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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3) 한족본처 김장혁
2024년 07월 09일 11시 04분  조회:41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3. 한족본처   
 
 
   이상해. 분명 자살했는데 혼은 왜 정신이 올똘할까?
   육체는 죽어도 혼은 살아 있는가? 육체를 떠난 무형의 혼은 천정에 붙어 있다가도 유령처럼 육체를 따라 다니는게 아닌가? 진짜 유령이 떠다니는게 아닌가?
   “괘씸한 년!”
  내 혼은 한족본처 류려평을 보자 대번에 소름이 끼쳤다. 육체는 용광로에 들어갈 판인데 저게 뭔가? 암범 같은 저 악처가 또 왜 왔어? 진짜 악연이야. 사람은 본처를 잘 만나야 하는데. 어쩜 저런 여자 복도 그렇게 없어? 숱한 여대생을 두고 어쩜 저런 애 때 공부도 제대로 못한 막돼먹은 여자를, 독살이 센 한족악처를 만났을가? 내 팔자도 기구하지. 참.
   혼은 두 발로 염라전 문턱을 딱 뻗치다 못해 장례식장 칠성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제일 먼저 려향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빠, 살아 계셨군요.”
  려향이 나를 끌어안고 통곡치지 않겠는가!
  려평도 오늘만은 평소의 암범 위풍을 잠시 훌훌 털어버린 척하고 사타구니에 암범의 꼬리를 끼고 퉁사발눈을 희번뜩거리면서 입을 함박만큼 쫙 벌리었다.
 평소보다는 완곡하게 말한다는 소리 이러하다.
  “여보! 웬 일인가요? 편안히 갈게지. 마지막까지 곁사람들을 혼낼 작정인가?!”
  종호는 벌떡 일어나 앉아 려평을 쏘아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더러운 년, 내 죽잖는게 원수냐?”
  암범은 퉁사발 같은 쌍까풀눈을 흘기었다.
  “당신, 웬 말인가요?”
  암범의 말꼬리는 더욱 뜻밖이었다.
  “비록 함께 살진 않지만요. 우린 려향이를 낳은 아빠, 엄마 아닌가요? 30년 함께 살아 온 부부 아닌가요?”
  “퉤! 더러워. 안팎이 다른 년!”
  (그 주제에 그래도 조선말을 해? 서투르기 그지 없어. 그래도 조선족집 며느리느라고? 허위적인 한족녀편네, 네 년이 보기도 싫어.)
  웬 일일가?
  나는 다시 칠성판에 훌 들어누웠다.
  내 혼은 스리슬쩍 류려평의 퉁사발 같은 쌍까풀눈으로 해 머리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내 혼은 무형이어서 어디로 날아 다니든지 어디로 기어들어 가든지 류려평이나 려향이나 다 털끝만치도 눈치채지 못했다.
  내 혼은 려평의 어둡고 음흉한 머리를 거쳐 목으로 해 더러운 밸을 앙기작앙기작 걸어 심장 가까이 다가갔다. 려평의 펄떡펄떡 높뛰는 심장을 내다보며 코웃음쳤다. 드디어 혼은 심장에 기어들어갔다. 탐욕스런 피, 돈때 묻은 더러운 피가 쿨쿨 흐르고 있지 않겠는가.
   혼은 악처의 아랫배에 들어가 보았다. 구불구불한 밸 아랫쪽에 량쪽으로 뻗어 있는 건 뭔가?
   그게 수란관이지.
    오, 그 어구지에껀 뭐지?
    자궁이야.
    오, 그렇구나. 건데 자궁이 왜 한 절반 잘리워 나갔지?
    것도 몰라? 암범이 바람 피우다가 매독에 걸려 자궁까지 다 썩어버렸지. 그래서 한 절반 썩은 걸 수술해 버렸지.
   와- 세상에, 저렇게 환하게 생긴 여자 그런 일도 다 있어? ㅋㅋ.
  뒤이어 심장을 꿰지르고 건너가 류려평의 마음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뭐야?
  암범의 음흉한 마음 속이 환히 드러나지 않겠는가.
  류려평은 말로는 문안하러 왔다지만 마음 속으로는 악착한 궁리를 하고 있지 않겠는가.
  “저게 어째 썩어지지 않니? 지레 목을 끊을 거지. 왜 손목을 벴어? 언제 끝을 보겠니? 꽤나 질기구나.”
  내 혼은 깜짝 놀라 고함쳤다.
  “뭐라고? 더러운 년! 문안허러 온게 아니었구나. 내 죽기를 그렇게도 바라느냐?”
  류려평은 깜짝 놀랐다.
  “아니, 내 뭐랬다고 그래요? 아무 말도 안한 착한 안해 보고 뭔 욕설인가요?”
  그녀는 허리를 구부정하고 구정물에 뛰어든 돼지 쌍까풀눈으로 병상에 누운 종호의 얼굴을 빤히 돌아보았다.
