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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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와 내리기
2014년 10월 02일 23시 05분  조회:541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오르기와 내리기
 
                                            최 균 선
 
   오르기ㅡ하면 높은 곳에 이어지고 높은곳ㅡ하면 산이 떠올려진다. 등산과 인생길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등산의 출발동기를 “저기 오를수 있는 산이 있으니까” 로 개괄할수 있다면 인생길은 “어찌구러 올랐으니까”하는 기정사실에서 정상을 바라고 허위허위 오르는 과정이다. 말하자면 등산은 산정에 오르는 그 자체가 곧 목표일수 있고 남들이 다하니까 덩달아 오를수 있지만 인생길은 숙명적행로이다.
   등산에는 산정이 목표이지만 인생길에는 많은 정상이 그려져있다. 우선은 물욕의 정상, 권력의 정상, 명예의 정상…그 모두를 합쳐서 행복의 정상이라 할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등산은 오르기 위해 급급해 할수도 있고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오를수도 있고 험한봉 절승경개에 경탄하며 눈으로만 오를수도 있고 내키는대로 오르다말고 멋없이 되돌아 내려올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길은 되돌아설수 없는 길이다.
   등산은 정복이면서도 흔상하며 즐기는 과정이기에 속도란 별의미가 없다. 빨리 오른 사람이 늦게 오르는 사람을 탓할일도 없고 늦게 오르는 사람이 빨리오른 사람을 부러워할일도 없다. 빨리 산정에 올랐다고 더 많이 보는것도 아니요 뒤늦게 올랐다고 볼것을 놓쳐버릴일도 없다. 오르기는 추구이고 내리기는 자족이다.
   산정에 오를 때 내릴생각을 하지않는 사람이 없을게다. 허위허위 올랐지만 한정 없이 소일할수 없다. 산정은 머믈곳도 아니다. 너무좁고 바람도 세차고 구름만 스쳐갈뿐, 오를때는 나무가지라도 잡았지만 산정에서는 손에 더 잡힐것이란 없다. 오를 때 올려다 보던 눈길은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개체란 얼마나 왜소한것인지 알게 되고 가슴에 남는것은 깨달음뿐이나 그 모두가 실체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길에서 오르기는 등산과 다르다. 인생에도 올리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 인생과 등산의 공동분모는 희노애락이다. 정상이 보일때도 있지만 흔히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인생길도 오르는 길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울고웃는 길이다. 오르려는 마음을 희망이라 할제 아무뜻도 없는 사람은 그저 빈체구와 같다.
   인생에 3경이 있다고 한다. 삼선초기(参禅)에 산을 보면 산일뿐이고 물을 보면 물일뿐이란다. 삼선에 감오가 있을 때 보는 산은 그저 산이 아니며 그저 물이 아니다. 그런데 문뜩 깨닫고나서 보면 산은 의연히 산이고 물은 의연히 물이다. 여기서 사람 이 인생길에서 얼마나 멀리 나가고 큰 흔적을 남겼더라도 돌아보면 생명려정에는 높고낮음을 가려낼수 없다는것을 알게 된다.
   물은 낮은데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데로 간다는 말은 너무 들어서 새로울것은 없으나 인생길에 오름길과 내리막에 비유한다면 조금 달라질수 있을듯싶다. 사람의 본성은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다. 정상은 물론, 각이한 높은곳에 오르면 좀체로 내리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권좌를 둘러싸고 암투와 혈투가 랑자하게 된다. 산정에 오른 수많은 사람들이 다 그곳에 붙박이가 될수 없듯이 권좌에서도 스스로 내려 뒤따라 오르려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평생 앉아뭉개려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게 세상사는 리치요 섭리이다. 하건만 사람들은 왜내려오기를 싫어하는지?
