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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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2015년 08월 20일 20시 35분  조회:540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세상보기
 
   세상을 눈으로 본다지만 그 진속은 지성과 량지로 읽는다고 해야 할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속을 꿰뚫어보는 눈은 저저의 마음속에 있다는 말이 되겠다. 따라서 함께 하는 세상속에 자기가 보는 부동한 세상이 있을뿐이요 자기 시야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로 될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거울이다. 그속에서 사람은 자기 모습만 보는것이 아니라 인생현장의 천태만상도 보게 된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은 각각일수밖에 없다. 랭혹한 사상가에게는 세상이 희극무대로 보일것이고 투기모리배의 눈에는 세상이 부정축재의 도박장으로 보일것이며 자족한자의 눈에는 세상이 희망의 터전으로 보일것이다.
   어떻게 세상을 보든 아무것도 탐내지 않을 때, 사물을 보는 눈이 순수  관조의 경지에 이를때라야 비로소 사물의 핵이 보이고 아름다움이 열리기 시작할것이다. 그 러나 시종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것과 같을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암흑속에서 깨여있고 어떤 사람은 광명속에서 잠들어있다고 한다. 사실 눈을 뜨고있다고 해서 다가 세상을 보는것이 아니요 눈이 밝다해서 세상속을 바르게 보는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해서 볼것을 다 보았다고 할수도 없다. 세상은 내가 보는것만큼만 보인다. 세상은 내가 보는대로 있기때문이다.
   사회를 투시하고 파악하는것은 전문 정치인이나 철학가들이 할 일이긴 하겠지만 내 인생을 나름대로 충실히 하고 바르게 가꾸기 위해서라도 저마다 세상을 보는 혜안을 하나씩 가지고있다면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이 없을것이다. 허허바다에서 배를 목적지로 향하게 하는것은 배에 타고있는 모든 사람이 아니라 바로 선장 자신이다.
  오늘 이 사회에 넘치는 불신과 랭담, 증오와 모략, 사기와 협잡, 절도와 살인, 폭력과 방화, 마약밀수와 인신매매 등의 사회페단들과 인간악에 가슴이 섬뜩해지고 권력과 부와 명예 같은 외적인 가치추구를 위해서 기탄없이 남을 암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힘없는 주먹이 불끈 쥐여진다. 살기가 많이 좋아지고있건만 사람들의 심성은 날로, 갈수록 리기적이 되여지고 악랄해지고 퇴페해지고 있는것이다.
   이렇듯 사리사욕과 힘의 론리가 지배하기에 인정세계는 끊임없는 갈등과 암투로 삭막해지고 가진자의 오만과 가지지 못한 약자들의 한이 어우러져서 살풍경이 이루어지는것이다. 우리는 우리들이 살아가고있는 이 세상이 너무나 많은 부정으로 반죽되여있는것을 보고 실망할 때가 있다. 부정은 세상 구석구석 깊이 파고들어가 있으며 밝은 사회를 가꾸어가는 길을 엉망으로 만들고있다. 그래서 때로는 부정을 성토하기보다  묵인하고 타협하는편이 훨씬 명지하지 않을가 하는 회의를 가지게도 된다.
   인간은 본질상에서 우연과 황당속에서 그리고 지극히 완미하지 못한 세계에서 살고있다는것, 인간의 본질 또한 완전완미함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라는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그러나 인긴이 어쩌면 이토록 악착하고 부패해질수 있을가? 선견지명이 있는 인의지사들이 “인간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류문명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는것은 결코 식후한담이 아니며 “기나라사람의 하늘 근심”은 더구나 아니다.
    모순으로 가득찬 이 세상에 부조화가 곧 조화라 하지만 범코등의 돈마저 떼여먹는 놈이 여유롭게 살고 평생 구슬땀을 흘리며 량심과 도덕을 지켜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무능력자로 치부되니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유태처세술에 이런 말이 있다. “누군가 초불을 가지고있으려니 생각하고 어두운 방안에 들어갔더니 한사람도 초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사람마다 초불 을 밝힌다면 방안은 대낮처럼 밝으련만…”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초는 아끼면서 남이 광명을 선물해줄것을 바란다. 현시대 우리 주위에도 자기의 편견과 무지로 어두운 세상에서 그런대로 살지언정 진리의 빛 발에 눈을 뜨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어느 수필가의 글에서 본 구절이다.
    “보고싶은것만 보는것은 유아의식이고 보이는것만큼 보는것은 청소년의식이며 보지 않으면 안되는것을 보는것은 어른의 의식이다.”
    이 말에 나름대로 한마디 부언한다면 보이지 않는것을 보아내고 현실적으로 투시 하는것은 작가의식이라고 해야겠다.
    현실의 어떤 현상도 관심박이라는 자세로 상아탐속에서 자아감각의 뇌까림에 만족해하는것이 이른바 문학의 본연에로의 회귀이며 자아해탈일가? 그런 무관심이 달관 (达观)으로 통하는 모르겠으나 현실에 대한 무관심으로 초연을 가장한다면 그보다 더 싱거운 일이 없을것이다. 그것은 분명 명철보신, 무책임한 현실도피인것이다.
   하긴 지금 무슨 작가적사명이 어떻고 할 계제는 아니지만 그저 두루춘풍이 되지 말고 좋은것은 좋다하고 나쁜것은 나쁘다고 자기의사를 분명하게 문자화하고 현실화 하는것이 붓대를 잡은 문인의 사명은 아니더라도 량지쯤은 되지 않을가싶다.
   망원경으로 내다보면 “헉, 모든것이 잘되여가는군!참 좋은 풍경선이야, 그런데 미중부족이랄가…”하는 식으로 혼자 여기저기 감탄표만 찍는 송가에는 헛움음이 나지 않을수 없다.
   구렁이도 담넘어갈 때 기와장을 깨는 일이 있다는데 딱 부러지게 큰소리는 지르지 못할망정 알쏭달쏭하게 도깨비 여울건너가는 소리를 하는것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니다. 송가시대는 이미 력사의 뒤안길에 락엽으로 떨어져 마르고있다. 뜨거운 심장들을 동동 띄우던 영광의 송가시대가 우리에게 남겨놓은것은 과연 무엇일가? 허무함과 자아풍자밖에 더 있던가?
   문학의 본연에로의 회귀는 결코 진실에 대한 회피가 아니다. 눈을 반짝 뜨고 물결따라 떠내려가며 량안의 풍경에 환성을 올리는 사람의 자태는 장관일수도 있겠지만 강물의 세기는 영원히 알수 없다. 오직 강물을 거슬러 헤염치는 사람만이 강물의 세기를 알수 있는 법이다.세상 구석구석을 파보며 느끼는대로 한소리 하면서 세상과 대화하하는것이 문인의 당당한 처사가 아니며 생명의 보람찬 연소가 아닐가싶다.
    보지 않으면 안될것을 보며 보이지 않는것을 보아내며 내가 사는 세상의 창문을 열어가자!
 
                           2005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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