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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5권 (66)김장혁
2023년 03월 16일 09시 24분  조회:1179  추천:1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5권

                                 김장혁

               76. 흐느끼는 포도눈동자

거머칙칙한 호텔방에서 녀인의 애교에찬 간드러진 목소리가 음란하게 추파의 꼬리를 친다.

“잠간, 좀 천천히요.

참지 못하겠는 걸, ㅎㅎ. 어떠렇게 해?”

아가씨의 교태를 부리는 소리 메스꺼울 정도였다.

“왜 그리 급한가요? 좀 천천히 살뜰하게 굴어요제가 그렇게 매력 있는가요?”

“그래. 이뻐서 죽겠어.”

“어데 이쁜가요?"

"어데나 다 그냥 이뻐."

"호호호.저는 굶은 암탉인데요. 어서 죽여줘요.”

“그래. 어디 죽어봐.”

사내의 거친 숨소리가 모텔방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천천히, 그치. 좀 살뜰하게 잘해 봐요.”

“알았다니께. 좀 가만 있으라고. 자꾸 움직이지 말고.”

젊은 녀인의 애교섞인 신음소리, 흐느낌소리 모텔 방 구석구석에 도사린 당나귀 귀청을 때렸다.

나영은 바람둥이 년놈들이 수작을 부리는 소리 듣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 

(에이구, 개쌍년들.)

나영은 시끄러워서 텔레비죤 보름을 높이 틀어놓았다. 좀 덜 듣기는 것 같았지만 의연희 개 죽을 먹는 쩝쩝 소리에 개짖는 소리로, 당나귀 우는 소리로 다 들렸다.  

주말인지라 초저녁부터 외박하는 바람둥이들이 모텔에 문턱이 다슬게 쓸어들어왔다. 년놈들은 모텔방을 한칸씩 차지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른 방의 사람들이 다 듣게 떠들며 난장판을 벌였다.

나영은 시끄러워 이불을 들쓰고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침대 하나 겨우 놓을 비좁은 모텔방에는 공기가 희박했다. 량미간을 꽉 조일만큼 공간의 압박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나영은 돈을 한푼이라도 남으려고 학원이 다닥다닥 들어앉은 골목에서 학원생들이 드는 간이방에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간고한대로 견디면서 이 쪽방촌 집 같은 찌그러진 방에 두렁허리처럼 몸을 기탁해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 따라 바람둥이들이 쓸어들어 시끄러워 못견딜 지경이였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처경에 다 이르게 됐지? 전람관에서 법을 지키면서 일반해설원으로 살았더라면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었겠는가? 다 그놈 허영심 때문이야. 다 그 놈의 탐욕 때문이야. 단위 돈을 탐오해서 일전한푼 쓰지도 못하고 단단히 곤혹을 치르고 있짢아? 이럴줄 알았더라면 왜 단위 돈에 손을 댔겠어? 다 그놈 최정호, 그놈 색마 때문이야. 그놈이 파놓은 함정에 빠졌잖아. 그 놈은 나를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고 구해주는 척 하면서 날 물어먹었잖아? 그놈은 사처로 끌고 다니면서 내 몸만 유린했잖아? 어쩜 능구렁이 같은 그 놈의 까만 속내를 보지 못하고 속혔지? 진짜 사기당했잖아. 오-우- 바보야, 멍청이야.)

나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어처구니 없었다.

그녀는 부러오르는 배를 매만지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 죄악의 열매야. 그놈 새끼, 날마다 한동이씩 싸넣던게 이게 뭔가? 그 개놈의 새끼가 내 뱃속에서 꿈틀거려?”

이젠 뱃속의 애가 드문드문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뱃속의 죄악에 찬 발버둥질 치는 애를 감지하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애를 지워버리자고 해도 돈이 있어야 지우지. 또 한국에선 마음대로 락태하지 못하잖는가?)

나영은 기실 애를 지울 돈을 벌려고 음식으로 가서 일한 적이 있었다.

음식점 허보스는 뭐나 큼직큼직하고 우둔하게 생긴 70대 령감이였다. 특별히 소머리처럼 머리통이 크고 뜨물에 빠진 돼지눈깔처럼 쌍까풀눈이 퉁사발 같이 컸다. 

