받았던 것인데, 그래서 온갖 지식이 풍부해지고 건강한 신체의 기초를 다졌던 것이죠.   측천은 14세에 황궁에 뽑혀 들어와서 의복을 담당하는 관직인 상의(尙衣)로 임명되었다가 비범한 담력으로 태종의 관심을 끌어 승은을 입고 후궁 중에서 가장 낮은 직위인 재인(才人)에 봉해졌습니다. 그런데 태종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고종이 즉위하게 되자 관례에 따라 다른 후궁들과 함께 비구니가 되어 감업사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태자 시절에 무측천의 미모를 눈여겨보았던 고종에 의해 궁에 복귀하여 소의(昭儀)가 되었습니다. 이후로 역사 공부도 하면서 온갖 계책을 쓰고 비밀리에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신비(宸妃)가 되더니 33세에는 황후를 음해하여 내쫒은 다음 자신이 황후에 올랐고, 36세에는 병든 고종을 대신하여 정사를 돌보기 시작하였으며 45세에 조정을 손아래에 두었고 마침내 67세에 황제까지 되었던 것이죠.   엄청난 정력의 화신   무측천은 그냥 오래 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역사에 기록될만한 호색가로서 숱한 남성들을 데리고 성생활을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비슷한 삶을 살았던 여성 최고 권력자도 여럿 있는데, 74세까지 살면서 용모가 수려한 젊은 남성들과 어울렸던 청나라의 서태후, 67세까지 살면서 수십 명의 남첩을 거느렸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 81세까지 살았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등입니다.   측천은 매일 밤마다 성욕이 솟구쳐 몸이 활활 달아올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신하와 미소년은 물론 길거리의 고약장수도 침실로 불러들였다고 하는데, 건장한 장정들이 잠자리에서 수청을 들었지만 하룻밤에도 수많은 남자가 비틀비틀하며 쓰러졌다고 합니다. 심지어 77세에도 식지 않는 성욕을 유지하며 수많은 미소년들을 선발해 잠자리를 함께 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측천의 건강이 뛰어난다고 해도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은데, 아주 특별한 비결이 있었으니 바로 ‘무후주(武后酒)’라는 술입니다. 무후주라고 이름이 붙은 연유는 측천이 좋아하여 매일 즐겨 마신 결과 정력이 왕성하여 늙어지지 않고 마음껏 행동하여도 지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메추리로 담근 무후주   무후주는 메추리로 담근 술입니다. 메추리를 암순(鵪鶉), 순조(鶉鳥)라고 하기에 암순주(鵪鶉酒)라고도 하지요. 측천은 메추리와 메추리알을 약한 불에 오래 삶은 국도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메추리술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자 당나라 전역에서는 메추리의 씨가 마를 정도로 한동안 메추리 사냥이 성행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메추리는 닭목 꿩과에 속한 작은 새로서 곡식이나 잡초의 씨, 벌레 등을 먹고 삽니다. 동의보감에는 메추리고기가 맛이 달고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중간 성질이며 오장을 보충하고 속 기운을 도와주며 근육과 뼈를 충실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추위와 더위를 견디게 하는 효능이 있고, 설사와 이질에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이질에 걸렸거나 여러 가지 빛이 나는 대변이 나오는 경우에 메추리 고기를 구워 먹이면 낫는다고 하였고, 아이들이 야윈 경우에도 메추리 고기나 알을 먹이면 살이 붙게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메추리 고기는 닭고기에 비해 단백질은 많지 않으나 비타민 B1과 B2가 월등히 많이 들어 있지요.   무후주를 만드는 방법은 메추리의 머리, 깃털, 내장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하수오, 녹용, 인삼, 고량주 또는 소주를 함께 넣어 반으로 졸도록 달입니다. 완전히 식힌 뒤에 다른 단지에 담아 꿀을 넣고 밀봉하여 냉암소나 지하실 같은데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됩니다. 매일 두 번 마시면 성기능을 회복시키고 강화시켜 주므로 갱년기 정력 감퇴에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메추리알은 훌륭한 강정식   메추리알은 대부분의 알이 산성식품인 것과는 달리 알칼리성입니다. 계란과 비교해 보면 비타민 B1, B2, 그리고 인과 철이 훨씬 많이 들어 있으며, 단백질 함량이 많고 아미노산 중에 글루타민산 등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성욕 감퇴나 정액량 감소에 도움이 되고, 산후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유난히 추위를 타거나 무릎이 시리고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거나 머리가 무거우면서 아픈 경우에 좋고, 어지럼증, 불면, 피로, 저림증 등의 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메추리 대용으로 좋은 음식은?   메추리의 대용으로 꿩이나 참새가 좋습니다. 꿩고기는 따뜻한 성질로서 뱃속을 따뜻하게 하여 비위장의 기운을 보충하고 기력을 강화시키는 효능이 있으므로 훌륭한 스태미나 음식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감기, 기관지, 천식에 꿩고기를 백숙으로 달여서 장기간 복용하면 효과가 있고, 꿩고기를 고아서 우려낸 육수는 피로회복 및 술 마신 뒤 숙취해소에도 좋습니다. 또한 여성미용에도 뛰어나며, 노인들의 몸보신으로도 좋은 장수식품이죠. 왕이 꿩고기를 매일같이 즐겨 먹은 이유는 꿩이 음기가 많은 야산과 양기가 많은 들판을 날아다니며 양쪽의 기를 모두 받았기 때문입니다. 꿩은 먹이도 음기가 많은 풀뿌리나 나무열매, 그리고 양기가 많은 곡식과 벌레를 고루 먹으므로 음기와 양기가 고루 배합된 최상의 식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꿩고기에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8가지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고, 오메가3 지방산, 칼슘, 철, 비타민 A, B1, B2, 니아신 등도 함유되어 있지요.   참새는 신장의 양기를 강하게 하고 精髓를 더해 주므로 성기능을 강하게 하며 성욕과 성감이 저하된 것을 상승시켜 주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소변이 잦은 것을 막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의 황제나 조선의 왕들도 참새구이와 죽을 먹었기에 수많은 후궁들을 거느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5    공자와 마부 댓글:  조회:2995  추천:1  2014-05-17
공자와 마부   풍몽룡(명나라 문학가)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방랑생활을 하던 공자(孔子)가 조그마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가 타고 다니던 말이 어느새 농부의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못쓰게 만들어놓았던것이다. 화가 난 농부가 무작정 공자의 말을 끌고가버렸다. 공자가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찾아오겠느냐?” “예,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원래 말주변이 좋은 공자의 제자 자공이 선뜻 나섰다. 공자의 마부도 뒤지려고 하지 않으려는듯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말을 잘 지켜보지 못했으므로 저의 탓입니다. 그러니 제가 찾아와야죠.” 자공과 마부는 서로 말을 찾아오겠노라고 했다. 공자가 말했다. “그래도 자공이 먼저 가는것이 나을것이다.” 자공은 제법 어깨를 으쓱하며 공자의 말을 가져간 농부를 찾아갔다. 그런데 자공이 입술이 닳도록 얘기를 했지만 농부는 공자의 말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풀이 죽어서 되돌아온 자공의 얘기를 들은 공자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상대가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써 상대를 설득시키려 하는것은 마치 소와 말, 양을 잡아 산짐승에게 제사를 지내려는것과 같으며 아름다운 음악을 새에게 들려주는것과 같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될수 없지.” 자공에게 그렇게 말한 공자는 이번에는 마부를 보고 보냈다. 공자의 말을 가져간 농부를 찾아간 마부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나 나나 다 같은 농부요. 우리가 깜빡 조는 사이에 말이 밭으로 들어간것 같구만.” 마부의 말을 들은 농부는 언제 화를 냈던가 싶게 허허 웃으며 즉시 말을 돌려주었다. 사람은 언제나 동업자와 잘 어울리는 법이다. 농부의 앞에서 “시(诗)”와 “서(书)”의 도리를 늘여놓은것은 무능한 선비들의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하다. 마부의 말은 솔직했다. 설령 자공이 마부처럼 말을 했다 하여도 농부는 여전히 듣기 싫어했을것이다. 무엇때문인가? 한 사람은 깔끔한 선비차림이고 한 사람은 우직한 농부인지라 애당초 어울려지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때문에 공자는 처음부터 마부를 보냈다면 자공이 속으로 불만을 품을수가 있다. 자공이 실패하여야만 비로소 마부가 능력을 나타낼수가 있는것이다. 현인들은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올바르게 다스렸다. 공자가 마부를 농부에게 파견한것은 우둔함으로 우둔함을 정복한 방법이였다.  
