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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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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61)
2017년 01월 25일 11시 15분  조회:196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3. 토지개혁

       이튿날 이른 아침에 쏘련홍군과 항일유격대 대부대가 도착하였다. 성칠은 항일유격대를 령솔해 쏘련홍군과 함께 일제 동만통지중심인 룡정으로 쳐나갔다. 그들은 순식간에 용정 영사관을 점령하고 쏘련홍군과 항일유격대 진붉은 기발을 영사관 꼭대기에 꽂아놓았다. 뒤이어 지하감방 대문을 까부시고 항일투사들을 구해냈으며 일제가 도망치면서 버린 무기창고에서 탄약과 폭파약, 총기들을 거둬내고 일일이 등록하였다. 이로써 일제가 동만에 대한 반세기 넘은 통지는 종말을 고했다.
      용정은 해방했다. 하지만 성칠 대장은 친일주구 한철주와 똘만이 놈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최동욱 중대장은 안해를 릉욕한 가메다 놈을 간도에서 줄곧 찾았지만 끝내  놓치고 만 것이 줄곧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혹시나 해 성칠 대장과 최동욱 중대장은  유격대를 거느리고 용정통감부 간도파출소로 쳐들어갔다. 그런데 스쯔이로 소장놈을 괴수로 한 일제 경찰들은 꼬리빳빳해 도망친지도 오랬다. 평소에 중조 인민들 앞에서 군도를 차고 거들먹거리던 일본 순사놈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혹시 용정이 목표가 커 위험하다고 이 놈들이 진수해로 도망쳐 숨지 않았을가? 진수해에 숨으면 살 거 같은가?)
    성칠은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였다.
    기준은 몇몇 유격대원들과 함께 문화거리에 있는 교회당으로 가 보았다. 그러나 이전에 기준을 여러 모로 도왔던 죤슨 신부는 귀국한지 오래였다. 교회당은 일본 놈들의 봉쇄로 하여 문설주에 거미줄이 얼기설기 늘여져 있었다. 
      중조인민들은 룡정거리에 뛰쳐나가 환호했다. 그 속에는 중년애국자 림민호 외에도 정규성, 박규찬, 정일권, 최윤갑  등 대성중학교와 은진중학교, 명신녀자중학교, 도흥중학교 남녀학생들도 끼여 있었다.
그들은 목이 터지게 구호흘 불렀다.
      "민족해방 만세!"
      "동북해방 만세!"
      "중국 공산당 만세!"
      "민족독립 만세!"
       거리는 횐희로 세차게 파도쳤다.
      얼마나  기다리던 민족의 광복인가! 얼마나 많은 각 민족 선렬들의 선혈로 바꿔온 해방인가!  
      성칠은 쏘련홍군과 항일유격대가 룡정에서 해방기념대회와 악패 한간과 지주를 처단하고 대오를 휴식정돈하는 틈을 타서 소분대를 거느리고 다시 함흥촌에 되돌아왔다.
     그는 창준과 기준 두 동생과 누이동생 곰순 그리고 조카들과 함께 천지꽃산 동쪽 양지바른 산중턱에 모신 두 어머니 산소를 찾아갔다.
그는 어머니 산소 앞에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더니 대성통곡쳤다.
“어머니-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옵소서. 어머니 돌아가실 때에도 찾아오지 못했습니다. 어억억, 헉헉헉."
창준과 기준 그리고 곰순 등 식솔들도 모두 꿇어 엎드려 대성통곡을 쳤다.
성칠 대장은 울면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생전에 어머니는 그렇게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건만 이 불효자식은 어머니 생전에 모셔 가지 못했습니다. 하루 속히 일본 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어머니를 고향에 모셔 가려고 했건만 이제야 어머니를 찾아 왔습니다. 아직도 우리 원수 일본 놈들과 한철주 같은 친일주구들을 다 처단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놈들은 수많은 우리 조선의 아들딸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습니다. 당신네 맏며느리도 일본 놈들과 영용하게 싸우다가 장백산 밀림에서 장렬히 희생됐습니다. 이제 이 맏아들은 조선 고향에까지 쫓아가 일본 놈들을 몰아내고 한 하늘을 쓰고 살 수 없는 원수 친일주구들을 싹 쓸어버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고향 땅에 모셔 가겠습니다."
그 말에 창준과 기준은 서로 마주 쳐다보았다. 사련과 수월은 며느리들을 데리고 제사상을 차렸다.
모두들 성칠의 뒤를 이어 제주를 붓고 큰 절을 올리었다. 저쪽 천지꽃산과 소서구 북쪽 산에서 장 꼬마와 유격대원들이 총칼을 쥐고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이때 병완이 상순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 왔다.
그는 성칠을 불러 한쪽으로 가서 조용히 말했다.
“어제 저녁에 말할 새 없어 토론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 유격대를 따라 조선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자.”
성칠은 한숨을 후 내쉬더니 아버지에게 정중하게 권고했다.
“아버지, 고향이라고 무턱 대구 갈게 아닙구마. 먼저 제가 고향에 가 정황을 잘 알아 본 후 집 식구들을 데리고 나옵소.”
병완은 성칠에게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기 있으면 아직도 장학산이나 조덕림 같은 중국 지주들과 죽기내기로 싸워야 할 거 같아. 그 놈들이 땅과 집을 순순히 내놓자 하겠니? 고향에 돌아가 자기 땅이나 찾아 농사를 짓고 조상들의 산소를 잘 모시면서 살자.”
성칠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함흥 촌에서 총을 들고 국민당 군과 중국 지주놈들과 싸워야 합니다. 이계삼과 허영주는 지방에 남아서 함흥 촌과 부근 마을에 인민민주정권을 세우고 군중들로 인민무장 대오를 건립해 국민당군과 맞서 싸우면서 군중들을 보호하게 됩니다. 절대 지주 무장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병완은 시름을 놓지 못했다.
“그럼 네 먼저 나가 봐라. 난 여기 가을이나 다 해놓고 나가 보겠다.”