허보수는 30대 초반의 나영이 음식점에 찾아간 첫날 만면에 춘풍이 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코로나도 심하게 돌아 음식점이 잘 되지 않아 일군 하나 받자 해도 얻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런 코로나 비상시기에 꽃처럼 이쁘고 젊은 녀성이 제발로 음식점에 찾아 오지 않았겠는가.

(이게 웬 떡이냐? 호박이 넝쿨채로 떨어지지 않았어?)

허보수는 달걀침을 꼴깍 넘기면서 퉁사발눈으로 퀭해 나영의 탄력있는 풍만한 몸매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나영은 허보수의 게슴츠레한 눈길이 곱진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생존을 위해선 그런 걸 가릴 새 없었다.

(늙은 령감이 어쩔라고?)

나영은 늙은 령감이라고 그리 경계를 하지 않았다. 

음식점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단골손님들은 코로나 심한 때인데도 손님들이 드문드문 들어왔다. 

나영은 웃는 얼굴로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어서 들어오세요. 반갑습니다.”

손님들은 그녀의 말투를 보고 도리머리질했다.

“중국인 아닌기여?"

"아니, 조선족이예요.”

“그래?”

손님들은 허보스한테 엄지를 내두르며 지껄여댔다.

“대박, 허보수 어디서 저렇게 이쁘고 새파란 색시 얻어왔어? 밥맛이 참 좋을 거 같애.”

허보스는 어깨 으쓱해 맞장구를 쳤다.

“허허허. 그래, 그럼 자주 와서 소주나 들라고.”

손님들은 이쁜 나영한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허보스는 손님들의 눈치를 제꺽 채고 나영을 한쪽으로 불러갔다.

“순영이, 손님들한테 소주 한잔씩만 돌리라고. 단골손님들이야. 좀 도와달라고.”

나영은 손님도 별로 없지 해 그만한 건 해야겠다고 여겼다.

“네. 알았어요.”

그녀는 보수가 따주는 소주 술병을 들고 손님 상에 다가갔다.

“아이구메. 선녀가 왔시우.”

손님들은 나영을 쳐다보며 야단쳤다.

“반갑습니다. 우리 음식점에 찾아오셔서 고마워요. 제가 소주 한잔 부어올리죠.”

“그래, 그래.”

손님들은 술잔을 쳐들며 머리를 끄덕였다.

나영은 머리를 숙이며 깎듯이 인사하고 소주잔마다 돌아가면서 술을 찰찰 넘치게 부어드렸다.

“맛있게 드세요.”

손님들은 나영을 쳐다보며 혀끝을 끌끌 찼다.

“서울말씨 좀 서투르긴 해도 말소리 얼마나 부드럽고 이뻐.” 

“참 이뻐.”

“어, 술맛 좋다.”

손님들은 나영한테도 한잔 부어주고 맛나게 술을 들었다.

이 음식점에 미녀 나졌다는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날따라 늘어났다. 

같은 값에 분홍치마라고 이쁜 색시 구경도 하고 선녀 올리는 술맛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자 허보수는 두툼한 입술이 함박만큼 떡 벌어졌다. 허보스는 나영의 로임을 50만원 올려주기로 했다.

그런데 나영은 내내 술집 아가씨처럼 사내들한테 술이나 따르고 웃음 팔고 미모 팔기 싫었다. 고민 끝에 그녀는 허보수를 찾았다.

“보스님, 중국의 溜肉段 하고 연길랭면 해서 손님 상에 올려 볼가요?”

허보스는 커다란 머리통에 온통 의아한 표정이 번져갔다.

“뭔데?”

“여기서 말하는 탕수육 말인데요. 중국 특색이 나는 료리와 랭면 하면 손님을 끌 거 같은데요?”

“그래? 중국 탕수육 할줄 알아?”

“네. 제가 锅包肉 좋아해서 집에서도 자주 해 먹었어요. 랭면도 서울 랭면보다 더 맛있게 할 자신이 있어요.”

나영은 주방에 들어가 몸을 감출 예산이였다. 필경 손님들을 맞아야 하는 것이 싫었다. 혹시 중국에서 파견된 비밀경찰 성호나 불쑥 나타날 것 같은 불길한 감이 들었던 것이다. 비록 주방도 손님상에서 환히 들여다보였지만 필경 다른 같이기에  손님들과 등지고 일하기에 상대적으로 얼굴이 덜 들어날 거 같았다.  