4    시골 창녀/명시감상 댓글:  조회:7871  추천:11  2014-02-05
시골 창녀 —한국 제7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2014년    “올해의 좋은 시” 상 수장작 김이듬     수상시인 김이듬시인       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   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   우리 집안에 열녀는 있어도 기생은 없었단다   백정이나 노비, 상인 출신도 없는 사대부 선비 집안이었다며 아버지는 족보를 외우신다   낮에 우리는 촉석루 앞마당에서 진주교방굿거리춤을 보고 있었다   색한삼 양손에 끼고 버선발로 검무를 추는 여자와 눈이 맞았다     집안 조상 중에 기생 하나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   창가에 달 오르면 부푼 가슴으로 가야금을 뜯던 관비 고모도 없고   술자리 시중이 싫어 자결한 할미도 없다는 거   인물 좋았던 계집종 어미도 없었고   색색비단을 팔러 강을 건너던 삼촌도 없었다는 거   온갖 멸시와 천대에 칼을 뽑아들었던 백정 할아비도 없었다는 말은   너무나 서운하다   국란 때마다 나라 구한 조상은 있어도 기생으로 팔려간 딸 하나 없었다는 말은 진짜 쓸쓸하다     내 마음의 기생은 어디서 왔는가   오늘밤 강가에 머물며 영감(靈感)을 뫼실까 하는 이 심정은   영혼이라도 팔아 시 한 줄 얻고 싶은 이 퇴폐를 어찌할까   밤마다 칼춤을 추는 나의 유흥은 어느 별에 박힌 유전자인가   나는 사채이자에 묶인 육체파 창녀하고 다를 바 없다     나는 기생이다 위독한 어머니를 위해 팔려간 소녀가 아니다 자발적으로 음란하고 방탕한 감정 창녀다 자다 일어나 하는 기분으로 토하고 마시고 다시 하는 기분으로 헝클어진 머리칼을 흔들며 엉망진창 여럿이 분위기를 살리는 기분으로 뭔가를 쓴다     다시 나는 진주 남강가를 걷는다 유등축제가 열리는 밤이다 취객이 말을 거는 야시장 강변이다 다국적의 등불이 강물 위를 떠가고 떠내려가다 엉망진창 걸려있고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더러운 입김으로 시골 장터는 불야성이다     부스스 펜을 꺼낸다 졸린다 펜을 물고 입술을 넘쳐 잉크가 번지는 줄 모르고 코를 훌쩍이며 강가에 앉아 뭔가를 쓴다 나는 내가 쓴 시 몇 줄에 묶였다 드디어 시에 결박되었다고 믿는 미치광이가 되었다     눈앞에서 마귀가 바지를 내리고   빨면 시 한 줄을 주지   악마라도 빨고 또 빨고, 계속해서 빨 심정이 된다   자다가 일어나 밖으로 나와 절박하지 않게 치욕적인 감정도 없이 커다란 펜을 문 채 나는 빤다 시가 쏟아질 때까지   나는 감정 갈보, 시인이라고 소개할 때면 창녀라고 자백하는 기분이다 조상 중에 자신을 파는 사람은 없었다 ‘너처럼 나쁜 피가 없었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펜을 불끈 쥔 채 부르르 떨었다   나는 지금 지방축제가 한창인 달밤에 늙은 천기(賤技)가 되어 양손에 칼을 들고 춤추는 것 같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6월호 발표)                                                                           선정 이유      한국 현역시인들의 참여와 선택      2014 「올해의좋은시상」 본선에 진출한 10편의 시를 놓고 심사에 들어갔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시인광장이 정한 원칙에 의해 전년도 수상자인 김신용과 편집위원인 최형심을 제외한 김사인 김소연 김행숙 신용목 김이듬 김중일 박연준 김두안의 작품이 대상이었다. 심사위원들의 자유로운 기준과 숙고의 선택으로 각자 3편을 고른 다음 투표한 결과 일차에서는 김사인 시인 2표, 김소연 시인 2표, 김이듬 시인 2표, 김행숙 시인 2표를 획득했다. 이는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겹친 시인과 펼쳐진 시인이 다양하다는 뜻이었다. 위 시인들의 작품을 다시 읽고 2차 투표를 한 결과 김사인 시인 2표 김이듬시인 2표로 좁혀졌다. 이 부분에서 심사위원들의 검토와 숙고가 다시 이어지고 토의결과 3차에서는 단일합의로 김이듬 시인의 「시골 창녀」로 결론을 냈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처음 선정한 시편들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선자는 처음에 김두안의 「환월幻月」, 김사인의 「김태정」, 김이듬의 「시골 창녀」를 주목했다. 그러나 2차와 3차를 거쳐 마지막까지 남은 「김태정」과 「시골 창녀」를 검토하면서 이 두 작품이 많은 시인들의 관심과 또 선자들의 시선을 끈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두 작품은 시의 형식적 태도에서는 대척점에 있다. 그러나 서사를 끌고 가는 호흡과 긴 주제에 대한 시적 진실성은 양자가 공히 공유하고 있는 우수한 작품들이다.   모든 시인들이 참여하고 쳐다보고 있는 이 상의 본질과 목표에 좀 더 접근하는 시가 어떤 시인가를 고민했다. 선자들은 김이듬의 「시골 창녀」가 우리 시단에 좀 더 활력을 불러오리라는데 동의하고 일치된 의견으로 「시골 창녀」를 2014 올해의 좋은시 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끝까지 선방한 김사인의 「김태정」에 아쉬움을 표하며 김이듬 시인에게 축하한다. 이 상은 한국 현역시인들의 참여와 선택으로 이루어진 상이고 선자들은 그 과정에서 대행을 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수상자는 다른 문학상과는 성격이 다른 이 상의 공정성과 그 명예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이 말은 10선에 오른 다른 작품들에게도 해당된다. 선자들이 달랐다면 그 작품들이 수상작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터이므로.        김백겸 (시인, 웹진 시인광장 主幹)     1953년 대전에서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기상예보〉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 등과 시론집 『시적 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光源)』이 있음. 현재 ‘시힘’,‘화요문학’  동인이며 웹진 『시인광장』 主幹. 한국원자력연구원 근무. 대전시인협회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                선정 이유    감정의 긴장 과정, 고조과정, 그리고 완결       작년 한 해 시단의 특징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시가 무척이나 길어졌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들 길게 쓰는지, 이유는 각기 다르겠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그것이 어떤 공통적 수렴점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산문적인 시들로서 아주 선연한 감동을 주는 시들을 몇 편 만나지 못한 것을 보면 시의 이 장형화를 마냥 반갑게 마주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우리 시에서 이런 장형화는 시적인 것과 산문적인 것의 구별점에 대해서, 시적 언어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또 조사 처리, 어미 처리 같은 데서의 섬세한 형식상의 문제들애 대해서도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일반화된 장형화는 시의 타락의 징후다. 긴장의 이완을 땜질하는 장광설일 수도 있다.   김이듬 시인의 '시골 창녀'나 김사인 시인의 '김태정'은 비교적 긴 시들임에도 작년 한 해 동안 급격히 증가된 장형화된 시들의 단점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자의식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는 시들이라고 생각된다.   '시골 창녀'는 여성 시인 자신일 수 있는 시적 화자의 마음의 풍경을 연을 바꾸어가며 리듬이 달라지는 '드라마' 속에서 극적으로 펼쳐내고 있는 시다. '김태정'은 한 아름답게 살다 세상을 떠난 한 여성 시인의 모습을 반추하는 여러 각도를 보여주는 시로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시다. 둘 다 각기 다른 미덕을 갖추고 있으나, 그 방향이 다른데, 앞의 것이 화자 자신의 여성 시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의식 쪽으로 파고 들어간다면, 뒤의 것은 화자가 관찰적, 회고적인 시각으로 한 여성 시인의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시골 창녀'를 '김태정'보다 선호하게 된 연유를 말한다면, 긴 시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몸체를 지탱할 수 있는 리듬과 그 색조의 변화를 '시골 창녀' 쪽이 더 기술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은 단지 기술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시골 창녀'는 어떤 '모노드라마'의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감정의 긴장 과정, 고조과정, 그리고 완결이 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시인, 서울대교수)   1965년 충남 예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同 대학원 졸업. 1994년 제1회 《창작과 비평》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 활동 시작.  2000년 《현대시》를 통해 시단 등단. 저서로는 비평집 『비평의 도그마를 넘어』와 『문명의 감각』 등이 있음. 현재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中.                 선정 이유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우리의 선입견을 뒤집는 충격    본심에 올라온 10편 중에서 작년 수상자인 김신용 시인의 시와 『시인광장』 편집장인 최형심 시인의 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8편을 읽었다. 모두 예심에서 뛰어난 역량과 장기를 인정받고 올라온 작품들이고, 또 그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도 독특한 지평을 넓혀온 시인들의 작품이었기에, 솔직히 나는 이들 중 어느 작품이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된다 해도 수상자격으로 충분하리라 여겼다.   1차 투표에 나는 김사인, 김소연, 김행숙 시인의 작품을 추천하였다. 김사인 시인의 ‘김태정’은 가난하게 살다간 한 인물을 그리면서 추념 보다는 생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현시하며 그 아래 깔린 외로움을 환하게 비춰내고 있다. 김소연 시인의 ‘장남감의 세계’는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이 겹치면서도 그 틈이 어긋나 결코 같은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인식론적으로 보여준다. 김행숙의 ‘옥토정기 찾기’는 ‘빨간약’이라는 대상을 기점으로 우리 생이 단순하게 정의될 수 없다는 점을 활달한 상상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수상자가 결정이 되지 않아 다시 2차 투표가 실시되었으나, 이것으로도 최종 수상자가 나오지 않자 3차 투표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김이듬 시인의 ‘시골 창녀’를 다시 주목하기로 했다. 다른 심사위원이 계속 그를 추천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추천하지 않은 이유는 지나친 산문성과 요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상상력의 신선함, 그러면서도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우리의 선입견을 뒤집는 충격은 요즘 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납득이 갔다. 그래서 나도 3차 투표에서 김이듬 시인의 작품을 ‘올해의 좋은 시’ 수상시로 선정하는데 동의했다.   김이듬 시인에게 마음 깊이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아쉽게 탈락한 분들에게도, 모두 우리 시단이 뽑은 올해의 가장 멋진 작품들이라는 점을 환기하면서, 더불어 축하드린다.       정한용(시인, 문학평론가)      충주에서 출생. 2000년 시작하여 현재 80여명의 회원을 가진 인터넷 문학동인 빈터 대표. 2003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창작 프로그램 및 2011년 코로라도 Art Ranch residency 프로그램 참여. 2012년 만해문학상과 천상병시상 수상. 다섯 권의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슬픈 산타 페』, 『나나 이야기』,『흰 꽃』, 『유령들』과 두 권의 평론집 『지옥에 대한 두개의 보고서』와『울림과 들림』이 있음. 현재 『시인광장』 편집위원.   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수상 소감   수상가옥은 젖었으나    정결케 하는 한 가지 방법, 신을 향해 기도할 것,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은밀히 기도할 뿐만 아니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기도할 것. 죽은 이들에 대한 경건함, 존재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무엇이든 다할 것.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       수상 소식을 들었다, 그저께 진주에서 청주 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평소 관혼상제에 무심한 내가 1월 중순 김진완 시인 모친상 조문을 시작으로 일주일 사이 세 곳에 문상을 갔다. 이상하게 성급히 움직였다. 자살한 사나이는 목재 나이테 분석 전문가였다. 그의 영정 아래 흰 국화를 놓았다. 그 순간, 그토록 가까우며 동시에 가장 먼 곳을 향해 나는 인사했다.     시는 죽음과 같다. 시는 누구에게나 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둘러싸고 있다. 시를 쓸 때 나는 미래와 단절된다. 영원한 비극성에 끌리지 않고 순수한 결정체나 정신의 일보전진도 꾀하지 않는다. 누가 보든 안 보든 흐느끼는 누군가 나타난다. 퍼소나라고 하자. 아까는 어린 백정이 등장했다. 그의 온몸은 피범벅이 된다. 언어의 근육, 이런 거 모른다. 그는 털 뽑고 껍질 벗긴 살점을 저울에 다느라 바쁘다. 쳐내도 움직이는 대가리를 안고 발라놓은 수북한 뼈들 사이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나는 그 어린 백정 퍼소나와 다투었다. 자기투쟁, 자기혁명, 뭐 이런 거 모른다. 다소 정결해질 뿐. 아무튼 나는 싸운다. 무수한 나와 사물들, 말과 침묵과 욕망들과……     기차 타고 여행하는 도중에 수상소식을 접했다면, 그 별안간 떨어진 분에 넘치는 희보(喜報)로 객실 통로를 뛰어다니며 춤을 췄을지도 모른다. 수상은 통로이자 장애물이다. 수상시인은 물 아래 그림자 수상가옥에 입성한다. 여보게! 낚시 잘 되나? 몇 마리나 잡았는가? 지나치게 빛나서 흐릿해 보이는, 문단이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문청 피라미(被羅美), 악어(惡語)들아! 난 날름 들어간다. 너희들은 바깥에서 전선을 가다듬기 바란다. ‘최고작’ ‘수상작’ 등을 만드는 시스템에 저항해라. 여기저기 폭탄상금을 싣고 내달리는 시 카니발 광란열차에 뛰어올라 비상 브레이크를 당겨다오.     