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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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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41)
2019년 10월 20일 10시 20분  조회:141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71. 아들과 사위
성호는 선희가 광고수입을 몽땅 가지고 송준과 함께 한국에 도망치지 않았는가 의심했다.
근봉과 전화해 물어보니 생각 밖으로 송준은 며칠 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하지 않겠는가.
요즘 성호는 부모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또 속을 썩이게 되였다.
영옥은 성호의 손을 잡고 간곡히 부탁했다.
 “얘야, 아버지 소원을 꺼줘라. 죽으면 화장터에 가서 불에 타 두번째죽음을 당하기 싫단다. 난 괜찮다. 이담 죽으면 화장터에 보내달다. 그 좋은 뻐스에 앉아 천당으로 가지 왜 북망산에 가서 땅 밑에서 썩겠느냐? 우린 한평생 농촌에서 살았기에 고향으로 돌아가면 나갈 데도 있어 기분 좋다. 어쩐지 시내에 있으니깐. 나갈 데도 없고 수토가 맞지 않는지 이걸 봐라.”
영옥은 뚱뚱해진 배를 가리켰다.
“어째 자꾸 배 붓긴다. 지난 해 가을엔 고향에 돌아가 탈곡하니 배 쑥 내려가더라.”
상진도 간곡히 부탁했다.
“얘야, 화장터에 가서 두번 죽음을 당할 생각만 해도 머리끼 곤두서고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성호는 부모 말을 듣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고향에 집도 없지. 어떻게 허망에 간다고 그럽둥?”
그때 정희도 안방에 들어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물었다.
“혹시 제가 잘 보살펴드리지 못해 섭섭하셔서 그러진 않으십니까?”
영옥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게 무슨 소리요? 며느리, 시내 각시라도 시부모를 살뜰히 모신 착한 며느린데.”
정희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젠 칠순고개도 넘었는데요. 고향에 돌아가서 농사 지을 수도 없잖아요? 집도 없이 농촌에 돌아가 어떻게 산다고 그래요?”
상진은 묵묵히 앉아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집이야 사위한테서 되찾으면 되지. 집값을 어디 한푼이라도 물었소? 부모한테 먹을 쌀도 주지 않는 불효자식들, 새 해엔 밭을 남한테 주면 줬지. 그런 인정머리도 없는 불효자식한테 줄 순 없소.”
정희는 황급히 말렸다.
“아버님, 괜히 부모자식간에 말썽이라도 생기겠어요. 이제 우리 돈을 벌어 시내에 큰 집을 마련하면 부모님을 모셔오겠습니다.”
상진은 며느리를 보고 정색했다.
“아들며느리 성의는 아오. 시내 정말 싫어서 고향에 가자고 그러오.”
성호나 정희나 일단 결단 내리면 벽이라도 차고 나가고 마는 아버지 성질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때 혜옥이 결혼하게 돼서 일가친척들이 은숙이네 집에 모이게 됐다. 성호는 당연히 상빈으로 가게 되다나니 일찍이 고향 마을로 올라갔다.
그는 될수록 매형과 누나와 마찰을 피하려고 매형한테 판 집을 되찾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와 영옥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파는 집이 없는가 수소문해보았다.
옛날 생산대 창고 앞을 지나다가 영옥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얘야, 이 창고 안에 구들을 놓고 살면 어떨가?”
성호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웃겠습둥? 시내에 모시고 가서 호광을 시킨다더니 고향에 돌아와 창고에서 산다고. 자식을 망신시키자고 그럽둥? 에이구, 부모를 잘 모시자고 해도 부모들도 자식 말을 좀 들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상진은 “창고에 가마를 걸고라도 고향마을에 기어이 돌아가겠다.” 하고 고집했다.
정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초라한 창고에 구들을 놓고 부모를 모셔갑니까? 온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겠습니까? 아들과 며느리를 불효자식으로 만들려고 그래요?”
그러나 상진은 기어이 창고에 들어 살겠다고 고집을 썼다. 기실 그는 사망한 후에  화장터에 가는 것도 싫었다. 그보다도 막내아들며느리를 도와주지 못하고 시내에 눌러 있는 것이 바늘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
성호는 부모의 그런 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한마디 또 해보았다.
