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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36) 색바래진 관념 김장혁
2024년 09월 04일 11시 10분  조회:7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장편소설 황혼 제2
     
            김장혁

 
           36. 관념

 
    정인군자와 아가씨들이 모여 맥주를 드는 자리에는 한락이 넘쳐 흘렀다.
    종호는 공용저가락으로 명태랑 오징어랑 나영과 지영이, 려향이한테 일일이 집어주고 나서 화제를 돌렸다.
    “나영이랑 지영이랑 글을 쫌 쓰면 어떠오. 그 아까운 지식과 생활을 랑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소.”
    그러자 지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번에도 말씀드렸지만요. 글을 써서야 어디 죽벌이라도 하겠습니까? 작품 발표는 진짜 하늘의 별따기인데요.”
   그녀는 자기한테 눈길을 돌리는 종호와 나영을 둘러보며 뒷말을 이었다.
    “한번은 동화를 하나 써가지고 한 잡지사 책임자를 찾아갔지요. 그러니 그 책임자는 내 동화를 보더니 이렇게 묻지 않겠어요. ‘고양이가 어떻게 핸드폰을 받소? 동화라면 고양이 특성에 맞게 써야 하오. 고양이가 나무에 바라올라간다거나 쥐를 잡는 건 괜찮지만. 그러나 고양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위치추적한다는 건 말도 안 되오.’ 그 편집은 그 리유로  동화를 못 낸다고 하잖겠어요. 저는 그 소리에 그만 억이 막히던데요.”
   “호호호.”
   “하하하.”
   모두들 폭소를 터뜨렸다.
   훌쩍이던 려향마저 희쭉 웃었다.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책임자란 분은 과학동화의 추세도 모르는구만요. 과학동화에서 고양이 핸드폰을 치고 볼수도 있지요.”
   지영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아마 시대에 뒤떨어진 이인화동화나 쓰라는 거겠지. 근본 과학동화를 모르더라구요.”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후부터 난 동화를 쓸 생각이 하나도 없어요. 어디 애나게 동화를 써도 파스될 수 있겠는가요? 애나 태웠지.”
   그러자 나영도 한마디 보탰다.
   “나도 그런 일은 있소. 내 대학을 금방 졸업한 후 소설을 쓰겠다고 나섰댔지. 그런데 련애소설이라고 썼는데 편집부마다 다른 이유로 수개의견만 제기하고 안 내주더란 말이오. 그 원고를 열여섯번이나 고쳤는데 끝내 발표하지 못했소.”
   려향은 입을 짝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열여섯번이나 수개했다구요?”
   “진짜 그랬어.”
   “그 수개로 전람회라도 열수 있겠어요.”
   지영은 한마디 했다.
   “아마 편집들도 직권을 리용해 얻어먹으려는게 아닌지?”
   나영도 동감을 표시했다.
   “혹시 술 한잔이라도 사 먹였더라면 내주지 않았을까?’
   지영은 손사래를 쳤다.
   “어이유, 그만 둬. 술 사 먹이고 동화를 내 뭘 해? 나도 술이나 사먹이면 내주지 않을가고 생각해 보았댔어. 그런데 어쩐지 그 늙은 편집이 싫더란 말이야. 자꾸 음충한 눈길로 내 치마 밑 허벅다리를 흘끔흘끔 도적질해 보던게 술을 먹고 달려들면 어쩌겠소?”
    “ㅋㅋㅋ”
   나영은 낄낄낄 웃고나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국에서 내 그 소설을 냈단 말이오. 한국 편집은 술 한잔 먹잔 말도 하지 않고 아주 인기소설이라고 인차 내주지 않겠소?”
   지영은 도리머리를 홰홰 내저었다.
   “그러니 편집마다 편집관념이 다른 관계오. 작가는 진짜 뼈를 깎아 글을 써낸단 말이오. 편집들도 작가의 심혈이 깃든 작품을 존중했으면 얼마나 좋겠소?”
    그러자 종호는 맥주잔을 들고 권했다.
    “자, 맥주를 쭉쭉 들고 이런 문제를 좀 얘기해 보기오. 요즘 내 황혼기에 들어선 로인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가 해서 글을 좀 쓰려고 하오.”
    나영과 지영이 종호한테 호기심에 찬 시선을 보냈다.
    “현실생활을 다룬 칼럼이랄가, 수필이랄가. 그러루한 글 말이오.”
    “네- 리사장님, 이제야 현실생활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군요. 꼭 희트를 칠 거예요.”
