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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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우리 민족 최고의 발명품인 구들
2005년 12월 16일 00시 00분  조회:7312  추천:77  작성자: 김준봉
우리말에 ‘드러눕다’는 말이 있다. 이는 풀어서 말하면 ‘들어가서 눕는다’는 의미이다.

일단 들어가면 눕는(앉는)문화이기에 그냥 눕는다고 하지 않고 ‘드러눕는다’고 말한 것이다. 또한 ‘일어나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그냥 '일어서다'라고 말하지 않고 '일어나다'라고 말하는 것을 풀어보면, '일어서면 나간다'는 의미이다.

과거 원시시절에 생긴 말로 동굴생활 시절 지붕이 낮은 좌식생활 이었기에 일어서면 나가야 했기에 '일어나다'라고 말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이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좌식생활을 해 왔고 좌식생활의 필수 요소인 바닥난방(구들)의 발견과 발전은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중국 동북지역의 아파트를 다녀보면 우리 민족들은 어김없이 온돌방에서 생활하고 있고 중국 한족(漢族)들 조차도 온돌방의 매력에 매료되어 있어 온돌방을 선호하고 온돌방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수도인 북경과 여러 도시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닥 난방의 시공이 붐을 이루고 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대영백과사전’에는 온돌은 ‘ONDOL’로 표기되고, 구들 역시 고유명사이기에 다른 표현은 아직 없고 ‘GUDLE’로 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영한사전을 찾아보면 구들이나 온돌이 하이퍼코스트(hypocaust)로 표기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일은 우리가 우리의 전통 난방기술을 계승?발전?전파시키지 못한 동안에 아주 원시적은 온돌 구조인 하찮은 서양식의 하이퍼코스트에 비교되어 표기되고 있다. 하이퍼코스트는 서양 로마시대에 원시적 바닥 난방 형태인, 그것도 단지 로마시대에만 목욕탕 용으로 잠깐 사용되었던 우리 구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단순한 구조이다. 마루바닥에 수로(水路) 형태로 뜨거운 물을 흘려서 바닥을 데웠던 시설인데, 우리의 전통구들처럼 축열이나 취사 겸용 등의 복잡한 구조도 없고 불기를 직접 보내지도 않은 아주 원시적인 구조이다. 이런 하이퍼코스트를 우리 고유의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첨단화된 구들과 비교하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

옛날 어렸을 적에 감기에 들어서 온몸에 오한이 나서 으스스 떨리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따끈따끈 한 방바닥'이다. 감기가 아니더라도, 몸이 찌뿌듯한 것이 어깨가 무겁고 허리가 뻐근할 때 '뜨거운 구들 방바닥에 두어 시간 지지고 땀을 흠뻑 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구들문화는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불의 이용으로 발생되고 오랜 시대에 걸쳐 발달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우리의 유산으로 구들은 만주지역과 한반도 북부지역에서 우리 민족이 구들을 전승 받아 사용하고 있음으로 우리 민족에 의해 발생?발달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네 구들은 신석기 시대의 움집 화덕에서 처음으로 발견되는데, 이에 관한 가장 오랜 자취는 두만강 유역의 서기 전 5천 년에서 4천 년 사이의 서포항 집터에서 발견되었다. 한 줄로 마련된 5개의 화덕 가운데 양끝의 두 개에는 냇돌을 둘렀으나, 가운데 3개에는 자갈만 깔아놓았다. 이것은 양끝에서 불을 지폈다가 잉걸불을 가운데 화덕쪽으로 모아 놓은 자국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때의 화덕은 집안을 덮이거나 밝히고 음식을 끓이는 따위의 여러 가지 구실을 함께 한 셈이다. 그리고 고구려의 벽화와 발해의 왕궁터에 구들의 발전된 모습이 보여지는 바, 최초의 우리 구들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이전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문헌상의 구들이 구조와 과학적 기능인 현존 구들로 발전하는데, 약 수 백년 이상이 걸렸다고 보아 최초 원시인이 불을 획득하고, 불을 이용하여 구들을 만드는 데는 보다 수십 배의 시대가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면, 구들은 구석기 시대에 발상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청도기 시대로 접어들어, 농사를 짓고 붙박이로 살면서 화덕의 구실은 취사와 난방의 두 갈래로 나뉘었고, 이때부터 난방용 화덕을 집 한 귀퉁이에 붙이고, 엉성하게나마 굴뚝을 세워 연기를 밖으로 뽑았다. 이 화덕은 철기 시대에 기역자꼴 구들로 발전하였다. 평안 북도 노남리의 집 한 자리에서 나온 것이 그것이다. 동쪽의 것은 너비 30센티미터, 깊이 30센티미터이고, 남북으로 놓인 것은 너비와 굴뚝이 딸려 있었다.



방의 일부만 데우는 이 기역자꼴 구들은, 고구려 시대(서기 전 37~668)에도 이어졌다. 4세기에 만든 황해도 안악 제3호 무덤 부엌 그림에, 음식을 끓이는 부뚜막과 난방용 아궁이를 따로 낸 것이 보인다. 따라서 이때에도 구들은 방 일부에만 놓았음이 분명하다.

이후 우리네 구들이 통구들(온방 전체가 구들로 되어있는 경우)로 바뀌어, 방 어디에나 앉고 눕게 된 것은 고려 시대 중기 이후부터이다. 그리고 이것은 조선 시대 초기가 되어서야, 중부 이남에까지 퍼져 나갔다. '온돌'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도 이 무렵[조선 왕조 실록], 세종 실록 7년 을미 7월 병진]이며, 바닥에 장판을 깐 것도 이때부터 이다.



어째든 우리의 주거문화는 구들이 발명되어 가족을 이루고, 부족이 모이고, 민족이 형성되어 국가가 성립되었으니 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구들이 모든 민족 문화의 원류이며, 원천적 역할을 하였음으로 더 없이 귀중한 것이다. 위대한 민족 문화 유산을 전승 받은 우리가 잘 가꾸지 못하고 등한시하여 멸실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로 석빙고와 더불어 유네스코의 인류문화 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구들을 현대화 시켜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화해 나가면서 바닥난방시장 수요에 주도적인 나라로 거듭 태어나서 구들문화를 세계로 수출하는 일을 서둘러야만 한다.



김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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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온돌(구들)학회 회장/동북아도시주거환경연구소장
북경공업대학 건축과교수/연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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