“아버지, 그럼 우리 집과 가까운 교외 어느 마을에 집 한채를 사놓고 살면  어떻습니까?”
“얘야, 낯선 마을에 가서 어떻게 산다고 그래? 우리 근심 너무 하지 말고    손자나 안겨달라. 그게 제일 큰 효도야.”
말수 적은 상진은 시내 아들 며느리 집에 와서 병치료를 하면서도 슬그머니 손자 비위가 났다.
(대를 이을 손자녀석이 없어서야 안되지.)
성호는 별수 없이 어머니와 함께 고향마을로 달려올라갔다.
그는 창고를 사서 구들을 놓으려다가 중천정도 없는 창고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그만 두었다.
영옥은 은숙이네 울 안에 있는 소사양실을 돌아보더니 경만을 보고 어려운 말을 꺼냈다.
“사위, 창고에 구들을 놓자니 맞갖잖습데. 저 소사양실을 손질하고 우리 들면 안되겠소?”
경만은 철색얼굴이 단통 화가마처럼 지지벌개나더니 단마디에 투박한 목소리로 거절했다.
“안됩구마. 장차 거길 손질하고 혜옥이네를 데려올 예산입구마.”
영옥은 너무나도 억이 막혀 도리머리를 홰홰 둘렀다.
“아니, 사위도 반자식이라고 어째 이러오? 우리 집값을 한푼이라도 물었소? 집을 내놓아라는 것두 아닌데. 정말 너무 하오?”
경만은 볼멘 소리를 줴쳤다.
“밭이랑 남을 붙이게 할 땐 어떻구. 사위두 반자식이랍둥? 어째 자꾸 딸집에 기여들면서 이럽둥? 가시집과 변소간은 원래 멀어야 된다는 법도 모릅둥?”
성호는 곁에서 듣다못해 툭 쏴주었다.
“매형, 그만하오. 부모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요?”
경만은 적반하장격으로 제 쪽에서 억이 막혀했다.
“야, 뼈 굵어지니 어째 매형두 눈에 차지 않니?”
“동네 부끄럽잖소?”
그때 혜옥이 신랑과 함께 웃방에서 나왔다.
“아버지, 그게 무슨 소립둥? 그래 사위는 반자식이 아닙니까? 사위 부끄럽잖아 가시집과 변소간은 멀어야 하는 법이라고 합니까? 아들도 없는 아버지 이담  어떻게 우리하구 함께 살겠다고 그럽니까? 외할머니한테 효도를 해서 사위한테 모범을 좀 보여줍소.”
경만은 장차 믿고 살아야 할 맏딸의 말에 찍소리도 못했다. 
성호는 매형네 집에서 나와 태평강 건너 천지꽃산 기슭에 있는 소사양장을 찾아가 돌아보았다.
소사양실은 문이랑 매형이 다 뜯어간데다가 돌토성도 여기저기 허물어가서 페허 같았다. 게다가 간장물 같은 비물이 새서 볼 품도 없었다.
“그래도 창고보다 퍽 나을 거 같애. 매형네 집과도 거리를 두어 신세를 졌다는 말도 덜 듣고.”
그런데 막상 겨울이 돌아오기 전에 소사양실에 구들을 놓고 부모를 모셔오자니 그리 식은 죽 먹기가 아니였다.
성호는 구들을 놓고 가마를 거는 일을 해본 적도 없었다.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른다고 그는 먼저 마을에서 손잡이뜨락또르를 빌어 벽돌공장에 가서 벽돌을 실어오고 태평강에 가서 모래와 흙을 실어들였다.
그때 가을을 하러 가던 만주가 빈정거렸다.
“아니, 형님, 어째 시내에서 부모를 모시기 힘든 모양이구만. 이리 헐망한   소사양실을 다 손질하오?”
성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억지로 희죽이 웃으면서 대꾸했다.
“어쩌겠니? 부모가 시내 벽돌집을 두고도 화장터에 가기 싫어 고향에 돌아와 살겠다는 걸.”