    “들어도 보지않고 히트는 무슨 히트오? 그저 황혼기 인생에 실용적인 글을 쓰려고 할 뿐이오. 내 말을 들어보고 견해를 말해 보오.”
    종호는 뒷말을 이었다.
    “요즘 난 로인들의 생활을 찬찬히 관찰해보면서 낡은 관념을 갱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소.”
    나영과 지영은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낡은 관념을 고쳐야죠. ”
   종호는 아주 심중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한 로인은 눈보라 휘몰아치는 그 추운 겨울에 5리나 떨어진 도서관에 가서 잡지를 빌어 보더구만. 물론 그 로인은 돈을 절약하고 걸으면 운동도 돼 일거량득이라 여겼소. 한해에 돈 얼마 안 내면 잡지를 집에까지 배달해주어 얼마나 편리하오? 그런데도 고만한 돈 때문에 달마다 힘들게 걸어다닐게 있는가? 눈이 내린 날 미끄러운 길을 걷다가 로년에 넘어지면 어쩌오? 골절이라도 생기면 치료비가 잡지값만큼만 들겠소? 골절로 오는 통증은 또 얼마나 고통스럽겠소? 이게 다 소비관념문제라고 보오. 우리 로인들은 옛날 가난한 환경에서 오래동안 살아와서 절약관념이 머리에 딱 박혀서 이러오.”
     나영이 동감을 표시했다.
    “그래요. 그런 낡은 관념을 개변해야 해요. 좀 말하기도 창피한데요. 저의 이모는 예순이 넘었는데요. 돈이 아까워 화장실에서 위생종이를 쓰지 않고 글쎄 낡은 옷을 가위로 벤 천쪼각을 쓴대요.”
    지영은 저가락으로 락화생을 집다가 입을 딱 벌리며 나영을 쳐다보았다.
    나영은 계속 뒷말을 이어나갔다.
    “이모는 자식이거나 손님이 집에 오면 체면 때문에 천쪼각을 부랴부랴 치우고 아까운대로 위생지를 화장실에 갖춰 놓습니다. 돈 한푼이라도 절약하려고 그러겠지만 틀린 소비관념이죠. 별의별 세균이 다 슴배인 낡은 옷 천쪼각을 쓰면 항문과 하신에 세균이 침입해 염증이나 더 중한 병에 걸릴수도 있잖아요? 특히 안로인들은 천쪼각으로 소변을 보고 하신을 닦으면 부산과병에 걸릴수도 있지요.”
지영은 듣다못해 기 막혀 입을 열었다.
    “옛날 해방 전처럼 생활이 가난해 위생지도 없을 때 녀성들이 위생지 대신 천쪼각을 썼다는 말은 들었소. 그런데 생활수준이 제고된 지금 천쪼각을 다 쓰다니오? 그런 문명치 못한 소비관념을 버려야죠.”
    지영도 피뜩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도 한마디 했다.
    “저에게는 칠순고개를 바라보는 고모가 있는데요. 저의 고모는 집 가까이에 남새상점이 있는데도 눅은 남새를 사려고 늘 자전거를 타고 몇킬로메터 떨어진 남새도매상점으로 다녔습니다. 일본에 있는 아들딸 셋이 어머니가 상할가 봐 말렸지요. 자식들은 남새를 살 돈을 푼푼히 부쳐보냈건만 고모의 소비관념은 개변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눈 내린 날에 자전거를 타고 남새도매상점으로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미끌어넘어져 다리에 심한 골절상을 입었댔습니다. 결과 십여 년동안 남새도매상점으로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절약한 돈을 골절상 치료비로 다  처넣고서도 치료비가 모자라 자식들의 신세를 입어야 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요. 고모는 골절로 인해 생활을 자립하지 못해 본인은 두말할 것 없이 고통스러웠고 로친을 간호하는 고모부도 얼마나 힘겨웠겠습니까?  이건 그릇된 소비관념이 낳은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호는 너무 기차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었다.
    지영은 뒷말을 이었다.
