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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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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75)
2017년 08월 01일 10시 49분  조회:1582  추천:2  작성자: 김장혁






                      

            4. 서울에서 친일주구를 처단
 

맑고 파란 가을 하늘을 본지도 오래다.

어느덧 낙엽이 우수수 지는 늦가을은 흘러 지나가고 전쟁의 포화에 그은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벌거숭이 산발에 눈을 펑펑 내리 쏟아 부었다.

남으로 진격해 나가던 성칠의 연대는 508고지와 무명고지를 사수하다가 이북의 어디로인가 가뭇없이 철퇴하여갔다.

허군호 사단장과 한철주 부사단장이 영솔하는 괴뢰군은 페허로 된 서울 교외에 철퇴해 휴식정돈하면서 북진을 준비하게 됐다.
      용천은 지난번 전투에서 5년만에 만난 칠백을 잃은 것으로 해 마음이 아파 지휘소 침실에서 연 며칠 고민에 빠졌다.
      (전쟁이 뭐관대? 오래만에 만난 사촌형제 서로 총창을 비껴들고 찔러 죽여야 했는가? 이제 무슨 낯짝으로 작은아버질 보지? 뭐라고 말해야지? )
     그는 눈보라 휘몰아치는 북녘 산발을 멍해 바라보며 숱한 물음표를 떠올렸다. 
    (칠백과 난 형제이자 전우 아닌가. 명천 산꼴에서부터 만주에서 한 전호에서 어깨 겯고 일본 놈들과 싸우던 생사전우가 아닌가? 그런데 우린 왜 미군의 손아귀에 쥐워 놀아나 형제간에 서로 참살해야 했는가.)
   용천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당장 군복을 벗어버리고 만주로 도망치고 싶었다. 만주에 가서 처자와 작은아버지를 남에 있는 고향 경주에 모시어오고 싶었다. 고향에서 농사짓고 감이나 따먹으면서 편안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군영을 도망치는 시각부터 도주병으로 간주돼 총살당할 수도 있었다.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신세였다. 아니, 전쟁은 자기 운명을 자기절로 장악해 운전해나갈 수 없게 만들었다. 
   용천은 아직도 전번 전투 때 사촌동생 칠백과 날창을 비껴들고 맞부닥쳤던 참극이 눈앞에 선했다. 
 

      조선인민군 꺽다리군관 칠백이 용천 연대장 앞에서 뒤로 물러서는 1대대 대대장을 푹 찔러 눕히고 발로 시체를 차며 총창을 빼냈다. 순간,  용천 연대장이 총창으로 꺽다리 옆구리를 푹 찔렀다. 허나 그 꺽다리 군관은 재빨리 옆구리를 탈아 용천의 총창을 피하며 총창으로 용천을 찔렀다. 용천이 총창으로 찔러 들어오는 총창을 탁 쳤다.

쟁강!

총창과 총창이 마주쳐 불찌가 튕기며 무서운 저승사자 쇠소리를 냈다.
"개새끼, 죽어 봐!'
꺽다리가 용천을 찔렀다.
용천이 비껴쳤다. 허나 날창은 허벅다리를 빗찔러나갔다. 용천도 꺽다리를 푹 찔렀다. 꺽다리 날창으로 올리 쳤다. 허나 창끝이 꺽다리 가슴을 빗 찔렀다.

“아차!”

“이거 누구야?!”

갑자기 서로 이를 악문 상대방 낯을 쳐다보는 순간 총창 질을 멈췄다.

“칠백아!”

“용천 히야(형님)!”

그 틈에 용천의 경호원이 권총을 휘둘러 칠백을 쏘았다.

땅!

야무진 총소리와 함께 칠백은 가슴에 흉탄을 맞고 총창을 진창에 툭 떨어뜨렸다.

“닥쳐!”

땅! 땅!

뒤따라온 한철주도 총을 쏘았다. 칠백은 가슴을 붙안고 빙그르 몸을 비틀더니 밑 둥이 잘린 썩박나무 넘어가듯 풀썩 쓰러졌다.

한철주가 다시 권총으로 쓰러진 칠백을 겨눌 때다.

“관둬!”

용천은 총창으로 한철주와 경호원의 권총을 탁탁 쳤다. 그는 다급히 물앉으며 칠백을 끌어안았다.

“아우야! 이게 어쩐 일이여?”

한철주와 경호원은 눈이 휘 동그래져 권총을 쥐고 비실비실 뒷걸음질 치다가 총창을 꼬나들고 덮쳐드는 다른 인민군 전사를 쏘았다.

칠백의 가슴에서 선지피가 쿨쿨 솟구쳐 뻘건 빗물과 함께 땅바닥을 뻘겋게 물들이며 흘렀다...



       용천은  피뜩 칠백이 피 흐르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마지막으로 하던 말이 떠올랐다.
 

       

      “형, 형님, 쿨룩, 진, 진달래캉 경, 경주는 함흥 촌에 갔소.”

“칠백아!”

칠백은 감겨지는 실눈을 겨우 뜨고 손으로 자기 뒤를 가리키었다.

“성, 성칠캉 재혼했어. 저, 저 뒤에 성칠이…”

“아우야! 칠백아!”

용천은 칠백을 끌어안고 흔들며 대성통곡 쳤다. 허나 칠백은 빗물이 흐르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다시는 형님의 피타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아, 아니야. 아우야!”

용천은 칠백을 끌어안고 풍덩 물앉아 얼굴에 얼굴을 미친 듯이 비벼댔다...

      
여기까지 생각한 용천은 칠백이 마지막 말이 뇌리에서 아프게 메아리쳤다.



      " “형, 형님, 쿨룩, 진, 진달래캉 경, 경주는 함흥 촌에 갔소.”
       “성, 성칠캉 재혼했어. 저, 저 뒤에 성칠이…”

     
      "뭣이?"
    용천은 주먹으로 사무상을 꽝 쳤다. 물주전자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순간 뜨거운 물이 사무상에서 주르륵 흘렀다. 전화기마저 놀라 김이 물물 나는 뜨거운 물에서 뒹굴었다.
"재혼했어? 성칠캉(성칠과)?"
용천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성칠아, 닌도 히야까(너도 형인가)?! 아우 색시마저 빼앗아?!"
용천은 진달래와 성칠의 애틋한 사랑을 모르고 복수심으로 피 끓어번졌다.
"꼭 함흥촌까지 쳐들어가 진달래를 찾아와야지."
용천이 어찌 진달래의 첫사랑이 성칠이란 걸 알았겠는가! 그저 한마을 남녀라고만 이해하고 있었을뿐이다.