천만다행 내 시는 덜 빛났다. 심지어 비루하고 무식하며 품격 없는 시를 뽑아주신 동료시인들과 심사위원님들의 무모와 불온, 그 훌륭함에 놀라울 따름이다. 믿기지 않았지만 나는 기절초풍할 정도로 감격했고 감사한다. 구차하게 덧붙인다면, 시를 잘 쓰는, 내가 사랑하는 몇몇 시인에게 미안하다.       김이듬 시인     1969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출생. 부산대 독문과 졸업. 경상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1년 계간 《포에지》(나남출판사)로 등단. 네 권의 시집『별 모양의 얼룩』(2005. 천년의시작)『명랑하라 팜 파탈』(2007. 문학과지성사)『말할 수 없는 애인』(2011. 문학과지성사)『베를린, 달렘의 노래』(2013. 서정시학)와 장편소설『블러드 시스터즈』(2011. 문학동네) 출간. 제1회 시와세계작품상(2010)과 제7회 김달진창원문학상(2011), 제7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좋은시상(2014) 수상.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견작가로 선정되어 독일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 학기 간 생활. 현재 경상대 출강 중.                       시골 창녀 / 김이듬        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   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   우리 집안에 열녀는 있어도 기생은 없었단다   백정이나 노비, 상인 출신도 없는 사대부 선비 집안이었다며 아버지는 족보를 외우신다   낮에 우리는 촉석루 앞마당에서 진주교방굿거리춤을 보고 있었다   색한삼 양손에 끼고 버선발로 검무를 추는 여자와 눈이 맞았다     집안 조상 중에 기생 하나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   창가에 달 오르면 부푼 가슴으로 가야금을 뜯던 관비 고모도 없고   술자리 시중이 싫어 자결한 할미도 없다는 거   인물 좋았던 계집종 어미도 없었고   색색비단을 팔러 강을 건너던 삼촌도 없었다는 거   온갖 멸시와 천대에 칼을 뽑아들었던 백정 할아비도 없었다는 말은   너무나 서운하다   국란 때마다 나라 구한 조상은 있어도 기생으로 팔려간 딸 하나 없었다는 말은 진짜 쓸쓸하다     내 마음의 기생은 어디서 왔는가   오늘밤 강가에 머물며 영감(靈感)을 뫼실까 하는 이 심정은   영혼이라도 팔아 시 한 줄 얻고 싶은 이 퇴폐를 어찌할까   밤마다 칼춤을 추는 나의 유흥은 어느 별에 박힌 유전자인가   나는 사채이자에 묶인 육체파 창녀하고 다를 바 없다     나는 기생이다 위독한 어머니를 위해 팔려간 소녀가 아니다 자발적으로 음란하고 방탕한 감정 창녀다 자다 일어나 하는 기분으로 토하고 마시고 다시 하는 기분으로 헝클어진 머리칼을 흔들며 엉망진창 여럿이 분위기를 살리는 기분으로 뭔가를 쓴다     다시 나는 진주 남강가를 걷는다 유등축제가 열리는 밤이다 취객이 말을 거는 야시장 강변이다 다국적의 등불이 강물 위를 떠가고 떠내려가다 엉망진창 걸려있고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더러운 입김으로 시골 장터는 불야성이다     부스스 펜을 꺼낸다 졸린다 펜을 물고 입술을 넘쳐 잉크가 번지는 줄 모르고 코를 훌쩍이며 강가에 앉아 뭔가를 쓴다 나는 내가 쓴 시 몇 줄에 묶였다 드디어 시에 결박되었다고 믿는 미치광이가 되었다     눈앞에서 마귀가 바지를 내리고   빨면 시 한 줄을 주지   악마라도 빨고 또 빨고, 계속해서 빨 심정이 된다   자다가 일어나 밖으로 나와 절박하지 않게 치욕적인 감정도 없이 커다란 펜을 문 채 나는 빤다 시가 쏟아질 때까지   나는 감정 갈보, 시인이라고 소개할 때면 창녀라고 자백하는 기분이다 조상 중에 자신을 파는 사람은 없었다 ‘너처럼 나쁜 피가 없었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펜을 불끈 쥔 채 부르르 떨었다   나는 지금 지방축제가 한창인 달밤에 늙은 천기(賤技)가 되어 양손에 칼을 들고 춤추는 것 같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영감(?)을 모신다는 점에서 시인과 기생은 닮았습니다. 영혼을 파느냐 몸을 파느냐 하는 것만 다를 뿐 자신의 일부를 판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그 대가로 사랑을 얻지만, 밤마다 몸과 마음이 춤을 추도록 하기 위해서 약을 빨든 술을 빨든 무언가를 빨아야 한다는 것 역시 닮았습니다. 아마도 시인과 창녀는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신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신전에서 몸을 팔던 고대 신녀들, 혹시 그들이 둘의 공통 조상은 아닐까요?   - 시인 최형심         정말 순결을 강조하는 한국... 진실된 고백과 인정이야말로 순결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시가 참 뜨겁네요.   선천적으로 감정에 헤프기는 시인만큼이나 독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둘 다 삶을 살아가는 행위인만큼 시작과 감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지만 정말 고통스러울 게 분명한 창작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해낼 정도로 미쳐버리고 퇴폐해버린 시인이야말로 진짜배기 기생인건가요, 아니면 체통있는 집안의 유일한 진짜배기 사람일까요.   하하... 시인도 독자도 감정에 헤프죠. 창작의 고통을 위해 몸도 영혼도 버린 시인이야말로 진짜배기겠죠. 펜만 쥐었다고 다 시인인가요... 라디비나 네 선생님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조금씩 벗어던지고 있습니다,,, 정성스러운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죠.   싯귀 한 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잘 알겠습니다. 그저 적당한 단어 하나 어물쩍 찍어 붙이려던 내 감정이 부끄럽습니다.   쉽게 쓸 수 있는 시라면 거기에 얼마나 대단한 진실이 담겨있겠습니까? 읽고 이해하기 쉬운 시라도 쓸 때는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치부까지 온전히 토해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겠군요. 거침없는상상의 끝이 없네요 이 시도 사실 거침없죠. 누구나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게 본능인데, 사실 나 창녀나 다름없어,라고 고백하는 시인의 자세가 참 훌륭합니다.   부끄러움과 솔직함을 정말 절묘하게 섞어낸 것 같아요. 아무리 글 잘 쓰는 이라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막 툭툭 튀어나오는 게 아님을 또 새삼...   김이듬 시인은 솔직하고 대범한 작가죠. 그래도 그 솔직함이 다순한 외설이 아니라 깊이와 아름다움을 가진 것이기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시 김태정 김사인       1.   울 밑의 봄동이나 겨울 갓들에게도 이제 그만 자라라고 전해주세요   기둥이며 서까래들도 그렇게 너무 뻣뻣하게 서 있지 않아도 돼요 좀 구부정하세요   쪽마루도 그래요 잠시 내려놓고 쉬세요   천장의 쥐들도 대거리하는 사람 이제 없다고 너무 외로워 마세요   자라는 이빨이 성가시겠지만 어쩌겠어요   살 구부러진 검정 우산에게도 이제 걱정 말고 편히 쉬라고 해주세요   귀 어두운 옆집 할머니와 잘 지내라고 전해주세요   더는 널어 말릴 양말도 속옷 빨래도 없으니 늦여름 햇살들께서도 고추 말리는 데나 거들어드리세요     해남군 송지면 해원리 서정리 미황사 앞     2.     