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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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내가 즐기는 연변의 시

전체 [ 59 ]

59    [시]솥전(송미자) 댓글:  조회:1970  추천:36  2009-11-27
솥전   송미자 쇤 고사리 손이 젖무덤을 닦는다 청동 빛 젖무덤 반드르르한 젖무덤   엄마의 젖무덤 하얀 젖무덤 하얀 젖 다주고 피 눈물까지 다 주고 얼이 든 그대로 굳어져 청동 빛으로 반드르르   애 고사리 손 움켜쥐고 재롱 치던 귀염둥이 못 잊어 남기고 간 젖무덤 엄마의 젖무덤   해마다 창턱너머 곱게곱게 피어나는 무궁화 이슬 고인 눈으로 지켜본다  
58    [시]탑(송미자) 댓글:  조회:2016  추천:30  2009-11-27
탑   송미자 살과 피는 찢기고 반죽되여 어느 책갈피속에 신음하고   추려진 뼈가 묵 묵 히 력사를 말하다  
57    [시]봄언덕(송미자) 댓글:  조회:2001  추천:27  2009-11-27
봄언덕 송미자 철은 철따라 터엉 빈 가슴에도 흙 내음 몰아다 쌓아주면 그 어디선가 은은히 들려오는 듯한 휘 바람 소리에 설레는 마음 이 봄엔 이 몸 통채로 부서져 흙이 되리다 꿈을 밴 마음 한 가지만 꺽어 정히 옮겨주소서
56    [시]무덤에 누운자(허련화) 댓글:  조회:1719  추천:37  2009-11-19
무덤에 누운자 허련화 그대여 외면하지 마 그대밖에 내가 있고 나안에 그대가 있어. 봄이 오고 풀잎이 돋아나면 산은 아지랑이에 지워져버리고 너의 바다는 몰려올거야 오, 이 불길, 뜨거워. 보여, 파도에 허위적이는 너의 긴 팔이 보이고 소리가 들려 나도 빠졌어, 끝없이 침전하고 끝없이 떠올라 한 바다가 아니야, 다른 파도야 잡을수가 없군.
55    [시]강너머 마을(허련화) 댓글:  조회:1845  추천:36  2009-11-19
강너머 마을 허련화 그들은 저마다 돌을 하나씩 품고 싹을 틔우려고 한다. “돌이여!” 입김으로 불어넣어주면 산돌이 될텐데. 그리고 그것을 날리면 부는 바람에 떨리지 않고 돌보다 굳은 뭐든지 깨뜨릴수 있을텐데. 일제히 돌을 날리리, 뭔가가 깨여지리.  
54    [시]일기책(허옥진) 댓글:  조회:1810  추천:29  2009-11-19
일기책 허옥진 하루가 말라들면서 진빠진 몸체가 한장씩 번져눕는다 꿰맨 더미우에서 파란 잎새들이 무륵무륵 자라난다 그 속으로 눈먼 사람이 걸어온다 멀어버린 투명한 눈동자속으로 그의 오장륙부가 환히 들여다보인다 때때로 화닥증에 시달리는 몸체내에는 아득한 웃음과 신음소리, 까만 울음들이 하늘을 저주하는 피둥진 알탉처럼 파닥거리며 사설을 퍼붓고있다 풍만한 몸뚱아리 속속들이 널려있는 가루집에는 벌레들이 부지런히 추억의 모서리를 갉아먹고있다 허무가 헛갈리는 립각점에서 나는 연도입구에 외따로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성묘하고 돌아가는 낯익은 사람들의 뒤모습이 신기루처럼 하나 둘 사라져가고있는 어슬녘에 나도 봉분우에 하나의 채색기를 꽂아놓고 돌아섰다
53    [시]감자(허옥진) 댓글:  조회:1867  추천:29  2009-11-19