  (분명 병상에 누어 눈을 딱 감고 있는데. 어떻게 내 속궁리를 알까? 이 놈이 혹시 관심법을 써서 내 속을 환히 꿰뚫어 보는 건가?)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진짜 악연이야. 내 이런 조선족놈한테 시집 온 것부터 악연이야. 대학생이라고 이런 조선족 놈한테 시집 와서 한뉘 고생하지 않는가?)
  내 혼도 류려평의 뱃속에서 콧웃음쳤다.
  “흥! 나도 시내에 남자고 너 같은 똥되놈한테 장가간게 후회된다.”
  “아니?”
  류려평은 허리를 펴며 놀랐다.
  (분명 내 뱃속에서 종호의 목소리가 들리잖아? 귀신이 장난해?)
  분명 종호는 병상에서 희죽이 웃고 있지 않겠는가?
  (저 놈이 자는 척 하면서 다 듣고 있는 거 잖아?)
  류려평은 너무 이상해 려향을 돌아보았다.
  “얘, 금방 아빠 뭐라고 말하는 거 들었니?”
  “네?”
  려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못 들었는데요. 뭐랍디까?”
“아니, 혹시 뭐라던가 해서.”
웬 소리인가?
하얀 벽을 배경으로 숱한 하얀 옷들이 모여와 부동한 내심을 담은 눈길로 나를 들여다본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눈까풀을 번지는게 아닌가?
“괜찮아요. 아마 가짜 죽음(假死)인거 같아요.”
“뭐? 그럼 아빠 살아있단 말인가요?”
상해에서 특별히 왕진 온 김춘희 박사가 결론을 내리었다.
“그래요. 이제 며칠 있으면 스스로 일어날 거요.”
“아이고, 내 아빠, 살아 계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려향은 기뻐 어쩔줄 모른다. 내 혼이 천정에 붙어 볼라니 그 애는 칠성판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훌쩍훌쩍 운다.
(이게 웬 일인가? 저 하얀 옷을 입은 녀자, 춘희 박사 아닌가? 쌍까풀눈을 봐. 아니, 춘희 박사는 외까풀눈인데. 아님, 황선희 박사인가? 김박사하구 황박사는 남방에 가지 않았던가? 군철이네 회사 병원에서 일했다던데. 회사 전무 군철한테 제명당하지 않았던가? )
나는 분명 장례식장 칠성판에 누워 있었잖은가? 이게 화장터 아니고 어디란 말인가? 한어로 쓴 화장터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한글로 “특급구급실”이란 글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긴 한국인가?)
내 혼은 육체를 떠나 천정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링겔 쇠걸개에 사뿐 내려 앉아 매달리지 않겠는가.
나는 혼이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본 적도 친한 적도 없다.
그런데 혼은 내 육체 가까이 다정하게 다가오더니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여긴 화장터 아니고 병원 특급구급실이군요. 아마 되살아날 거 같아요.”
내 육체는 칠성판에서 또 벌떡 일어났다.
“뭐? 안돼! 날 제발 살리지 말라!”
그때 누군가 내 귀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지 않겠는가.
“살아 있는 모든 이는 모두 당신의 어머니오. 세파의 바람에 멍든 당긴의 가슴은 지금 너무 우울해 정신 이상에 걸린 거 같소. 당신은 지금 세상만사를 다 팽개치고 평안을 찾으려 하고 있소. 모든 이를 다 미워하고 있는게 진짜 중병이오.”
나는 칠성판에 되들어 누우며 저도 몰래 나직이 두덜거렸다.
“개소릴 작작 쳐라. 그래 류려평, 정호, 저 더러운 년놈들을 보기 싫어한게 잘못이란 말인가? 저 년놈들이 어떤 물건짝들인지 아는가? 려평인 시어머니 죽으라고 모든 걸 못 본 척 하면서 돕지 않은 개쌍년이야. 불효녀야. 내 엄마 마지막길을 톺아오르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도 주사 한대 놔주지 않은 년이야. 언제 숨이 떨어지겠는가 고대한 년이야. 엄마 인차 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뭐랬는지 아는가? ‘아이고, 이 로친이 아직도 죽지 않았어? 이제도 며칠 밤낮 마지막까지애를 먹일 작정인가?’ 한족며느리 저주하는 소릴 듣고 엄마는 한을 품고 눈도 감으시지 못했다. 려향아, 네 에미도 사람이냐? 사람 가죽을 쓴 암범이야, 아니, 녀악마야. 지금 또 내 죽지 않는다고 속으로 저주하고 있어.”
려향이 뾰로통해 두덜거리었다.
“아빤 왜 엄마를 욕해요? 좀 없는 소릴 작작 하세요.”
“려향아, 내 혼은 녀악마 속으로 들어가 저주하는 소릴 다 들었다. ”
뭐야?
류려평이 말대구 소리 내 귀에 똑똑히 들린다.