죽는다는 일은 도데체 무슨 일인가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요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안 보이는 무슨 깔때기 같은 것이 있어   그리로 내 영혼은 빨려나가는 걸까요   아니면 미닫이를 탁 닫듯이 몸을 털썩 벗고 영혼은   건넌방으로 드는 걸까요     아이들에게 말해주세요   마당에서 굴렁쇠도 그만 좀 돌리라고   어지럽다고     3.   슬픔 너머로 다시 쓸쓸한   솔직히 말해 미인은 아닌   한없이 처량한 그림자만 덮어쓰고 사람 드문 뒷길로만 피하듯 다니 던   소설공부 다니는 구로동 노동자 공아무개 젖먹이를 도맡아 봐주던   순한 서울 여자 서울 가난뱅이   나지막한 언덕 강아지풀 꽃다지의 순한 풀밭   응, 나도 남자하고 자봤어, 하더라는   그 말 너무 선선하고 환해서   자는 게 뭔지 알고나 하는 소린지 되려 못 미덥던   눈길 피하며 모자란 사람처럼 웃기나 잘하던   살림솜씨도 음식솜씨도 별로 없던     태정 태정 슬픈 태정   망초꽃처럼 말갛던 태정       4.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서 겁많은 귀뚜라미처럼 살다 갔을 것이다   길고 느린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마루 끝에 앉아 지켜보았을 것이다   한달에 5만원도 안 쓰고 지냈을 것이다   휴대폰도 인터넷도 없이   시를 써 장에 내는 일도 부질없어   그저 조금만 먹고 거북이처럼 조금만 숨 쉬었을 것이다   얼찐거리다 가는 동네 개들을 무심히 내다보며   그 바닥의 초본 식물처럼 엎드려 살다 갔을 것이다     이제 더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그 집 헐어진 장독간과 경첩 망가진 부엌문에게 고장난 기름보일러에게   이제라도 가만히 조문해야 한다   새삼 슬픈 시늉은 할 건 없겠으나,           김사인   시인. 문학평론가. 1956년 충북 보은 태생.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2년 ‘시와 경제’의 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쓰기를 시작했다. 김사인의 시들은 대체적으로 형식면에서는 매우 균제된 느낌을 주지만 치열한 내적 긴장을 함축하고 있다. ‘무수히 들끓는 감각의 반란을 통제하기 위한 시인의 혹독한 극기의 산물’이라는 비평가의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이것은 시대와의 불화로 몸살을 앓는 시인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시의 정신과 감성 양면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엄격성을 지키고자하는 의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제6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고, 2005년 제20회 현대문학상, 2006년 제14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 2007년 제1회 서정시학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으로는 『밤에 쓰는 편지』(청사, 1987),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이 있고 신철균과 함께 사진시집인 『따뜻한 밥 한 그릇』(큰나, 2006) 을 펴내기도 했다. 이외에 임동확과 함께 5․18 20주년 기념 시선집인 『꿈 어떤 맑은 날』(이룸, 2000)을 펴냈으며 『박상륭 깊이읽기』(문학과지성사, 2001)를 엮어내기도 했다.       물푸레나무                            김태정           물푸레나무는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 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빛이 스며든 물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인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게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며 잔잔히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며 찬찬히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밥을 덜어주듯 다정히   체하지 않게 등도 다독거려주면서   묵언정진하듯 물빛에 스며든 물푸레나무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김태정   *김태정(1963~2011) 서울에서 태어나 2011년 9월 6일 해남에서 세상을 떠났다.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창비 2004) 한권을 남겼다. 생전에 모 문화재단에서 5백만원을 지원하려 하자, 쓸 데가 없노라고 한사코 받지 않은 일이 있다. 그의 영가는 미황사에서 거두어주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가끔 시인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생가해봅니다. 세속적인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과 하나 되어 조용하게 사는 것이 시인답게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말이 쉽지 현대사회에서 그렇게 사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진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요. 시인 김태정은 온몸으로 시인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시인 최형심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어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 그 몸에 엎으러져 개개 풀린 늦잠을 자고 더부룩한 수염발로 눈꼽을 떼며 날만 새면 나 주막 골방 노름판으로 쫓아가겠네 남는 잔이나 기웃거리다 중늙은 주모에게 실없는 농도 붙여보다가 취하면 뒷전에 고꾸라져 또 하루를 보내고 '나 갈라네' 아무도 안 듣는 인사 허공에 던지고 허청허청 별빛 지고 돌아오겠네 그렇게 한두 십년 놓아 보내고 맥없이 그 처자 몸에 아이나 서넛 슬어놓겠네 슬어놓고 나 무능하겠네 젊은 그 여자 혼자 잉잉거릴 뿐 갈 곳도 없지 아이들은 오소리 새끼처럼 천하게 자라고 굴 속같이 어두운 토방에 팔 괴고 누워 나 부연 들창 틈서리 푸설거리는 마른 눈이나 내다보겠네 쓴 담배나 뻑뻑 빨면서 또 한 세월 보내겠네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울음조차 잦아들고 두 눈에 파랗게 불이 올 때쯤 나 덜컥 몹쓸 병 들어 시렁 밑에 자리 보겠네 말리는 술도 숨겨놓고 질기게 마시겠네 몇 해고 애를 먹어 여자 머리 반쯤 셀 때 마침내 나 먼저 숨을 놓으면 그 여자 이제는 울도 웃도 못하리 나 피우던 쓴 담배 따라 피우며 못 마시던 술이나 배우리 욕도 배우리 이만하면 제법 속절없는 사랑 하나 안 되겠는가 말이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인절미 김사인       외할머니 떡함지 이고 이 동네 저 동네 팔러 가시면 나는 잿간 뒤 헌 바자 양지 쪽에 숨겨둔 유릿조각 병뚜껑 부러진 주머니칼 쌍화탕병 손잡이 빠진 과도 터진 오자미 꺼내놓고 쪼물거렸다 한나절이 지나면 그도 심심해 뒷집 암탉이나 애꿎게 쫓다가 신발을 직직 끈다고 막내 이모한테 그예 날벼락을 맞고 김치가 더 많은 수제비 한 사발 눈물 콧물 섞어서 후후 먹었다 스피커에서 따라 배운 ‘노란 사쓰’ 한 구절을 혼자 흥얼거리다 아랫목에 엎어져 고양이잠을 자고 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문만 부예 빨개진 한쪽 볼로 무서워 소리치면 군불 때던 이모는 아침이라고 놀리곤 했다 저물어 할머니 돌아오시면 잘 팔린 날은 어찌나 서운한지 함지에 묻어 남은 고운 콩고물 손가락 끝 쪼글토록 침을 발라 찍어머고 또 찍어먹고   아아 엄마가 보고 싶어 비어지는 내 입에 쓴 듯 단 듯 물려주던 외할머니 그 인절미 용산시장 지나다가 초라한 좌판 위에서 만나네 웅크려 졸고 있는 외할머니 만나네                -김사인 시집 중에서 [출처] 김사인의 '인절미'|작성자 허산재    