성칠은 아버지 두 손을 꽉 잡고 간곡히 부탁했다.
“예. 그렇게 합시다.”
뒤이어 성칠은 총을 들고 사위를 살피던 상순을 불렀다.
그는 상순과 아버지를 바라보며 정중히 말했다.
“아버지와 상순은 먼저 중국 공산당조직에 들어서 이계삼과 허영주를 협조해 여기 토지개혁부터 잘 하십시오. 지주들을 청산해 집과 땅,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 주십시오. 아버지와 상순은 인차 입당해야 합니다.”
상순은 인차 “예, 중국 공산당에 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병완은 좀 주저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공산당에 들겠느냐? 아무 일도 해 놓은 게 없는데.”
성칠은 아버지와 상순의 손을 굳게 잡으면서 확신에 차 말했다.
“아버지와 상순 조카는 이미 항일전쟁 때부터 중국 공산당과 유격대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입당조건이 진작 구비됐습니다.”
이때 이계삼과 허영주가 올라 왔다.
“동무들이 마침 잘 왔소. 마을로 내려가기요.”
성칠 대장은 다시 어머님들의 산소에 제주를 붓고 큰절을 올리고 나서 묵묵히 산소에 머리를 숙이었다.
그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이계삼과 허영주와 먼저 산으로 내려가면서 아버지와 상순의 입당문제를 제기했다.
이계삼과 허영주는 마을에 내려와 병완과 상순을 촌공소에 불러갔다.
그는 병완과 상순을 번갈아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혁명의 수요에 의해 김병완 동지와 김상순 동지를 중국 공산당조직에 가입시키려고 합니다. 두 분은 중국 공산당조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합니까?"
병완은 “중국 공산당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소. 그러나 난 중국 공산당을 위해 해 놓은 일이 없소. 오히려 막내손자 상순이 더 많은 일을 했소.”
인삼 중대장은 정중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두 분은 벌써 몇 해 전부터 당을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우리 유격대에 통나무집을 지어 주었고 적후에서 농사를 짓구 장사를 해 유격대에 쌀을 지원했습니다. 이번 지학사를 나포할 때에도 두 분은 목숨을 내걸고 용감히 싸웠습니다. 당에서는 함흥 촌의 민심의 중심에 선 김병완 동지와 김상순 동지가 수요됩니다. 당을 따라 한평생 혁명하려는 하나의 진 붉은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상순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공산당은 우리 가난한 백성들에게 땅을 주고 집을 주었는데 우리 어찌 당을 따라 혁명하지 않겠습니까? 난 당을 따라 한평생 목숨을 걸고 싸우겠습니다.”
“좋소. 김병완동지도 말합소.”
병완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당을 따라 한평생 싸우고 싶소. 허나 솔직히 말해 난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소. 조선에 가면 자네들 중국 공산당을 위해 일할 거 같지 못하오. 입당한 후 자네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면 양심상 미안할 거 같소.”
이계삼은 반색하며 병완의 두 손을 잡았다.
“근심하지 맙소. 일제를 몰아내구 국민당을 쳐 엎고 중국을 해방하는 사업을 하다가 가히 조선에 나가 조선 혁명을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됐네.”
병완은 이계삼과 허영주의 두 손을 굳게 잡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난 조선에서 일본 놈들의 경찰국을 무너지게 만들고 피신해 쪽박을 차구 중국에 왔네. 이국 타향에서 손바닥만 한 땅도 없이 우리 일가는 진짜 중국 지주들의 눈치를 보면서 굶어 죽을 번 하면서 살아 왔네. 허나 이젠 공산당에서 집도 주구 밭도 주는데 내가 왜 공산당을 위해 일하지 않겠는가? 난 목숨을 걸고 당신들을 따라 혁명하겠네.”
이계삼과 허영주는 병완과 상순의 손을 굳게 잡았다.
“우린 두 분을 믿고 당 조직에 받아들이겠습니다.”
이계삼과 허영주는 병완과 상순에게 중국 공산당 조직의 규약을 구두로 말해주고 그들의 문화수준을 고려해 구두로 신청을 받은 후 입당수록을 한 후 서류를 작성해 두었다.
뒤이어 병완과 상순은 진붉은 당기 앞에서 이계삼 서기와 허영주 조직위원과 인삼 중대장을 따라 입당선서를 했다.
“…우리는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종신토록 분투하겠습니다.”
선서가 끝나자 이계삼은 자리에 앉으면서 자못 엄숙하게 말했다.
“우린 오늘 아주 출중하게 능력 있고 훌륭한 두 분으로 당조직에 신선한 혈액을 보충했습니다. 이젠 함흥 촌에 당원이 넷으로 발전했기에 한개 당 지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당 지부 서기를 맡고 허영주동지가 조직위원을 맡고 김상순 동지가 선전위원을 맡기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상순은 이계삼에게 “할아버지에게 선전위원을 맡깁소.”라고 한마디 했다.
이계삼은 “이건 조직의 결정이오. 김병완 동지에게는 더욱 무거운 짐을 메게 할까 하는데 함흥 촌의 촌장을 맡아 줍소.”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김병완은 저으기 놀란 듯이 움찔하더니 바로 앉으면서 손사래를 저었다.
“아니오. 난 촌장을 할 재목이 아니오.”
허영주가 옆에서 해석했다.
“우리 당 지부는 한동안 지하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됩니다. 때문에 이서기와 나 그리고 김병완 촌장과 민병소대장 상순동지가 중공 당원이라는 걸 그 누구에게도 누설되지 않도록 명심하십시오. 우린 특별하게 긴급정황이 없이는 한 동안 공개장소에서 만나지 말고 밤에 태평강가에서 조용히 만납시다.”
이계삼이 계속 말했다.
“이 마을 인심은 김 촌장에게 달렸습니다. 함흥 촌에서 제일 영향력이 있고 말이 섭니다. 우리 당 지부에서는 김병완 동지가 함흥 촌의 촌장을 충분히 잘 할 수 있습니다.”
