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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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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갑녀의 출가담
2013년 11월 17일 15시 45분  조회:2604  추천:2  작성자: 넉두리

추녀 갑녀의 출가담

콩트 / 이야기

김희수

 
 
갑녀는 못생겼다. 그래서 서른살이 넘도록 시집도 못갔다.
《세상에 저렇게 못난 녀자도 있나? 세계추녀대회에 참가하면 1등은 떼놓은 당상일거야!》
갑녀를 만나본 총각마다 뒤에서 이런 평가를 내리는데서 갑녀는 본인도 모르게 세계제일추녀로 공인받게 되였다.
사실대로 말해서 이 로처녀가 그 정도로 보기흉하게 못생긴것은 아니였다. 찬찬히 여겨보면 하얗고 보동보동한 얼굴에 번듯반듯한 이마며 둥글둥글한 눈이며 오똑오똑한 고날이며 봉싯봉싯한 입술이 맞춤맞춤 조화를 이룬 모습이 복수러운데가 있었다. 그저 몸매가 과도하게 뚱뚱한데다가 키마저 작아서 총각들이 마주섰다가는 얼핏 보고는 《아이구뭐니!》하고 제풀에 놀라 달아났던것이다.
남들이야 뭐라건 말건 갑녀는 낮에는 출근해서 수걱수걱 일만 했고 밤에는 련애소설을 읽으며 맘속 괴로움을 달랬다. 그러다가 공장이 문을 닫아 밥통마저 잃게 되자 절망한 갑녀는 강물에 몸을 던지려고 몇번이나 다리우에 올랐다가 맘을 돌려먹군 했다. 내가 왜 시집도 못가고 처녀귀신이 된담? 난 꼭 시집을 가고야 말테다! 좋은 남자 만나서 보란듯이 살테다! 이렇게 굳게 다짐한 갑녀는 다시 삶의 용기를 얻었다.
그후 갑녀는 친척의 소개로 어마어마한 갑부 천총재의 댁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였다. 그때 가정부로 들어가겠다고 천총재댁으로 찾아온 처녀는 갑녀까지 일곱명이나 되였다. 안주인 서마님이 그 일곱명의 처녀들을 한사람 한사람 대면해보더니 갑녀만 남겨놓고 모두 돌려보냈다. 갑녀가 7대1의 경쟁에서 손쉽게 경쟁적수들을 물리치고 《알성급제》할수 있었던것은 못생긴 얼굴덕분이였다. 반반하게 생긴 처녀들은 일은 잘하지 않고 주인님을 꾀여넘길 기회만 노린다는것이다. 서마님은 건너집에서 예쁘게 생긴 처녀를 가정부로 두었다가 그 처녀에게 마님자리를 빼앗긴 일을 목격한후로 급급히 먼저번 가정부를 내보냈던것이다. 가정부란 일만 잘하면 되는것이다. 서마님은 갑녀가 부지런하고 일솜씨가 잰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마님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녀자였다. 늘 미용원으로 다니면서 피부보호를 잘해서인지 나이 마흔이라지만 서른도 안되여보였다. 행복한 가정부녀인 서마님은 남편이 번돈으로 몸을 급빛으로 장식하고 날마다 호화자가용차를 몰고 미용원을 다녀와선 독일종 애완견을 안고 산보하지 않으면 마작을 노는것으로 한가한 나날을 보내군 했다.
마작판엔 이웃집의 마님들도 왔고 때론 천총재의 운전수 준걸이도 끼여들었다. 준걸은 40대의 건장한 사나이였다. 3년전에 상처하고 외동딸을 고중기숙사에 보낸 그는 천총재의 집에 주숙하고있었다. 천총재는 집이 여러칸이나 비여있는데다가 차를 모는데 편리하라고 그렇게 선심을 썼던 모양이다.
갑녀는 준걸을 처음 보는 순간 웬일인지 가슴이 활랑거렸다. (어마나, 저렇게 튼튼한 남자! 저런 남자의 품에 한번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준걸이만 눈앞에 나타나면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갑녀는 화장실에서 준걸이가 웃통을 벗어던지고 머리를 감는것을 여러번 목격했다. 그때마다 갑녀는 근육으로 번뜩이는 준걸의 잔등을 만져보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천총재가 출장갈 때면 할일없는 준걸은 늘 서마님을 찾아와 한담을 하군했다. 둘은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어느날 밤 갑녀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서마님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여나오는것을 듣게 되였다. 살금살금 문앞까지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니 안에서 남녀가 희희닥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령감이 이번에 출장을 갔으니 둬달 걸릴거예요. 그동안 우리 맘껏 즐겨보자요!》
《그러다가 들키는 날엔 우린 둘다 끝장입니다.》