   인생을 거창하게 말하지말고 층집의 계단을 오르내리기로 비유해볼수도 있다. 계단을 오르기 힘든가? 내리기가 쉬운가? 하는 물음은 되우 웃기는 우문이지만 인생과 련계지으면 터득이 쉽지않은 학문이 있다. 낡은층집에서 살며 매일 몇번이고 가파롭고 헐망한 층계를 오르내리노라면 나름대로의 철학이 엮어진다. 즉 오를때는 숨이차다가도 내릴때면 두계단씩 건너뛰여도 숨찬줄을 모르는 그속에 상하변증법이 있다.
   인생은 오르기도 쉽지않거니와 내리기도 쉽지않다. 높은 자리에 바라오른 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에 곡절이 많았겠지만 일패도지하면 미끄럼대를 타듯 맨아래층에 굴러떨어지기는 어렵지않다. 이런 작태는 유유히 계단을 내리는일과 별개이다. 사회 최하층에서 사는 평민백성들로 말하면 더 굴러떨어질데가 없다. 혹 있다면 18층지옥 이라할가? 이렇게 말하는 저의는 낮은 인생자세가 그래도 자재적이라는것이다.
   인생길 굽이굽이에는 수많은 변수와 희극성이 숨어있다. 흥성할 때 쇠퇴를 생각하는 사람은 지자라하고 능히 오를줄 알고 능히 내릴줄아는 사람을 세상사를 잘아는 사람이라한다. 물질성과 정신성으로 빚어진 동물인 인간, 사람이 사람으로 되여진것은 정신성ㅡ리성때문이다. 생존욕, 권력욕, 금전욕, 미색욕 등 깊이를 정할수 없기에 자꾸자꾸 부풀려지는 욕망은 뱀이 코끼리를 삼키려하는것과 같다고한다. 여기서 상하(上下)비교연구가 인생학의 과제로 제기된다.
   높은 곳에만 집착하는 그들은 인생이 저물어 내려올 때가 되여도 거기서 숨이 지기를 바란다. 그들은 이 산에서 저산을 바라보며 군침을 넘길수도 있으나 어느 위치에서든 어떤 풍경이 있는 법이라는 간단한 진실을 알려하지 않는다. 높은곳에 바람이 더 맑을수 있을지 몰라도 낮은곳에는 해볕이 따습고 충족하다. 높은곳에 올라서야 골짜기가 있으매로 산정이 있음을 알게되는것은 지리상식이지만 인생의 도리를 깨우치는것과는 다르다. 그런 도리를 터득하는것은 량지가 있는 지자만의 몫이다.
   묘연한 행복의 큰산에 오르는것이 인생의 행선지로서 그곳의 풍경은 무한히 좋기만 할것이라 환상한다. 권력의 높은봉에 이를지 중도에서 발목을 접지를지를 아무도 예측할길 없다. 인생의 화려한 항구에 들어섰다가 찌그러진 배를 몰고 후회의 물결에 휘감길수도 있지않은가? 신념과 선택은 내가 할탓에 달린것이 아니랴,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한마리의 말벌, 혹은 참새가 멋모르고 사무실에 날아들었다가 도로 나가려고 날개짓을 하는데 열려진 창문을 놔두고 창문위에 고정된 창으로만 나가야하는줄 안다. 유리에 부딪쳐 코방을 먹고도 깨치지못하고 그냥 고집을 쓴다. 그것들은 아래에 열려진 창문에 자유의 출구가 있다는것을 모른다. 미물은 미물이여 그렇다고 측은하게 생각하면 꼬이던 왼심도 풀리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화제가 달라진다. 높이 올랐다해서 다가 현자인것은 아니다. 인생현장에 높은 곳일수록 오히려 “초롱속” 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자는 흔히 낮은 곳에서 은둔하며 산다. 옛날 속세의 다툼질이 껄끄러워서 은둔한 장자나, 도연명같은 현자들은 상하위치에 숨겨진 이런 도리를 터득하였던것이다. 헤겔은 자기의 “철학사 강연록”에서 가장 낮은욕구가 착함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향락을 회피하는것이고 유쾌 한 감각을 회피하는것이라고 계시하였다.
   말하자면 자재적인 생활이 보장된다는것이다. 우자는 육체로 심령을 지배하고 지자는 심령으로 육체를 지배한다. 만족이 있는곳엔 지옥도 천당이 되고 희망이 있는 곳엔 고통도 환락이 된다. 대신 오를줄만알고 내릴줄 모르고 이산저산을 징검돌삼아 더 높은봉에 오르려고 욕심부리다가 현애절벽에 닿을지 어이알랴!내마음은 여기에 있고 마음은 내손안에 있다. 상행선, 하행선은 우리에게 숙명처럼 주어진것이다.
                                   절정에 오르다하고 낮은데를 웃지마소
                                   뢰정된 바람에 실족키 괴이하랴
                                   우리는 평지에 앉았으니 두릴것이 없어라
                                   지족이면 불욕이요 지지면 부태라하니
                                   공성명립하면 마는것이 그 옳으니
                                   어즈버 환해 제군은 모두 조심하시소

                                                   2012년 3월 10 일 (2013년 9월 4일 ㅡ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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