       

어느 날, 군사훈련이 끝난 후 용천은 예전처럼 지휘소에 들어와 맥없이 털썩 주저앉아 상념에 잠겼다.
그때 이병수 대대장이 지휘소에 찾아왔다.

병수는 우울해 있는 용천을 보고 “산에 나가 산보나 하지 않을래요?” 라고 했다.

“그래?”

경호원이 따라 나서려고 하자 병수는 “우리 잠간 나갔다 오겠어. 푹 쉬게나.”라고 했다.

경호원은 용천 연대장을 쳐다보았다.

“글케 하라고.”

용천 연대장은 사촌동생 칠백을 잃은 후 경호원을 보기도 싫었다. 경호원이 바로 칠백을 쏴죽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경호원은 상관을 보호하려고 날창으로 찌르는 칠백을 쏘았지만 연대장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 

바깥세상에는 하얀 눈이 뒤덮이고 여기 저기 벌집처럼 폭탄 구덩이가 파인 허연 산발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기승을 부렸다. 귀신의 무서운 저주소리가 울리듯이 윙-윙- 무섭게 울부짖기까지 했다.

사위를 둘러보아도 낯익은 병사들이 보이지 않고 낯모를 군인들이 이동하는 대열이 보일뿐이었다.

병수는 용천한테 얼굴을 돌렸다.

“김 연대장, 누구도 없으니께 하는 말이지만요. 전번 전장에 이북의 삼촌이 왔더래요.”

용천의 철색얼굴에는 삽시에 놀라움이 감돌았다.

“뭐라고? 삼촌?”

“얘. 전번에 알고 보니 성칠 연대장은 저 고종 오촌숙인 기여.”

병수는 포로됐을 때 정형을 죽 이야기했다.

“그래? 성칠도 왔어? 음-”

용천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뒤짐을 짓고 왔다갔다 하면서 구레나룻을 슬슬 어루만지었다.

“얘. 성칠은 김 연대장을 잘 안다는 기여.”

병수의 말에 용천은 사색을 주춤 멈추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알다 뿐이겠나? 우린 어깨 겯고 일본 놈들과 싸웠더랬지. 장백산 밀림에서 한철주 부사단장과도  싸웠던기여. 잠간!”

용천은 의아한 눈길로 병수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너거(넌) 어더래 걸케 잘 아노?”

“난도(나도) 귀동냥을 했는지라. 저 한철주 부사단장은 친일주구라던데요.”

“닌도 알어?”

용천은 병수를 의심하기보다 성칠의 등장에 더 신경이 갔다.

“우린 성칠 대장의 유인술과 매복습격전으로 저 한씨 친일주구 놈의 한 개 연대나 되는 일본 놈들을 일망타진했던게라.”

이병수는 “그랬군요.” 하고 감탄하며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세월이 어떻게 돼 이렇게 됐는지 몰라. 나라를 찾으려고 어깨 겯고 섬 오랑캐놈들과 싸우던 전우와 형제들이 총칼을 서로 맞대고 싸우고 죽여야 하니 말이여. 한선주 그 놈이 내 사촌동생을 쏴 죽였어. 이놈 동족상잔전쟁이 언제 끝날까?”

“글케 말인기여(그러기에 말이요). 다 미국과 소련 짓인기여. 일본 놈들을 몰아내 줬으면 됐지. 남의 나라 허리를 분질러 이북은 소련이 영지처럼 가져가고 이남은 미군이 지배하니 어디 말인기여?”

이병수가 치를 떨자 용천도 속심을 털어놓았다.

“모두 자기 고향을 보호 할락꼬 그래. 전우와 형제도 죽여야 하는지라. 허참, 가슴 아프게 됐어.”

병수가 중얼거렸다.

“성칠 삼촌 말 들어보니께.  공산군은 사람마다 평등하고 똑같이 벌어 똑같이 나눠 먹으면서 똑같이 잘 산다는기여. 압박과 착취가 없고 이젠 지주도 없다고 해.”

“에끼, 이 놈, 공산군에 포로되더니 빨갱이 물에 폭 물들었어?”

“그렇찮은기여? 우리 가난한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구면도.”

“너거(넌) 당장 총 놓고 네 동생 꼬리 잡고 빨지산에 가지 그래?”

눈보라가 어찌나 기승스레 부는지 그들 둘은 숨이 헉헉 막혀 더는 산기슭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용천은 한참 후에야 무거운 입을 열었다.

“3.8선이 무너진 기회에 이북으로 쳐들어가 처자를 찾으려고 했어. 건데 씨팔(씹할), 한 전호 속에서 어깨 겯고 일제와 싸우던 전우들캉(전우들과) 싸울 줄은 몰랐어. 그들은 한국군이 전에 쓰지 않던 전술에 혼났을 거야. 먼 곳에서 걔들이 오느라고 지쳤지. 508고지와 무명고지에 발을 붙이기도 전에 들이 쳤지 뭐야. 또 그들이 퇴각해 산골짜기 마을에서 피곤해 자려고 할 때 숨 돌릴 새도 없이 신새벽에 기습해 일망타진했는기여. 헌데 결국 내 사촌동생 칠백을 죽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동생이 숨지기 전에 내 처자가 간도 함흥 촌에 있다는 기여.”

“그 멀리로 어떻게 가요? 성칠 삼촌도 함흥촌을 잘 아는기여?”

“알다 뿐이겠나? 너거 고모할머니 할배 다 거게 있어. 아차, 잊을 번했어. 칠백이 숨지기 전에 ‘성칠형님이’ 하고 겨우 말하면서 피 묻은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 뒤를 가리키더라. 아마 전번에 싸울 때 성칠 형님도 왔다는 네 말 맞아. 단정할 수 있어. 그때 우리 무명고지를 진공할 때 우리 배후를 우회해 들이 친 거 있잖노? 딱 성칠 형님이 이전에 일제를 유인해 매복습격을 하던 그 전술이었으니까. 그 부대는 성칠이 이끌던 장백산 유격대로 된 부대인 거 같아. 저 놈들은 유격전술과 매복전술에 능한데. 허나 난 기어이 508고지와 무명고지를 넘어 마천루를 타고 명천을 넘어갈 거야. 이제 간도까지 쳐들어가 처자를 찾아야겠어. 경주도 이젠 일여덟살 됐겠는데. 참, 애비가 이건 뭐야?”

허나 이병수는 발로 길가의 눈을 툭 차면서 맥 빠진 소리를 했다.

“부대를 끌고야 언제 성칠 연대장이 이끄는 부대를 넘어 간도까지 쳐들어가요?”

용천은 무서운 눈길로 병수를 돌아보았다.

“우리 한국군이 쳐들어가지 못하면 내 혼자라도 간도에 가서 진달래와 아들을 꼭 찾아오겠어.”