3    잠자리,대통령이 되니 한명도 거절 않더라 댓글:  조회:6550  추천:0  2014-01-18
      장관일 때는 일부 여자가 잠자리 거절했지만 대통령이 되니 한명도 거절 않더라   이성훈 특파원의 파리산책       프랑스 대통령들의 화려한 여성편력   지난 10일 주간지 클로저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여배우 쥘리 가예와 비밀연애를 해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기사 속 사진에는 올랑드가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었다. 보도 직후 올랑드가 보인 첫 반응은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었다.     결별 위기를 맞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왼쪽), 프랑수아 올랑드의 새 애인 영화배우 쥘리 가예(오른쪽)   사실 이 발언은 지극히 프랑스적(的)인 반응이다. 만약 다른 나라였다면, 일단 발뺌을 하거나 최소한 침묵을 지켰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여성 스캔들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랑스는 달랐다. 많은 대통령이 외도를 했지만, 문제가 된 적이 별로 없었다. 프랑스 사회와 언론이 모두 개인문제라며 묵인했기 때문이다. 올랑드도 그런 반응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금까지 동거녀 신분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온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가 계속 엘리제궁에 머물러야 하는지, 올랑드와 가예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프랑스 사회도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의 이성(異性) 문제를 공적인 이슈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의 여성 편력      프랑스의 현재 정치 제도가 시작된 제5공화국(1958년) 이후 올랑드는 9번째 대통령이다. 약 한 달간 임시 대통령을 지낸 알랭 포에르를 제외하고 8명의 대통령 재임기간 가운데,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집무 공간)은 늘 스캔들의 중심이었다. 이런 소문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샤를 드골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군인 출신인 샤를 드골은 평소 사생활에도 엄격했다. 아내였던 이본 드골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내조에 전념했다. 비서 1명만 두고 생활하며 자동차도 손수 운전할 정도로 검소했다고 한다.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퍼스트레이디 이본 드골과 샤를 드골(위),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다니엘 미테랑과 프랑수아 미테랑(아래)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은 아내 클로드 퐁피두가 스캔들에 휘말렸다. 1968년 유명배우 알랭 드롱의 경호원이던 마르코빅이라는 남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살해된 이유가 당시 총리였던 퐁피두의 부인 클로드의 외도 사실을 마르코빅이 알고, 이를 외부에 발설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실제 마르코빅의 살해범과 살해 이유는 밝혀진 것이 없지만, 퐁피두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관련된 소문은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퐁피두에 이어 대통령직에 오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은 공인된 바람둥이였다. 파리에 있는 살롱의 수만큼이나 많은 여성과 관계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내가 장관이었을 때는 일부 여성들이 나를 거절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는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974년 여배우 마를렌 조베르의 집을 방문해 밀회를 즐긴 후, 손수 페라리 자동차를 몰고 엘리제궁으로 들어가다가 우유배달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지스카르 데스탱의 자동차 옆자리에는 조베르가 있었다는 소문이 확산돼 나갔다.   프랑수아 미테랑은 대놓고 ‘두 집 살림’을 한 경우이다. 열혈 사회당 당원이었던 다니엘과 결혼한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미술사학자인 안 팽조와 외도를 했고, 1974년에는 딸 마자린을 낳았다. 1981년 취임 후에도 팽조와의 관계는 계속됐다. 미테랑은 실제 재임 기간 중 대부분의 밤을 엘리제궁이 아닌 팽조의 집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테랑의 외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일부 매체가 이를 보도했지만, 주요 언론들은 이것이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며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르 몽드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직무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한, 대통령의 외도는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자크 시라크는 혼외자 소문이 따라다녔다. 일본 왕실과 관계가 있는 여성과 비밀 연애을 하며 딸을 낳았다는 풍문이 있었다. 실제 시라크는 거액이 예치된 일본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이 딸과 함께 생활하기 위한 자금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또 모로코 여성과의 사이에 아들을 두고 있다는 소문도 지금껏 따라다니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현직일 때 이혼과 재혼을 한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다. 2007년 취임 당시 부인이었던 세실리아 아티아스는 사르코지가 파리 근교 뉘 쉬르 센느 시장일 때 결혼식 주례를 선 신부였다. 하지만 이후 이 사르코지와 세실리아는 맞바람을 피웠고, 실제 대선 당시 세실리아는 선거운동을 거의 돕지 않았다. 결국 취임 몇 달만에 두 사람은 갈라섰다. 이혼 후 사르코지가 새 퍼스트페이디로 맞아 들인 이가 이탈리아 출신의 모델 겸 가수였던 카를라 부르니였다.       대통령 재임 중 결혼한 카를라 브루니와 니콜라 사르코지.   올랑드는 국립행정학교(ENA) 동기생인 세골렌 루아얄과 약 30년간 동거하며 4명의 자녀를 낳았다. 이들은 정식 부부관계는 아니었다. 정치적 입지는 루아얄이 더 탄탄했다. 루아얄은 2007년 대선에 사회당 후보로 나서 사르코지에 패했다. 올랑드는 당시 사회당 총재로서 루아얄의 선거 운동을 돕기는 했지만, 이미 그 때 정치부 기자 출신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루아얄이 대선에서 패배한 지 몇 달되지 않아 올랑드는 루아얄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트리에르바일레르와 공식적인 동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도 올랑드가 여배우 가예와 밀애를 즐겨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종착역으로 향하는 분위기이다.   