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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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동시]허수아비 삼남매(송재익) 댓글:  조회:1645  추천:18  2009-09-27
허수아비 삼남매 송재익 아버지 몰래 아버지 옷을 걸쳐 입고 어머니 몰래 어머니 옷을 걸쳐 입은 허수아비 삼 남매 아버지 산에 가시고 없는 그 들판을 훠이훠이 지키고 있다 어머니 장에 가시고 없는 그 수수밭에 훠이훠이 참새를 쫓고 있다 기다림에 지쳐 칭얼대는 동생 손에 구름 솜사탕 하나 쥐여주고서.
22    [동시]소나기가 동당동당(문삼석) 댓글:  조회:2330  추천:22  2009-09-27
소나기가 동당동당 문삼석 처음엔 비 한 방울이 “동!” 하고 소릴 냈지. 이윽고 또 한 방울이 “당!” 하고 소릴 냈어. 그러자, 예서제서 동! 당! 동! 당! 박자를 맞추는 거야. 그러더니 웬걸! 글쎄, 사방에서 ㅡ동당동당! 동당동당! 야단법석들을 떨지 뭐야?  
21    [동시]골목길이야기.11(이준관) 댓글:  조회:1552  추천:19  2009-09-27
골목길이야기.11 ㅡ살았니? 죽었니? 이준관 매미가 딱 붙어 있는 나무를 발로 툭 건드리며 아이들은 묻는다 ㅡ살았니? 죽었니? ㅡ응, 나 살았어. 매미가 분수처럼 쏴아ㅡ날아간다. 잠자리가 앉아 있는 강아지풀을 손으로 툭 건드리며 아이들은 묻는다. ㅡ살았니? 죽었니? ㅡ응, 날 살았어. 잠자리가 바람처럼 씨잉ㅡ날아간다.
20    [동시]탑(박두순) 댓글:  조회:1597  추천:21  2009-09-27
탑 박두순 높고 우뚝한 탑 꼿꼿이 서 있다가도, 하늘만 바라보다가도, 누가 사진만 찍자 하면 어느새 나란히 서 준다
19    [동시]구석(이창건) 댓글:  조회:1769  추천:40  2009-09-27
이창건 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 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 그곳에 없으면 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휴지들의 구겨진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 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구석에서 싹 트는 것이니까.
18    [동시]땅(김종순) 댓글:  조회:1452  추천:17  2009-09-27
땅 김종순 물은 퍼낸 자릴 얼른 메우지만 빛은 어둠을 금방금방 퍼내지만 땅은 구덩이를 그대로 둔다. 빗물이 쉬었다 가게 낙엽이 누웠다 가게 어머니 품속처럼 오래오래 비워 둔다.
17    [동시]민들레(김종순) 댓글:  조회:1548  추천:17  2009-09-27
민들레 김종순 골목 담장 밑에 동그란 의자 하나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신 담장 밑에서 나비가 날아 와 앉을 때까지 노란색 방석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16    [동시]수박씨(정용원) 댓글:  조회:1948  추천:19  2009-09-27
수박씨 정용원 수박을 먹다가 까만 씨를 함께 삼켰다. 이튿날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 똥이 마려웠다. 어쩔 수 없이 우리 빝에 누고 말았다. 며칠 후, 그 자리에 수박싹이 쏘옥 얼마 뒤엔 파란 줄에 꽃이 피더니 꽃 진 자리에 아기 수박 열렸다. 저 아기 수박은 내 뱃속에서 나온 수박 아들.
15    [동시]모자가 되고 싶은 신발(오순택) 댓글:  조회:1479  추천:22  2009-09-27
모자가 되고 싶은 신발 오순택 신발이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보았단다. 모자를 쓰고 콩콩콩 앙감질로 뛰어가는 아이를 보았단다. 아이의 모자는 나비 같았단다. “모자가 될수 없을까?” 신발은 곰곰히 생각했단다. 그때 꽁지 몽땅한 새가 날아가면서 뿌직ㅡ, 하고 싼 똥이 아이의 모자에 뚝 떨어졌단다. 아니야, 아니야. 신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뛰어갔단다.