이계삼은 상순의 손을 잡고 뒷말을 이었다.
“상순 동지는 민병 패장을 맡고 청년들뿐만 아니라 마을의 장년들까지 조직해 인민무장 대오를 건립하고 군사훈련을 시작해야 하겠소. 장차 함흥 촌의 민병패가 아니라 함흥 촌을 중심으로 패용천촌과 조개덕, 일성촌의 조선족과 한족 청장년들로 백여 명 되는 민병련 쯤은 조직하고 련장을 맡을 준비를 하오. 우린 지금부터 중국의 새로운 정치형세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당지 국민당 반동파들과 중국 지주들의 창궐한 활동에 근거해 무장투쟁을 할 준비를 하고 마을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겠소. 중국과 조선 지주들은 순순히 집과 땅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꼭 우리에게 보복하려고 할 것입니다. 우린 강대한 무장력으로 국민당 반동파와 지주들의 무장을 막아 싸워야 하겠소.”
병완은 한숨을 후 내쉬더니 과단성 있게 말했다.
“그럼 촌장을 해 보겠소.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오.”
“예. 곤난한 점이 있으면 얘기하십시오. 있는 힘껏 지지하겠습니다.”
이계삼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뒷말을 이었다.
“요즘에는 장학산과 조덕림의 일거일동을 감시하면서 토지개혁을 철저히 합시다. 지주들을 청산해 집과 땅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 줍시다.”
병완은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면서 말했다.
“장학산의 밭은 어떻게 처리하겠소?”
허영주가 말했다.
“원칙은 황무지를 누가 개간했으면 누구에게 줘야 합니다. 올해 가을걷이도 눈앞에 닥쳐왔는데 다른 사람에게 주면 불만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장학산의 황무지 가운데서 김 촌장이 개간한 밭은 김 촌장 집에 나눠주고 기준이네 개간한건 기준이네를 나눠 주란 말입니다. 상우지 같은 걸 상우가 개간한 거 다른 농민에게 주면 꼭 상우가 좋아하지 않을 거 아니오? 이런 방법으로 다른 지주의 밭을 나누란 말입니다. 혹시 면적이 너무 많은 건 인구비례에 따라 알맞게 평균 조절하면 됩니다. 우리 당원들은 이익 앞에서 군중들에게 양보할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군중들이 당원들을 따를 게 아닙니까?”
병완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알았소. 그렇게 하면 합리할 거 같소. 그런데 우리 밭이 너무 많은 거 같소. 아무래도 우리가 새 지주로 되지 않겠소?”
병완이 근심하자 이계삼이 말했다.
“우린 나눠준 밭을 자체로 경작하고 머슴을 쓰지 않으면 정책상 지주라고 하지 않소.”
그래도 병완은 시름을 놓지 못했다.
“난 그 많은 밭을 혼자 가지지 않겠소. 주현경이네 노동력이 없어 황무지를 많이 개간하지 못해 밭이 적은데 좀 나눠 줘야 하겠소.”
허영주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김촌장이 잘 생각했습니다. 우리 공산당원들은 대공무사 해야 합니다.”
상순도 “우리두 밭을 더러 가난한 학수 네를 주겠습니다.” 하고 태도표시를 했다.
김병완은 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조선에서 왔을 때 장학산지주의 신세를 지어서 소서구에서 발을 붙이고 근근득식 하면서 살았소. 그런데 장학산의 밭을 나눠 가지자니 인정상 의리상 어쩐지 속에 걸리는구먼. 장학산에게도 먹고 살만큼 밭을 줘야 하지 않겠소? 그는 그래도 항일유격대에 쌀이랑 대주던 지주라 다른 지주들과 다르니까. 좀 다르게 처리해야 할 거 같소.”
상순도 머리를 끄덕이었다.
“내 생각엔 장학산의 밭은 다른 지주보다 다르게 처리하는 게 옳은 거 같습니다.”
이계삼이 말했다.
“그럼 좋소. 장학산의 밭은 우리가 책임지고 당의 정책을 설명하고 분배하기로 하기요. 토지를 분배할 때 토지개혁의 평균분배정책을 제대로 집행해야 하오. 인구와 토지 질에 따라 평균분배를 해야 하겠습니다. 인정이거나 의리를 따져서는 절대 안 됩니다.”
상순은 이구동성으로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계삼은 한마디 덧붙이었다.
“지금 국민당반동파들이 민족 이간을 놓는 정황에서 우린 민족 단결에 주의를 돌려야 하오. 특히 가난한 한족농민들에게도 똑같이 밭을 나눠줘야 하오. 그러지 않으면 진짜 국민당 반동파들의 말처럼 조선의 가난한 농민들이 중국 한족지주들의 땅을 빼앗아가진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소. 이런 걸 주의하오.”
병완은 “꼭 토지개혁 정책대로 지주들의 토지와 재산을 청산해 민족을 가리지 않고 가난한 군중들에게 분배해 주겠소. 조덕림의 밭은 장발래와 제해풍, 장룡객 그리구 최경숙에게 나눠 주기요.”라고 대답하고 나서 뒤 말을 이었다.
“함흥 촌의 백성들이 내가 촌장을 하는 걸 동의하는지 의견을 들어 보았으면 좋겠소.”
이계삼은 흔연히 동의했다.
“좋습니다. 인삼 중대장한테 위탁해 군중대회에서 의견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삼 강조할 것은 아직 전국이 해방되지 않은 정황에서 우리가 당원이라는 걸 절대 루설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모두들 머리를 끄덕이었다.
이튿날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왔다. 가을 하늘에는 먹장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상순이 호미를 마주 두드리며 돌아다니면서 회의통지를 했다.
"토성안집 촌공소 마당에서 함흥 촌 군중대회를 여오. 어서 토성안집 마당에 모이오-"
이윽고 촌민들이 삼삼오오 토성안집 촌공소 마당에 모여들었다.
인삼 중대장이 마루에 올라가 선포했다.