병수는 머리를 끄덕이다가 화제를 바꾸었다.

“한철주 형제는 다 친일주구라는데요. 개 턱처럼 쳐들고 뻔뻔스레 장교를 해먹네요.”

“우리 한국에는 전쟁경험이 있는 군인이 없잖아? 그래 그런 친일주구 장교나 경찰서장도 우리 한국군 장교로 된 거야. 난 일제와 싸우는 것도 아니고 미군과 한바지를 입고 춤추면서 이북 겨레들과 싸우기 싫어. 허군호 사단장이 그때 연대장을 할 때 교관을 해달라는 것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왔던 기여. 그런데 인민군 장갑차가 우리 경주까지 쳐들어와 횡행하는 걸 보았을 때 부득불 총을 들게 됐어. 3.8선이 무너진 틈을 타서 명천에 북진해 이북에 두고 온 처자를 찾으려고 한 기여. 허나 싸우다나니 처자를 찾을 새 어디 있어.”

용천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 놈 친일주구 형제를 볼 때마다 뒤에서 쏴 죽이고 싶어. 전번 전투에 내 사촌동생까지 죽였어. 저 놈들 음흉한 눈길을 보았지. 친일주구 형제들이 우리 독립군 출신 허군호 사단장이나 항일유격대 출신 장교인 나를 죽이려고 벼를지도 몰라.”

그때라고 병수는 주위를 살피더니 용천대장 옆에 바짝 다가서며 나직이 말했다.

“연대장, 그 놈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칼을 뽑기 전에 선손을 쓰면 어때요?”

“선손?”

용천 연대장이 머리를 끄덕이는 병수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상관을 죽인 죄로 총살당할 거야. 전번에도 네가 한철주를 쏘았지?”

병수는 속이지 않고 머리를 끄덕였다.

“예,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우면 누가 알아요?”

용천 연대장은 자기 귀에 손을 대고 나직이 하는 병수의 귀속 말을 들으면서 윙윙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발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보라는 산발을 타고 산정에까지 달려 올라가서는 저 멀리 어디론가 허둥지둥 도망치고 있었다.

“그래, 그 놈들이 간도에 갔던 옥설이 차린 술집을 드나든단 말이지?”

“예.”

“알았어.”

용천은 권연을 꺼내 권연지갑에 툭툭 쳐 붙여 물었다. 그의 입에서는 쌔 뽀얀 연기가 뿜겨 나와 눈보라에 흩날려 갔다.

어느 날, 해질 무렵에 한철주 부사단장은 동생 한선주 연대장과 함께 군용 찌프에 앉아 오랜만에 용산 부근의 자그마한 술집으로 발길을 돌리었다.

전쟁으로 형편없이 됐어도 조선 인민군이 서울에서 철퇴하자 피난민들이 하나, 둘 되돌아왔다. 전쟁의 포화에 잿더미로 된 서울에서 술집들도 문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가열처철한 전쟁판에 그래도 술집이 제일 잘 됐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던 군인들이 술집에 젤 자주 찾아왔다. 그것도 내노라는 한철주 형제 같은 장교들이 단골이었다.

술집이 마주 서있는데 주인들은 서로 자기 집에 들어오라고 허리를 구십 도로 굽히면서 아양을 떨었다.

“아니, 장교님들, 어서 들어와요. 우리 집에 새로 온 야드르르 한 예쁜 아가씨들도 많아요.”

그러자 맞은쪽에서는 아예 하얀 살이 드러난 옷을 걸치고 짤막한 치마를 입은 아가씨들을 내 보내 팔을 마구 끼고 들어갔다.

“장교님들, 잘 모셔드리겠어요.”

“우리 빨 심이 죽여 줘요.”

“그래, 딱 조이면 죽여 주겠구나. 핫하하하. 오늘 어디 한번 죽어보자.”

한철주는 이쪽 집에 아가씨들에게 끌리다 싶게 들어가면서도 맞은 켠 문어귀에 서 있는 야드르르 한 아가씨들에게서 아쉬운 눈을 떼지 못했다.

(다음엔 저 집에 가서 저 아가씨들을 몽땅 재껴버려야지.)

아들 영호가 이젠 장가까지 들었건만 한철주의 색마 본성은 퇴색하지 않았다.

한철주와 한선주는 애비에게서 물려받은 주색재간을 피우러 술집에 부랴부랴 들어갔다. 길 하나를 더 가면 한선주의 처 남복금이 차린 기생집이 있었다. 그들에게 들통 나는 날이면 집안 불화가 생길 것은 빤한 일이었다.

광복 전에 선주는 자기 관할 구역에 복금에게 술집을 차려주어 돈을 무더기로 벌었었다. 허나 전쟁의 포화에 주색영업이 잘 되지 않았다.

한철주는 간도에서 장백산 밀림에서 성칠과 용천을 매복습격하려고 갔다가 도리어 호되게 포위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광복이 되자 그는 도망하는 일본 놈들을 따라 조선에 도망친 후 명천의 고향 영월동에 피뜩 들렸다. 그러나 일본 놈들이 달아나면서 불을 질러 놓아 잿더미로 된 토성 안 집을 보고 그는 그 이튿날로 남으로 서울을 바라고 도망쳤던 것이다. 다행히 동생 한선주가 서울에서 파출소 경찰을 하면서 자기 관할구역 뒷골목에 기생집을 차린 덕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숨을 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후에 한선주가 허군호 연대장에게 줄을 놓아 한철주를 항일유격대에서 부연대장을 했다고 거짓말로 속이고 한국군에 혼입시켰던 것이다.

헌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뜻밖에도 용천이 우연하게 선주를 만났던 것이다. 그때 한선주는 급히 형에게 알렸다. 한철주는 등곬이 싸늘해져 동생을 시켜 용천을 암살해버리자고 했다. 허나 용천이 스스로 친일주구들과 한 부대에 있으면서 한가마 밥을 먹기 싫어 부대의 교관을 하라는 당시 허군호 연대장의 요청을 거절하고 고향 경주로 돌아갔던 것이다. 황차 용천은 한철주가 그 부대에 있는줄도 모르고 한선주만 보았다. 그런 연고로 한선주는 두루뭉실하게 용천이 사람을 잘못 본 것으로 얼리어 넘겼다. 허나 용천이 뜻밖에도 5년 만에 경주에서 되돌아왔다. 그는 곧추 갓 사단장으로 승급한 허군호를 찾아갔다. 한선주는 허군호 사단장을 보고 기어이 용천이가 나이 많다는 구실로 따돌리려고 들었다. 허군호 사단장은 실전경험과 지휘능력이 있는데다가 무예가 출중한 용천을 기어이 군부대에 받아들여 연대장 겸 교관을 시켰던 것이다.