프랑스 정치인에는 불륜도 경쟁력이다?     유독 프랑스 정치인 사이에서 이성과 관련한 스캔들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개방적인 성(性)문화를 꼽을 수 있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이른바 ‘양다리’는 도덕적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에는 관대하다. 이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남녀 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정치인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그 동안 정치인의 스캔들을 사생활로 묵인해 온 언론의 탓도 있다. 프랑스 언론은 영국이나 미국 언론과 달리 정치인의 이성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대통령의 여성 편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이를 정면에서 다룬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고위 공직자의 사생활은 공적 영역에 속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언론들도 이번 올랑드 스캔들은 비중있게 다루었다.   좀더 근본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2006년 프랑스에서 ‘섹서스 폴리티쿠스(Sexus Politicus·섹스형 정치인간)’라는 책이 출판됐다. 두 명의 탐사전문 기자인 크리스토프 뒤부아와 크리스토프 들루아르가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해서 역대 대통령과 주요 정치인의 여성 편력을 다룬 것이다. 그 동안 시중에 떠돌던 풍문까지도 모두 기술했다.   저자인 뒤부아는 프랑스 정치인의 여성 편력이 유별난 이유를 권력욕에서 찾았다. 그는 “권력을 쟁취하는 것과 여성을 획득하는 것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전통이 프랑스에 있다”며 “많은 여성과 관련한 무용담은 정치적 성공과 같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적었다. 또 성적인 매력이 있는 남성이 여성을 쟁취하고, 결국 유권자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했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부진한 편이다. 정부와 기업의 주요 직책을 대부분 남성이 장악하고 있다. 결국엔 고위직 남성의 여성 문제에 대해 일반인들은 관심을 갖지 말라는 무언의 합의가 프랑스 사회에 존재한다는 해석도 있다.    
2    입는 컴퓨터 봇물 터지나 댓글:  조회:3543  추천:0  2014-01-11
입는 컴퓨터 봇물 터지나   2014년 IT 기기 서비스 전망…3D 프린팅·모바일 기반 산업도 각광 받을 듯   전자신문 ICT방송산업부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2012년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패션 웨어러블 디바이스 친절한 노트3 + 기어 패션쇼’에서 모델이 ‘갤럭시기어’를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10년이 아니라 1~2년 만에도 ICT 업계 강산이 변한다. 스마트폰이 몇 년 만에 휴대전화 시장에서 대세가 됐고, 문자메시지는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2013년에도 이론상으로만 가능했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갤럭시기어’나 ‘스마트와치’ 같은 웨어러블(wearable) 기기도 선보였다.   2014년에는 어떤 정보기술(IT) 기기와 서비스가 주목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러 연구소나 컨설팅기관이 ICT 업계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웨어러블 컴퓨터’ ‘3차원(3D) 프린팅’ ‘신종 보안 위협’ ‘모바일 기반 산업’이 공통적으로 꼽히는 분야다.   구글·애플도 가세, 대중화 시대   2014년 IT 업계 핫이슈로 예상되는 분야는 웨어러블 기기다. 2013년이 웨어러블 기기 등장을 알린 해라면 2014년은 대중화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기어’를 공개하면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이전부터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시도는 많았다. 갤럭시기어와 비슷한 시계류 기기만 해도 소니가 앞서 선보인 ‘스마트와치’가 있다. 좀 더 단순한 기기로는 나이키가 팔에 차는 밴드 형태로 개발한 ‘퓨얼밴드’도 있다.   높은 관심을 받는 분야지만 2013년까진 뚜렷한 성공을 거둔 제품은 없다. 하지만 2014년은 다르다. 세계 IT 시장을 이끄는 구글, 애플까지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구글은 개발자 버전으로 선보였던 ‘구글 글래스’의 상용제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던 구글 글래스가 어떤 기능을 구현하고, 소비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애플도 ‘아이워치’를 선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스마트워치 몇 종이 시장에 등장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그럼에도 애플이 선보일 아이워치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그동안 애플이 보여줬던 혁신 이미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 역시 시계와 글라스 등 다양한 형태의 갤럭시기어 후속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웨어러블 컴퓨터는 아직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단계로, 각 시장조사기관의 주관에 따라 시장 예측치가 적잖은 편차를 보인다”면서 “웨어러블 컴퓨터가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스마트폰 주변 기기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그럼에도 웨어러블 기기 시장 자체는 5년 이내에 고성장하리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2014년에는 세계적으로 기대받는 제품들이 출시를 앞둬 이들의 성과가 곧 전체 시장의 장기적 성장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상용제품 발표가 기대되는 구글 ‘구글 글래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SK C·C는 2014년 주목할 기술로 ‘3D 프린팅’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3D 프린팅이란 프린터로 문서를 출력하듯, 3D 프린터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2013년 유튜브에 3D 프린터를 활용해 플라스틱으로 권총을 만드는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3D 프린터는 설계도만 있으면 어떤 제품이든 똑같이 만들어낸다. 그만큼 기존 제조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만 아직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3D 프린터 가격과 소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 비용을 낮추는 것이 대중화 과제로 꼽힌다.   