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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산 설경(雪景)
2015년 03월 28일 14시 19분  조회:1607  추천:0  작성자: 최상운
          모아산 설경(雪景)
 
 
      밤사이 소리없이 흰눈이 소복히 내리였다. 아침에 창밖을 내다 보니 온 천지가 눈세게로 변하였다. 길가에도, 마당에도, 앞집 지붕우에도… 문밖으로 나오니 은빛으로 반짝이는 흰눈이 아침 인사를 드린다.
     8시가 되자 나는 부랴부랴 뻐스역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평생로인 대학에서 모아산으로 가기로 일정을 잡은 날이였다.
     나는 모아산으로 가는 43호뻐스에 올랐다. 시발점을 떠난 뻐스는 혼탁한 시내를 벗어나자 모아산으로 질주하였다. 차가 명신1대, 명신5대를  지나  민속촌 입구까지 오는 사이 차창밖으로 보이는 눈경치는 그야말로 과관이였다. 도심에서 볼수없던 아름다운 눈세계가 나를 황홀한 기분에 잠기게 했다. 길 옆의 가로수들은 흰 나무로 되여 마치 흰 수염발을 날리는 할아버지 모습으로 보였다. 어제 까지 누렇게 말라있던 잡초들은 눈속에 파묻쳐 종적을 감추었다. 눈은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인양 하얀 눈으로 땅위에 널려 있던 온갓 어지러운 것들을 말끔이 덮어주어 대지를 정결하게 하였다.  
      내가 길가의 눈 경치에 도취되여 있을 때 어느사이 뻐스는 모아산 정차장에 도착하였다. 뻐스에서 내려 사방을 휘 둘러보니 완연히 딴 세상으로 온것 같은 감이들었다. 어제날의 모아산이 아니였다. 모아산과 그 주위는 온통 새하얀데 마치 북국땅으로 오지 않았냐? 하는 착각을 가지게 했다. 내리는 눈 사이로 히미하게 모아산이 보이였다. 힌색으로 변한 모아산은 웅장한 겨울의 백두산을 방불케 했다.
     나는 다시 머리를 돌려 산기슭의 나무숲을 보았다. 봄눈이여서 눈은 내리면서 쌓이고  녹기도 하였다. 나무 가지에 눈송이들이 맺히고 맺쳐 마치 새하얀 목화송이가 달려있는 것 같았다. 눈 덩어리들이 맺인 나무가지들은 축 처져 있고 나무 줄기는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워 당장이라도 쓰러질듯이 허리를 구부리고, 기우뚱 하고 서 있었다. 나무숲에서 이따 금 <쩍> 하는 나무가 불러지는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려왔다.
      하늘에선 거위털 같은 눈송이들이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하늘을 보려해도 햇솜같은 눈이 눈으로 들어와 눈물이 나서 하늘을 바라 볼수 없었다. 눈은 어찌도 많이 내리는지 잠깐 사이에 서있는 사람들을 눈사람으로 변하였다.
     모아산 전체가 눈세계로 변하는 아름다운 설경을 보면서 나는 저도 몰래 아! 소리가 터져 나왔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설경을 보기는 처음이였다. 나는 이 시각,  아름다운 설경을 사진렌즈에 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였다. 애꿋게 손에 사진기가 없어 안타까웠다. 동행자들도 모두 저와 같은 심정이였다. 한시급히 집으로 달려가 사진기를 같고 오고 싶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우리들은 아쉬은 감정을 접고 예정대로 모아산을 돌기로 하였다. 쌓인 눈이 많고 미끄러워 산 정상으로 오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산 기슭을 돌기로 하였다. 눈이 덮힌 산기슭 오솔길도 미끄러워 걷기가 여간만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흰눈에 하나 둘 자기의 행운의 발자국을 남기였다.
     나무숲에서는 청신하고 향그러운 솔향기가 흘러나와 나의 페부에 스며 들면서 정신의 맑아지고 힘이 솟구치게 하였다. 나와 함께 걷는 동행자들 모두다 자연이 주는 향을 만낏하였을 것이다.
     자연의 청신하고 풍요로운 혜택을 받자 학우들은 힘을 얻어 걸음걸이도 빨라졌다. 가는 길에 재미 있는 일도 있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아래로 몇 고패 구울려 내려가면서 눈사람이 되였다. 굴러 내려가는 동료를 구하려고 구원자가 내려 가다가 그도 미끄러워 넘어지면 둘다 쌍둥의 눈 형제가 되기도 했다. 눈 사람들이 엉금엉금 기여올라 오는것을 보면서 모두다 허파가 터지듯 웃다가도 힘을 합쳐 손에 손을 잡고서 그 눈사람이 올라오게끔 하였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것은 앞서가던 장난꾸러기가 불세로 눈이맺친 나무를 흘들어 놓고 달아난다. 그러면 준비없이 뒤 따르던 사람들의 어찔사이없이 눈 사태를 뒤집어 썼다. 눈 사태를 뒤집어 쓴 사람은 앞사람에게 뒤질세라 손에 눈덩이를 만들어 앞나무에 던진다. 그러면 앞에 가던 그 장란꾼도 어쩔사이없이 눈 사태의 세례를 받군 하였다. 이 시각 우리는 너나 없이 동년의 시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렇게 동년으로 돌아가 재미있게 놀면서 걷다나니 어느사이 우리는 모아산을 한바키 돌았다. 원점으로 돌아오니 모두 얼굴이 불깃불깃 해지고 이마엔 송곳송곳 땀이 돋았다. 땀을 닥으며 저마다 기뿜에 넘쳐 즐거움을 토로 하였다. 오늘은 유달리 기분좋게 모아산을 돌아보았다면서 눈에 대한 찬사를 늘여 놓았다.
     우리가 모아산을 도는 사이에 약삭바른  사진작가들이 곳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몇십년간 처음으로 이런  설경을 보았다며 알심들여 아름다운 장면을 렌즈에 담고 있었다.
     몇 달간 눈이 내리지않아 눈에대한 갈증을 느껴 오던차에 오늘 반갑게 큰 눈이 내리자 세상 만물이 다 반기고 있었다.
하늘은 오늘 자애를 베풀어 자수(慈水)를 하사하시여 초야에 묻쳐사는 농민들, 도시 시민들, 산천초목이 활기를 띠게 하였다.  
 오늘 나는 모아산 설경에 흠벅 취하였다. 기분좋게 귀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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