용천은 독립군 출신인 허군호 사단장한테 한철주와 한선주는 친일주구였다고 계속 검거했다. 특히 간도에서 장백산 항일유격대를 포위 토벌하고 흥기촌에서 감행한 대학살 등 만행을 일일이 검거했다. 허군호 사단장도 용호쟁투를 말릴 수 없었다.

“한 집에 용과 호랑이를 둘 순 없는데.”

허군호 사단장은 조용히 혼자 남으면 항상 권연을 꺼내 피우면서 고민에 빠지곤 했다.

허나 6.25전쟁이 발생한 후 허군호 사단장은 한철주 형제와 용천을 각각 불러 내리 눌렀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는데 개인의 원수를 잊으라. 우리 적은 조선인민군이야. 우린 일심단결해 인민군을 막아야 해.”

허군호 사단장은 용천을 불러 타일렀다.

“자네나 내나 다 독립군 출신이네. 항일전쟁 때는 확실히 저 한철주 형제가 우리 적이었네. 허나 일본 놈을 몰아내고 나라를 찾은 후에는 빨갱이들이 주적이네.”

용천은 대뜸 얼굴을 붉히었다.

“그 말에 도리 있긴 있시우. 빨갱이들은 간도에서 토지개혁을 할 때 우리 같은 부자, 지주를 몽땅 총살하고 집과 땅을 가난뱅이들에게 나눠 줬어요.  허나 친일주구도 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 놈들은 독립군 출신인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허군호 사단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이 사람들 진짜 한 굴에 두기 어려워!)
     허나 전시라 별수 없어 한선주와 용천 두 연대장을 따로 한 개 연대씩 맡겼던 것이다.

한철주나 한선주나 다 일맥상통한 친일주구이었다. 그들은 항일유격대 출신인 용천 연대장을 계속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모해하려고 꿍꿍이를 꾸몄다.

이날도 그들 형제는 용천을 암해할 꿍꿍이를 꾸미려고 술집에 기신기신 기어들었던 것이다.

그들 형제가 아가씨들의 옹위를 받으면서 근사한 방으로 들어섰다. 축음기에서 은은한 노래 소리가 귀맛을 돋우었다.

전쟁으로 뻣뻣하던 신경이 느슨하게 풀리는 순간이었다.

한철주와 한선주는 아가씨들을 끼고 한창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한철주가 아가씨들을 둘러보면서 우멍한 눈을 찔끔 했다.

“얘들아, 우리 형제 조용히 할 말이 있으니까. 너희들은 좀 나갔다가 부르면 오너라.”

“얘-”

“얘가 뭐야? 어른들을 얘라니?”

한철주의 말에 아가씨들은 입귀를 비쭉 하더니 입을 싸쥐고 웃으며 나갔다. 뒤에 나가는 살맛나는 아가씨는 허벅다리와 엉덩이를 배틀거리면서 코를 싸쥐고 나갔다.

“함경도 도둑놈들이 왔어.”

“그래. 촌스러운 놈들, 우리 서울 아가씨들의 부드러운 말이 통 귓구멍에 들어가지 않는가베.”

“호호호.”

아가씨들은 웃고 떠들었다.

한철주는 술잔을 내려놓고 안경을 벗어 닦아 끼더니 정색해 말을 꺼냈다.

“김용천 놈을 우리가 선손을 써서 제거하지 않으면 안돼. 저 놈이 우리 형제를 허군호 사단장한테 고발하는 걸 여러번 엿들었어.”

한선주는 이를 악물었다.

“까짓거 내 수하의 건달들을 시켜 때려죽이면 단걸.”

“안돼. 일단 발각되면 우린 군법에 목이 댕강 날아나.”

한선주는 김이 빠진 공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었다.

“그럼 무슨 수로 해치우겠소?”

한철주는 미닫이문을 꼭 닫고 안경을 건 우멍한 눈에 음흉한 빛을 띠며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군부에 말해 용천을 간도로 보낼까 한다.”

“양?”

한선주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지금 중공군이 한반도에 쳐나왔어. 군부에서 장백산 일대에 우리 유격대를 파견해 중공군 적정을 정찰하고 후방을 교란하고 파괴할 예산인 거 같애. 군부에서는 꼭 장백산 일대 정황을 잘 아는 용천이나 나를 보내자고 할 게야. 내야 부사단장이니깐 당연히 수하인 용천을 보낼게 아니야?”

“오. 참 묘하구만.”

선주는 형의 묘책에 연신 혀를 내둘렀다.

“중공군의 칼을 빌어 용천을 없애 버린다. 거 참 묘수요, 묘수!”

“무인지경 장백산 일대는 천연지형이 복잡하다. 이전에 일본 통치 때에도 장백산 밀림에 포위 토벌하러 간 일본 별동대와 우리 관동군이 전멸당하다 싶게 됐다. 지금 중공에서 동만 지구를 해방한 5년 사이에 막강한 군사방어체계를 구성했을 게다. 개미 한 마리 장백산 일대에 얼신해도 손금 보듯 할 거야. 그럼 용천이 아무리 유격대 출신이라고 하지만 영락없이 중공군에 나포될 거야.”

“허허허. 형님, 참 묘수오. 허허허."
한철주는 한술 더 떴다.
"전번에 허사단장한테 똘만이를 용천한테 딸려 보내라고 추천했어."
"네? 가 형님이 우리 파출소에 알선해준 그 똘만 말이지?"
"그래, 똘만이 칼을 빌어 용천의 목을 썩뚝!"
한철주는 손을 펴 손날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흐흐흐. 어때?"
"참 묘하오. 남의 칼을 빌어 용천을 제거한다. 허허허."
한선주는 맞장구를 치며 술잔을 쳐들었다.
"자, 용천의 승천할 날을 기대하면서 술이나 마시기오.”

“허허허. 이 일을 늦출 수 없다. 전번에 허사단장과 말해 놨는데 군부에서 비준했는지 모르겠어..”

“용천이 아무리 날고 뛰여도 이젠 죽었어. 핫하하..”

선주는 기분이 도도해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아가씨, 어서 오라니까.”

“얘-”

뒤이어 복도에서 신을 짝짝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가씨 둘이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왔다.

그들 형제는 예쁜 아가씨들을 끌어안고 용천을 암해할 궁리를 익히면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었다.

그들은 해가 넘어 가는 줄도 모르고 폭 취토록 마시고 또 마시었다.

“너희들, 아까 뭐 꽉 조이는 힘이 죽여준다고 했지?”

“얘- 한번 맛볼래요?”

“그래, 조선인민군과 밤낮 싸우다나니 서울 아가씨를 맛본지도 오래. 난 그 중간다리만은 힘이 세. 금방 시들었다가도 또 머리를 쳐들거든. 히히히.”