“그만해요. 내 아버지 덕분에 농촌에서 살던 시어머니와 시동생들을 몽땅 시내 호적에 올려주고 잘 살게 했는데. 배은망덕해? 날 욕해요?”
류려평의 넉두리는 끝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려향이 보기 구차해 그러는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잖겠는가.
그러나 종호는 려평의 뱃속으로, 아니, 마음 속으로 기어들어간 혼 덕분에 그녀의 속알멀치를 다 알고 있어 곧이듣지 않았다.
(우리 그때 어디 숨이나 크게 쉬면서 살았는가? 30평방 밖에 안되는 두간 방에서 시어머니, 시동생들까지 해 일곱식구가 살지 않았는가요?”
암범은 남이 들을가 봐 그러는지 좀 목소리를 낮추더니 례의를 갖추면서 말하려고 애쓰는게 알리었다.
(밤마다 당신 주책 있었는가요? 미닫이 건너 아래 방에서 숱한 보초군들이 귀를 도사리고 있었는데도 밤마다 달려들었죠. 나는 발로 차버리면서 마구 꼬집어놔도 당신 청춘의 불길과 기갈을 막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숨을 딱 죽이고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에 맞춰 밀고 당기면서 살지 않았던가요? 그래도 난 한마디 원망소리 없이 시집살이를 하잖았던가요? 진짜 어찌 시집살이 신물이 났으면 난 ‘시’자 들어간 건 다 싫었지요. 시금치도 사먹지 않았지요. 그렇게 좋아하던 짜릿한 애정시도 감상하기 싫어지었지요. 당신은 살림에는 관심이 없고 로임만 타면 절반씩이나 떼내 취재비용으로 썼고 숱한 돈을 팔아 책을 내군 했죠.  가정 살림살이할 돈을 다 책에 처넣고 어떻게 산단 말인가요? 나중에 집까지 다 팔아먹고 허망 나앉지 않았는가요? 책을 내서 남은게 뭔가요? 다 허영심에 차서 ‘리종호’ 이름 석자를 기념비로 새기자는 것 밖에 또 뭣이 있는가요? 당신은 자기 이름 석자 때문에 가정을 말아먹은 나쁜 사람이예요. 퇴직하면 그만 두겠는가 했죠. 그런데 뭔가요? 퇴직하니 고삐 끊은 들말처럼 한국까지 나와 책을 내느라고 미쳐 날뛰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우린 졸혼하고 서로 제 갈 길을 가기로 했지요. 당신은 졸혼해도 책 내는 거 밖에 모르는 본성을 고치지 못했지요. 난 가정살림을 모르는 당신 같은 바보, 그런 바보 나그네 믿고 살 수 없었지요. 이혼하는 길 밖에 없어요…)
종호의 혼도 려평의 뱃속에서 대성질호했다.
“관둬! 더러운 년. 넌 악처야. 여악마야.”
“난 이 집에서 며느리 못해!”
려평은 내 보기 싫어 장례식장 문을 박차고 훌 나가 버렸다. 숱한 상객들은 문귀에 끼운 암범의 꼬리를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려향은 어머니 너무 한다고 속으로 욕했다.
혼이 천정에 매달려 볼라니깐. 숱한 상객들이 려평의 뒤꽁무니에 대고 손삿대질 하더구나.
화장터 철문이 열리는 드르렁 아츠런 소리 들린다. 아마 이젠 내 육신을 태우려고 불아궁이에 쓰르르 미끄러져 가는 거겠지. 악처 류려평이 좋아할 시각이 닥쳐 왔구나.
(이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저승에서 편안히 보내자.)
“아빠, 구급실에서 나가 좋은 병실에 옮겨가니깐요. 근심 말아요.”
(뭐라고? 려향아, 날 어디로 밀어가? 날, 응? 제발 가게 놔둬라.)
나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이 천근무게나 되는 거 같아 떨어지지 않는다.
내 혼도 바보로 됐는가? 어쩜 천정에 매달려 있다가 링겔 쇠걸개에 매달려 내 육신을 따라 움직이지?
(야, 이 놈 혼아, 날 따라 더러운 세상으로 가지 말라. 네 놈은 훌훌 날아서 지상낙원으로 가야 해. 아니, 하늘 나라에 가야 해. 시람의 육신은 죽었는데 혼은 정말 살아 있단 말인가? 분명 나는 손목을 잘라 자살했잖은가. 그런데 려향이 울음소리나 낯도 모를 녀성들이 주고 받는 말소리도 똑똑히 들리지 않는가. 그래 사람은 죽어도 혼이 살아 있어? 그럼 혼은 육신을 떠나지 말아야겠는데. 그래야 살아 있는 건데.)
고약한게 사람의 마음인가 봐. 종호의 혼은 딸 려향이를 보고 삶의 미련의 꼬리를 놓고 싶지 않은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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