“마을 여러분, 지금부터 함흥 촌 인민정권 성립대회를 열겠습니다. 함흥 촌 촌장에 김병완을 시키는 게 어떻습니까? 동의하는 분들은 손을 드십시오.”
상순은 마루바닥에 올라가 인삼의 말을 한족군중들에게 한어로 즉석통역을 해 주었다.
여기저기에서 “김 촌장이 좋습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환호하며 손을 들었다.
숱한 손들이 시루 속의 콩나물대가리처럼 쳐들었다.
“반대하는 분은 손을 드십시오.”
그러나 반대해 손을 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들 서로 둘러보고 “그럼 그렇겠지.” 하고 머리를 끄덕이었다.
인삼은 목청을 돋우어 선포했다.
“반대하는 분이 한분도 없습니다. 그럼 김병완 어른을 함흥 촌 촌장으로 만장일치로 통과합니다. 오늘부터 함흥 촌 여러분들은 촌장 김병완 어른과 민병 패장 김상순의 영도아래 지주를 청산하고 집과 토지, 재산을 나눠 가지고 나라의 떳떳한 주인으로 살아갈 것을 축원합니다.”
김병완 촌장은 열렬한 박수소리 속에 마루 바닥에 올라가 목청껏 말했다.
“우리는 광복을 맞았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이 나라 이 땅의 주인이 됐습니다. 이제부터 지주 눈치 밥을 더는 먹지 않고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잘 살게 됐습니다.”
군중들 속에서 누군가 먼저 구호를 부르자 “인민정권 만세!” 하고 구호소리가 하늘땅을 진감하며 울렸다.
병완은 계속 말했다.
“우리에게 집과 땅을 청산 받은 지주들은 꼭 우리에게 보복하려고 들겝구마. 우리는 우리 두 손으로 우리 행복한 가정과 밭을 보호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함께 우리 땅을 또다시 지주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신심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병완은 주먹을 들고 말했다.
“우리 뒤에는 항일유격대가 있구 소련 홍군이 있습니다. 절대 지주무장을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촌공소에 와서 나를 찾소.”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다.
상순은 그때까지 통역한 후 마루 복판에 나섰다.
“여러분은 무기를 두 손에 들고 우리 땅을 빼앗아 가려는 지주 무장과 싸울 신심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좋습니다. 내일부터 전 촌 청장년들은 식전마다 이 촌공소 마당에서 군사훈련을 한 시간씩 하겠습니다. 종을 두드리면 모두 이 마당에 오십시오.”
“민병 패장이 부르면 오겠습니다.”
“그럼 오늘 먼저 청년민병들의 군사훈련 시범을 하겠습니다.”
상순이 구령을 불렀다.
“민병들은 앞으로!”
진짜 총칼을 든 30여명 민병들이 군중들 앞으로 달려 나와 평소에 상순의 지휘아래 훈련한대로 횡대로 네 줄 벌려 섰다.
“차렷!”
“쉬엇!”
“차렷!”
“군사훈연대열로 전개!”
상순의 구령에 따라 민병들은 훈연대열로 넓게 벌려 섰다.
“총 들어!”
민병들은 총을 들었다.
“앞으로 찔러!”
민병들은 “싸(죽엿!)”하고 고함치며 총칼로 찌르는 동작을 했다.
“옆으로 찔러!”
민병들은 제법 상순의 구령에 따라 총칼로 옆으로 척 막고 찌르는 동작을 했다. 뒤이어 총칼로 아래로 찌르는 동작으로, 총박죽으로 대가리를 올리 치는 동작으로 척척 했다. 나중에 둘씩 마주 서서 빈손으로 총칼을 쥔 적과 싸우는 육박전 동작도 시범했다.
병완과 성칠은 주석대에 앉아 민병들을 지휘하는 상순을 대견스레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이계삼과 허영주는 군중들 속에 앉아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기준과 사련은 막내아들을 놀랍게 바라보았다. 상우는 부모들의 옆에 서서 엄지를 내둘렀다. 공학과 을혁은 명옥의 잔등에 업힌 숙자를 건드리다가 민병들의 유도동작을 본따 했다. 지새금은 순애를 업고 시동생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토성안 마당에는 “싸! 싸!” 고함치는 소리가 드높았다.
       숱한 사람들 속에 오병선도 끼여 박수를 치며 고함쳤다.
      "잘한다! 잘해!"
      올해 17세 밖에 안되는 오병선은 상순의 앞집 애였다. 그는 진수해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주말이 돼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는 민병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고 못내 흡모하였다.
      민병들의 표연성 군사훈련이 끝나자 오병선은 상순한테로 달려나갔다.
"뒷집 형님, 나도 민병에 들겠소. 받아주오."
상순은 오병선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그러나 오병선이 키도 작달막한데다 허약해보여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안돼."
"왜?"
오병선은 몸까지 흔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날 받아주오. 형님!"
 그러나 상순은 계속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넌 외동아들아 아니냐? 공부나 잘해라!"
오병선은 꽤나 끈질겼다.
"형님, 외동아들은 민병하지 못한단 도리 어디 있소. 황차 집엔 녀동생이 있잖소?"
"넌 몸도 약해 안돼. 육박전 붙으면 괜히 목숨 잃을 수도 있어."
"형님, 난 몸은 약해도 학교 악대에 들었기에 나팔을 잘 부오."
"민병대엔 총칼을 잘 쓰고 힘도 센 민병이 필요해. 나팔을 불어 뭘 해?"
상순은 그쯤 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오병선은 상순의 손을 잡고 물러서지 않았다.
"형님, 민병에도 나팔수가 필요하오. 돌격할 때 형님이 '돌격!' 하고 명령하면 내 나팔을 불면 얼마나 기세 사납겠소."
"그래?"
상순은  주춤 멈춰 섰다. 그러나 인차 또 발걸음을 뗐다.
"네 부모 절대 동의할 수 없어."
"내 설복시킬게."
"외동아들을 전쟁터에 보낼 거 같으냐?"
