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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앓이
2013년 06월 18일 15시 33분  조회:1903  추천:1  작성자: 흑토의 사나이
어릴적부터 나는 일년사계절중에서 가을이 제일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해왔으며 글을 지으나 어떤 공식적인 장소에서 말할 때면 항상 하늘은 높고 푸르며 물은 맑고 그윽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극구 찬미하여마지 않았었다. 하긴 가을이 되면 어느사이엔가 하늘이 보다 높아지면서 한결 푸르러지고 물도 따라서 맑아지게 되며 만물이 수확을 재촉하기에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은 마냥 부풀어오르면서 즐거워났기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나는 가을을 이정도로만 생각해왔다함이 합당할것 같다.
얼마전 책상에 마주앉아 하는 일에 골몰하고있는데 옆의 동료가 밖을 내다보면서 “벌써 락엽이 지네요”하는 말에 얼핏 밖으로 눈을 주었더니 아니나 다를가 비술나무, 수양버들의 잎사귀들이 바람에 한잎두잎 쉴새없이 떨어지고있었다. 그런 정경을 바라보노라니 어쩐지 그순간만은 공연히 마음이 쓸쓸해나면서 전처럼 가슴부푸는 가을이 아니였다. 한잎두잎 잎사귀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저 나무들의 마음은 어떠할가? 봄부터 여름내내 저 잎사귀들을 피여올리느라구 얼마나 많은 힘을 들여왔을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건 어쩔수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게 되였는데 그건 아마도 불혹의 나이를 마치고 곧 지천명의 나이에 올라설 때가 되였음일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나름대로 부끄럼없는 삶을 살아보려고 헐레벌떡 동분서주해왔다고 해도 될것 같다. 그렇게 부끄럼없는 삶을 살려고 하다보니 자연 남들보다 못지 않게 되여야 한다고 자신을 편달해오게 되였으며 그 편달이 때로는 욕심을 낳기도 하지 않았을가 생각해보게 된다. 남들이 가지는건 자신도 가지려고 애를 썼으며 자신이 가지지 못하면 공연히 배가 아파 모지름을 썼다. 정말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파나는 격이였었다. 실은 남들이 가지는걸 다 가져보아도 별다르지 않았지만  그때만큼은 그렇게 하고싶어지는게 인간의 욕심이고 마음인것 같다. 또 그렇게 욕심을 부리면서 살다보면 어차피 사람과 사람사이에 마찰이 생기게 되고 마찰이 생기면 조화롭지 못하게 될건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앙금이 쌓이면서 미운 마음만 더해져 가게 되는데 미운 마음이 더해져갈수록 공연히 피곤해져가기만 하였다. 언젠가 책에서 본 글귀인데 가렵다고 자꾸 긁으면 가려운데가 부스럼이 되여 더 힘들게 되지만 가려워도 슬쩍 다치고 지나가든지 아니면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려운데가 금시 없어지듯이 밉다고 항상 미운것만 생각하면 갈수록 미워지지만 반대로 미워도 그 마음을 지워버리면 금시 새롭게 다가선다는것이다. 참으로 마음에 다가오는 말이다.
지난 일년은 모든 면에서 자신을 단속하면서 한정도 휴일도 없는 소유욕을 달래고 잠재우느라 힘을 들여왔는데 여간만 홀가분한 마음이 아니였다. 그렇다하여 모든 일에 진취심이 없어진것이 아니라 오직 내가 하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하고싶은 일은 열심히 해가면서 모든 가지려는 마음을 미련없이 훌훌 버리고 만족할줄 알기에 힘을 넣었더니 생각과는 다른 날듯이 홀가분한 마음이였으며 미운 사람도 생기지 않고 조화로와 즐거웠다. 세상의 모든걸 다 가지고 싶고 또 다 가지는 순간 그것이 진정 자신의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는 말의 함의를 진정으로 깨치게 되였으며 법정스님의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수 있으며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무소유의 역리” 를 마음으로 터득하게 되였다.
나같이 미소한 존재가 뭐 크게 얻거나 세상을 얻는데까지는 비춰보고싶지 않지만 마음에 채우기위하여 가지려고 애를 쓰면서 살기보다는 마음을 비우면서 사는것이 훨씬 더 홀가분하고 즐거운 일이며 그 홀가분하고 즐거움을 느낄 때 진정 무엇인가 마음으로 얻는것이 보이리라 믿는다.
창밖의 나무들은 쉼없이 잎사귀들을 떠나보내고있다. 자기 몸의 일부를 떠나보내야 하는 나무이고보면 마음이 그렇게 흡족하지만은 않을것이다. 허나 모든 잎사귀들을 다 버려야만 다시 새로운 변신을 거듭할수 있으니 아무런 미련도 없이 버리는것이리라. 그것이 진정 얻기위한 버림이 아닐가 나름대로 생각해보노라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기보다는 비우는 계절, 버리는 계절이라는것이 어쩐지 더 합당하지 않겠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 실실 웃어대기까지 하였는데 옆의 동료들이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걸 의식하였다.
이 가을 나는 난생 처음으로 계절병을 앓아보았는데 앓아볼만한 앓음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연에서 하는 공부가 참으로 의미있는 공부라는 자아감각에 깊이 빠져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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