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changhe 블로그홈 | 로그인
김장혁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나의카테고리 : 소설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37)
2019년 09월 25일 11시 39분  조회:127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67. 부산에 피여난 진달래
세찬 파도는 성난 사자들마냥 무섭게 포효하며 백사장을 덮쳐와 하얀 물바래로 부서졌다. 썰물은 하얀 백사장에 키스하고 아쉬운 마음을 심어놓고 서서히 물러갔다.  푸르른 바다에서 갈매기들이 파도를 스치며 억세게 날아예고 있다.
성호는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 앉아서 해변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다섯째누나 은자의 기구한 운명을 회상하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누나가 이 각박한 한국에 와서 온전히 살만할가?”
은자는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 하나 없이 가난한 집에서 자라면서 막내 남동생을 각별히 아끼고 보살폈다. 성호도 어려서부터 은자누나를 제일 좋아했다.
은자는 마음씨 착한 녀성이였지만 운명이 아주 기구했다. 그녀는 고자인줄도 모르고 허씨네 외동아들한테 시집갔다가 애를 낳지 못한다고 시집에서 어찌나 구박하는지 결혼 5년만에 리혼했다.
그후 그녀는 5년이나 본가집에서 얹혀 살며 지내다가 오누이가 달린 김종환이란 사내한테 재가갔다.
종환은 말수가 적었는데 어쩐지 외까풀눈에 독이 있어 보였다.
은자는 종환과 살아서 두달도 안돼 덜컥 임신했다.
“이게 웬 일인가? 내가 임신했단 말인가! 애를 낳지 못한 건 확실히 남편 탓이란 말인가?”
그녀는 이전에 애를 낳지 못한 “죄” 때문에 항상 시집 식구들한테 “병신”이라는지, “부실하다”는지 별의별 욕을 다 밥 먹듯 하였다. 그러나 한마디 대구도 하지 못하고 종년처럼 머리를 숙이고 꿉썩꿉석 일만 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종환과 살면서 진짜 사내를 알게 됐고 임신까지 해 당당한 녀자로 되지 않았는가.
“이젠 난 녀자 구실도 못하는 병신이 아니야!”
그런데 그 기쁨도 몇달 가지 못했다. 애 둘이나 붙은 집에 들어섰다가 시에미  어찌나 구박하는지 눈물을 머금고 남산만한 배를 붙안고 본가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안됐다.
본가집 부모와 친척들은 모두 만삭이 된 은자를 보고 인산하라고 했다.
“애비도 없는 애를 낳겠느냐?”
“어서 긁어버리고 새 출발 해라.”
“이젠 임신하지 못할가봐 근심할 필요없다.”
그러나 은자는 기어이 애를 긁어버리지 않았다. 온 세상에 자기는 애를 낳을 수 있는 녀자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은자는 끝내 떡돌 같은 아들애를 낳았다. 그녀는 쇠덩이 같은 어른 되라고 이름도 철수라고 지어주었다. 그녀는 재가를 단념하고 철수를 데리고 본가집에서 9년이나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고향의 집을 다 팔아치우고 성호네 집으로 병치료하러 가는 바람에 은자는 의지가지 없이 허망 나앉게 되였다. 부모를 따라 남동생네 집으로 들어와 얹혀 살기는 올케 눈치가 보였다.
그녀는 할수 없이 철수를 데리고 시내에 들어와 코구멍만한 세집을 맡고 여기저기 음식점으로 돌아다니지 않으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가정보모를 하면서 의악스레 살아나갔다.
그런데 철수를 튼튼히 키우려고 “꿀즙왕”을 사먹였는데 부작용이 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철수는 어려서부터 뚱뚱하게 번졌다.
가난하게 살다나니 진짜 철수가 먹고 싶어하는 과자나 사탕도 온전히 사먹이지 못했다. 명절이면 그래도 본가집에 와서 함께 쇠다나니 철수를 돼지고기점이라도 얻어먹일 수 있어 다행이였다.  6.1절에도 남들처럼 공원에 가서 마음대로 놀이기구를 놀게 하지도 못했다. 더구나 학부모회의에 가면 내밀게 없어 항상 담임교원의 쓴 눈길을 받아야만 했다.  담임교원의 표독스런 눈총이 철수한테 돌아가는 것이 항상 안타깝고 마음이 쓰라렸다.
애비 없는 애라고 애들이 놀려댈 때마다 철수는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따지고 들었다.
“엄마, 난 어째 아버지 없습니까? 예?”
그때마다 은자는 철수를 꼭 껴안고 속절없이 피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어떻게 하나 철수한테 애비를 찾아주려고 종환과 관계를 회복할가고 세상 사람들을 웃길 정도로 짝사랑을 몰부어왔다. 종환의 세상뜬 선처가 낳은 오누이한테 맛있는 음식도 사간다, 로인절이면 종환의 어머니한테 옷을 사 가져간다 하면서 지성을 다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종환은 늙은 어머니 말을 듣고  그녀와 철수가 찾아가기만 하면 철천지원쑤나 만난 것처럼 때리고 욕하면서 쫓아내군 했다.
한번은 은자가 소고기국을 끓여 물초롱에 담아 밀차에 밀고 집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종환은 소고기국 몰초롱마저 차 길바닥에 나뒹굴게 했다. 철없는 어린 딸애마저 후엄마라고 욕하며 몰아냈다.
은자는 너무나도 섧고 억울해 어느 날 달밤에 종환을 조용히 불러냈다. 종환은 은자를 떼놓기 위해 마지못해 천수해중학교 마당에 갔다.
쪼각달이 쓸쓸히 내리비추는 학교 마당에는 수양버들이 풀어헤친 머리를   선들선들한 가을바람에 넘실거렸다.
그들은 체조대 앞에 나란히 앉았다.