감자 허옥진 새벽 이맘때면 언머님이 감자를 깎는다 타래진 시간의 달팽이가 어머님 손끝에서 뱅글뱅글 굴러내린다 광주리에 떨어져내린 그 시간의 반대편을 걸어들어가는 내가 있다 돌아돌아 이루는 라선형 그 끝머리로 채 가기전 나는 어지럼증을 타며 먹었던 감자를 토해낸다 녀자의 길은 눈으로 보는것이 아닌기여 어머님 향기가, 장국냄새 콩기름냄새 김치냄새와 같은 어머님 향기가 코를 찌르며 나는 재채기를 해댄다 어머니는 칼로 감자속살을 깊숙히 베여낸다 하얀 속살에서 빨간 피가 번진다 떨어져나간 어머님 속살이 점점이 시간우에 박힌다 그 우로 계속 들어가본다 속이 보인다 달팽이속이 약간씩 뒤집어지며 몸체안에 들어앉은 작은 집이 보인다 태아의 테트처럼 고요한 집 그 주위는 거대한 소용돌이속이다 그 소용돌이속을 묵묵히 운행하고있는 집은 궤도우를 달리고있는 작은 행성과 같은것이다 지금 나는 그 작은 행성에 앉아서 핵을 감싸고 생겨나는 소용돌이 소용돌이를 만드는 핵에 대해 연구하는 중이다
52    [시]메아리(허옥진) 댓글:  조회:1928  추천:29  2009-11-19
메아리 허옥진 벙어리가 뿜어올린 붉은 절규가 허공에 침묵으로 응고되고 독수리는 날개짓을 멈추었다 채 가시지 않은 비명이 벼랑을 내리깎으며 퉁소처럼 새버린 소리의 속돌들을 발아래로 구을린다 그 굳어진 음향이 제련해내는 커다란 황금의 종을 목탁으로 두드리면 흉내내는 원숭이의 약삭바른 몸뚱아리가 이산 저산을 옮겨 앉는다 산의 모낭속으로 기여들어가는 길다란 꼬리가 별찌 같다.
51    [시]종합포도술.1(최기자) 댓글:  조회:1785  추천:22  2009-11-19
종합포도술.1 최기자 낮고 비좁은 무도장에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검은 녀자들이 알몸으로 혹은 면사포만 가리고 퐁당퐁당 뛰여들어 스치고 부딪치고 밀고 밀리우면서 동동 동동 한들한들 느물느물 춤을 춘다 어떤 거슴츠레한 염색체들이 붉은 유혹을 후룩후룩 들이킨다 아위여가는 무도장에는 버림받은 알몸들만이 거멓게 죽어가고있다 그날 숱한 녀자들이 라체춤을 추다가 죽었다
50    [시]손금(리성비) 댓글:  조회:1801  추천:26  2009-11-18
손금 리성비 명금의 시작은 굵고 끝은 가늘다 한마리 연어 비늘 떨어진 상처투성이 몸으로 강을 거슬러 지느러미 젓는다 아스라한 폭포수 거슬러 뛰여넘으며 부서지는 물살에 얼치기도 했다 자갈돌들이 가득 누워 발목 적시는 개울 그곳이 연어가 부활하는 천국임을 손바닥 펼치면 환히 보인다
49    [시]이슬 꿰는 빛(리성비) 댓글:  조회:1669  추천:33  2009-11-18
이슬 꿰는 빛 리성비 수풀에 떨어진 이슬은 어느날 빛에 꿰이는 순간 비로소 아롱다롱 별빛같은 눈을 갖는다 지상의 이슬 천상의 빛 구슬보다 값진 이슬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신의 눈길같은 그 존재를 꿸수가 없다
48    [시]투우(리성비) 댓글:  조회:1986  추천:44  2009-11-18
투우 리성비 돌창같은 태고의 뿔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붉은천 앞에 당당하다 붉은천은 붉은천의 규칙이 따로 있고 검은소는 검은소의 규칙이 따로 있다 먼 옛날부터 이어온 서반아민속놀이 검은소와 붉은소의 판가리 맨 주먹과 쇠창의 판가리 검은소는 죽으면서도 규칙을 어기지 않고 붉은천은 조소와 욕설속에서 살아남는다 해마다 수많은 검은소들이 세계패권을 쟁탈하는 권투선수처럼 함성의 투우장에 몰려와서 그 자랑스러운 뿔을 휘젔건만 개선장군이 되여 돌아간자는 한놈도 없다
47    [시]탐구(한춘) 댓글:  조회:1784  추천:31  2009-11-16
탐구 한춘 시계추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창한 물음을 던지고 문득 굳어버렸다 흙탕밭을 즐겁게 딩굴던 누군가 유리벽앞에서 클랙슨을 꽝꽝 울리더니 검은 울음으로 동결되여 춤추듯 벌린 두팔 모란꽃 뿌리곁에 모든것을 다 토한 다음 먼곳은 돌맹이처럼 던져 믿지 못할 침묵에 맡기고 최후의 답장을 찾았다.