“그럼 좀 좋아서요.”

“호호호.”

아가씨들은 두 사내를 갈라 모시고 나갔다.

방 안에서 아양을 떠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어서 시작해요. 꽉 조여 죽여 줄 터이니깐요.”

“그래?”

“허허허.”

그들 형제가 일을 끝내고 나와 또 술잔을 기울였다.

그들이 게트림을 하면서 바깥에 나왔을 때는 바깥이 어둠에 두텁게 감싸여 있었다. 어둑씨그레한 골목길에는 행인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 형제가 타고 온 찌프를 버린 채 비틀거리며 작은 골목에 굽어들려고 할 때다.

맞은 켠 술집에서 어두운 그림자 둘이 나왔다.  검은 그림자 둘이 눈 덮인 골목길을 비틀거리며 그들 형제를 슬금슬금 따라 갔다.

그들 형제가 길을 건너 한선주네 술집을 바라고 비척비척 걸어 갈 때었다. 뒤따라가던 검은 그림자들이 쇠파이프를 휘둘러 한철주의 뒤대가리를 여지없이 내리깠다.

딱! 딱!

“앗!”

비명소리와 함께 한철주는 쓰러졌다.

“형님, 이 놈들이!”

한선주는 권총을 뽑아들고 자기 형을 때려눕힌 검은 그림자를 쏘았다.

탕!

검은 그림자는 슬쩍 허리를 굽혔다. 다른 검은 그림자가 뒤로 덮쳐들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한선주는 대가리를 싸쥐고 몸을 비틀며 빙그르 돌면서도 방아쇠를 당겼다.

땅!

총알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투닥! 투닥!

검은 그림자들은 쓰러진 한철주 형제의 대가리를 연신 개 패듯 했다.

이때 술집에서 누군가 얼음이 진 골목길에 뛰어 나와 소리쳤다.

“강도야!”

“사람 살려라!”

탕! 탕! 타당! 탕!

골목 가게들에서 사람들이 뛰어 나와 구경했다. 검은 그림자들은 아랑곳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쓰러진 그들 형제를 놓치지 않고 쇠파이프로 연신 내리쳤다. 뒈지는 비명소리가 점점 가늘어지다가 잠잠해졌다.

“뒈졌어!”

“뛰자!”

그들은 어두운 골목길을 꺾어들어 도망치었다.

호각소리에 뒤이어 경찰들이 뛰어왔다. 허나 바람결처럼 사라진 검은 그림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한선주 여편네가 술집에서 뛰어나와 피투성이 된 남편을 안아 일으켰다. 한선주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여보, 웬 술에 취해 이렇게 당해? 어~허헉, 흑흑흑. 여보~”

더러운 술 냄새를 풍기면서 옆에 쓰러진 한철주의 피투성이 된 머리도 된서리 맞고 짓밟힌 호박대가리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친일주구 형제들은 서울에서 물매를 맞아 뒈지고 말았다.

어둑시그레한 골목에는 더러운 피자국들을 지우려는 듯이 함박눈이 푸실푸실 쏟아져 내렸다. 눈송이들은 춤추며 날아내려 싸늘해진 친일주구 형제 시체를 뒤덮었다. 귀신이 곡 하듯 한 여편네가 피투성이 된 시체를 붙안고 장송곡을 애처롭게 불렀다.

                     5. 고지쟁탈전
 

      눈풍설이 일면서 친일주구 형제가 맞아 죽으면서 흘린 피자욱을 새하얗게 덮어버렸다.

친일주구 시체는 찌프에 실려 갔다. 허나 한선주의 여편네 복금은 찌프에 앉아 군부에까지 찾아가 울고 불고 야단쳤다. 한철주의 어미 월선은 두 아들이 하루 한시에 맞아 죽은 골목에서 깨진 안경알을 더듬어 쥐고 대성통곡쳤다.

그때 용천과 병수는 옥설이네 술집에 스며들어갔다.

“왔어요?”

“음, 그래.”

용천과 병수는 금방 친일주구 철주와 선주 형제를 때려죽인 쇠파이프를 쓰레기무지에 버리고 맨 손으로 술집에 들어섰던 것이다.

옥설은 그들 두 사람을 안방에 모셨다. 사실 옥설은 만금과 함께 고향 김해로 돌아갔었다.

만금은 고향 명천에 돌아갔지만 부모형제가 다 일본 놈들의 가혹한 압박과 착취 밑에 어디로 살길을 찾아 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명천 바닥에서 창기를 하다가 종군위안부로 끌려 간 것을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 않았고 뒤통수에 손가락질이 심했다.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향을 떠나 옥설을 따라 김해로 나갔다. 그런데 옥설의 부모형제도 만금의 부모형제처럼 어디로 살길을 찾아 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옥설은 만금과 함께 부산에서 잡일을 하다가 용천을 만난 후 그를 따라 서울로 올라왔던 것이다. 용천이 가게를 차리라고 돈을 대줬더니 옥설은 사내들의 돈을 벌려고 여기에 술집을 차렸던 것이다.

며칠 전에 병수는 철주와 선주가 휴식일이면 부대 숙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옥설이네 술집에 자주 드나든다는 것을 정찰해냈던 것이다. 용천은 옥설을 보고 한철주나 한선주가 술집에 오면 알리라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오후에 옥설에게서 친일주구 한철주와 한선주가 맞은 켠 만금이네가 차린 술집에 왔다는 기별을 받았다. 용천과 병수는 옥설이네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기다리다가 만금에게서 그자들이 술집에서 나갔다는 기별을 듣자마자 바깥으로 뒤쫓아나가 쇠파이프로 때려 죽였던 것이다.

맞은 켠 술집에서 만금이도 건너 왔다. 그러다나니 용천과 병수는 두 술집의 여 보스들인 옥설과 만금과 함께 제일 조용한 안방에서 술자리를 같이 했다.

옥설은 미닫이문을 꼭 닫더니 술병을 들어 용천과 병수의 술잔에 찰찰 넘칠 정도로 술을 부었다.

“자, 원수를 갚았으니 시름 놓고 한잔 들어요.”

“통쾌하게 마시자. 허허허.”

만금도 술잔을 들었다.

“한길성 영감은 일본 놈들을 등에 업고 이전에 우리를 어디 사람취급 했소? 개놈들, 씨, 잘 없애 버렸습니다.”

“허허허. 만금인 아직도 그 함경도 말투구나.”

“호호호.” 그들 넷은 속이 시원해 술을 들었다.

“자, 후에 다시 마시기로 하고 오늘 돌아가야겠어.”

용천은 일어나기 전에 신신당부했다.

“오늘 일을 입 밖에 내선 안 돼!”