"걱정마오. 우리 부모 꼭 동의할 거요."
상순은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자리를 떴다.
후에 있은 일이지만 오병선은 끝내 억지로부모의 동의를  받아내고 민병대오에 가입했다.
      토성 대문으로 임호 소대장이 말을 타고 달려 들어왔다. 그는 대문어귀에서 말에서 내려 성칠 대장 앞으로 달려가 보고했다.
“칠백중대장과 최동욱 중대장이 이끈 유격대 대부대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좋소.”
성칠 대장은 조용히 주석대에서 내려 대문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유격대 후속부대가 경기관총에 박격포까지 메고 일본 놈 포로들까지 압송해 가지고 씩씩하게 마을에 들어섰다.
성칠 대장과 칠백 중대장, 최동욱 중대장이 대문 안에 들어섰다. 그때 때마침 상순의 지휘하에 민병들의 군사훈련 시범도 끝났다.
인삼 중대장은 성칠 대장의 명령대로 “함흥 촌 인민정권 성립대회를 이것으로 끝마칩니다!”라고 선포했다.
군중들은 씩씩한 유격대들을 보자 환호했다.
“항일유격대 만세!”
“항일유격대를 환영한다!”
군중들은 허영주를 따라 구호를 불렀다.
성칠 대장은 아버지와 인삼 중대장과 토론한 후 먼 곳에서 온 유격대원들을 한 집에 5명씩 배치해 휴식하게 했다. 성칠 대장과 인삼 중대장, 칠백 중대장과 동욱 중대장은 토성안 촌공소에서 당지 정황을 분석했다.
동녘 하늘에 구리바라 같은 보름달이 두둥실 뜨자 이계삼과 허영주가 달빛을 밟으면서 토성안에 가만히 들어와 회의에 참가했다.
                        
                 4.
도가집에서의 음모

      함흥 촌에 유격대가 들어 온 날 밤이었다.  
삼도만 토비 괴수 전소흥 소교는 조덕산 퇀장에게 토비통신병을 보내 쪽지를 건네게 했다.
      조덕산이 쪽지를 펴보니 총살당한 지학사의 일본 첩을 삼도만에 빼돌려보내달라는 내용이였다. 특히 자기 처제이기에 안전하게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자식, 당국의 리익을 위해 어떻게 공산군을 대처하겠는가를 궁리하는게 아니라, 헤이, 참, 원. 일본 처제부터 걱정해?"
      그러나 조덕산은 자기가 파견한 수하 소교 전소흥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수하 경위병을 시켜 밤중에 토비통신병을 데리고 패용천촌에 가서 지학사의 일본 첩년을 빼돌리게 하였다.
     경위병과 토비통신병이 도적고양이처럼 지학사네 토성안 집 안에 들어서자 삽시에 수라장판이 되였다.
    지학사의 처자들과 일본 첩년은 유격대가 붙잡으러 또 왔는가 해 이불을 들쓰고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 토비통신병이 나직이 말했다.
"등불을 켜지 마오. 난 삼도만 전소교가 보낸 통신원이오. 지촌장네 일본 첩이 어느 분이오?"
그제야 일본 첩년이 이불 속에서 외쪽지 같은 머리를 살며시 내밀었다. 그녀는 이젠 중국 말을 꽤나 알아들었다. 하여 놀라 휘둥그래진 눈으로 토비와 국민당군 경위원을 번갈아 두리번거렸다.
    토비통신병은 호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일본 첩년한테 건넸다. 일어로 쓴   쪽지였다.
    쪽지를 펴본  일본 첩년은 통곡쳤다. 쪽지는 그녀의 언니가 쓴 것이였는데 통신원과 함께 삼도만에 들어오라고 하였다.
"아네(언니)-"
"울음 그치오. 빨리 떠나기오. 유격대 오면 어쩌오?"
일본 첩년은 그제야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 주섬주섬 손짐을 챙겼다.
"장관님, 우리도 데려가 주오."
이때 지학사의 녀편네가 무릎을 땅바닥에 꿇고 애원했다.
"안되오. 전소교는 일본 처제만 데리고 오라고 했소."
"우린 여기 있으면 다 죽소. 데려가주오."
"안돼. 사람 많으면 들킬 수 있어."
토비통신병은 일본 첩년의 팔을 잡아 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일본 첩년은 측은한 눈길로 지학사의 처자들을 돌아보았다. 그간 질투도 많이 받았지만 어쨌든 한 가마밥을 먹으면서 한 구들에서 지학사의 까래질을 하지 않았던가.
      지학사의 녀편네가 막 따라 나가려고 하자 조덕산의 경위병이 팔을 잡아당기며 나직하지만 위엄있게 말했다.
"멈추지 못할가! 누가 친일주구 가족까지 구한다더냐?"
"아니, 그럼 왜 일본 첩년은 구해요? 우린 중국 사람인데두 구하지 않고."
"잔말 말고 처박혀 있지 못하겠는가?!"
조덕산의 경위병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기까지 했다.
"명령 어기면 총살할테야!"
그제야 지학사의 처는 말뚝처럼 오똑  멈춰섰다.
경위병 놈은 너무 한 것 같았는지 되돌아섰다.
"우리가 있는 한 겁나 말라. 언제든지 우리 국민당군은 우리 군민인 너희들도 구해낼 거야."
그제야 지학사 처자들은 한숨을 내쉬며 구들에 물앉아 멍해 떠나가는 일본 첩년과 토비를 쳐다보았다.
"게다짝을 벗어!"
일본 첩년이 의아한 눈길로 토비를 쳐다보았다.
"나무게다짝을 신고 어떻게 산길로 달아나겠어?"
그제야 일본 첩년은 게다짝을 훌 벗어버리고 중국 헝겁신을 꿰고 따라 나섰다.
"그 일본 놈의 옷도 벗어! 우리 중국 옷을 입어. 일본 년인 걸 들키면 중국 사람들한테 맞아죽어."
일본 첩년이 어안이 벙벙해 서 있었다.