은자가 조용히 물었다.
“진짜 그렇게도 나와 살기 싫어요? 자꾸 엄마 말만 듣지 말고 철수를 봐서라도 우리 함께 살면 안돼요?”
종환은 한참 동안 묵묵부답하며 먼 남산만 쳐다보며 무슨 궁리를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속 시원히 말하세요? 무엇 때문입니까?”
종환은 머리를 들고 구름 속에 숨는 쪼각달을 쳐다보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우린 함께 살 사람이 아니오.”
“원인을 말하시오. 내가 뭘 잘못했는가요?”
 “나는 부모와 두 자식이 있소. 그런데 은자는 이 복잡한 가정에 들어와서 제대로 처리하면서 살 녀자가 아니라고 보오.”
“뭘 말인가요?”
“가시집에 갔을 때 그게 뭐요? 그날 가시부모는 어떻게 돼 우리와 한상에 앉아 밥을 잡숫게 됐소. 은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뭐라고 했소? ‘에이유, 이 주책없는 늙은 것들을 봐라. 저쪽에서 먹을 게지. 언제 늙은 것들이 싹 썩어지겠니?’ 이러지 않았소?”
“어마나! 기억나지도 않는데. 말 한마디 실수한 걸 가지고 그래오?”
종환은 콩크리트에 쇠덩이 구우는 듯한 목소리로 맺고 끊듯 했다.
“어찌 한마디 실수라고만 볼 수 있소? 례의 바르고 부모께 효도를 하는 것은 우리 조선족의 훌륭한 전통이 아니고 뭐요? 자기 부모를 욕한 그 한마디 말에 난 자칫하면 우리 부모한테 시집살이를 시키지 않겠는가는 근심부터 앞섶데. 은자는  늙으신 어머님께 효도하고 귀여운 오누이를 제 자식처럼 키울 사람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소.”
은자는 억이 막혀 웃고 말았다.
“무슨 총살받을 죄나 졌는가 했더니. 원, 참. 한마디 실수한 걸 가지고 왜 그래오? 진짜 못된 나그네구만.”
“나하고 만난지 며칠이라고 본가집 부모형제 허물을 한단 말이요. 심지어 자기를 그렇게 도와준 성호마저 ‘세상물정 모르고 날뛰는 무례한 깡패’라고 욕하더구만. 옛날부터 말 한마디 천냥 간다고 은자 말마다 어떤 사람인가 본질을 보여준단 말이요. 어떻게 저를 믿고 로모와 어린 오누이를 맡기오?”
그 마디마디 말은 은자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여보세요. 우리 함께 낳은 철수를 봐서라도 모든 걸 량해하고 함께 삽시다.”
종환은 자기 팔을 꼭 잡고 매달리는 은자를 훌 밀어버리고 먼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
“꿈도 꾸지 마오.”
그는 무섭게 뒤말을 이었다.
“은자는 말실수만 한게 아니오. 그게 뭐요? 친정부모 생일에도 가지 않고 자녀들이 다 돌아간 다음에 부모 집에 기여들어 성호네랑 가져온 돼지고기랑 소고기랑 가만가만 끗어다 제 새끼를 먹인단 말이요? 친정부모한테도 그렇게 불효하고 제 새끼만 새끼라는데 내 엄마와 자녀들을 곱다고 하겠소? 할 말 다 했으니 다신 찾지도 마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정하게 가버렸다.
은자가 울며 뒤따라가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비비며 애원했건만 쓸데 없었다. 
부모형제들이 종환을 포기하라고 열당부를 해도 그녀는 곧이듣지 않았다. 열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고 정성을 다하면 종환은 행여나 언젠가는 꼭 마음을 돌리겠는가고 오산했다. 그녀는 모든 굴욕을 참으면서 인정머리도 없는 종환한테 눈물겨운 짝사랑을 몰부었다. 종환과 애들이 좋아하는 소고기국을 한 물초롱이나 끓여 밀차에 싣고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동환은 숱한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고기국물초롱을 발로 차 쏟아버렸다.
“개쌍년, 오지 말라는데 왜 자꾸 찾아와?!”
그후 은자는 너무 억울해 막내동생 성호를 불러 당부했다.
“네 한번 가서 으름장을 놓아라. 우리 누나와 살라고 해봐라. 주먹으로 위협하면 내 앞에 무릎을 꿇겠는지.”
성호는 억이 막혀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누나, 나도 애비 없이 자라는 철수 불쌍해 한바탕 패주고 싶소. 그러나 사랑은 어디 주먹으로 강다짐해 될 일이요? 종환은 아주 똑똑하고도 못된 사람이요. 누난 말머리 무거운 그 사람 앞에서 쓸데없는 소릴 횡설수설하더니 제 눈을 멀군 게 아니고 뭐요? 종환 앞에서 부모를 욕한 건 잘못이요. 왜 그렇게 수양도 없이 부모를 함부로 욕했소? 그런 잘못을 고치지 못하면 누가 살자고 하겠소? 누나는 마음이 착하고 효성이 지극하지만 입을 널어놓고 다니는게 흠이요.”
“됐다, 됐어! 나서지 않겠으면 말아라.”
그녀는 부득불 종환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철수가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면서 공부를 잘해 할빈림학원에 붙었다. 하지만  입학등록금마저 낼 돈이 없어 그녀는 사처로 달아다니면서 손을 내밀어야 했다. 그때도 성호가 나서서 선대해주어 하나 밖에 없는 금덩이 같은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그녀는 계속 그렇게 하나 밖에 없는 마음 속의 기둥 같은 철수를 남들처럼 입히지도 못하고 먹이지도 못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철수를 보기만 하면 엄마 구실을 못한 빚진 마음이 항상 쓰라렸다. 그녀는 대가를 아끼지 않고 한국에 나가려고 했다.