그런 속내를 모르고 허보수는 나영을 붙잡아두려고 그녀의 의향에 머리를 끄덕였다.

“헛일 삼아 해보지.”

나영은 주방에 들어가 팔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섰다. 한국 주방장아줌마는 코웃음쳤다.

(지가 뭘 먹게 할라고?)

주방장아줌마는 새파란 색시의 기름때도 묻혀보지 않은 것 같은 이쁜 손을 보면서 두고 보자고 흥흥거렸다.

“중국 걸배가 이젠 주방까지 차지하려고 들어?”

그러나 나영은 말대구를 하지 않고 주방에서 이것 저것 들춰내 육수물을 맞추고 랭면도 꾹꾹 눌렀다.뒤이어 기름을 가마에 붙고 탕수육도 구워냈다.

"아이구메. 저 숱한 기름 아까워 죽겠다."

주방아줌마는 탕수육을 구워내면서 가마에 부어넣은 기름을 보고 소리쳤다. 그러나 나영은 탕수육을 구워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참 후 나영이 탕수육접시와 연길랭면국수 그릇을 들고 나와 밥상에 올렸다.

“허보스님, 잡숴보세요.”

“그래.”

허보스는 저가락을 들고 탕수육을 한점 집어 너컬뜨린 입에 넣고 씹어보았다.

바삭바삭하고 쫄깃쫄깃해 맛있었다.

“아, 맛있어.”

국수를 한저가락 집에 입에 넣고 씹어보니 별 맛이였다. 육수물도 후루룩 마셔보니 시원했다.

“손님을 끌 거 같아.”

아니나 다를가. 

그날 점심에 첫손님이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벽에 새로 건 메뉴판을 쳐다보았다.

“이 음식점에서 연길랭면과 탕수육을 하는가요?”

“네.”

나영은 주방에서 기대에 찬 눈길로 그 손님을 내다보았다. 피뜩 보니 조선족이 돼 보였다. 

(아니, 어데서 딱 보던 같은데. 누구던가?)

“연길랭면에 탕수육을 주세요. 오랜만에 고향 랭면을 먹게 됐군.”

“네.”

허보수는 기뻐 어쩔줄 몰라 허리까지 꿉썩거렸다.

나영은 먼저 연길랭면을 한그릇 해서 손수 들고 나와 손님상에 올렸다.

“맛있게 드세요.”

“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손님은 나영을 쳐다보다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입을 딱 벌렸다.

“조선족 같구만.” 

“네. 그래요.” 

“그러게 연길랭면을 다 눌러 내오지. 대림에만 연길랭면이 있는가 했더니 여기서도 하는구만.”

그 손님은 연길랭면을 후룩후룩 맛있게 들었다. 뒤이어 나온 탕수욕접시도 훌딱 비워버렸다.

“아,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손님은 허보스와 나영을 보고 연신 치하했다.

“오랜만에 고향 음식을 먹으니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에 그 손님은 다른 손님들도 몇몇 데리고 자주 왔다.

나영은 보수와 토론하고 그 단골손님한테 소주 한병을 장려로 올리기로 했다. 나영은 용기를 내 손수 소주병을 들고 나가 그 손님과 데리고 온 손님들한테 한잔씩 돌렸다.

“고향 분들을 여기서 보니 기뻐요. 우리 음식점 단골인데요. 소주를 장려로 올립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가씨도 한잔 드세요.”

단골손님은 소주병을 들고 우쭐 일어났다.

나영은 마다하지 않고 소주잔을 내밀었다.

“아가씨, 이 음식점에 오면 고향 음식점에 온 거 같아 기분 좋소.”

“연길랭면과 탕수육 정말 맛있소.”

나영은 치하에 기분 나서 술잔을 내밀었다.

“자, 한잔 드세요. 자주 찾아오세요.”

“그래, 찾아오지. 찾아오구 말구. 허허허.”

“음식 맛 좋고 기분 좋아.”