경위병이 손사래를 쳤다.
"밤중이 돼서 괜찮다구. 어서 떠나라구. 유격대 오겠다."
그제야 토비는 일본 첩년의 손을 잡아 바깥으로 끌었다.
조덕산의 경위병이 먼저 문 밖에 나가 대문 밖 동정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그는 토성 바깥에 나가 두루 살피다가 손벽을 딱딱 쳤다. 그러자 토비통신원은 일본 첩년을 데리고 기신기신 집문을 나서 두리번거리다가 대문 밖으로 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토비통신병은 일본 첩년을 데리고 패용천촌 마을을 벗어나 민병들의 보초도 인적도 없는 칼산과 천지꽃 사이 골짜기로 해 소서구 쪽으로 치달아올라갔다.
위험구를 벗어나자 토비통신병은 긴장이 탁 풀렸다. 그는 일본 첩년의 손을 놓고 외쪽지처럼 걀죽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꽤나 이뻤다. 부지중 아래배로부터 찡 하고 줄이 뻗어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는 전기에 덴듯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흠-"
토비는 신음소리를 냈다. 이윽고 야욕이 꿈틀거려 일본 첩년을 와락 껴안았다. 일본 첩년은 반사적으로 토비 두 팔을 떠밀었다.
"어째? 목숨 걸고 널 구해냈는데. 은공 갚아야지. 흥!"
일본 첩년은 머리를 수깃하며 종알거렸다.
"형부 알면 큰일날줄 아세요. 겁도 안나요?"
"지촌장 죽었잖아. 넌 임자 없는 첩년이야. 흐흐흐."
토비는 손더듬질을 멈추지 않았다. 첩년을 와락 끌어안고 볼부터 개처럼 핥아댔다.
"이러지 마세요. 이 배를 보세요. 애를 어쩌자고 이래요?"
그러나 토비는 배 남산만한 첩년을 아랑곳하지 않고 부풀어오른 풍만한 젖가슴을 마구 주물렁거렸다.
"하늘과 땅, 너와 내 알뿐이야. 네년이 입 꽉 다물면 다야!"
"아니야, 아니! 이러지 마세요."
일본 첩년은 토비를 마구 밀어내려 했지만 어디 당할 수 있겠는가.
 토비는 일본 첩년을 꽉 끌어아 눌러 힌들 땅바닥에 눕히고 눌렀다. 일본 첩년이 발버둗질치며 발악해도 토비는 어느새 일본 첩년의 화복 치마를 걷어올리고 속옷까지 와락 벗겨 훌 버렸다.
토비놈이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일본 첩년을 깔고 들어앉았다.
"배 속 애를 죽이겠다. 배를 누르지 말고 좀 살살..."
"알았다, 알았어!"
"아야, 아이고, 배 아파!"
" 좀 참아, 소리치지 마! 억, 억. 억, 유격대 오면 어쩌니? 억, 억, 억, 어, 씨원하다. 허허허."
일본 첩년은 밑에서 허리를 요리곰실 저리곰실 탈면서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쳤다.
"아, 아, 알, 알았어요. 빨, 빨리 끝, 아, 아, 악, 빨리 끝, 끝내세요, 아, 아이유, 죽여준다. 아, 아,  앗!"
... 
       한편 조덕산 단장은 국자가에 잠복한 국민당군 왕영 특파원의 무전지시를 받았다.
       
       " 즉시 반공무장대오를 조직하고 수시로 정황을 회보하라."
      
       유격대가 함흥촌에 진주한 형편에서 조덕산은 지주무장대오를 건립하고 대응책을 토론하려고 계수동 뒤산 도가 집 부근에로 장학산과 손호표지주, 제지주 등을 긴급하게 불러 갔다. 상순이 영솔한 민병들의 눈에 띌까봐 이번엔 장소를 옮겨 조덕림의 집이 아니라 도가 집으로 옮겨 꿍꿍이를 꾸미기로 한 것이었다.
조덕산은 제지주를 시켜 가병 서넛을 데리고 바깥에서 동서남북에 보초를 서게 하고 다른 지주들을 데리고 도가 집으로 들어갔다.
조덕산은 석유등잔불을 켜놓고 희미한 등잔불빛을 빌어 지주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보오. 이전에 내 말한 대로 되지 않았는가? 지학사 촌장이 총살당했고 집과 땅 모든 재산을 다 저 조선 가난뱅이들이 공산당을 등에 업고 빼앗아 갔단 말이오. 그저 이렇게 꼬리빵즈(高丽棒子)들한테 맞아죽기를 기다리겠는가?”
조덕림이 악이 나 고래고래 소리쳤다.
“꼬리빵즈 새끼들과 결사적으로 싸우자!”
“옳소!”
지주들은 이구동성으로 호응했다.
조덕림은 흐뭇해하면서 말했다.
“조급해 하지 마오. 지금 함흥 촌에 유격대 대부대가 주둔해 있소. 그 놈들은 조만간에 두만강을 건너 조선으로 나갈 거요. 그때를 기다려 손 쓰기요.”
지주들은 여기저기서 두덜거렸다.
“그전에 죽지 않으면 다행이오. 오늘 밤에 토성 안으로 쳐들어가 김병완 촌장 놈이랑 죽여 버리고 달아나기요.”
“옳소. 우린 지학사처럼 죽을 순 없소.”
“우리 땅을 조선 놈새끼들에게 빼앗길 수 없소. 싸우기요!”
조덕산은 손사래를 쳤다.
“높이 떠들지 마오. 우리 주위에 유격대가 있을 수도 있소.”
