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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111 김장혁
2023년 07월 20일 08시 31분  조회:136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11.홀애비와 숫처녀의 로맨스

 

가은은 심란한 마음으로 간신히 출근했다.

그녀는 위생소에서 복화와 함께 백신 주사기랑 주어담았다. 이젠 코로나가 풀려서 직원들의 PCR검사도 날마다 할 필요없게 됐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가은이 핸드폰을 꺼내 보니 뜻밖에도 군철 총경리한테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복화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핸드폰을 들고 위생소 소장실에 들어갔다.

복화는 소장실에 대호 입귀를 삐쭉거렸다.

가은은  문을 꼭 닫아걸고 핸드폰을 쳐들었다. 

“네, 총경리님, 가은입니다. 네?”

“가은이, 퇴근한 후 이전에 갔던 태호가 정자에서 만날 수 있겠소?”

“호호호. 알겠습니다. 그리로 가지요. 네, 알겠습니다. 빠이, 빠이.”

가은은 핸드폰을 핸드빽에 넣고 한숨을 호 내쉬었다. 

그녀의 미소어린 걀죽한 얼굴에는 빨간 홍조가 귀 밑까지 피여올랐다.

가은은 군철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둥둥 하늘로 뜨는 것만 같고 비길데 없이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느꼈다. 

퇴근을 기다리기란 실로 하루가 삼추 같았다. 

가은은 퇴근하자마자  자가용을 몰고 태호가 어촌마을까지 달려갔다. 

푸르른 호수 수면에 갈매기들이 나래치고 희망의 하얀 돛배가 자유를 노래하며 하얀 물바배를 일으키면서 나래치고 있다. 

저멀리 벌써 군철의 보마차가 피뜩 보였다.

가은의 차가 다가가자 군철은 보마차에서 내려 번대머리를 번뜩이면서 마중했다.

“바쁜 걸 불렀는지 모르겠소.”

군철은 가은의 손을 잡으며 공손히 인사말을 건넸다.

“천만에 말씀을요. 저는 퇴근을 기다리는게 한시간이 삼추 같았는데요.”

군철은 가은을 데리고 자기 차에 올라탔다. 

바다처럼 무연하게 펼쳐진 태호가를 한참 달려 참대숲이 둘러서서 설레이는 자그마한 정자에 이르렀다.

군철은 황혼의 락조가 비낀 정자에서 가은과 마주 앉았다.

한참 납덩이 같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군철이 먼저 무거운 입을 뗐다.

“가은이, 어머니한테서 전화 왔습데. 제발 가은과 좋아하지 말라고.”

군철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가은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전도를 해치는 거 같아 차마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소. 우리 그만 두기오.”

가은은 금시 외씨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왜요? 저는 최총경리를 마음 속으로부터 아주 존경하고 사랑해요. 저의 심장이 높뛰는 소리를 들어봐요. 그대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높뛰고 있어요.”

그러나 군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말을 좀 듣소. 나는 애 둘이나 달린 홀애비오. 가은과 같은 숫처녀와 재혼할 자격이 없소. 또 회사도 이젠 베트남으로 가게 되오. 우리 베트남에 가서 살겠소? 미국 놈들은 대만 태적전반도체회사도 대만해협에 전쟁나기 전에 폭파해버리자고 떠벌이고 있다오. 미국 양키들은 대만 반도체기술이 대륙에 인입될가봐 겁난게지. 그런데 량심적인 태적전의 수많은 중국 기술일군들은 지금 가만히 대륙에 들어와 반도체회사를 차리고 중화민족의 반도체 꿈을 실현하고 있다오. 우리 회사는 미국 양키놈들이 중국에서의 생산과 중국시장판매를 제한하는 바람에 이젠 리윤이 4분의 1 밖에 안돼 로임도 내주기 바쁘게 됐소. 망했소, 맹해. 이젠 로임도 주기 어렵게 파산되고 있소. 나도 당장 부총경리와 전무를 다 그만두게 되오. 나는 집도 없어 세집에서 살고 있소. 뭘 보고 고생하자고 나하고 결혼하려고 하오?”

가은은 군철의 품에 와락 안기며 외씨얼굴을 군철의 꺼쓸꺼슬한 구레나룻볼에 가져다대며 뜨거운 눈물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다.

“군말 마세요. 만약 그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그 외엔 다 리유로 될 수 없어요. 저는 대공무사한 리총경리를 페부로부터 사랑해요. 애 둘이면 어때요. 저는 다 각오했어요. 저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최군철한테 시집가기로 했어요. 절데 능력 없는 바보총각한텐 시집 안가요.”

군철은 가은을 품 속에서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능력 있는 촉각도 쌔고 버렸소. 새파란 나이에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가지 마오.”

어데서 꼭 들은 소리 같았다.

가은은 핸드빽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이 글썽한 눈시울을 닦았다. 