“알았어요.”

옥설과 만금은 머리를 끄덕였다.

용천과 병수는 다른 골목에 세워놓은 찌프를 타고 부대로 급급히 돌아갔다.

군부대에서는 한철주 부사단장과 한선주 연대장 형제가 서울 골목길에서 맞아 죽자 인차 헌병들을 파견해 현지수사를 했다. 그들은 두개골이 마사지고 뇌장이 흘러나온 한씨 형제의 시체를 보고 둔기에 맞아 죽었다고 판정했다. 게다가 피해자의 호주머니에서 지갑도 빼가지 않은 것을 보아 재물을 탐낸 강도들의 행위가 아니라 원수를 진 자들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살해했다고 인정했다. 헌병들은 눈 덮인 사건현지 골목과 부근 가게를 발칵 뒤졌다. 그들은 부근의 쓰레기 무지에서 한씨 형제를 때려죽일 때 쓴 흉기로 보이는 피 묻은 쇠파이프와 범행 당시에 입은 것 같은 검은 가죽 옷 두벌을 들춰냈다.

허군호 사단장은 대뜸 한씨 형제에게 원한을 품은 용천을 의심했다. 황차 사건발생 당일에 용천과 병수가 서울 시내에 들어가서 술을 밤중까지 마시고 돌아오지 않았던가!

허사단장은 짐작됐지만 고민 끝에 눈을 감아버리기로 작심했다.

(어차피 실전경험이 있는 한철주가 죽었는데 이제 용천 연대장마저 처벌받으면 내 양팔이 다 떨어지게 돼. 그럼 어떻게 대부대작전 경험이 많고 유격전술과 매복습격 전에 능한데다가 용감하기로 무쌍한 인민군을 대적한단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허군호 사단장은 용천 연대장을 지휘부에 불러들이었다.

용천 연대장은 여느 때처럼 태연자약하게 지휘소에 들어서자마자 군례를 붙였다.

“충성! 사단장님! 새 전투임무 떨어졌어요?”

허군호는 아닌 보살하는 용천이 우스웠다.

“있어. 앉게나.”

허군호는 사무상에 앉아 함구무언하고 용천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용천의 속내를 꿰뚫어 보려는 듯이 책망하는 눈길로 유심히 보는 것이었다.

한참 후에야 허사단장은 천천히 무거운 입을 열었다.

“사람도 원, 큰 그릇이 아니구먼.”

용천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내 눈이 멀었어. 항일유격대에서 대장 했다니까 큰 재목인가 했지. 그저 개인 원수나 갚는 옹졸한 졸장부.”

용천은 한보도 물러서지 않고 떳떳이 나왔다.

“허 사단장, 한씨 형제의 죽음 내캉(나와) 관계없어요. 허나 친일주구 한씨 형제는 죽어 마땅해요.”

꽝!

허군호 사단장은 사무상을 꽝 치며 벌떡 일어났다.

“아직도 시치미를 딸 예산인가!”

허나 용천은 머리를 쳐들고 허사단장을 노려보았다. 이제 용천 연대장은 무슨 일을 벌릴지 모를 형편이 됐다.

“됐어, 됐어! 이 일 이만해서 덮어두겠네. 중공군과 조선인민군이 코앞에까지 덮쳐오고 있어. 우린 일심협력해 주적을 막아야 해. 과거 원수청산에 다리를 묶이어 대적을 막지 못한다면 비극이 아니겠어?”

용천도 내심을 실토했다.

“사람이 사는 거요. 앞만 보고 살순 없어요. 민족도 마찬가지죠. 과거 친일주구 한철주 형제 놈들은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었죠. 일본 관동군 장교와 경찰 질을 해먹으면서 우리 독립군과 인민을 얼마나 참혹하게 학살했는가요? 그런 놈들 살려 둘 순 없시우.”

“그만 해!”

허군호 사단장은 꼿꼿한 눈초리로 용천을 쏘아보았다.

“일본 놈들을 몰아내고 나라를 찾은 후에는 친일주구고 뭐고 다 똘똘 뭉쳐 조선인민군을 대적해야 하네. 빨갱이들이 고향을 짓밟는 거 차마 눈 뜨고 볼만 해?!”

용천은 바깥을 내다보면서 허무한 웃음을 지었다.

“허 사단장은 빨갱이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그 놈들은 지주를 청산해 집과 땅을 가난뱅이들한테 나눠주는기여. 한씨 형제가 먼저 우리 유격대 출신이라고 암해하려고 짜고 들었는지라.”

허군호 사단장은 언성을 좀 낮췄다.

“무슨 근거로?”

“만금과 옥설이 술집에서 그 놈들이 꿍꿍이를 꾸미는 거 다 들었대요.”

허군호 사단장은 한숨을 후― 내쉬었다.

뒤이어 그는 용천의 옆에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용천 연대장, 자네와 난 다 조선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들과 친일주구들과 싸워왔네. 다 빨갱이들을 증오하네. 이 점은 털끝만치도 의심하지 않네. 이젠 모든 것이 끝났네. 빨리 북진해 밀물처럼 덮쳐오는 빨갱이들을 막을 준비나 하게나.”

허군호 사단장은 제 자리로 스적스적 돌아갔다.

“백의종군해 입공속죄하게나. 아무리 궁리해도 자넨 아까운 군사지휘관이야. 군법에 의해 네놈에게 깜장콩알 한 알을 먹이기보다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찾아와야지. 전번에 무명고지에까지 내려왔던 인민군이 지금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점령하였네. 인민군은 중공 지원군의 지원하는 파죽지세로 우리 군을 모래성처럼 무찌르고 남으로 덮쳐오고 있네. 우리 사단은 북으로 진군해 그 놈들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았네. 자넨 병수 대대장과 함께 선봉을 서서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빼앗고 장차 마천령을 넘어 함경도에 진군할 준비를 하게나.”

“충성!”

용천은 두발을 척 모으면서 군례를 올렸다.
허군호 사단장은 용천의 뒷모습을 믿음에 찬 눈길로 전송했다. 그는 조선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과 김좌진 장군 등을 따라 일본 놈들과 시병년 싸우면서 수많은 장병을 다뤄왔지만 용천과 같이 영용무쌍한 수하장관은 처음 보았다. 

용천은 연대지휘부로 돌아오자 장병들을 이끌고 눈보라를 무릅쓰고 508고지를 향해 진군했다.
(이번 전투에서 아예 성칠 놈을 죽여버려야 해. 그 놈을 살려두곤 진달래를 완전히 차지할 수 없어.)
성칠은 한 전호 속에서 함께 일본 놈들과 싸우던 생사 형제, 전우라는데 미치는 순간, 용천은 주춤 멈춰섰다. 그러나 성칠과 재혼한  진달래를 떠올리자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허리춤의 권총에 손이 갔다.
      "쳇! 히야(형이)고 전우고 몰라. 진달래를 빼앗아간 놈은 내 손에 죽여야 해!"
 