손님들은 진짜 단골이 됐다. 후에 알고 보니 단골손님은 모 신문사 기자 종호라고 했다. 그는 조선족항일렬사이야기 책을 낼 출판비용을 벌려고 건설현장에 가서 고된 일을 한다고 하지 않겠는가.

사실, 종호는 어머니 림종 전에 주사 한대마저 놓아주지 않은 불효악처 류려평과 헤어지고 퇴직하자마자 한국에 훌 나와버렸던 것이다. 그는 민족의 얼을 살리려고 항일렬사들의 이야기와 항일영웅들을 두루 취재해 이번엔 두번째 실화집을 내려고 했다. 그는 출판비용을 마련하려고 건설현지에도 가보고 병원에 가서 간병원도 하면서 별의별 고생을 다 하고 있었다.   

종호는 나영한테 명함을 주기까지 했다.

"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 주오."

"네. 고마워요." 

날이 갈수록 한국이란 살벌한 세상에서 나영은 오랜 벗을 만난 것처럼 종호한테 친근감을 느끼게 되였다.

한국 손님들도 맛이 독특한 연길랭면과 탕수육을 먹으려고 줄줄이 찾아왔다. 

“연길랭면 평양랭면보다 맛이 더 있어.”

“그래, 소고기도 얼마나 많이 나와.”

손님들 치하가 대단했다.

나중에 손님들이 어찌나 많이 찾아오는지 손님상이 모자라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판이 됐다. 코로나 세월에 다른 음식점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지경인데 이 음식점은 나영의 연길랭면과 탕수육 때문에 날따라 영업이 흥성해졌다.  

허보스는 영업이 안되는 옆집 음식점도 임대맡아 손님을 모실 지경이였다.

허보스는 입이 함박만해 나영의 손을 덥썩 잡았다.

“최아가씨, 우리 음식점을 살렸어. 한달에 350만씩 줄테니 우리 음식점 주방장 맡게나.”

나영은 한국 주방장아줌마 눈치를 흘끔 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네. 그러지요.”

한국 주방장 아줌마는 살진 눈둔덕에 질투의 불빛이 번쩍였다.  

탕! 

쟁그랑! 

“나 안해! 굶어죽어도 중국 걸배 밑어서 길 거 같애?!”

한국 주방장 아줌마가 국자를 가마에 둘러메치며 행악질했다.

“안하겠으면 말앗!”

허보수도 퉁사발눈을 무섭게 희번뜩이며 으르렁거렸다,

“갈라면 가라구!”

한국 주방아줌마는 제쪽에서 더 흥흥거렸다.

“중국 년 썼다가 후회하지 말락꼬. 흥!”

나영이 주방에 들어앉자 손님은 점점 늘어만 갔다. 허보스는 일손이 딸려서 50대 중반 한국 아줌마를 하나 더 썼다. 나영은 연길냉면에 탕수육, 두루무침 등 중국 료리와 조선족 특색채를 두루 무쳐냈다. 두루무침은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오이, 당근 등을 썰어 두루 무쳤다고 해 채 이름도 두르무침이라고 불렀다. 손님들은 탕수육에 두루무침 냉채를 먹으니 느끼한 감도 없고 담백해 맛있다고 혀끝이 다슬 지경으로 치하했다.

허보스는 영업액이 하루에도 천만원도 넘어 오르자 밭고랑 같던 주름살이 쫙 펴지고 입이 함박만해졌다. 다 싹아 싯누런 이빨이 다 들어나게 헐헐거리며 나영을 혀끝이 다슬 지경으로 치하했다. 진짜 나영을 비단보에 싸서 업고 다닐 지경이라고나 할가?

그는 나영한테 뽀나스로 100만원이나 더 쥐워주었다.

“이제 몇달만 일하면 락태할 돈이야 벌겠지.”

나영은 줄줄이 들어서는 숱한 손님들의 음식을 짓느라고 온몸이 해나른해 질 지경으로 혼자 주방에서 뺑뺑 맴돌아쳤다. 손목이 다 아플 지경이였다.

그런데 허보수 저 너절한 모양 보라. 그는 뒤에서 이상한 빛이 번뜩이는 음충한 눈길로 나영의 펑퍼지만 엉덩이를 쳐다보며 달걀침을 꼴깍 삼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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