신종 보안 위협 대비해야   기술이 진화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수록 위협도 커진다. 스마트폰 대중화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은 마치 휴대용 컴퓨터처럼 기기 안에 다양한 이용자 정보를 담고 있다. 그 때문에 스마트폰을 노린 해킹, 이용자를 노린 스미싱이 잇달아 발생했다.   실제로 미국 보안기업 NQ모바일에 따르면 모바일 악성코드는 2009년 1649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6760건, 2011년 2만4794건, 2012년 6만5227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3년 만에 40배나 악성코드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은 개인용 컴퓨터(PC)보다 보안이 취약해 해킹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닌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분실에 따른 정보 유출 개연성도 높다.   모바일 정보보안은 기기 제조사에게도 최대 과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기업용 업무시장까지 확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보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KNOX)’를 자체 개발한 이유도 여기 있다.   각종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도 새로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야기한다. 안경이나 시계 형태 제품을 활용한 도촬(도둑촬영)이나 도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생활 침해를 막는 개인정보 보호 기술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스마트 기기 사용 증가에 따라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바일 환경에서 정보보안이 관심을 모은다”며 “개인정보의 효과적 활용과 보호 균형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진행돼 국내 보안시장 및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규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보안위협도 우려된다. NIPA는 “지난 5년간 개인정보 유출, 디도스(DDoS) 공격, 지능형 지속위협(APT) 등 다양한 보안 이슈가 발생했다”면서 “2014년에는 이들 공격 외 새로운 보안 위협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지갑 서비스 활성화 여부도 관심을 끈다. 전자지갑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각종 카드와 금융 결제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편리함에 비해 사용자가 많지 않다. 기존 익숙한 결제방식 대신 새로운 기능을 선택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한 이유지만, 앞서 언급한 보안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그렇지만 모바일 커머스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보안 기술 역시 발전하면서 전자지갑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주간동아)  
1    먹고 싸는 이야기 댓글:  조회:4220  추천:2  2013-12-29
먹고 싸는 이야기   한국소설가 천운영     이것은 똥에 관한 이야기다. 똥 중에서도 새똥. 새 중에서도 하필이면 날지도 못하고 걷는 것마저 처량한 펭귄. 날 수는 없어도 새는 새여서 새처럼 똥을 싼다는, 펭귄 똥 이야기다. 어쩌면 이것은 여름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남극의 여름. 펭귄들이 짝을 짓고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워내는 번식의 계절. 여름의 일과 똥의 일. 새들은 똥이 생기는 족족 싸지른다. 날든 걷든 앉아 있든, 언제 어디서든. 똥은 물론이고 소화되지 않은 먹을거리들을 오줌과 함께 발사한다. 그래서 냄새도 지독하고 독성도 강하다. 펭귄 똥은 분홍색이고 크릴새우 썩은 내가 난다. 이 냄새를 기막히게 알아차리고 덤벼드는 칼집부리물떼새 녀석은 펭귄 똥에 섞여 나온 소화되지 않은 크릴새우 껍데기를 주로 먹는다. 널려 있는 게 똥이니 사냥에 힘 뺄 일도 없다.   펭귄 한 놈이 크릴 사냥을 나가면 다른 한 놈은 반드시 둥지에 남아야 한다. 포식자 도둑갈매기에게 알과 새끼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똥을 싸다 보니 둥지를 중심으로 똥 줄기가 사방무늬로 쌓여간다. 둥지를 튼 것인지 똥밭에 앉은 것인지. 똥밭에 앉았어도 새끼를 품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눈이 녹는다. 녹은 물이 펭귄 둥지를 거친다. 역한 똥물이 길을 만들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역한 만큼 유기물이 풍부한 영양물이다. 그것이 바다에서 플랑크톤을 키워낸다. 플랑크톤이 풍부해야 크릴새우가 잘 자란다. 올해 남극 킹조지섬 앞바다는 크릴이 대풍년이다. 그래서 고래들도 펭귄도 물질에 신이 난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펭귄들은 바다를 날며 크릴 사냥을 한다.   크릴을 배에 그득 채운 펭귄이 열심히 언덕을 오른다. 뒤뚱거리기는 해도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먼 길을 뒤뚱거려 둥지에 이르면 크릴을 내놓기 전에 우선 자랑질부터 한다. 고개를 길게 빼고 나 잘했지. 새끼를 지키고 있던 녀석은 칭찬하는 고갯짓으로 화답한다. 이리저리 고개춤을 추며 잘했군 잘했어. 그렇게 한동안 자랑질과 칭잔질의 흥겨운 의식을 끝낸 후에야 임무교대를 하고 크릴을 게워낸다. 새끼 펭귄들은 쏙쏙 잘도 받아먹으면서 또 즐겁게 똥을 싼다.   펭귄 똥을 노리는 것은 비단 칼집물떼새뿐이 아니다. 펭귄 똥을 찾아 남극까지 찾아온 인간도 있다. 그는 똥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에서 얼룩말 똥과 한 계절을 보냈다. 대부분 싸 놓은 똥을 파헤치지만, 죽은 펭귄을 해부해 위장에 든 똥을 파헤치기도 한다. 그는 그 속에서 기생충을 찾아낸다.   똥에 머리를 처박고 기생충을 찾는 데 온 신경을 모으고 있는 그는 소박하지만 정성 그득한 밥상을 받은 사람 같다. 담담하게 그러나 진정으로 즐겁게 젓가락질을 한다. 그는 어쩌면 지금까지 어디서에도 발견된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기생충에 이름을 붙이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올해 기생충 때문에 죽은 펭귄에 대한 사례연구를 발표하게 될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새끼 펭귄들이 털갈이까지 마치고 물질 연습까지 끝내고 나면 남극의 여름도 끝이다. 여름이 끝나면 펭귄도 떠나고 연구원도 떠날 것이다. 똥들이 있던 자리에서는 녹조류 프라지올라가 푸르게 돋아날 것이다. 눈 밑에서도 숨을 쉬며 땅의 온도를 아주 조금쯤 올려놓을 것이다.   이것은 똥에 관한 이야기다. 싸는 이야기고 먹는 이야기다. 삶과 죽음이 돌고 도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은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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