   용천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무명고지 앞에 이르러 표독스런 눈길로 절벽 아래 조선인민군 지휘부를 쏘아보았다.
그는 손을 쳐들어 대오를 멈춰 세웠다.
(혹시 저 절벽아래 성칠놈이 있을 수도 있어. 내 손에 죽었다. 네놈, 남의 색시 빼앗고도 살기를 바라? 흥!)
용천은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토끼꼬리만한 겨울 해는 얼음 쪼각마냥 싸늘한 빛을 뿌리다가 서산에서 마지막으로 벌겋게 불타오르며 서서히 지고 눈보라가 윙윙 기승스레 휘몰아쳤다.

용천 연대장은 땅땅 얼어붙은 강 건너 무명고지를 망원경으로 살피며 번개같이 속궁리를 돌렸다.

(만약 저 인민군이 확실히 성칠이 이끄는 부대라면 꼭 유인 술과 매복 습격 전을 위주로 전술을 쓸 거야. 그렇다면 동쪽의 저 무명고지와 북쪽의 508고지와 마천령, 저기 서쪽의 미군과 마주 선 랑아산은 범의 아구리와 같아. 저 복판 개활지대에 들어서는 날엔 성칠의 매복습격을 받게 될 거야.)

이때 무선전 전화가 왔다.

“허 사단장 전화예요.”

용천이 송수화기를 들자 허사단장의 욕설이 귀청을 때렸다.

“왜 진군을 멈췄는가? 글케 꾸물거리고서야 언제 마천령을 넘어?!”

허나 용천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허사단장님! 빨갱이들의 유인 술과 매복습격을 당해 보지 못해 그래요?”

“빨갱이 소릴 작작 쳐. 우린 빨갱이출신이 아니야?! 어둡기 전에 무명고지를 뽑아버려! 내일 508고지를 빼앗아내고 모레는 마천령을 넘어야 해!”

“옛! 조선인민군이 전화를 도청하기에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못하겠는데요. 저를 믿으세요.”

저쪽에서 수화기를 덜컥 놓아버렸다.

용천은 병수 대대장을 불렀다.

“우리가 정면으로 치는 척 해 인민군을 이쪽으로 끌어올 때 이대대장은 어둠을 타서 한 개 중대 병력을 데리고 무명고지 북쪽으로 우회해 놈들의 뒤통수를 치게. 난 직접 한 개 대대를 거느리고 508고지 뒤로 우회해 가서 성칠 연대장의 뒤통수를 치겠네.”

삽시에 병수는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꽉 차 흘렀다.

“왜 중공군과 싸우지 않고 우리 삼촌과 싸워요? 뭐 칼 쥔 원수인가 베?”

“난 나라를 위해 작은집 사촌동생마저 죽였어. 이 놈 전쟁은 원래 애초부터 동족상잔의 전쟁이야. 빨갱이들이 쳐 들어와 우리 지주들을 총살하고 집과 땅을 빼앗아 가난뱅이들에게 나눠 주는 꼴을 보겠는가? 대의멸친해야 돼.”

“부자 놈들이 평소에 가난한 사람들이야 굶어 죽든지 얼어 죽든지 관계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차리지 않았어요? 그 놈들 보고 가난한 백성들을 돌봐주라고 자선 사업을 하라고 해도 어디 일전 한 푼 내놓았어요? 그런 놈들은 총살하고 집과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 주는 게 옳아요.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땅을 나눠가지고 다 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먹고 똑같이 살면 얼마나 좋아요?”

“얘, 이놈, 며칠 빨갱이들 속에 갔다 오더니 속까지 빨갛게 물들었어?”

용천 연대장은 이병수의 멱살을 틀어쥐고 나직이 귀속 말로 훈계했다.

병수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난 내 삼촌과 싸울 자신이 없어요.”

그러자 용천 연대장은 병수 대대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근심 말게. 무명고지에는 성칠이 없네. 508고지에 있을 거야. 우린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빼앗아 와야 살아남을 수 있어. 군법이 우릴 용서하지 않네.”

병수는 꼿꼿한 눈초리를 치켜 올렸다.

“어떻게 알아요?”

“성칠 대장은 항상 자기가 제일 큰 미끼로 되어 유인 술을 써왔네.”

“무명고지가 미낀지 508고지가 미낀지 어떻게 알아요?”

“난 직감적으로 508고지가 제일 큰 미끼라고 보네. 508고지에 유인해야 범의 아래 윗 이발 같은 무명고지와 랑아산 사이에 우릴 끌어들여 포위섬멸하지.”

“참 그럴듯해요.”

“충성!”

병수는 군례를 척 붙이고 군사를 거느리고 출발하려고 했다.

“잠간!”

병수는 돌아서면서 이상해 철갑모를 춰올리며 용천 연대장을 쳐다보았다.

“이 대대장, 날이 어둡길 기다려 출발하게나. 지금 진공해서 저 놈들의 주의력을 이쪽으로 끈 후 배후로 우회해도 백설 우의 콩알처럼 다 보일 거네.”

“알았어요.”

총공격이 시작됐다.

미군의 전투기가 떼를 지어 무명고지와 508고지에 덮쳐들었다. 전투기들은 전에 없이 어둡기 전에 개활지대를 따라 날아오다가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스칠 듯이 낮게 덮쳐들어 기관총 소사를 하고 폭탄을 투하하고는 기수를 들어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날새와도 같은 전투기들은 겨끔내기로 반시간 동안이나 맹폭격했다. 공군에 배합하여 탱크 10여대도 포아구리를 열고 불을 토했다.

쿵! 쾅! 꽈르릉 꽝꽝!

무명고지와 508고지는 삽시에 화염에 휩싸였다. 돌과 흙덩이들이 마구 난무하며 날아올랐다가 산마루를 뒤덮었다. 눈 덮인 산비탈 여기저기에서 화광이 끊임없이 번쩍였다. 나무들은 뭉청뭉청 끊어져 날아났다. 산마루가 낮아질 지경으로 맹폭격과 포격을 가했다.

“돌격!”

탱크들이 맹렬히 포격하며 산비탈을 향해 돌진하고 그 뒤에 한국 괴뢰군 장병들이 딱 붙어 사격하며 돌격했다.

전투기 편대가 폭탄을 투하한 후 어디론가 사라지자 무명고지와 508고지의 조선 인민군 장병들은 전호에서 잔등의 흙을 털고 일어나 전투준비를 했다. 괴뢰군이 산중턱에까지 돌격해 올라갔을 때다.