갑자기 그녀는 머리를 쳐들었다. 

"혹시 어머니한테서 무슨 전화라도 받았는가요?"

군철은 전화를 받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내 친아버진 세상에 소문 높은 부패분자요.15년 판결받고 성감옥에 있다는 거 저도 알겠지?친아버진 남녀관계도 너무 복잡하오. 그런 부패분자의 아들과 결혼하기 무섭지도 않소? 난 첫혼인에 실패하고 애 둘이나 있소. 후엄마질하기 쉽지도 않을 거요. 설상가상으로 저네 어머닌 내 양아버지와 재혼하기로 했소. 그럼 우린 재혼한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딸이 아니고 뭐요? 우린 이젠 오누이로 되게 될 거요.그런데 어찌 오누이간에 결혼할 수 있겠소?세상 사람들을 다 웃기겠소."

그러나 가은은 마음을 고쳐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걸 다 고려했습니다. 리문걸선생과 우리 엄마 재혼해도 관계없어요.황차 리문걸선생은 당신과 혈연관계도 없는 양아버지 아니고 뭔가요?"

군철은 우쭐 일어나면서 결연히 말했다.

"친아버진 아니오. 그러나 길러준 아버지도 아버지오. 양아버진 내 친아버지나 다름없소. 절대 양아버지한테 미안한 일 할 수 없소.우리 둘이 결혼하면 아버지와 가은의 어머니 행복을 짓밟는게 아니고 뭐요? 우린 부모들의 행복한 앞날에 불효를 저질러선 안되오."

가은은 따라 일어나 군철의 팔을 잡아흔들며 통곡치면서 말했다.

"그럼 왜 양아버지 집을 다 팔아 회사 아파트건축비용으로 충당했는가요? 양아버지 집도 없어 딸 지예네 집에 얹혀 살겠구만요.건 불효가 아닌가요?"

군철은 어이없어 했다.그러나 그는 아주 내심하게 말했다.

"불효는 옳소.직원들의 아파트를 짓자고 부득불 불효를 저질렀소.이제 내 앞으로 탄 새 아파트를 다 장식하면 양아버지한테 줄 예산이오. 난 이젠 두번 다시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소. 때문에 이젠 우리 결혼 말을 다신 꺼내지도 마오.이건 가은이를 생각해하는 말이기도 하오. 난 불효자식이오.자기를 길러준 양아빠도 제대로 효성을 하지도 못하는 불효자가 어떻게 자기 색시를 아낀다고 그러오? 저네 엄마 말처럼 내한테 시집오면 한뉘평생 고생할 팔자요.고생문이 터질게오. 애도 둘이나 달린 홀애비지…"

"뭐라고?"

가은은 상큼한 콧날을 세우면서 상을 찡그렸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던가요? 어머니 정말 말이 아니군요."

군철은 혀를 홀랑 내밀었다.

"아니오. 내 실수했구만. 괜히 저네 모녀간을 싸움시키겠소. 이젠 달리 생각지 마오. 난 이젠 총경리도 며칠 할 거 같잖소. 코로나 풀리니 이젠 회사 백신공장도 망했소. 이젠 나도 백수건달이 될 거요. 날 따라 고생할 궁리는 걷어치우오.그게 제 전도를 생각해 현명한 선택이오."

군철은 가은을 뒤에 두고 정자에서 내려갔다.

"난 똑똑하고 이쁘고 새파란 숫처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홀애비오. 이젠 시간도 퍽 갔으니 집으로 돌아가오."

가은은 펄러덩 물앉아 어린애처럼 두 다리를 바둥거리면서 엉엉 대성통곡쳤다.

"최총경리, 저의 참사랑을 받아주세요. 저는 한평생 최총경리 녀자로 살래요."

그녀는 쌍까풀포도눈을 치켜뜨고 군철을 바라보면서 비장한 마음을 먹었다. 

"저를 헌독처럼 차버리면 저 태호에 풀러덩 빠져 죽고 말겠어요."

"잠간!"

군철은 질겁해 홱 돌아섰다. 

그는 가은을 돌아보며 물었다.

"뭐라고? 그러지 마."

그는 황급히 달려올라와 가은을 두 손으로 부축해 일으켜세웠다.

"절대 짧은 생각을 먹지 마오.가은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처녀야. 20대 말 새파란 나이에 전도 창창하오. 숱한 칠칠한 총각들이 가은을 기다리고 있소."

가은은 눈물을 닦으면서 진정을 토로했다.

"제가 어디 세살짜리 앤가 하는가요? 저는 최총경리를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모한지 오랜데요."

"당대표라고 그러오?"

   가은은 헉헉 흐느끼면서 군철의 품에 와락 안겼다.

"딱 그것만이 아닌데요."

군철은 목숨으로 위협하는 그녀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어야 했다.