    “우리 큰고모는 이른 남새철에 갓 장마당에 나온 생신한 오이나 가지는 비싸다고 사지 않고 저물어가는 늦가을이 다 돼 몇십전씩 할 때에야 늙고 시든 오이를 사서 먹었댔습니다. 고모부가 생신한 오이와 가지를 너무 먹고 싶어서 어쩌다 사오면 비싼 걸 사왔다고 야단쳤지요. 고모는 돈이 없어 그랬을까요? 아니죠. 부교수급 의사 로임이면 생신한 오이나 가지를 사 잡숫지 못할 가긍한 처지는 아니지요! 이뿐이 아닙니다. 고모는 고모부한테 항상 제일 눅고 질이 차한 근들이소주를 사서 대접했지요. 아들이 왔다가 몇십원짜리나 몇백원짜리 소주를 사다가 아버지를 대접하면 기가 넘어갈 지경이였죠. 심지어 아들 덕분에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후 고모는 먹다가 남긴 멀건 국물마저 비닐주머니를 달라고 해 퍼담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모는 먹다 남은 멀건 국물이 아까운 건 알아도 어찌 아들며느리 낯이 깎이우는 건  생각지도 못했지요! 웃지도 울지도 못할 희극이죠.  모두다 그 놈의 시대에 뒤떨어지고 좀스러운 소비관념이 머리에 꽉 들이박혔기 때문이 아니고 무었이겠습니까!”
    “집으 가자!”
    갑자기 성림이 떼를 썼다.
    “오, 그래. 조금만 더 듣고 가자.”
   그 애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너무 지루했던 것이다.
    나영은 성림을 달래려고 들었다.
   “어른들이 얘기하는데 이럼 못 써!”
    “안돼. 난 혼자 집에 가겠어.”
    성림은 진짜 오쫄 일어나더니 문께로 쫑드르르 달아나갔다.
    “안돼!”
    나영은 문 밖에까지 뒤쫓아가 성림을 붙잡았다.
    “혼자 어디로 가? 엄마를 잃어버리려고? 좀 이모 말을 더 듣고 가자.’
   “안돼! 숙제 해야 해. 안 그럼 내일 선생님한테 혼빵 나.”
   나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성림을 안고 들어왔다.
   그녀는 종호와 지영의 눈치를 곁눈질하면서 성림을 다독였다.
    “조금만 더 듣자.”
   종호는 제꺽 성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달래였다.
   “성림이 이젠 다 컸구나. 성림의 말 맞아. 우리 말만 해 되오? 성림이 숙제 하는게 더 중요하지. 우리 냉면이나 먹고 일어서기오.”
   뒤이어 려향을 보고 분부했다.
   “냉면이나 가져 오라고 해라.”
    “예."
    려향이 저쪽으로 가서 점원과 뭐라고 말했다.
    드디어 냉면이 올랐다.
   종호는 성림의 볼을 매만져주었다.
   “요놈이 이젠 제법 조선말을 잘하는구나. 갓왔을 땐 조선말을 잘 못하더니. 참. 기특하다. 성림이.”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래요. 고향에 있을 땐 조선족학교인데 애들이 한족말만 하고 조선말을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조선말 잘 못했지요. 그런데 언어한경이란게 무섭죠. 한국에 나온 후 한어말을 써먹을 데 없으니깐요. 조선말을 하기 시작하잖겠어요.”
    순간 사막의 마로토너는 대견한 눈길로 성림을 바라보았다. 그는 또 모래바람이 휘몰아 불어치는 사막을 련상하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나영은 냉면그릇을 성림이 앞에 놓고 자기 그릇의 냉면을 들어 주었다.
    “아니, 랭면 한 그릇 더 가져오기오.”
   성림은 냉면그릇을 되 엄마 앞에 밀어주었다.
    “난 배불러 안 먹겠어. 빨리 먹고 가자!”
    “그래. 그래.”
    나영은 성림을 달래면서 바삐 저가락을 들어 냉면을 후루룩후루룩 먹었다.
    “성림이 속산을 잘하지? 한국에 나와서 잊어먹지 않았지? 여기서 좀 표현해보라.”
    지영이 불쑥 좋은 제안을 내놓았다.
    성림은 이전 속산학원 선생님인 지영을 쳐다보면서 부르는 숫자를 귀담아 들으면서 속산법으로 암산하기 시작했다.
    성림은 고사리손을 밥상에 올려놓고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건판을 치듯 밥상을 살짝살짝 치며 세자리수 20여개나 척척 암산했다.
    지영은 숫자를 부르다가 딱 멈췄다.
    “됐다. 합계 얼마냐?”
    성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차게 대답했다.
    “2989!”
    지영은 환성을 질렀다.
    “딱 맞구나!”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냈다.
    다른 상 손님들도 성림이 속산하는 모양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그새 모두들 냉면을 맛있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성림은 긴장했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을 활짝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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