끝내 기회는 찾아왔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그녀는 시내 한 섭외혼인소개소 소개로 한국 부산에서 온 칠순되는 정병욱을 만나게 되였다. 그녀는 자기보다 15세나 더 많은 등이 다 굽은 정병욱령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에 구김살이 가지 않게,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우기 위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재가하지 않으면 안됐다.
저금통장의 돈을 다 털어 소개비 2만여원이나 혼인소개소에 출국수속비로 내고 정병욱과 함께 민정국에 가서 이른바 국제결혼등록을 하였다. 영상한대로 본가집 부모와 형제들을 불러 결혼식이라고 올리고 사진관에 가서  결혼사진도 찎었다.
그런데 정병욱이 부산에 돌아간지 1년이 넘었건만 은자는 령사관의 퇴자를 맞아 줄곧 한국에 나가지 못하였다.
성호는 한국 국제결혼중매소 김소장이랑 국제결혼인이라는 허울을 쓰고 사기친 것이 아닌가고 한국에 나온 김에 부산에 내려왔던 것이다.
난생처음 부산으로 온 성호는 정병욱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목책 하나만 달랑 들고 바다에서 바늘을 건지는 격으로 그 령감을 찾기 시작했다.
헛일 삼아 공중전화를 치자 정병욱이 전화를 받았다.
“은자 남동생인데요. 만날 수 있어요?”
“오, 그래요? 처남 지금 어데 있어?”
“지금 부산역 부근에 있는데요.”
“지하철 타고 해운대역까지 오라고. 지하철출입구에서 기다릴게요.”
성호는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역에까지 달려갔다. 그런데 붐비는 행인들  속에는 마중하겠다던 정령감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령감은 택시비가 아까워 역에까지 걸어오다나니 늦었던 것이다.
성호에게는 정령감 집의 전화번호 밖에 없고 핸드폰이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부산에 온바하곤 바다구경이나 하면서 기다리자.)
그는 해운대 해변가 백사장에서 바다풍경을 구경하면서 전화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검푸른 바다가 오래잖으면 해를 먹어치우겠는데도 기다리고 기다리는 전화는 울리지도 않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정령감은 전화비마저 아까워 치지 않았던 것이다.
푸르른 바다에서 날아예는 갈매기떼, 붕-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유람선, 바다가  백사장에서 바글거리는 인간들, 성호는 더 구경할 생각이 없어졌다.
그는 재차 해운대 지하철역에 돌아갔다.
“처남! 처남!”
느닷없이 부르는 소리에 성호는 주춤 멈춰섰다. 되돌아보니 분명 정령감이였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이렇게 부산 한끝에서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성호는 아직 정이 들지 않은 서먹서먹한 매형이였지만 애타게 찾다가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정령감의 옆에는 국제결혼중매소의 너부죽하게 생긴 김소장도 와 있었다. 그는 사전에 은자가 국제전화로 정령감한테 부동산등록이 없어 출국수속이 되지 않는 리유를 말해주었기에 재차 수속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성호는 정령감이 삼계탕을 대접하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숨돌릴 새도 없이 김소장을 따라가 중개소에 가서 국제결혼등록증을 재차 내서 가졌다.
 해를 쳐다보니 아직도 바다 우에서 빛뿌리고 있었다.
“어떤 집에서 사는가나 보고 가야겠습니다.”
성호는 은자가 와서 시름놓고 살만하겠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 날 따라오라고.”
정령감은 하늘을 찌를듯한 아빠트단지가 즐비하게 늘어선 해운대는 내놓고 산기슭의 오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였다.
성호가 한참 허리구부정한 정령감을 따라 걸어갔더니 게딱지 같은 2층집 앞에  멈춰섰다.
“우리 집이야. 어서 들어갑세.”
성호가 둘러보니 산중턱 길  옆에 몽땅 낡은 2층집과 3층집이 줄느런히 늘어서 있었다.
그가 어두커니 서 있자 정령감이 말했다.
“한국에서 이런 집이 있으면 다 부자야, 부자!”
그는 성호를 데리고 벽에 몸이 쓰리울듯이 비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딱 다락방 같았다. 그래도 1층과 2층 모두 100여평방메터는 실히 되였고  지하실도 있었다.
홀애비 집에 이 서말이라고 하더니 집을 거두지 않아 숨이 꽉 막혔다. 여기저기 입던 옷이랑 빨래랑 마구 구들에 널어놓아 말이 아니였다. 부엌 쪽으로 해서 먹던 음식그릇과 검질하지도 않은 남새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아래층과 지하까지 모두 160평방메터는 실히 돼.”
정령감은 굽은 허리를 펴면서 성호를 당당하게 쳐다보았다.
“시가로 얼마나 되는가요?”
“중고집이니까 어림 잡아 한 2억 5천만원이야 받겠지.”
“?!”
“어때? 누나 오면 잘 살 수 있겠지?”
원래 정령감은 칠순고개를 넘도록 홀로 살면서 음식점을 돌아다니면서 칼이나  부지런히 갈아 아껴 먹으면서 이 아빠트를 사놓았다. 진짜 황소처럼 벌어서 쥐처럼 먹으면서 모은 재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만 하고 주산알을 잘 튕기지 못해 모두들 바보로 취급했다. 경찰서에 다니는 친동생도 형취급을 하지 않았고 숱한 조카들은 이런 삼촌이 있는 것으로 해 창피해 평소에 거래를 끊다싶이 했다. 심지어 명절이나 앓을 때에도 얼굴 하나 내밀지도 않았다. 정병국은 한 마을에서 함께 자란 5촌고모 정분선을 믿고 번 돈을 몽땅 맡겼고 가옥소유증에도 그녀의 이름으로 올렸다. 집도 없고 돈도 없으면 국가로부터 최저생활보장금을 탈 수 있다는 정분선의 말을 딱 곧이듣고 그런 허무맹랑한 일을 했다. 그 때문에 은자와 국제결혼을 했지만 부동산등록이 없어 령사관의 퇴자를 맡게 되였다고 했다.
