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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가 되련다
2013년 10월 30일 16시 17분  조회:1628  추천:1  작성자: 흑토의 사나이
 

교수준비로 책에 파묻혀있다가 머리를 쉬울겸 창밖을 내다보니 바람 한점없이 고요하고 흐릿하던 하늘에서 어느때부터인지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런 창밖을 초점없이 내다보노라니 자기도 모르게 우수에 잠긴듯, 무엇을 갈망하는듯한 수연학생의 모습이 우렷이 떠오르면서 사색의 깊은 심연에 빠지는건 나로서도 어쩔수가 없었다.

개학초가 되여 학년조에서는 교원들마다에게 학생들을 맡아서 이끄는 임무를 주게 되였는데 나에게도 학생들이 차례지게 되였다. 정작 학생명단을 손에 받아들고보니 담임사업을 그만둔후로 학생들과의 담화가 퍽 적어졌던 자신을 새롭게 뒤돌아보지 않을수 없었다. 하여 어느날인가 나는 나에게 차례진 수연학생을 주동적으로 찾게 되였다. 사무실로 잠간 다녀가라는 전갈을 받고 나의 사무실로 찾아온 수연학생은 들어서면서부터 몸둘바를 몰라하면서 얼굴이 홍당무우가 되여 겨우 내가 앉은 사무상곁으로 다가오는것이였다. 난 그러는 수연학생을 일별하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수연학생, 동무와 이야기를 나누려는것이지 절대 비평하려는것이 아니니깐 시름놓소. 오늘 우리는 아무런 구애도 없이 이야기를 나눠보기오

나의 말에 수연학생은 너무도 뜻밖이고 의외라는듯 의아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면서 들어설때보다는 조금은 구속없는 표정으로 내가 가리키는 자리에 아미를 숙이고 다소곳이 앉았다. 처음 이야기는 물론 내가 여러면으로 이끌었는데 서로가 말을 주고받기 시작하여서부터 수연학생은 맑고 또렷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알고보니 수연학생은 아버지가 십여년전에 한국으로 나갔는데 그만 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게 되였으며 어머니는 한국사람을 만나 재가하여 한국으로가 어린 아이까지 딸린 상황이다보니 지금은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고있었다. 물론 어머니가 수연학생앞으로 생활비는 넉넉히 부쳐오지만 외로운 외할머니와 의지하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목마르게 살아가는 학생이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수연학생의 눈에는 어느덧 가랑가랑 눈물이 맺히기까지 하였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수연학생을 바라보는 나는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일시 감이 서지 않았다. 지금 거의 모든 학생들의 부모가 출국하여 학생들이 고아아닌 고아로 보내는것이 현실임은 낯설지 않지만 이제 사춘기에 막 들어서는 어린 학생이 이렇듯 아물지 못한 큰상처를 가슴에 그대로 가지고 공부할줄은 천만뜻밖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는 수연학생이 부모사랑 또는 부모못지 않은 사랑을 얼마나 갈구하고있는가는 그말을 하고있는 그의 눈길이 그대로 알려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갈아앉히면서 나로서는 그에게 힘이 될만한 말을 골라하느라고 짧은 시간동안 무척이나 신경을 썼다.

수연이, 동무의 마음을 충분히 리해할만하오. 이제 남은 학창생활을 보다 충실히 보내기를 바라오. 앞으로 힘이 자라는데까지 동무를 이끌고 방조해줄테니 곤난한 일이 있으면 찾아오오

선생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저도 선생님을 자주 찾겠지만 선생님께서 절 많이 찾아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나의 말에 수연학생은 좀전과는 다른 사뭇 밝은 표정을 띠면서 말하는것이였다. 그런 그의 표정이 좋았지만 그의 그 한마디 말은 나의 가슴에 큰 돌멩이를 던진듯 크나큰 파문을 일구며 좀처럼 진정할수 없게 하였다. 수연학생이 나간 문쪽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거워나는 마음을 겨우 달래며 나혼자만의 생각에 깊숙이 빠지지 않을수 없었다.

예로부터 우리 교원들을 일컬어 인류령혼의 공정사라고 한다. 그말의 의미를 파고들자면 깊겠지만 간단히 한마디로 일축한다면 교원이 한사람의 성장에 자못 중요한 역할을 일으킨다는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물의 령장인 인간은 인간이기전에 우선 동물인데 그것도 감정을 가진 고급동물이기에 인간이 된것이다. 인간이기에 사랑을 갈구하게 되며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더없이 갈망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현실적으로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고 또 얼마나 사랑에 목마를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수 없다. 한 사람의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일으키는 교원은 우선 글을 가르치는 교원이기전에 부모못지 않은 사랑을 앞세울줄 아는 교원이 된다면 그 교육의 효과는 말치않아도 가히 짐작할수 있을것이다. 주는 사랑도 한순간의 사랑보다는 모든 면을 살뜰히 보살펴주는 지속적이고 차분한 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그대로 학생의 마음에가 닿을것이며 또 마음에 닿는다면 그 나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도 많이 치유되여 보다 밝은 마음으로 매사를 대하고 보다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것인즉 그러면 말그대로 인류령혼의 공정사로서의 직책을 수행함에 손색이 없게 될것이고 우리의 학생들 역시 진정 마음으로 우러러보게 될것이며 영원히 잊지 못할 영상으로 각인할것이다. 삼복염천에 갈증으로 불타는 사람에게 약수를 선물한 사람이니깐.

뚝뚝 떨어지는 비방울소리에 나는 간신히 사색의 심연에서 헤여나올수 있게 되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그때까지도 보슬비는 처음 내리던 그대로 보슬보슬 내리고있었는데 교정에 휘늘어진 수양버들을 흠뻑 적시고 다시 큰 비방울을 만들어 땅에다 뚝뚝 떨구고있었으며 창문앞 잔디밭에는 눈에 띄우게 비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그런 풍경을 내다보는 나의 머리에는 불현듯 반짝하고 무언가 비쳐왔다. 보슬보슬 내리는 보슬비가 비록 내릴 때는 느낌정도로 작지만 차분히 오래도록 내리니 나무도 잔디밭도 모두 흠뻑 적실수 있으며 소리없이 땅속에 그대로 잦아들수 있다. 만약 우리의 학생들에게도 사소한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매사에 차분히 사랑을 몰붓는다면 그 사랑은 그들의 마음심처까지 닿을수 있을것이며 종당에는 융합과 공명이 일어날것이 아니겠는가! 보슬비같은 사랑! 참으로 마음에 드는 발견이 아닐수 없었으며 자신의 발견에 금시 마음 한쪽이 건뜻 들리면서 스스로 실실 나오는 웃음을 금할길 없었다.

종래로 꿈이 없는 나는 그날저녁 꿈을 꾸게 되였는데 꿈에 어쩌면 내가 보슬보슬 내리는 보슬비로 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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