꽝!

제일 앞에서 돌격해 올라가던 탱크가 요란한 폭음과 함께 무한궤도가 툭 끊어져 쯔르륵 멈춰 섰다.

뒤에서 돌격해 올라가던 탱크들은 질겁해 더 올라 갈 염을 하지 못하고 선 자리에서 맴돌면서 포격하고 있었다.

보병들이 산마루에서 50미터 가까이에 덮쳐들었다. 그제야 인민군은 맹렬한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산마루에서 수류탄 폭발음과 총성이 콩 볶듯 했다.

이병수 대대장은 인민군의 주의력이 정면으로 왔겠다고 생각되자 한 개 중대를 거느리고 어둠을 타 슬금슬금 무명고지 뒤로 우회하여 들어갔다. 동시에 용천 연대장도 두 개 중대 병력을 영솔해 508고지 뒤로 우회해갔다.

그런데 이게 뭐야?

그들이 산 뒤로 우회해 채 가지도 못했을 때다. 개활 지대 눈 속에 매복해 있던 인민군 전사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맹렬하게 사격하는 것이었다.

“이 놈들아!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뚜르륵 뚜르륵!

“젠장! 빨갱이들이 진짜 신출귀몰하는구나!”

이병수 대대장은 깜짝 놀라 병사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겁나 말아! 포위를 돌파하라!”

한국 괴뢰군과 조선 인민군은 개활 지대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렸다.

개활지대 정황을 알게 된 용천 연대장은 우회작전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유인 술과 매복습격 전략전술을 서로 잘 알기에 수가 잘 통하지 않는구나. 저 놈들의 유인 술과 매복습격전술에 대비해 내가 우회작전을 펼치리라는 걸 알고 성칠 대장은 미리 방비하였구나.)

조선인민군은 괴뢰군이 후퇴하는 것을 보고 맹사격을 퍼부으면서 추격하다가 멈춰 섰다.

이때 난데없는 고음확성기에서 조선인민군 여전사의 유유한 노래 소리가 화광이 충천하는 눈 덮인 산과 들에 울려 퍼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뒤이어 조선인민군 여전사의 대적공작방송이 시작됐다.

 

“괴뢰군 장병 여러분, 우리는 반만년 피 줄을 이어온 백의겨레입니다. 우리는 간악한 일본 놈들의 식민통치 밑에서 망국노의 설음을 안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온 동포입니다. 우리는 어깨 겯고 싸워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뒤엎고 나라를 되찾아 왔습니다. 허나 오늘 또 남조선 인민들이 미제 침략자들의 식민통치를 받아야 합니다. 더는 승냥이 같은 미제 침략자들과 이승만 괴뢰도당의 탄알받이로 되지 마십시오. 무기를 놓고 우리 조선인민군에 항복하십시오. 투항하면 살 길이 있을 것입니다…”

 

괴뢰군 속에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용천 연대장이 권총을 하늘 공중에 쏘며 고함쳤다.

“빨갱이들의 적화선전을 듣지 말라!”

수하 병사들이 모두 용천 연대장을 쳐다보며 모여들었다.

“우린 저 눈앞의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점령하고 마천루를 넘어 압록강 변에 우리 태극기를 꼽아야 해!”

그제야 겨우 뒤숭숭해 하던 병사들이 내렸던 총을 들고 용천 연대장의 명령을 기다렸다.

용천 연대장은 눈알을 데굴거리며 속궁리를 번개같이 굴렸다.

(저 놈들은 내가 반 유인책과 반 매복전술을 쓰리라는 것을 알고 미리 우리 우회작전을 타파할 작전을 꾸몄어. 성칠은 꼭 508고지에 있을 거야. 허나 우회작전에 많은 병력을 포치하고 고지에 놈들이 많지 않을 수 있어. 으흠, 이 놈아, 죽어봐라!)

용천은 무전 수에게 다가가 송수화기를 빼앗아 쥐고 고함쳤다.

“허 사단장, 미군 공군과 탱크부대에 증원을 요청해요. 우린 날이 밝기 전에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점령하겠시우. 형제 연대에서 협력해 주게 명하세요.”

허 사단장의 느릿한 목소리가 들렸다.

“좀 시간이 걸릴 거 같아.”

용천은 화났다.

“제기랄, 교활한 양키 놈들, 번마다 최전선엔 우리 국군을 내몰고 뺑소니 칠 땐 젤 앞장서면서 비행기캉(하구) 탱크마저 제때에 못 보내 줘?! 흥! 망한 놈의 미국 놈들 믿고 어떻게 작전해?”

뒤이어 용천 연대장은 권총을 빼들고 병사들에게 고함쳤다.

“나의 용감한 장병들이여, 승리는 눈앞에 보인다. 이제 미군 공군과 탱크부대가 우릴 지원한다. 재빨리 앞길을 막는 적들을 족치고 저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점령하라!”

이때 미군 전투기가 밤하늘을 헤가르며 동남쪽에서 날아왔다. 제일 먼저 날아온 전투기가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스쳐 지나가며 조명탄을 줄줄이 투하하여 하늘에 대낮같이 걸어놓았다. 고지의 인민군 전사들이 분주히 탄알과 수류탄을 나르다가 전호에 납작 엎드리는 것이 보였다. 뒤에서 귀청을 째며 날아온 전투기들이 무명고지와 508고지에 맹렬하게 폭격했다. 무명고지와 508고지는 우레와 같은 폭음이 진동하고 화광이 충천했다.

40여대의 탱크들이 우르릉 우르릉 무명고지와 508고지를 향해 포사격을 하며 파죽지세로 진군했다.

이때 용천 연대장은 권총을 뽑아들고 병사들에게 고함쳤다.

“영웅적인 국군 장병들, 저 놈들이 개활 지대에서 매복 습격 전을 펼치느라고 고지에 병력이 얼마 없다. 곧추 고지를 향해 돌격!”

병사들은 총창을 들고 용감히 앞으로 전진했다.

전투기들이 날아지나가자 또 고음확성기에서 조선인민군 여전사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백산에 눈 내린다

총을 메어라 출진이다

눈보라는 밀림에 우나

가슴 속엔 피 끓는다

나가자 나가자 싸우러 나가자

용감한 기세로 어서 빨리 나가자

용진용진 나가며 기승스럽게

억 천만번 죽더라도 원수를 치자

 

 

화광이 충천하고 전운이 감도는 전쟁 분위기와는  달리 고지에서  조선인민군 여전사의 격앙된 노래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귀맛좋게 노래를 부르는 여 전사에게 총부리를 돌려대고 고지로 향해 돌격해야 하는 괴뢰군 장병들의 마음은 비길 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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