“갑세. 이제 5촌고모를 보고 이 집이 내 집이라는 증명서를 떼서 동사무소에 가서 도장을 땅 맞으면 돼.”
성호는 정령감을 따라 정분선이 있는 가게로 갔다.
작달막한 5촌고모 정분선이라는 로친은 사연을 듣더니 정병욱한테 삿대질 했다.
“이 바보야, 국제결혼 기어이 할라나? 그년 사기치는 거 뻔한데. 왜 계속 해? 한 100만원 떼운 셈 치고 이제라도 그만둬.”
정병욱은 수긍하지 않았다.
“아니야, 그래 평생 마누라도 없이 살라나?”
그는 성호를 돌아보며 뒤말을 이었다.
“보라고. 처남까지 오잖았어? 고모 말처럼 시집올 뜻 없는 건 아냐.”
“중국년 데려다 어디 잘 살아 봐.”
실눈을 흘기는 정분선은 진짜 헐찮은 로친이였다.
로친은 집에 가서 부동산등록증을 가져다주었다.
“옛다, 이제 이 가옥마저 사기당하지 않나 봐.”
아무리 반간을 놓아도 정령감이 어찌나 고집을 쓰는지 정로친도 하는 수 없이 성호네를 따라나섰다.
동사무소에 가서 가옥등록변경증을 내서 도장까지 꽝 맡고서도 계속 정령감을 “궁리 없는 바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가옥등록변경을 하려면 시일이 걸려야 했다. 그러나 동사무소에서는 정령감과 5촌고모 정분선의 주민등록증을 보더니 증명서를 먼저 떼주었다.
모든 걸 말끔히 끝내자 성호는 고모사촌녀동생 최인숙을 만났다. 그날 인숙이네 집에서 자고 이튿날 첫차를 타고 부산을 떠났다.
부산역에까지 따라나온 정병욱은 용돈으로 쓰라면서 만원짜리 지페 몇장을  성호의 손에 쥐여주고나서 두 손을 꼭 잡고 신신당부했다.
“처남, 난 누나와 며칠 살아도 좋네. 평생 마누라도 없이 산 홀아비 딱지만 떼버려도 원이 없겠어. 누나 보면 시름놓고 건너오라고 해요. 함께 여생을 행복하게 살겠네.”
성호는 저으기 감동됐다.
“그래요. 꼭 누나를 보낼 게요. 순박하고 부지런하고 인정미 있는 매형한테 믿음이 가요.”
한달도 되지 않아 은자의 출국비자가 떨어졌다.
은자가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날아가게 된 날에 성호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젠 살 길이 열렸구만.”
성호의 말에 철수는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야, 어쩜 엄마를 한국에 팔아 내가 살아야 합니까?”
“무슨 소리냐?”
성호는 꾸지람했다.
“모성애란 세상에 그 어떤 사랑보다도 대공무사한 사랑이야. 모두 널 위한 희생이야.”
은자는 공항에서 철수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부모형제들과 아들과 갈라지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비행기탑승구로 나갔다. 성호는 다섯째누나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그는 마음씨 착하고 인정미 넘치는 누나가 부산에 가서 무탈하게 행복하게 살 것을 빌고 또 빌었다.
은자의 운명은 진짜 기구했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를 다친다고 했다. 어쩜 그녀가 재가해서 석달만에 령감이 불행하게도 간암말기란 진단을 받지 않았겠는가!
은자는 눈 앞이 캄캄해났다. 어제까지도 살겠다고 그 추운 겨울 날씨에 기침을 쿨룩쿨룩 깇으면서도 숫돌틀을 메고 이 음식점 저 음식점 돌아다니며 칼을 갈던 령감이 아닌가.
칼을 한자루 갈아야 한화로 2천원 밖에 벌지 못했다.
은자는 살겠다고 아글타글하던 령감이 불쌍해 부여안고 대성통곡하였다.
그녀가 처음으로 한국 김해공항에 도착해 출구로 나올 때 정병욱은 구부정한 허리를 쭉 펴고 이마의 밭고랑 같은 주름살을 쫙 펴고 활짝 웃었다.
“마누라, 끝내 왔구만!”
정병욱은 어찌나 기뻤던지 숱한 사람들이 여겨보는 것도 잊고 은자를 와락 끌어안아 한바퀴 휘- 돌리고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첫날 저녁에 잠자리에 든 정병욱은 칼날과 숟돌에 다슬어 꺼슬꺼쓸한 두 손으로 은자를 꼭 껴안고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마누라, 칠순에 끝내 마누라와 함께 살게 됐구만. 우리 행복하게 한 백년 삽세.”
이튿날 은자는 숟돌틀을 메고 나가려는 령감을 말렸다.
“령감, 이젠 년세도 칠순이 다 됐는데요. 숟돌틀을 메고 다니지 마세요. 제가 음식점에 가서 일해서 살아도 실컷 살 수 있어요.”
정령감은 길죽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은자를 보고 다정하게 말했다.
“여보, 마누라, 난 칠순이 되도록 로총각으로 홀로 외롭게 살았시우(어요). 마누라 해준 뜨신 밥을 먹고 숫돌틀을 메고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춤이 절로 난다이. 마누라, 마누라가 내 집에 고이 앉아만 있어도 난 일하기 힘들지 않고 웃음 절로 기쁨 절로 흥겹다니께(까).”