14    [동시]이슬(심후섭) 댓글:  조회:1680  추천:21  2009-09-27
이슬 심후섭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놀란 개구리 볼락대는 목젖 연못에 비친 송아지 하품 다 보고 있다.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방아깨비 뛰어오르는 뒷다리 둘 무당벌레 까만 점 일곱 개 다 세고 있다.
13    [동시]가을볕(김영민) 댓글:  조회:1630  추천:20  2009-09-27
가을볕 김영민 깨알을 불러내네. 콩알을 불러내네. 멍석에 놀러온 가을 볕. 깨알을 안고 뛰네. 콩알을 안고 뛰네. 명석에 놀러온 가을 볕.
12    [동시]보물찾기(정일근) 댓글:  조회:1481  추천:19  2009-09-27
보물찾기 정일근 호박 줄기는 하늘로 땅으로 달아나며 날 찾아봐라 날 찾아봐라 하고 호박잎은 손바닥마다 힘껏 펼쳐 감추며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하고 호박은 보물찾기의 푸른 쪽지처럼 호박밭 비밀스러운 곳에 동글동글 숨어 있다.
11    [동시]보름달(김종성) 댓글:  조회:1962  추천:18  2009-09-27
보름달 김종성 컴컴한 밤하늘에 뻥 동그란 구멍이 뚫렸어요. 구멍으로 나가면 하얀 세상이 있나요? 집도 산도 다 하얀 강도 나무도 다 하얀 흰눈만 펑펑 내리는 하얀 세상이 있나요? 바람이 그리 빠져나가고 구름이 그리 빠져나가고 집 나간 털복숭이 강아지도 그리로 나가지 않았을까요? 나도 저 동그란 구멍으로 나가 볼 순 없을까요?
10    [동시]호박(김종성) 댓글:  조회:1591  추천:23  2009-09-27
호박 김종성 제발 그만 커라 응! 무거워 죽겠다 주먹만할 때 대롱대롱 매달린 너 놀려먹고 재미있었는데 이젠 팔 아파! 제발그만 커라 응! 매일 매일 쑥쑥 이젠 흔들어도 꿈쩍 않네 씨익 웃으며 매달려 있는 너 미안하지 않니? 제발 그만 커라 응!
9    [동시]위인전기를 읽다가(고미숙) 댓글:  조회:1481  추천:18  2009-09-27
위인전기를 읽다가 고미숙 누군가가 나를 읽고 있는 것 같다 나의 하루하루가 페이지가 되어 넘겨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낙서로 읽혀지면 어떡하지?
8    [동시]조개(신현득) 댓글:  조회:1615  추천:66  2009-09-27
조개 신현득 밖을 내다볼 때는요 문을 열고 “까ㅡ꿍!” 잠이 오면 문을 닫고 “메ㅡ롱!”
7    [동시]옥중이(신현득) 댓글:  조회:1457  추천:24  2009-09-27
옥중이 신현득 옥중아 옥중아 너는 커서 뭐 할래? 보리밥 수북이 먹고 꼬추장 수북이 먹고 나무 한 짐 쾅당 해오지.
6    [동시]숨박꼭질(박정식) 댓글:  조회:1716  추천:21  2009-09-27
숨박꼭질 박정식 ㅡ이상하다!    흙 밑으로 숨은 걸 봣는데... ㅡ신기하다!    네댓 달을 기웃기웃 찾았는데... 봉숭아 꽃 씨방에서 툭 튀어 나오잖아.  
5    [동시]철조망과 나팔꽃(김순분) 댓글:  조회:1656  추천:19  2009-09-27
철조망과 나팔꽃 김순분 철조망 손엔 가시가 돋혀 있습니다. “다칠라...” 모두 다 인상을 쓰며 그 앞을 지나쳤습니다 철조망은 외로웠습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조그맣고 여린 손이 철조망을 꼬옥 부잡았습니다. 나팔꽃 더굴손이었습니다. “넌 내가 무섭지 않니?”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일어설 수 없었어요” 철조망은 다른 손도 내밀었습니다.
4    [동시]뜨개질(박두순) 댓글:  조회:1504  추천:18  2009-09-27
뜨개질 박두순 봄들에서 햇살이 뜨개질하고 있다. 마침내 떡잎 두 개가 완성되었다. 감사해요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떡잎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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