동불사령감도 낫을 들고 지나가다가 소사양실에 들어와서 조개턱을 들고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동불사령감을 불러 함께 가면서 싱거운 소리를 했다.
“아들을 대학에 보내 다 쓸데 없소. 애비에미를 우사에 모시는 걸 보오.”
동불사령감이 맞장구를 쳤다.
“아들딸이 열이나 돼도 어느 자식이 모시자고 하오?”
그 말은 마디마다 칼로 되여 성호의 가슴을 아프게 쿡쿡 찔렀다.
(내 숨만 돌리면 꼭 고향에 고래등 같은 벽돌집을 지어 부모를 모실테야.)
그래도 혜옥의 욕을 먹고 뭔가 가책됐던지 경만이 와서 성호와 함께 구들을 놓는다, 벽돌로 간벽도 쌓는다, 부뚜막을 쌓고 가마도 건다하면서 맴돌아쳤다.
간벽과 천정 사이가 너무 높았지만 벽돌로 더 쌓을 수 없어 이깔나무를 대고 에을 얽은 후 진흙으로 발라야 했다. 그런데 이깔대고 문이고 하나도 없었다. 또 경만이네 사양장의 창문이고 문이고 다 빼가서 문도 새로 달아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영옥은 태평강을 건너 가을걷이를 가는 은숙을 보고 문 한짝과 이깔대를 몇대 달라고 통사정을 들이댔다.
은숙은 딱 잡아뗐다.
“안됩구마. 건 다 집값에 들어간겝구마.”
영옥은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르다고 자기 낳은 딸이면 낫겠는가고 은숙을 찾아가 통사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믿던 딸의 입에서 구렁이처럼 으쓸한 대답이 나올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제 와서 다 찾아가겠다면 어떻게 합둥? 공짜로 준 건 준 게지. 어째 딸집에 기여들어 자꾸 끌어가려고 이럽둥? 흥! 정말 시끄럽게 굽구마.”
“돈을 줄게. 문짝과 이깔대를 팔아라.”
“어이유, 공짜로 가진 걸 엄마한테 팔면 남들이 뭐라겠습둥?”
영옥은 억이 막혀 말이 더 나가지 않아눈물을 흘리면서 돌아섰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더니. 원, 참, 어디 남의 새낀들 저럴 수 있겠니? 어쩜 내 배 아프게 낳은 딸 같지도 않을가. 개라도 나았으면 주인을 보면 꼬리라도 치지.)
그 눈물겨운 정경을 보던 정미소집 장천이 지나가다가 물었다.
“무슨 일로 그러오?”
영옥은 너무나도 억울해 하소연했다.
장천은 자기 집 이깔대 몇대를 가져다 쓰라고 했다.
그때 은숙은 황급히 쫓아나오면서 어머니를 손가락질하면서 고함쳤다.
“잘하긴 잘한다. 제 딸을 온 동네에 다 팔아먹겠습둥? 어이구, 언제 저 늙은 것들이 다 썩어지겠니?”
그때 웃방에 있던 은숙의 사위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혜옥이 듣다못해 웃방에서 나오면서 질책했다.
“어째 외할머니와 이럽둥? 동네 부끄럽지 않습둥? 외할아버지네 집에 외상으로 들어 살면서 이깔대 몇대 그렇게 아깝습둥?”
말을 마치자 혜옥은 신랑을 불러 토성 안의 이깔대를 수레에 실었다.
“야, 그걸 어째 싣니?”
은숙이 뭐라건 혜옥과 신랑 준범은 수레를 몰고 태평강 건너 소사양장으로 떠났다.
“엄마, 그럼 이러기요.”
은숙은 허연 머리를 흩날리면서 떠나가는 늙은 어머니 굽은 잔등에 대고 소리쳤다.
“이깔대 한대에 6원씩 가져가오.”
“그래라. 우리한테서 공짜로 가진 걸 되팔아서 잘 살겠다.”
“팔기만 해도 좋은줄 아오. 어데 가서 그리 좋은 이깔대를 얻어온답데.”
그때 웃마을의 백호가 집손질하러 왔다가 그 딱한 사정을 알고 자기 집 이깔대를 더 가져왔다.
