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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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곤혹
2015년 03월 30일 09시 59분  조회:614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성의 곤혹
 
   이브가 지혜의 금과를 따먹은후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이 나무잎으로 자기의 제일 은밀한 곳을 가리는것이였는데 이는 수치심이란 인간의 천성이 아니라 문명 특히는 성문명의 첫선물이였다는 원시적해석이 된다. 그러나 그 최초의 수치심은 현대문명과 더불어 거치장스러운 잠옷처럼 벗겨지고 다시 아담과 이브의 그것과도 다른 동물성에로 환원되여가고있다.
   정욕이 권력욕과 물욕과 포옹하게 되자 남자가 성세계의 지배자로 되였다. 하여 웅성의 전제주의력사가 시작되였고 녀성의 성애의 화랑에는 랑만적인 전원시가 새겨질수 없게 되였다. 그러나 약자에게는 약자로서의 존재방식이 고안되였다. 녀성들은 조물주가 하사한 미색으로 웅성들의 질투심과 독점욕을 꼬드기고 권력과 소통하는 방 식으로 력사발전을 추진시켰으며 자기보호술책인 유혹과 거절의 방식으로 성의 주재자들을 조정하였다.《유혹+거절》은 권력욕을 격발시키면서도 자기만족에 이르는 비상수단이였다. 그래서 남자는 세계를 정복함으로써 녀자를 점유하고 녀자는 남자들을 정복함으로써 세계를 정복한다는 그 유명한 아이러니도 만들어졌을것이다.
   자고로 영웅호색이요, 영웅이 미인관을 넘지 못한다는 계률이 있다. 포사의 웃음 한번 사려고 충후한 제후들을 롱락한 주평왕의 어리석음도, 서시의 치마폭에 감겨든 망국재화의 오왕 부차도,초선의 미인계에 걸려들어 비명횡사한 인중 려포도 다 이 정욕이 빚어낸 희비극이 아니랴.
   물론 고대중국에 리지로 정감의 분출을 막고 덕으로 육욕을 이겨낸 철인들이 한둘이 아니였다. 춘추시기의 로나라사람 류하혜를 첫손으로 꼽아야 할것이다. 고사는 이러하다.
    어느 겨울밤, 날이 저물어 잘곳을 못찾은 한 젊고 아름다운 녀자가 류하혜의 처소로 찾아드는데 류하혜는 쾌히 받아주었다. 그런데 밤이 깊어 방안이 몹시 추워지자 녀자는 몸을 벌벌 떨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필경 얼어죽을것 같아 류하예는 녀자를 자기의 무릎우에 올려앉히고 옷섶을 헤쳐 포근히 감싸안았다. 기나긴 겨울밤, 류하예는 자기의 체온으로 녀자를 덥혀주면서도 모든 잡념을 뿌리치고 그렇게 고스란히 밤을 패였다. 그로부터 젊은녀자를 품에 안고있으면서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정인군자 류하혜의 미담이 오늘까지 류전되여왔다.
   동서고금에 이런 유덕한 현인이 쌀에 뉘만큼이나 있었을가? 성에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성이였으니 공명정대하게 시인해야 될것이였으나 유교도덕의 천하에서는 성이 금구로 될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천성이라는것은 기실 인간에게 남아있는 동물성을 가리킨다. 우리가 인간의 동물성을 자인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본연을 외면하는것이고 반대로 인간의 본연인 동물성을 무한정 확대하고 방종을 제창한다면 역시 순 동물성의 환원이 되고만다. 이것이 곧 성의 곤혹이 된다.
   속담에 늦바람에 곱새를 벗긴다는 말이 있다. 개혁개방과 더불어 국문이 활짝 열리고 서방의 성문화가 들이닥쳐 수천년 억제당했던 중국사람들의 욕망을 들쑤셔놓았 다.무한정의 금전욕과 마찬가지로 성자극은 가장 큰 욕망으로 되였다. 하여 공자님의《본성론》을 짧디짧은 20년 사이에 외곡해도 엄청나게 너무 멀리 외곡해버렸다. 감각의 추구가 도덕과 관습이 방파제를 무너뜨려버리고 홍수처럼 사람들을 휘감아버렸 다.
   사람들에게 제일 유혹적인 단어가 성감과 련계되는것들이다. 유흥소도 이에 동조한다. 제일 잘 팔리는것을 성기능장제이다. 상품광고도 성감색채가 짙게 설계되여야 일류광고인듯 착각되여있다. 인류의 제일 비밀이였던 자신의 방사도 제일경험자의 자태로, 침대우에서의 인간희극의 세부지도까지《성지남》으로 신문에 싣기도 한다. 밤 아씨들은 헌 양말짝을 벗어던지듯 정조따위를 팽개쳐버린다.
   아무리 정이 없어도 욕은 만끽할수 있고 욕이 없이는 정이란게 없다해도 지페로 바꾼 비게덩이는 사랑과 인연이 없건만 그냥 사랑이라고 뇌까린다. 사랑의 위기시대라 할가, 인간의 생육본능이 성욕까지 만족시키고 또 행복감까지 주는것은 성문명의 최대 개척인것은 사실이나 사람이 동물과 다른 또 하나의 천성적본능은 욕을 통제할 줄 알고 에두를줄 아는데 있는것이 아닌가. 사랑은 성욕만이 아니며 플라톤식의 기적 ㅡ정신적사랑도 아니며 음욕, 번뇌, 발설만도 아니다.
   성애에서의 수치심도 조절수단이면서도 자극제이고 정감의 장식품이기도 하다. 애정의 감정이 메말랐을 때 새로운 피부감각을 찾기마련이다. 정조니 도덕이니 하는 사람은 고서적을 뒤져보는 사람들일뿐, 그들이야말로 시대적락오자로 점찍혀진다.
   그러나 도덕이 진창속에 나딩구는 그러한 사회야말로 자신의 릭익마저 상실했음 을 표징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좀 배부르고 따스하게 입으니 마치 모두가 성기갈 이 나서 맴돌고 그《성》때문에 사는듯한 착각을 주는 그러한 성문명을 조금 억제함 이 어떨가.
   경제리익이 결코 일체를 의미하지 않듯이 인간본연에 애써 구축했던 그 고전적애 정의 륙지마저 사막화하지 말자. 아름다운 시어에 “섹스”란 단어마저 활개치게 하지 말자. 돈으로 바꾼 자극은 문명의 퇴화일뿐이며 만물의 령장이라는 자신에 대한 아Q 식의 풍자일뿐이다.
 
                             2000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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