46    [시]풍경(한춘) 댓글:  조회:2003  추천:32  2009-11-16
풍경 한춘 너그러운 해살 한줌이 바람 한소끔과 수작해 산둔덕 한창인 꽃잔치 가로세로 향망을 엮는다 눈팔고 달리던 소녀 하나 그물구멍을 벗어나지 못하다 뒤골목 어느 홈채기에서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고 깡충깡출 외다리뜀을 한다 뫼돌에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선 소녀 잠자리는 날아가버리고 빈 장대만 서있다
45    [시]혜성(한춘) 댓글:  조회:1794  추천:46  2009-11-16
혜성 한춘 굴레를 벗었다 남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 방향이 없다 혹은 어디나 다 방향이다 밤이슬 오른 풀잎들이 입을 다물고있다 어둠이 쪼개지는 시각 또다시 끝없는 적막속으로 짧은 옷자락을 태운다 우주 사계절을 쌓아놓은 페허에서 시간을 략탈한다 무언의 대사(臺辞)를 입은 가사가 지친 조각돌의 아물지 못하는 상처우에 천서 한장을 올려놓다  
44    [시]바람(김인덕) 댓글:  조회:2078  추천:32  2009-11-16
바람 김인덕 밤이면 밤마다 칠흑같은 머리를 풀내음나는 두손으로 정히 다듬고 허위허위 떼구름을 걷어냅니다 구름에 초승달 미끌어가면 회심의 미소를 짓는 당신 머리우에 흐려진 별들을 도글도글 닦고 또 닦습니다 이젠 밤이 깊어 일손을 놓은줄 알었더니 버거운 빨래를 온몸으로 감아 다듬고 푸새하는 당신 먼동이 트는 이른 새벽 하얀 빨래를 이고 귀가할 때까지 흰 회벽의 창호지가 바람을 안고 울고울었습니다
43    [시]자연의 합작(정호원) 댓글:  조회:1689  추천:28  2009-11-16
자연의 합작 정호원 물은 물로만 살다가 어느날 산을 품었다 서로 뒤치락거리다가 그만에 서로 떨어졌다 물이 산을 외면하고 가는데 산이 앞을 막고 길세를 요구했다 물은 울면서 품속의 모래를 꺼내 동족이라고 설명했다 산은 한발 뒤로 비켜 강기슭에 탑으로 서겠다고 수호신으로 지키겠다고 고백하였다 오늘도 물은 시름 놓고 바다로 닿고잇다
42    [시]외로움(석화) 댓글:  조회:1910  추천:34  2009-11-13
외로움 석화 외로움을 손가락사이에 끼워 불 붙여 물면 먼 기억은 가물가물 눈앞에 피여오르고 옛날은 하얗게 재털이에 쌓이다 손가락끝에서 짧아지는 고독 빨갛게 타는 심사 비벼끄고 자리 털고 일어나 들창을 열다.
41    [시]그 모습 다 벗고 포도들은 포도주가 된다(석화) 댓글:  조회:1773  추천:32  2009-11-13
그 모습 다 벗고 포도들은 포도주가 된다 석화 벗으라 한다 벗어야 한다 벗어라 벗자 마지막 한장의 그... 마저도 속살과 속살끼리만 만나 만지고 부비고 삼키고 무너지자 맑은 그 빛갈 달콤한 그 맛 감미로운 그 향기 네가 나 되고 나는 너로 된다 그 모습 다 벗고 비로소 포도들은 포도주가 된다.
40    [시]나의 장례식(석화) 댓글:  조회:2058  추천:32  2009-11-13
나의 장례식 석화 나는 나를 위해 구슬픈 장송곡을 목메게 부르며 나는 나의 무덤을 판다 나는 나의 흙묻은 괭이를 던지고 나는 나의 안식처 나의 무덤에 드러눕는다 시커먼 구뎅이는 구슬픈 기도 읊조리고 서리찬 기운은 쓰다듬어 안아준다 그러면 내가 무져놓은 흙더미 내 몸을 묻어주고 그러면 무덤은 둥그런 언덕이 된다 그러면 파묻힌 내 몸에서 심장만이 살아 아, 그러면 심장만이 살아서 싹터오른다 심장은 한그루의 나무가 되여 하늘 찌르며 자란다 그 나무에선 주렁주렁 새 심장들이 가득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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