그는 두팔을 벌려 흔들며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뒤이어 그는 격동돼 하는 지주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지금 우리 국민당 군이 이미 동북으로 진군해 대도시를 점령하고 있소. 이미 우리 800만 대군이 전국에서 빨갱이들을 대거진공하고 있소. 이제 우리 국민당군은 장춘과 길림으로부터 할바령을 넘어 동만으로 쳐나올 것이오. 지금 국자가, 천수해, 삼도만과 묘령, 천교령, 라자구 로흑산 일대에 우리 국군 무장대오가 활동하고 있소. 그들은 일본 놈들이 패망해 달아날 때 버리고 간 무기거나 도망치는 일본 놈들의 손에서 총과 탄약을 빼앗아 대오를 무장했소. 그들은 지금 사처에서 꼬리빵즈 간부와 공산군을 습격하고 있소. 우린 국군 대부대가 오기 전에 이 곳의 지주 무장 대오를 조직해 빨갱이들과 유격전을 벌려야 하오. 그러다가 우리 국군 대부대를 영접해 빨갱이들을 일거에 소멸해야 하오. 유격대가 가고 나면 그까짓 상순이란 놈이 훈련시킨 민병 한개 패쯤은 아무 것도 아니요. 난 이번에 우리 부관을 보고 국군 정규군 한개 패나 데리고 나왔소. 모두들 싸워 이길 신심이 있소?”
“조영장, 아니, 조단장이 정규군까지 데리고 왔다면야 그까짓 빨갱이들이 무서울 게 없지.”
조덕산은 도가 집 바깥에 나가더니 박수를 짝짝 쳤다.
국민당 군 장교와 두 졸개가 나무상자를 맞들고 들어왔다.
조덕산은 그 장교를 가리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러분께 소개하지. 내 부관 왕호요. 이번에 이 지방 공산군과 싸우려고 왔소.”
뒤이어 조덕산은 “상자를 열게.”라고 했다.
졸개가 상자를 열자 번쩍번쩍하는 권총과 반자동보총이 그득 들어있었다.
조덕산은 반자동보총을 꺼내 들고 너덜거렸다.
“이건 국민당 군 상부에서 보낸 미제무기요. 미군의 무기는 지금 세계에서 제일 신식무기네. 이제부터 당신들은 사냥총 대신 미군 무기로 가병들을 무장시켜 공산당군과 싸우게 됐소.”
모두들 머리를 끄덕이며 웅성거렸다. 조덕산은 손수 권총과 반자동보총을 나눠 주었다. 도가집 안의 지주들에게 나눠주고 나니 상자 안이 텅텅 비었다.
“요걸로 어떻게 유격대하구 싸워 이기겠니? 전번에 보니 유격대는 대단히 육중한 대포랑 총이 있더라.”
조덕림이 두덜거렸다.
조덕산은 대수롭잖게 말했다.
“형님, 근심하지 마오. 내 상부에 말해 숱한 무기를 가져왔소. 허나 장춘과 길림이 거리가 멀어서 숱한 우리 무장대오에 다 돌아 갈 거 같지 못하오. 우린 도망치는 일본 놈들을 죽이고 총과 수류탄, 작탄을 빼앗아 우리를 무장해야 하오. 내 이미 지학구를 시켜 파출소의 경찰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왔소. 공산군들은 위만 경찰들을 다 죽일 거요. 그래서 그들도 몽땅 우리와 함께 공산군들과 싸우기로 하였소. 유격대들이 가져 온 게 아마 경기관총일 거요. 이제 우리 국민당 군 대부대가 쳐들어올 때 보오. 우리 국민당 군은 비행기와 탱크에 별의별 대포가 다 있소. 포탄 직경 12센치미터, 길이 90 센치미터 짜리도 있소. 한방이면 토성안집 촌공소는 박산난단 말이오.”
조덕산은 가재수염을 슬슬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유격대 코밑에서 오래 말할 시간이 없소. 이렇게 하기오. 이제 여기 계속 있다간 지학사처럼 죽고 마오. 잠시 삼도만 쪽으로 피신하기오.”
그 말에 지주들은 아우성을 질렀다.
“그럼 우리 집과 땅은 어쩌오?”
“처자들은 어쩌오?”
“빨갱이들이 다 죽이지 않겠소?”
“빨갱이 놈들이 지주들을 돌아가며 청산한다면서 집을 빼앗고 재산을 털어 가난뱅이들에게 나눠 주는데. 쫄딱 망했구나.”
조덕림은 아예 풀썩 물앉았다.
“아이고, 그 숱한 밭은 어찌 하고. 몇 년 지은 토성 안 팔간대청이 아까워 죽겠다.”
그러자 조덕산이 말했다.
“청산을 남겨 두고 땔나무 걱정을 하랴. 너무 아까와 하지 마오. 우리가 살아 있으면 아무 때건 빨갱이들 손에서 집과 땅을 빼앗아낼 수 있소.”
그래도 지주들이 가기 싫어하자 조덕산은 궁리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기요. 행동계획을 좀 고치기요. 오늘 집을 떠나지 말고 먼저 돌아가 금음보화를 몽땅 챙기오. 내일 이때 여기서 만나서 삼도만 쪽으로 떠나기요. 거기서 전흥 소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소. 그들은 벌써 거기서 한족 지주와 가난뱅이들까지 무장시켜 가지고 삼도만과 평강촌에 목책을 짓고 토성을 쌓아놓고 빨갱이들을 막을 예산이요. 그들은 이젠 삼도만으로 통한 천혜의 지형을 이용해 공산군을 막을 준비가 다 됐소.”
장학산이 끼어들었다.
"삼도만 전소교와 우리 인맥이 있네."
"건?"
등잔불 밑에 어린 조덕산의 낯에 의아한 빛이 비꼈다.
" 전소교네 처와 지학사 일본 첩은 자매간이라오."
"오- 그래?"
장학산이 머리를 끄덕였다.
"일본 첩년들인데. 전소교가 삼도만 림업분주소 일본 소장놈을 도끼로 대갈통을 찍어 죽이고 일본 처를 빼앗아 첩으로 삼았다오. 전번에 지학사가 총살당한 기별을 받고 전소교는 인편에 지학사 일본 첩년한테 삼도만에 들어오라고 했답데."
조덕산은 조덕림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형님은 아주머니와 조카들을 집에 두오. 여러분들도 처자들은 두고 가기요.”