정령감은 진짜 기뻐 숫돌틀을 메고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령감은 큰길로 나가면서 어깨춤까지 으쓱으쓱 추는 것이였다. 숫돌틀을 멘 령감의 허리 굽은 뒤모습을 보면서 은자는 눈시울에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하루 밤 부부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진짜 한 백날 산 그들은 진짜 밴년을 산 늙은 량주처럼 다정다감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러고 있을 때 아니지.”
은자는 택시에 정령감을 모시고 병원으로 달려가 입원시켰다. 한편 하루 24시간 동안 한시도 떠나지 않고 세수를 시켜준다, 손발을 닦아준다, 따뜻한 밥과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 하면서 살뜰히 보살폈다. 옆의 환자들은 은자를 정령감과 오래 산 조강지처인가 할 지경이였다.
은자는 물론 세번째 남편으로 만난 령감이였지만 정병욱한테는 조강지처나 다름없는 유일한 안해였다. 그녀는 정성들여 정병욱을 보살펴 다시 건강을 되찾게 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인정머리 없는 시동생과 시조카 그리고 항상 령감의 돈을 관리하며 챙기던 시5촌고모 정분선은 병문안하러 오지도 않았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우에도 꽃이 핀다고 했다. 그러나 은자의 지극한 정성도 몰라주고 병마는 야속하게도 은자의 곁에서 정령감을 끝내 떼내 저세상으로 보내고 말았다.
“아이고, 나와 함께 한 백년 살자던 령감이 이게 웬 일인가요?”
은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 대성통곡치다가 그만 기혼해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정병욱은 사체실로 옮겨졌고 자기는 령감이 누웠던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코구멍에는 산소호흡기까지 꽂혀있지 않겠는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녀는 사체실에 달려가서 정령감의 사체를 안고 또 울고불고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비통한 심정으로 장례까지 치른 은자는 휑뎅그렁하고 어수선한 집을 둘러보면서 고독감을 어쩌는 수 없어 또 대성통곡쳤다.
남의 집에 불이 난 틈을 타서 도적질을 하는 도적놈들이 있을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시5촌고모 정분선은 상가집에 찾아와 문안하기는커녕 기웃거리다가 표독스럽게 은자를 쏘아보면서 호통쳤다.
“거지 같은 년,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은자는 밤중에 홍두깨 내밀 듯하는 시고모 호통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니, 시고모, 왜 이러십니까?”
정로파는 은자를 흘겨보며 호통쳤다.
“뭐? 시고모? 너거(넌) 위장결혼하고 왔제이(왔잖아). 강제출국하기 전에 이 집 빼라고!”
은자는 억이 막혀 숨도 바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인차 침착성을 회복하였다.
“이제 우리 령감이 사망한지 며칠이라고 뭔가요? 난 이 집의 당당한 안주인입니다. 나가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
“뭐락꼬(뭐라고)? 당당한 이 집 주인?”
정분선은 들고온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더니 쳐들어 흔들었다.
“이걸 보라고. 이 집 부동산등록증은 내 이름으로 됐어! 정분선의 집에 왜 중국에서 위장결혼으로 기여든 네년이 살아야 해? 말도 안되는 소릴, 흥! 당장 짐 챙겨가지고 나가라고! 사흘 안에 나가지 않으면 조카들을 불러 쫓아낼테야! 아니, 출입국사무소에 위장결혼한 네년을 신고해 강제출국시킬 거야.”
“뭐랍니까?”
“길게 말할게 없어. 사흘 안에 이 집에서 조용히 나가면 그간 조카 병시중을 둔 거 봐서 한국에서 살게 곱도록이 놔두겠어. 허나 말썽 일으키며 나가지 않아봐. 강제출국당하지 않는가! 흥!”
정병욱령감 생전에 말을 듣고 간대로 남동생과 조카보다도 그렇게 믿던  시5촌고모가 그러겠는가고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은자는 더러운 심보를 가진 탐욕서러운 정분선의 진면모를 보아내고 뒤늦게야 섬찍해났다.
며칠 후 정분선로친은 자기 아들과 사위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아니, 이 렴치없는 중국년, 언감 남의 집에 퍼더버리고 앉아 있어? 당장 나가지 못해?!”
은자는 털끝만치도 질겁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맞장을 떴다.
“시고모, 당찮은 소리 그만두세요. 남편이 간암말기로 입원해도 낯짝 하나 내밀지 않더니 이제 와서 조카 집을 자기 집이라고 빼앗으렵니까? 그게 어디 사람이 할 처삽니까?”
“뭐라고? 이년이 정말 죽자고 환장했어?”
정분선이 목에 지렁이 같은 피줄을 세우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그러나 은자는 은자대로 맞받아 도리를 따졌다.
“제가 중국에서 시집온 조카댁이라고 너무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이 집은 내 령감 정병욱어른의 집입니다. 정벽국어른이 사망했으니까. 이 집은 당연히 내 집입니다. 괜히 고모와 조카 사이에 법정놀음을 놀지 말고 조용히 삽시다.”
“아니, 누가 네 시고모냐?! 넌 내 조카 집을 엿보고 위장결혼한 중국년이야!”
“난 정상적인 수속을 하고 정병욱어른한테 재가해 왔습니다. 남을 무함하지 마십시오. 무함죄로 신고하면 큰 일 날줄 아십시오.”
“개소릴 작작 치고 당장 나가지 못할가?!”
눈깔을 부라리던 정분선의 아들과 사위는 아예 당장 은자를 칠것처럼 날쳤다.
“한매만 쳐봐라! 파출소에 폭행죄로 신고할테야. 한국에도 법이 있겠지.”
그 말에 두 사내는 서로 눈치를 흘끔거리며 망설였다.
정분선로친은 얼리고 닥쳐도 안되자 아들과 사위를 보고 소리쳤다.