《래일 끝장이 나더라도 지금 참을수 없는걸 어떻게 해요?》
《참을수 없는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어서요!》
방안의 남녀는 준걸이와 서마님이였다. 갑녀는 온몸이 떨려났다. 인품좋은 천총재를 배반한 년놈들을 당장 부녀놓고싶었다. 갑녀는 문을 막 두드리려다가 손을 움추려뜨렸다. 서마님이 지른 야릇한 신음소리가 가슴을 짜릿하게 했던것이다. 귀신에게 홀린듯 갑녀는 먼지털이 할 때 쓰는 걸상을 찾아들고 와서 살그머니 그우에 올라서서 문우쪽 쪽문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갑녀는 저도모르게 가슴을 쥐여뜯어며 《아…》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촉수낮은 전등아래 알몸뚱이의 남녀가 한몸이 되여 씨근덕거리고있었던것이다.
천총재가 돌아오자 갑녀는 그 일을 밀고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쩐지 그렇게 하기엔 마음이 허락치 않았던것이다. 갑녀는 서마님이 미웠다. 제 남편을 두고도 뻔뻔스럽게 준걸의 잔등을 차지한 서마님이 미웠다. 자기가 그토록 만지고싶은 잔등을, 자기만이 차지해야 할 잔등을 밤마다 움켜잡는 서마님이 미웠다. 그리고 자기와 같은 처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부녀와 붙어버린 준걸이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흥, 어디 두고 보자! 갑녀는 단단히 별렀다.
그러던 어느날 갑녀는 마작판이 끝나 서마님과 준걸이가 손님들을 바랠 때 서마님방에 슬그머니 기여들어 록음기를 작동시켜놓고 자기방에 돌아가 잠든척 하면서 코를 골았다. 이튿날 갑녀는 가만히 록음기를 꺼내다가 테프하나를 더 복제했다. 갑녀는 밤중에 년놈들이 한창 재미를 볼 때 록음기를 들고가서 문을 두드렸다. 당황해난 방안의 남녀는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고 나왔다. 갑녀의 부릅뜬 눈길과 마주친 그들은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지만 짐짓 천연한체 했다.
《갑녀, 자지 않고 웬일이요? 우린 지금 마작을 마치고 돌아와 커피를 마시는 중인데…》
《흥, 능청을 떨지 마세요. 전 이미 당신들의 추태를 록음기에 담았어요!》
갑녀는 록음기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록음기에서 준걸이와 서마님의 음탕한 대화가 쏟아져나왔다. 혼겁한 남녀는 황급히 록음기를 나꿔채서 테프를 꺼내 막 짓밟아던졌다.
《증거를 없애려구? 그건 복제품이예요!》
갑녀의 고함소리에 풀이 죽은 남녀는 그제야 갑녀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갑녀,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비밀을 지켜주오!》
갑녀가 쓴웃음을 짓자 서마님은 준걸을 돌려보내고 갑녀에게 애걸했다.
《갑녀가 비밀을 지켜준다면 내 갑녀의 요구를 다 들어줄게.》
《마님은 왜서 마님을 그토록 사랑하는 천총재를 두고 그런짓을 하나요?》
갑녀가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면서 꾸짖자 서마님은 길게 탄신했다.
《호—사실 나도 천총재를 몹시 사랑한다오. 그런데…》
《천총재는 비록 50이라지만 젊은이들처럼 씩씩하고 미남이 아닌가요? 게다가 인품이 후하고 돈도 많지…》
《그분은 물론 나무랄데가 없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분은 잠자리에서 나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오.》
《아이, 그렇다고 어찌…》
갑녀는 서마님이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다가 불쑥 자기가 좋아하는 준걸이의 잔등을 차지한 녀인이란 생각이 스치면서 증오가 타올랐다. 그래서 서마님을 뿌리치고 자기의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준걸이가 찾아와서 금반지, 금목걸이를 내놓으면서 애걸했다.
《갑녀, 이건 서마님이 주는거요. 갑녀가 비밀을 지켜주면 이후에도 더 많은걸 주겠다오.》
《전 그따윈 싫어요!》
갑녀는 준걸이가 구슬리는 말에 화가 벌컥 나서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뿌려던졌다. 그러자 준걸이는 울상이 되여 무릎을 꿇었다.
《그럼 갑년 뭘 요구하오?》
《전…전…당신의 잔등을 요구해요!》
《뭐? 내 잔등…허허참, 롱담두…》
《롱담이 아니예요. 전 당신을 좋아해요!》
《어…》
《싫은가요?》
