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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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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말로 인한 희비극
2013년 11월 30일 12시 12분  조회:2482  추천:0  작성자: 넉두리
콩트이야기


거지말로 인한 희비극

 
김희수
 
S대학에는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공부하고있는 창수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키가 작달막하고 공부성적도 수수하여 녀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데다가 돈을 아껴 쓰느라고 남학생들의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창수와 한 기숙사에 든 민호는 구변이 좋고 미남이여서 학교의 꽃이라고 부르는 옥금이를 꼬셔서 품에 안기까지 했다. 언제나 창수를 업신여기고있는 그는 창수를 한번 골려주려고 벼르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민호는 옥금이와 키스를 하다가 짐짓 한숨을 내쉬였다.
“난 창수가 부럽단 말이야!”
“아이, 너 잘못된게 아니야? 못생긴데다가 가난하고 공부까지 못하는 창수가 부럽다니?”
“모르면 가만있어. 사실 창수는 재벌2세란 말이야. 창수의 아버지는 어마어마한 큰 부자란 말이야!”
“피, 거짓말. 걔가 정말 부자라면 왜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껴 먹고 아껴 쓰겠니?”
“그건 창수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립정신을 키워주느라고 그렇게 시킨거야.”
민호는 창수가 부자라는 거짓말을 퍼뜨려 창수를 골탕먹이려고 했다. 어느 눈먼 녀학생이 그런 거짓말에 속아 창수에게 달라붙을수도 있지 않는가. 그랬다가 창수가 가난뱅이란것을 알고 창수를 차버리고…민호는 곁에서 그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웃어주고싶었다.
며칠후였다. 민호는 웃어야 할 대신 울어야 했다. 녀자친구 옥금이가 창수와 붙어버렸던것이다.
“도대체 웬 일이야?”
민호는 옥금이를 불러 따지고 들었다. 옥금이는 언제 민호를 사랑했냐 싶게 콱 밀치면서 말했다.
“난 창수를 사랑해! 그러니 이제부터 나한테 치근거리지 말아!”
“너 혹시 내가 한말 때문에 창수를 택한거니? 이 바보야, 창수는 재벌2세가 아니야. 그건 내가 꾸며낸거야!”
“호호호, 너 정말 웃기네!”
사실은 민호가 꾸며낸 거짓말이 진짜였던것이다.
민호한테서 창수가 재벌2세라는 말을 들은 그날밤, 옥금이는 도시 잠들수 없었다. 거지발싸개 같은 창수가 갑자기 거룩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이제 창수의 앞에 민호는 너무나 초라한 존재로 되여보인다. 옥금이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창수와 결혼하면 평생 호의호식하면서 살아갈게 아닌가. 그런데 창수가 정말 재벌2세일가?
옥금이는 민호의 눈을 피해 창수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그녀는 기회를 타서 창수의 가방을 뒤져보았는데 거기에서 창수의 아버지가 창수에게 보낸 편지 여러 을 발견했다.
“창수야, 너무나도 일찍 어머니의 사랑을 잃은 네가 애비가 보내준 용돈을 번마다 돌려보내고 아르바이트로 자신을 단련해보겠다니 그 자립정신이 장하구나. 창수야, 이 애빈 인젠 늙었다. 네가 졸업하면 이 애빈 회사의 중임을 너한테 맡기련다…”
이 편지를 읽어본 옥금이는 미칠듯이 기뻐났다. 그녀는 시치미를 떼고 주동적으로 창수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창수는 놀랐다.
“넌 민호와 이미 약혼한 사이가 아니야?”
“민호는 녀자친구 너무 많아. 난 그런 바람둥이보다 듬직한 네가 좋아!”
“내가 어디 볼데가 있다구? 가난하고 민호처럼 잘 생기지도 못했는데…”
“창수 넌 선량하고 진실해. 돈 같은건 앞으로 우리 둘이서 맞들고 벌면 되잖아. 네가 나의 사랑을 받아준다면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거야!”
처녀의 진지한 고백에 감동된 창수는 마침내 처녀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어느덧 그들은 졸업하고 결혼날자까지 정해놓았는데 갑자기 창수의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서 일조일석에 망해버렸다. 창수의 아버지는 그 큰 타격을 이기지 못해 앓아누웠다가 석달만에 영영 눈을 감고 말았다. 이제 창수의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란 100여만원짜리 별장 한채뿐인데 그나마 창수의 젊은 계모가 차지하고있었다.
“그 녀자를 쫓아내고 우리 그 집을 차지하자!”
옥금이는 창수를 꼬드겼다.
“안돼. 그건 우리 아버지가 그 녀자에게 남겨준 집이란 말이야!”
창수는 아버지의 처사에 꼬물만한 원망도 없었다. 계모도 새파란 청춘을 아버지에게 바쳤으니 그만한 보답을 받아야 할게 아닌가.
“우리 절반 몫이라고 찾자!”
“허참, 넌 원래 빈털터리인 나를 사랑하지 않았니?”