“관둬라! 괜히 너네 손 더럽힐라! 저년을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해 강제출국을 시키면 다야! 부동산등록증도 있는데야. 병국이 동생 다니는 파출소에 불법체류자로 신고해버리자. 가자!”
아들과 사위도 은자한테 으름장을 놓고 가버렸다.
은자는 이국 타향에 와서 홀몸으로 무리승냥이떼 같은 놈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나 결코 무릎을 꿇 그녀가 아니였다.
그녀는 층층계를 탕탕탕 구르며 내려가는 그들의 등뒤에 대고 삿대질하며 고함쳤다.
“법으로 할려면 해봅시다. 누가 이기는가. 흥!”
며칠 후에 진짜 파출소의 경찰이 찾아왔다.
문을 탕탕탕 두드리자 은자는 2층에서 아래층 문어귀에 경찰이 온 걸 보고 마지못해 문을 열어주었다.
나이 이슥해보이는 경찰은 계단으로 2층에 헐금씨금 올라오자마자 호통부터 쳐댔다.
“아니, 이 녀잔 누구여? 언감 내 형의 집에 들어있어? 어서 나가지 못해?”
“형의 집이라니요? 그럼 시동생인가요?”
은자는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난생처음 시동생이라면서 나타난 쉰고개를 훨씬 넘은 중년 사내를 보고 놀랐다.
그 경찰은 가소롭다는듯이 은자를 쏘아보며 거만하게 부르튼 소리를줴쳤다.
“시동생? 아줌마, 정신 나가지 않았으면 내 형 집을 내놓고 나가라고요! 이 집은 내가 형한테 사준 거야.”
은자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시5촌고모는 이 집이 자기 집이라고 하던데요.”
후에 알고 보니 그는 배 다른 동생이였던 것이다. 그는 친형이 나이들도록 장가도 못가고 제 노릇을 못하는 바보라고, 낯이 깎인다고 수십년간 거래를 끊고 살아왔던 것이다.
친형이 칠순에 결혼식을 할 때에도, 간암말기로 입원했을 때에도, 장례를 할 때에도 낯짝 한번 내밀지 않던 난데 없는 시동생이 아닌가. 그런데 형한테 집이 있다는 걸 알고 불시에 이 집에 어슬렁어슬렁 기여들어 형의 지을 자기 집이라고 우겨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뭐? 고모가 자기 집이래?”
“예. 며칠 전에 아들과 사위를 데리고 왔더군요.”
시동생은 “고모도 너무해. 어쩜 자기 이름으로 올린 형의 집을 자기 거라고 해.”하고 중얼거리더니 은자한테 한마디 하고 돌아갔다.
“아줌마, 이 집은 내가 형한테 사준 집이지. 그 정분선이란 고모네 집이 아니란 말이여. 참 렴치없어.”
은자는 시동생이 가면서 한 그 말에서 피뜩 한가지 계발을 받았다.
(시동생과 시고모의 모순을 리용해 먼저 이 집은 정병욱의것이란 걸 증명해야지.)
성호는 은자누나한테서 정병욱령감의 사망가능성과 가옥소유권으로 인한   법정송사가능성을 들은 후 몇가지 조언을 미리 해주었다. 은자는 그때까지도 성호를 어린 남동생으로만 여겼다. 게다가 한국과 중국의 법이 다르다고 성호 말을 흘려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만약 진짜 령감이 사망한 후 가옥소유권으로 인해 법정송사가 벌어진다면 쓸모 있을 것 같아 성호의 조언대로 정병욱령감과 토론한 후 미리 대책을 대두었다.
후에 은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얘, 진짜 정분선이 법정에 정병욱의 집은 자기 것이라고 송사를 걸었어.”
“그래 어떻게 됐소?”
은자는 전화에서 법정에서 있은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시5촌고모 정분선로친은 파출소와 법정에 리은자는 정병욱과 위장결혼을 하고 한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불법체류자이며 정병욱과 합법적으로 결혼한 안해가 아니라고 신고했다. 그리고 정병욱이 림시 살았던 집은 자기가 돈을 대줘 산 것이며 부동산등록증도 자기 이름으로 돼있기 때문에 자기 집이며 위장결혼으로 불법입국한 리은자가 유산상속할 집이 아니라고 하였다.
처음에 파출소에서 긴급출동해 은자를 련행해 심문했다. 그러나 은자는 위장결혼이 아니라 합법적결혼해 입국한 경과를 쭉 이야기했다. 그러자 파출소에서는 은자를 조사해보고 문제없다고 놔주었다.
법정에서는 더 날카로운 공방이 진행됐다.
법정에서 정분선은 자기 이름으로 된 부동산등록증을 증거로 내들어보이면서 정병욱이 살던 집은 은자가 상속할 집이 아니라고 했다. 
그 로친은 법정에서 피고석에 앉은 은자를 표독스러운 눈길로 쏘아보며  손가락질했다.
“저년은 위장결혼으로 불법입국한 불법체류자예요. 마땅히 강제출국을 시켜야 해요. 위장결혼했기에 정병욱의 합법적인 안해도 아닌데요. 어찌 내가 사준 살림집을 저년이 상속받을 수 있는가요?”
판사는 정분선을 보고 “법정에서 피고의 인격을 모욕하지 말아요. 증거를 제출하십시오.”라고 했다.
정분선은 개 잡은 포수처럼 우쭐해 은자를 흘겨보면서 가옥소유증을 변호사한테 넘겨 판사에게 바치게 했다.
판사는 가옥소유증을 죽 세심히 내리훑어보더니 머리를 들었다.
“피고는 무슨 근거로 정병욱의 집이라고 주장하는가요?”
은자는 당당히 일어서 답변했다.
“그 집은 저의 령감 정병욱이 몇십년 동안 칼을 갈아 아글타글 모은 돈으로 산 집이예요. 다만 최저생활보증금을 타기 위해 잠시 정분선의 이름으로 가옥소유증을 올렸을뿐이예요.”