《아…아니…》
준걸은 차마 거절할수가 없었다. 그날밤 준걸은 갑녀의 방으로 찾아왔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목욕을 하고 기다리고있던 갑녀는 꿈에도 그리던 준걸의 잔등을 곽 움켜쥐고 죽을둥살둥 허둥거렸다. 일을 끝낸후 준걸은 갑녀의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갑년 생각보다 썩 좋았소! 다시 더 만나고싶은 생각이 든단말이요!》
갑녀자신도 준걸을 자꾸 만나고싶었은 심정이였지만 시침을 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절 노리개로 생각하지 마세요. 전 숫처녀예요! 숫처녀를 다쳤으면 책임져야 해요. 알겠어요?》
《어…》
준걸은 어물거리며 물러갔다. 갑녀는 웃음집이 흔들거렸다. 천총재가 돌아오자 갑녀는 남몰래 천총재를 찾아가서 울상을 했다.
《흐흑…천총재님, 전…전…어쩌면 좋아요?》
《아니, 왜 그러우?》
《준걸이가 제 몸을…흐흑…전 처녀몸인데…》
《뭐? 그 녀석이?! 짐승같은…》
분개한 천총재는 동정의 눈길로 로처녀를 바라보았다.
《이미 엎지른 물인데 어쩌겠소. 그 녀석더러 손해배상이나 하라지.》
《안돼요!》
《그럼 법에 고발할 작정이요?》
《아니…그게 아니고…전 이미 그의 사람이 됐는데…그도 홀몸이고 하니 그럴바엔…》
《오—알만하오!》
그제야 천총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빙그레 웃었다. 갑녀를 돌려보낸 천총재는 준걸이를 불러들였다.
《자네 무슨 짓을 저질렀어? 엉?!》
천총재가 노한 눈길로 쏘아보자 준걸은 가슴이 섬찍했다. 갑녀가 마님과의 일을 고자질한게 아닐가? 속이 조마조마해서 찍소리도 못하고있는데 천총재가 좀 누그러든 어조로 말을 잇는것이였다.
《자네 홀몸으로 지내고있으니 그런 생각이 나기도 하겠지만 남자대장부가 일을 저질렀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게 아니요?》
《예! 예!》
준걸은 죄지은 몸인지라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자네도 어차피 재혼해야 될 몸이고 갑녀도 착실한 녀자이니깐 둘이 결혼하라구!》
준걸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갑녀한테 꼬리를 잡힌 몸인지라 대답하지 않을수 없어서 《예! 예!》하고 물러나왔다.
갑녀와 준걸은 끝내 결혼했다. 결혼후 준걸은 서마님 생각이 간절했으나 갑녀의 눈이 무서워서 어쩔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천총재가 출장만 가면 참지 못하고 달려들던 서마님이 은근히 눈짓해도 못본척 피해버리는 그것이였다.
날이 감에 따라 준걸은 갑녀한테 점점 정이 들었다. 갑녀의 극진한 사랑에 감동되여 서마님을 차츰 잊었다. 그러던 어느날 준걸은 서마님이 큼직한 선물꾸레미를 들고 자기와 갑녀가 살고있는 방으로 들어가는것을 보았다. 궁금해난 준걸이가 따라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마님두, 뭘 이리 많이…》
《이런거야 뭐 아무것도 아니지. 난 갑녀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소. 우리 집 량반이 갑녀가 가져온 약을 쓴후로 청춘을 다시 찾았으니…》
두 녀자가 주고받는 말을 들은 준걸은 서마님이 자기를 찾지 않는 영문을 알수 있었다. 그날밤 준걸은 갑녀를 끌어안고 짐짓 노여운척 했다.
《왜 그런 령약을 천총재님만 대접시키고 이 남편한테는 안 권했지?》
《아이참, 당신은 약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대단한데 약까지 쓰면 제가 어찌…》
익은 꽈리같이 빨개진 얼굴에 정찬 웃음을 담고있는 갑녀의 모습이 준걸의 눈에는 서마님의 얼굴보다 더 이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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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작자
날자:2013-11-20 17:47:56
라주님, 변변찮은 글을 칭찬해주어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할께요.
1   작성자 : 라주
날자:2013-11-20 03:47:07
선생의 글들을 참 재미잇게 읽었습니다. 훌륭한 구상능력을 가지고 있군요.앞으로 선생의 글들을 모두 읽고 싶은 마음입니다 글을 많이 써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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