“흥, 사람 웃기네! 그때 난 네 아버지가 큰 재벌이란 비밀을 알고있었기때문에 미남자인 민호를 차버리고 못난이인 널 선택한거야! 이제 네가 빈털터리로 되였으니 네 곁에 있어야 할 리유가 없어졌어!”
옥금이는 헤여지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창수를 차버린 옥금이는 거리에서 우연하게 민호를 만났다. 옛 련인은 만남다방에 들어가 커피잔을 놓고 마주앉았다. 민호는 창수가 빈털터리로 나앉고 그들의 혼사가 파탄 났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미 다른 녀자와 결혼한 민호였지만 자신을 배반한 옥금이에 대한 원한의 불길은 아직도 식지 않고있었다. 그가 비웃듯한 미소를 짓고있는것을 본 옥금이는 비위가 상했다.
“내가 이꼴이 되니 흐뭇하니?”
“그런게 아니라 네가 바보짓을 한게 우스워서 그래. 네가 날 버리고  창수를 선택한 목적이 뭐냐? 돈이 아니냐? 그런데 넌 1000만원이란 거액의 돈을 유감스럽게 놓쳐버렸단 말이야!”
“1000만원란게 뭐냐?”
“창수의 아버지는 외아들인 창수의 장래를 생각해서 창수의 이름으로 1000만원을 저금해두었어. 그리고 그 저금통장을 창수의 외할머니한테 맡겨두었고.”
민호는 또 거짓말을 슬슬 꾸며대고있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또 거짓말을 꾸며대려고?”
“난 창수의 외할머니와 사돈간이야. 그래서 그런 비밀을 알게 된거야. 못 믿겠으면 말고.”
옥금이는 민호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그녀는 그 말의 진가를 가려내기 위해 창수의 외가집으로 찾아갔다.
창수는 홀로난 외할머니를 모시고있었다. 옥금이는 언제 그랬냐싶게 해쭉해쭉 웃으며 다가와 창수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해댔다.
“이걸 놔. 우린 헤여졌잖아?”
“화났어? 내가 롱담을 좀 한걸 가지고 뭘 그러냐?”
“”로담이라니?”
“결혼이 당금이겠는데 집도 없으니 너무 답답해서 불평을 좀 부린거야.”
창수는 그만 오리무중에 빠졌다. 녀자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과연 어느 말이 진심인지? 마음이 약한 창수는 처녀의 감언리설에 녹작지근해났다.
옥금이는 온갖 수단을 다 부려 창수 외할머니의 호감을 샀다. 한번은 창수가 없는 기회에 외할머니의 어깨를 안마해주며 옥금이는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할머닌 민호라고 압니까?”
“민호? 가만있자…그래 우리 창수의 동창생이라던데 나와는 사돈간이기도 하지.”
“그런데 참, 그 민호의 처제가 저금통장을 잃어버리고 울고불고 합디다.”
“쯧쯧, 그런건 깊이 건사해둬야지.”
“할머니도 저금통장이랑 잘 보관해두세요.”
“안전한 곳에 깊이 간수했네라.”
옥금이는 가슴이 활랑거렸다. 신바람이 난 그녀는 창수를 졸라 결혼준비를 다그쳤다.
한달후 원앙새혼례청에서 창수와 옥금이의 결혼식이 거행되였다. 신랑신부가 나란히 입장할 때 갑자기 민호가 뛰여들어 신랑신부를 밖으로 끌어냈다.
“하하하! 너희들은 절대 결혼할수 없어!”
“아니, 너 미쳤어?!”
어리뻥뻥하여 민호에게 끌려간 창수는 성이 나서 씩씩거렸다. 그러자 민호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이 얼떨떨한 신랑아, 옥금이가 왜서 네 품에 다시 안겼는지 생각해봤니? 내가 옥금이한테 네가 천만장자라고 불어댔기때문이야!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꾸며댔더니 이 탐욕스런 옥금이가 너와 결혼하겠다고 달라붙은거야!”
“그게 정말이야?”
“하하하. 정말인가 아닌가는 너희들이 무릎맞춤을 해봐라. 창수야, 네가 이 녀자한테 천만부자인가 빈털터리인가 하는걸 대답해줘!”
“이게 정말이요?”
창수가 노한 눈길로 쏘아보자 옥금이는 모옥감에 발악하듯 웨쳐댔다.
“창수야, 어서 천만원짜리저금통장을 이 미친녀석한테 보여줘!”
“내게 천만원짜리저금통장은 없어도 천원짜리저금통장은 두개나 있다!”
창수는 가슴을 치며 웃어댔다. 그러자 옥금이는 절망하듯 혼례복을 벗어던지며 소리쳤다.
“오늘의 결혼식은 취소야!”
“옥금아, 넌 원래 돈밖에 모르는 애였니?”
“이제 알았어? 그래 지금 세월에 돈을 모르고 사니?”
“내게 돈이 없다구 사랑마저 버리겠니?”
“사랑이라는게 바로 돈이구 돈이 바로 사랑이야! 미안해. 난 가겠어!”
옥금이는 궁둥이를 빽 돌리고 걸어갔다. 창수가 갑자기 “잠간만!”하고 옥금이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무엇인가 꺼내여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똑똑히 봐, 이제 천만원짜리저금통장이야!”
그 거금의 저금통장을 들여다보는 옥금이는 눈앞이 아찔해났다. 놀란것은 옥금이뿐이 아니였다. 그 저금통장을 여겨보며 진가를 확인한 민호는 하마터면 까무러칠번 했다. 자기가 두번이나 거짓말을 꾸며낸것이 모두 진짜였으니깐.
“창수야, 날 용서해줘. 내가 잘못했어!”
옥금이는 창수한테 매달리며 애걸복걸 빌기 시작했다. 창수는 옥금이를 활 밀어던졌다.
“흥, 돈을 보니 기운이 난 모양이구나!”
“아니야. 난 진심으로 창수 널 사랑해! 결혼식날에 이게 뭐야. 우리 빨리 결혼식을 올리자!”
“하하하! 너 웃기네! 사랑은 돈이 아니야. 제발 신성한 사랑을 모욕하지 마!”
창수는 한달음에 혼레청강단에 뛰여올라가서 마이크를 잡고 무거운 어조로 이번 결혼식을 취소한다고 선포했다.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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