지주들은 웅성거리었다.
“아니, 빨갱이들에게 처자를 두고 가다니? 그 놈들이 어떤 놈들이라고?”
“그 놈들은 공산공처(共产共妻)한다는데 처를 빨갱이들에게 빼앗기면 어쩌오?”
조덕산이 손사래를 치면서 안심시켰다.
“건 공산군의 토지개혁정책을 몰라 그러는 거요. 빨갱이들은 지금 우리 중국 지주들의 땅과 재산을 가난뱅이들한테 주고 인심을 얻자는 게요. 마치 자기들이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 인민군인척 하면서 가난뱅이들을 얼려 군대를 확충하고 있소. 허나 빨갱이 놈들은 지주만 죽이지 처자들은 다치지 않소. 지학사네를 보오. 지학사를 죽였지 처자들을 다치던가? 근심 말고 처자들을 두고 가기요. 처자들을 달고 다니면서 어떻게 싸운단 말이오?”
조덕림은 머리를 끄덕이었지만 손호표는 의연히 중얼거리었다.
“지학사를 죽이는 걸 보니 빨갱이들은 사람을 죽이고서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던데. 어떻게 빨갱이들에게 처자를 두고 간단 말이오?”
“그들을 가만히 빼 삼도만에 데려가면 되오.”
조덕산은 눈알을 부라리었다.
“이건 명령이야! 모두 처자들을 두고 금은보화를 챙겨가지고 내일 밤 여기에 집합하게나. 명령을 듣지 않는 자는 군법에 따라 총살할거야!”
모두들 두덜거리면서도 겁을 집어먹고 머리를 수긴 채 도가집을 떠나갔다.
조덕산은 도가 집을 나가려는 장학산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노형, 조용히 할 말이 있소.”
조덕산은 도가집 안의 등잔불을 훅 불어 꺼버리고 장학산을 데리고 계수동 골 안 쪽으로 걸었다.
“장형, 장형은 유격대를 도와 항일에 전공을 세운데다가 양아들이 있지 않는가? 빨갱이들은 인삼 중대장의 낯을 봐서라도 장형을 죽이지 않을 거요.”
장학산은 픽 쓴웃음을 지었다.
“옛말이면 듣기나 좋지. 어제 소서구 내 땅을 병완이네 아들딸들에 주현경이네루 학수한테 나눠 주었네. 내라고 놔둘 거 같은가?”
조덕산은 깨고소해 하면서도 은근히 동정하는 척 했다.
“거 안됐군. 그래도 집은 빼앗지 않았잖소?”
“건 병완 촌장이 내가 항일유격대에 쌀이랑 대준걸 본데다가 아마 인삼의 낯을 좀 봐준 거 같소. 그는 우리에게도 심어 먹을 밭을 줘야 한다면서 자기에게 차례진 밭을 나에게 가만히 돌려주는 게 아니겠소.”
조덕산은 뒤에서 따라 오는 졸개들을 보고 주위를 경계하게 하고 장학산에게 나직이 말했다.
“그래 하는 말이오. 병완은 그저 가난뱅이 토박이 촌장이라구 볼 놈이 아니구먼. 얼마나 교묘하게 미움개두 사지 않으면서 슬슬 장형의 땅을 빼앗아가고 있소? 장형은 죽을 염려도 없소.”
“글쎄, 말이오. 그 놈들이 조선에서 왔을 때 거지 같은 놈들을 우리 집에 받아서 걷어 줬는데 내 발뒤축을 물어서야 되오? 그래서야 양심이 없는 게지. 인삼이 계속 여기 함흥 촌에 있으면 괜찮겠는데 말이오.”
“인삼 네가 언제 조선으로 간답데?”
“말하진 않았으나 일본 놈들을 추격해 조선까지 나간다더구먼.”
조덕산은 우뚝 멈춰 섰다.
“장형,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장형은 삼도만으로 오지 말구 함흥 촌에 남아 있는 게 어떻소? 이제 조선 유격대 대부대가 조선으로 가버리면 우린 다시 여기로 돌아 올 거요.”
장학산도 멈춰 서더니 물었다.
“그런데 내 여기 혼자 남아 뭘 하겠는가? 그 놈 꼬리빵즈 가난뱅이들이 노는 꼬락서니를 보기만 해두 눈에 불이 이는데.”
조덕산이 장학산의 귀에 대고 쑤근거리었다.
“여기 있으면서 병완과 상순과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그 놈들의 내부 정황을 속속들이 우리한테 알려 달란 말이오.”
“음, 알았소. 내 밭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하겠소.”
조덕산은 장학산의 어깨를 도닥이면서 뭐라고 귀속말로 지껄이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장학산은 주춤 멈춰 섰다.
“그랬다가 그 놈들이 충국이를 해치지 않을까?”
조덕산도 멈춰 서더니 지껄여댔다.
“절대 근심하지 마오. 충국인 성칠 대장의 양동생이자 상순의 양형이 아니오? 전번에두 상순이랑 함께 장백산에 가서 항일열사들의 시체를 묻어 주었다더구만.”
그래도 장학산은 근심했다.
“거야 그렇지만. 지학사를 죽이는 거 보니 사정없소.  빨갱이들이 진짜 무섭소.”
조덕산은 옆구리의 권총을 툭툭 치면서 호언장담했다.
“당신 털끝 하나 다치는 날엔 이 조영장이 놔두지 않겠소.”
“그럼 조영장을 믿구 남아 있겠소.”
장학산은 한숨을 후 길게 내쉬고는 소서구 쪽 산비탈로 발길을 돌리었다.
조덕산은 달빛을 밟으면서 저벅저벅 멀어져 가는 장학산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어깨를 들썩이었다.
(병완 놈아, 어디 두고 보자. 네 이기는가? 내 이기는가? 잠시는 유격대 등을 믿고 너덜거린다만 며칠 가겠느냐? 성칠이랑 인삼이랑 다 가고나면 네 따위가 막내손자를 믿구 며칠 견뎌?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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