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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하수도 (안수복)
2017년 08월 21일 16시 24분  조회:314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수필

하수도

안수복

가게일이 한창 바쁜 시간대인데 불시에 하수도가 고장났다. 위생실에 들어갔던 손님들이 차마 못볼 것을 본 것처럼 입을 싸쥐고 아우성을 치며 되돌아나왔다. 주방바닥도 둥둥 떠다니는 채소찌꺼기와 음식찌거기들이 ‘배놀이’를 했다.

기름이 펄펄 끓는 가마에서 한창 손님들이 주문한 료리들을 볶느라 땀벌창이던 남편은 급기야 팔소매를 걷어부치고 하수도덮개를 열어젖힌 후 비상용 장비로 하수구 속을 뚫어대느라 한참을 역사질 했으나 헛물만 켰다. 집안은 곧 아수라장이 되였다. 더구나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염천이라 24시간 에이콘을 작동했음에도 오물이 주방과 화장실 배수구로 역류하여 코를 찌르는 더러운 악취가 가게 안을 진동했다.

음식점을 경영하다보면 궂은 일이 자주 발생한다. 전기나 수도가 갑자기 끊기거나 가스가 떨어지는 일, 랭장고나 전기밥솥 같은 것들이 고장나는 일… 선풍기나 주방과 화장실의 배연기도 곧잘 고장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수도가 막히면 음식점 주방은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된다.

하수도사건은 끝내 전문업체의 수리공이 와서 고압세척을 해서야 겨우 끝을 보았다. 주방과 화장실 하수가 막히면서 방안 가득 고였던 오물들이 언제 그랬더냐 싶게 썰물 빠져나가 듯 졸지에 말끔하게 빠져나갔다. 수리공은 하수도가 막히는 원인은 일반적으로 하수관 내부의 기름때나 오수침적물, 토사, 모래, 자갈 등 퇴적물이 물의 흐름을 막아서라고 볼 수 있지만 특히 음식가게들이 밀집한 구역에서 주요한 원인은 곧 주위의 양꼬치 구이점들에서 늘 소고기와 양고기를 손질하고난 물을 버리면서 기름찌꺼기가 비누같이 응고되여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하수도 구멍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쿠렁쿠렁… 시원하다는 듯이 하수물이 소리를 치며 쏟아지고 하수도가 뚫리니 체증이 뚫린 것 같아 내 마음에도 상쾌함이 들었다. 살다보면 무슨 일이나 다 중요한 것 같다. 더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하수도처럼 우리에게 참 중요한 기능을 해주는 것들은 더없이 중요하다.

제대로 기능을 하는 하수구를 두고 우리는 늘 그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그러나 허드레 물이 내려가지 못하면 당장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하수는 가정과 사업장에서 버리는 더러운 물과 화장실의 분묘뿐 아니라 거리의 비물을 모두 포함한다. 물론, 당장 하수도가 막힌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 것은 당장 오염된 물이 빠지지 않는다고 해서 먹을 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수도를 막고 있는 물질이 계속되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나가 페수처리장을 망가뜨린다면 이 건 더는 페수가 흐르지 않는 문제로 끝나지 않고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상수도를 오래동안 깨끗이 사용하려면 오염을 막고 로페물 축적에 의한 상수도 막힘을 예방해야 한다.

좋은 물은 과거로부터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이런 필요에 의해 인류는 상하수도라는 시스템을 발명했고 오염된 물을 정화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상하수도 시스템은 인류의 건강증진과 깨끗한 도시환경을 이루에 낸 획기적인 발명이다.

놀랍게도 수천년전에 이미 현재의 비슷한 형태의 상하수도 시설이 설치되여있는 것을 고대유적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대 로마시대에서도 하수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도시 전체가 하수관로를 만든 지혜를 창출해냈다. 로마제국이 건설한 대부분의 고대도시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설치되여 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가 형성되였던 중세유럽에서는 깨끗한 식수원오염방지가 큰 과제였고 상류하천의 오염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발 아래,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아래 온갖 오염물이 고여 썩어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우리는 모두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거두는 일에는 온갖 신경을 다 쓴지만 정작 우리가 쏟아낸 물들은 다 어디로 갈가? 몸을 씻은 구정물과 공장페수 그리고 분뇨는 결국 누가 품는가?

하수도 덮개를 열면 매일 청소해도 어디에서 어떻게 흘러 들어가는지 머리카락이거나 음식찌꺼기가 도관구멍을 덮고 있다. 시대가 급변하고 우리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반면으로 너무 많은 오염이 배출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하수시설은 그렇게 윤택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내 집 하수구가 막히지 않았으니까 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긴급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보다 더 심각한 증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신장이 좋지 않아 오줌길이 막히면 큰 고통을 받고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것과 같다.

요즈음 나는 매일 의사가 환자의 몸안에서 수술칼로 종양을 제거하 듯 하수도 도관을 깨끗이 청소하군 한다. 똑 같이 우리도 삶 속에서 막힌 것, 오랜 세월로 더러워진 관계는 깨끗이 씻어내야 그래야 다시 새롭고 신선한 관계가 일어나는 법이다. 좋은 삶은, 진정 의미있는 삶은 깨끗한 인간관계. 감정관계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 인생도 하수도 관리를 하듯 매일 점검해야 한다. 삶이 때때로 상수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상수도가 아닌 하수도의 인생을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문득 하늘 복은 땅에서의 용서와 련결돼 있으며 하늘과 땅, 우와 아래가 하나라는 깨달음을 더욱 느낀다.

 

연변일보 201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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