판사는 허구푼 웃음을 지으면서 은자한테 물었다.
“무슨 증거라도 있는가요?”
“예.”
은자는 미리 준비한 증명서를 변호사한테 넘겨 판사한테 제출했다. 그것은 은자의 출국비자때문에 성호가 부산에 왔을 때 정분선과 정병욱을 데리고 동사무소에 가서 만든 부동산등록 변경 증명서였다.
판사는 부동산등록 변경 증명서를 자세히 본후 정분선을 보고 물었다.
“부동산등록 변경 증명서에 그 집은 정병욱의 거라고 똑똑히 적혀 있구만요. 주민등록증도 첨가됐군요. 법정에서 위증을 하면 처분받는다는 걸 명심하고 사실대로 대답하세요.”
정분선은 입술을 옥물더니 “예. 그때 칠순이 넘는 조카 불쌍해 마누라 얻어주자고 가짜증명을 떼주었어요. 건 가짜증명서예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법정안은 소란스러워졌다.
“조용하세요.”
판사는 나무망치로 두드리더니 계속 은자한테 질문했다.
“원고는 피고를 위장결혼했다고 신고했는데 피고는 합법적인 부부라는 증거가 있는가요?”
은자는 결혼등록증을 제출하고나서 정병욱과 결혼해 살던 일을 간단히 천명했다.
정분선이 성이 나서 은자를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아니, 저년이 우리 조카와 며칠 살고 몇억이나 되는 살림집을 차지하려고 그래?”
은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내겐 정병욱령감의 재산상 속에 관한 유서와 육성유언 록음테프가 있습니다.”
법정에서는 은자한테서 유서와 록음테프를 받았다.
록음테프를 틀어놓자 정병욱의 유언이 흘러나왔다.
 
리은자는 유일한 합법적인 마누라입니다. 우린 비록 함께 산 날은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리은자는 간암말기로 죽어가는 나를 진짜 남편으로 살뜰히 보살폈습니다. 칠순이 넘도록 갖은 천대와 멸시를 받으면서 사람 같잖케 살아온 저는 마누라 은자한테서 안해의 따사로운 사랑을 받았고 인간대접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나는  모든 재산을 마누라 리은자한테 물려주겠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최저생활보장금을 받기 위해 자기 이름으로 올리라는 5촌고모 정분선의 말을 듣고 그의 이름으로 잠시 올렸을뿐입니다. 전번에 동사무소에 가서 가옥등록 변경을 신청했는데 정분선은 이구실 저구실 대면서 질질 끌면서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이젠 내 안해 은자가 들어왔기에 내 이름으로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속였습니다. 이제 내가 죽은 후 5촌고모는 내 집을 마땅히 리은자 이름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내 대신 건사해둔 돈 1200만원도 당연히 마누라 은자한테 넘겨줄 것을 바랍니다…
 
정분선은 철 같은 육성유언에 그만 눈 앞이 캄캄해나서 제자리에 물앉았다.
판사는 또 은자에게 물었다.
“정병욱이 그 집을 살 때 돈 5천만원을 대줬다고 하는데요. 이 일은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가요?”
은자는 미리 생각해둔대로 똑똑히 말했다.
“시동생한테 만약 정병욱의 싸인이 있는 차용증이 있다면 이것 역시 그 집은 저의 령감의 돈으로 산 집이라는 것이 반증되는 좋은 증거라고 인정합니다. 또 증거가 충분하면 사 후에 그 돈을 제가 갚도록 하겠습니다.”
판사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정분선을 보고 “원고는 최후진술을 하세요.” 라고 했다.
정분선은 그저 악을 딱딱 썼다.
“아니, 억울해 죽겠어요. 그 집이 어떻게 하면 저년이, 불법체류자의 소유로 넘어갈 수 있는가요? 저년을 강제출국을 시켜야 해요.”
“그만!”
판사는 나무망치로 딱딱딱 힘있게 두드렸다.
“피고도 법정 최후진술을 간단히 하십시오.”
 은자는 일어나서 당당하게 말했다.
“저와 정병욱은 합법적인 부부입니다. 저의 령감은 생전에 저에게 모든 유산을 몽땅 넘긴다고 유서와 유언을 작성해두었습니다. 판사님께서 한국의 법대로 공정하게 처분하리라 믿습니다. 한국에도 법과 정의가 있겠지요. 아무리 중국출신이라도 시5촌고모의 탐욕스러운 처사는 마땅히 질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머나 인정머리 없습니까? 저의 령감이 간암말기에 걸려도 병문안 한번 하지 않다가도 그가 사망하자마자 자기 것도 아닌 집을 빼앗자고 날뛰는 시고모가 정말 안타깝습니다. 왜 그렇게 몰인정합니까? 시동생도 그래요. 평소에 형취급을 했습니까? 아니, 사람대접이나 했습니까? 수십년 동안 거래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친형의 장례날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시집온지 몇달도 안되는 제가 혼자 장례를 치러도 여기 앉아 있는 시집식구들이 하나라도 왔습니까? 사체를 내 혼자 이기지 못해 붙들고 울 때 손발 하나 거들어주었습니까? 아무리 배 다른 형제라도, 칼을 갈면서 부산 밑바닥에서 기여다니는 형이라도 그렇죠. 왜 그다지도 몰인정한가요? 으흐흐흑, 흑흑흑…”
은자는 더 말해내려가지 못했다.
“에이, 인정머리 없어.”
“저 것들도 사람인가?”
법정에서 사람들은 뒤에서 모두 정분선과 정병욱을 손가락질하면서 질책했다…
“호호호.”
은자는 전화하며 통쾌하게 웃었다.