   가은은 군철의 드넓은 품에 안겨 져가는 석약을 빌어 번대머리와 우멍눈을 쳐다보며 종달새처럼 종알거렸다. 

"그대는 우리 2천여명 직원들의 구세주인데요. 그대는 직원들한테 새 아파트를 지어 한채씩 나눠주었지요.또 회사가 파산되게 되자 그대는 중국 로동법과 회사와의 계약에 근거해 회사를 소송해 매개 직원한테 해고금 30만원씩 주게 했지요.이젠 우리 직원들이  아파트 팔면 몇백원씩 벌 수 있어 허망 나앉아도 아무데 가서도 살 수 있게 됐어요."

저멀리 반도체회사 옆으로 해 호수가에 우뚝 솟은 직원들의 새 고층아파트가 그들을 바라보며 희죽이 웃고 있었다.

군철은 겸허히 말했다.

"다 우리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요.직원들이 몽땅 들고 일어나 회사를 포위하고 부당해고금을 안 주면 회사 건물을 팔지 못한다고 시위하지 않았고 뭐요? 때문에 회사에서도 압력을 받아 30만원씩 주게 된 거요. 내 혼자 무슨 일을 하겠소?"

가은은 머리를 끄덕이며 탄복했다.

"그대는 진짜 우리 직원들의 리익을 대표해 싸운 당위 서기입니다. 참말로 당대표다와요.우린 이런 당대표를 모신 것으로 해 영광입니다."

"쯔쯔, 짧은 바지가랭이를 자꾸 춰올리지 마오."

그러나 가은의 치하는 과분하지 않았다.

"그대는 지금 우리 직원들이 허망 나앉게 되면 일자리를 마련하려고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알고 있어요.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줄 아는 그대는 꼭 자기 색시도 살뜰히 아낄줄 알리라 믿어요."

사실 회사는 당장 파산되고 박총경리마저 퇴직해 본 국으로 돌아가게 되였다. 군철은 박경리가 본국에 귀국하기 전에 회사 건물을 팔아 본사에 바쳐야 된다는 정보를 장악하였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법원에 소송한 한편 은행대부금을 맡아 개인명의로 회사 건물을 사기로 하고 매개 직원한테 부당해고금으로 30만원씩 주라고 협상하였다.

박총경리는 희죽이 웃었다.

"아우가 또 한번 날 구했네.회사 건물을 팔지 못하면 난 퇴직연금을 탈 수 없었네.난 이젠 엉치를 툭툭 털고 집에 가면 되는데유. 아우는 이 큰 회사 건물을 사서 뭘 하려나?"

군철은 이제 회사 건물에 많은 꿈을 이루려고 했다. 황선희박사와 김춘희박사, 복화, 가은과 합작해 성기능제고보건약제품을 선두로 한 주식제 제약회사도 차리고 김운선 등 기술개조소조 기술일군들과 합작해 주식제자동화설비회사를 차릴 예산이였다. 또 리문걸 양아버지와 하나의 특장을 살려 부동산개발회사를 차리고 옹기종기 들어앉은 호수를 메우고 고층아파트를 건축할 여러가지 웅대한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군철은 박총경리나 가은한테도 아직 자기 원대한 꿈을 드러내지 않고 시치미를 땄다.   

"모르는 소리, 난 나쁜 남편이오. 아들애 둘이나 낳아준 본처도 다 내친 망나니오."

"그런 말 마세요.안해가 어떻게 놀았으면 그런 못할 일을 했겠어요."

"해도 넘어갔소.이젠  집에 돌아가기오."

가은은 군철의 품에서 얼굴을 떼며 믿음에 찬 눈길로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저는 최총경리님을 믿고 영명한 선택을 기다리겠어요.저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군철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군철은 예지로 빛나는 가은의 눈길, 이슬이 반짝이는 그녀의 쌍까풀포도눈을 보며 속으로 마음을 부르르 떨었다.

 (가은아, 제발 이러지 말아라.나도 괴롭다. 나도 륙정칠욕이 있어. 가은아, 넌 나이에 비해 얼마나 총명하고 이쁜 처녀이냐?넌 얼마나 사랑스럽느냐?)

   군철은 가은을 꼭 끌어안고 우유빛 얼굴과 목을 탐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마의 노르스름한 보슴털과 까만 속눈섭마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야.ㅎㅎㅎ.

   군철은 가은을 놓아주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 누군 너처럼 이쁜 숫처녀한테 장가를 들면 좋은줄 몰라 그러겠느냐? 그러나 차마 난 두 애 아빠로서 너한테 무거운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양아버지한테도 더는 불효를 저지를 수 없어.)

 바다와 같은 망망한 호수에서는 푸른 파도가 출렁이고 호수가에 한가히 놓인 장의자 주위에서는 청초한 참대숲이 흥분에 못이겨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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