“네 말대로 미리 대책을 대두었기에 이번 송사에서 이겼어. 집도 내걸로 됐고 정분선은 무함죄와 사기죄, 쥐증죄로 700만원을 벌금했고 유예부 3년 징역에 언도됐어. 정로친이 내 령감 돈 1천 2백만원을 꿔간 것도 법원에 송사해서 끝내 갚게 만들었어. 시동생은 내가 알아서 얼마간 주기로 했어. 차용증이라고  만들어왔더라. 진위를 알기 힘들지만 어쩌겠니? 이번 송사에서 그가 형님한테 돈을 꿔주어 산 집이라고 증명을 서주지 않았더라면 이길 수 있니? 얼마간 줘야지. 원래 우린 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시비와 송사를 해서 잘 이기지 않고 뭐야?”
“잘 됐소. 아버지 말씀처럼 ‘빚을 지고 살아도 시비를 지고 못 살지.’ 누난 우리 리씨 집안을 위하여, 아니, 누난 한국에서 중국 조선족들의 기개를 떨쳤소. 하하하.”
“덕분에 이젠 철수를 데리고 남 부럽잖게 살게 됐어. 고마워!”
낯선 이국 타향에서 피고로 된 은자가 한국 본토배기 정분선과의 송사에서 이기게 된데는 곡절도 많았다.
처음에 송사에서 피고석에 앉게 됐다고 하자 성숙은 집을 활 주고 나와 꿍꿍 일해 돈을 벌어 살아라고 권고했다.
“언니, 괜히 시고모와 맞섰다가 불법체류라고 판결이 나서 강제출국을 당하면 어쩌오? 집이고 뭐고 싹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오오. 날 보오. 불법체류라도 아무 일도 없이 음식점에서 일해 돈을 벌지 않소. 우리 집에 와 있으면서 함께 식당에나  다니기오.”
그러나 은자는 신경질을 쓰며 녀동생이 생각해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얘, 내가 도망치면 정로친이 무함한대로 내가 위장결혼으로 불법입국한걸로 되지 않니? 집은 둘째고 사람이 어찌 빤한 시비를 지고 억이 막혀 살 수 있니? 중국조선족녀자라고 업신여기는 그 로친이 꼴도 보기도 싫어. 난 꼭 송사에서 이겨 무지막지하고 법도 도리도 없는 정로친의 기를 꺾어놓을테야.”
성호도 처음에는 자기도 한국 법률을 잘 모르는데다가 누나가 한국에 갓 가서 아무런 인맥도 없는 낯선 고장에서 송사놀음에 승산이 없어 망설였다. 은자가 어찌나 꼭 시비를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하는지. 그 바람에 성호는 정병욱령감과 토론해 정병욱의 살림집을 은자한테 물려준다는 유서와 유언을 작성하라고 귀띔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흘이 멀다하게 구체적으로 정황을 알아보고 일일이 여차여차 하라고 은자를 지도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를 청하자고 해도 시가로 2억 5천만원이나 하는 집문제이기 때문에 돈이 엄청 많이 들어야 했다. 한국에 간지 몇달 되지 않은 은자는 변호사한테 줄 수고비도 마련하지 못했다.
한국의 량심적인 변호사는 “이 사건은 중국동포라고 정분선이 업신여기고 마구 걸고 든 송사입니다. 모든 걸 보면 리은자씨의 집으로 상속받아야 할 집입니다. 변호사료금은 후일 돈을 벌면 주면 돼요.”라고 하면서 법과 정의를 주장했다.
그리하여 은자는 변호사와 성호의 부탁대로 대담하게 법정에 나섰다. 법정 송사가 어디 그리 식은죽먹기처럼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법정공방이 어찌나 치렬했는지 1년 반 동안에 16번이나 휴정했다가도 개정했다. 그러나 마라손식 법정공방에서 은자는 한국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끝내 법률적으로 시비를 밝히고 송사에서 이겼던 것이다.
성호는 내심으로 기뻐하면서도 누나의 신변안전을 당부했다.
 “누나, 아무튼 부산에서 홀로 살기에 몸조심 하오. 무슨 보복을 당할지 어떻게 아오?”
“알았어. 그까지 참새들이 두려워 할 내가 아니야. 난 참새를 잡아먹는 독수리야. 량심 없이 탐욕스럽게 게걸을 쓰는 한국의 참새들을 전문 잡아먹는 독수리란 말이야.”
“누나는 부산에서 훨훨 나래치는 갈매기란 말이요!”
성호는 기뻐 탄복했다.
은자는 고향의 진달래마냥 한국 부산에 뿌리를 박고 힘겹고 외롭게 살면서도 모든 역경을 이겨나가며 자기 삶의 터전을 굳건히 꾸려 지켜나가고 있다. 아니, 진달래꽃의 향연을  한국 부산에 널리 풍기고 있지 않는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8) 2016-01-05 0 1770
48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7) 2015-12-25 1 1741
47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6) 2015-12-15 0 1938
46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5) 2015-12-04 0 1755
45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4) 2015-11-25 0 2075
44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3) 2015-11-13 0 2185
43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2) 2015-11-04 0 2157
42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1) 2015-10-26 1 2217
41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20) 2015-10-14 2 2018
40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9) 2015-10-02 2 1837
39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8) 2015-09-25 0 1873
38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7) 2015-09-25 0 1528
37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6) 2015-09-21 0 1667
36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5) 2015-09-09 0 1743
35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4) 2015-08-31 0 1596
34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3) 2015-08-28 1 2289
33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2) 2015-08-13 1 2250
32 장편과학환상소설 황천의 유령(7) 2015-07-30 6 2374
31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1) 2015-07-17 1 1941
30 장편과학환상소설 黄泉的幽灵(6) 2015-07-08 0 2030
‹처음  이전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