그뿐이 아니다. 소사양장에 있던 숱한 농기구와 물독, 쌀독, 소먹임 물을 끓이던 커다란 대국가마 등은 기실 몽땅 집값에 넣지도 않고 몽땅 딸한테 공짜로 준 것이였다.
(진짜 딸이래도 거저 주기는 쉬워도 되찾아 쓰기는 쉽잖구나.)
영옥은 부모자식간에도 인품이 날로 각박해지는 세월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딸과 사위한테 수모를 당하고서도 자식들간에 싸움이라도 생길가봐 성호와 백호한테 한마디 섭섭한 말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성질이 애비를 닮아서 불 같은 성호가 아는 날에는 매형과 큰 싸움이 벌어질가봐 겁났던 것이다.
그날 저녁부터 영옥은 채마르지 않은 소사양실 구들에 건치를 깔고 잘 지언정 은숙이네 집으로 가지 않았다. 하루 밤도 더 묵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 후 상진은 지팽이를 짚고 고향마을에 찾아와 소사양장에 들어섰다. 그때도 영옥은 령감한테 은숙과 경만의 허물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괜히 령감이 중풍에라도 걸리면 큰 일이 아닌가.)
상진은 사양실 울 안에 키 넘는 쑥대를 보더니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아이구, 범이 새끼를 칠 지경이구나.”
그는 지팽이를 짚고 태평강을 건너 셋째딸집에 갔다. 그는 사랑칸에 들어가 두루 살피더니 자기가 쓰던 낫을 찾아 들고 나오려고 했다.
그때 경만이 나와서 호통쳤다.
“아니, 건 어째 다칩둥?”
“사양장 울 안에 범이 새끼를 칠 지경이오.”
상진은 사랑간에 되돌아가 호미도 주어들면서 뒤말을 이었다.
“명년에 터전이라도 가꿔야 남새를 먹지. 입에 거미줄을 치겠소?”
경만이 한다는 소리 더 한심했다.
“아니, 중풍을 맞아 쩔뚝거리면서 무슨 터전을 가꾼다고 그럽둥? 흥! 다 죽게 돼가지고 욕심을 작작 씁소!”
“뭐라오?!”
상진은 들었던 호미와 낫을 땅바닥에 탕 메쳤다.
그때 은숙이 동네 사람들이 보기 민망했던지 달려나와서 소리쳤다.
“어이유, 싹 가져갑소. 귀신딴지 같은 걸 보기두 싫습구마. 이젠 우리 집에 얼씬거리지도 맙소.”
혜옥이 또 엄마를 욕했다.
“아니, 엄만 진짜 불효자식입구마. 아들도 없는 엄마, 바꿔놓고 이담 우리 그러면  엄마 좋겠습둥? 우린 딱 아버지, 엄마 외할아버지와 하던대로 하지 않는가 두고 봅소.”
그제야 은숙은 두덜거리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영옥이 은숙을 보고 소사양실에 놓았던 물독과 쌀독을 가져가려고 했다.
은숙은 대뜸 화를 냈다.
“물똑과 쌀똑까지 다 가져가겠다고?”
그녀는 이를 사려물고 뭐라고 욕하려다가 웃방에서 내다보는 혜옥과 사위를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콱 가져갑소.”
영옥은 소사양실로 나가면서 은숙을 보고 “얘, 좀 이워달라.” 라고 했다.
은숙은 마지못해 소사양실에 가서 그 무거운 물독을 칠순 넘는 어머니 하얀 머리카락 우에 들어 이워주면서 줄욕을 퍼부었다.
“에이유, 늙은 것들이 아직도 죽지 않고 새끼들을 밸까지 다 빼갈 예산이요. 에이구, 산 속의 호랑이 다 뭘 하고 굶어죽는다오?”
늙은 영옥은 무거운 물독을 이고 일어나다가 그 욕설에 다리맥이 풀려 일어나지 못하고 그만 풍덩 물앉았다.
쾅!
물독이 은숙의 발치에서 박산났다.
“아이구!”
은숙은 어머니 어데 상했는가 보기는커녕 자기 발이 상하지 않았는가 내리보다가 발을 쾅 구르더니 자리를 떠났다.
영옥은 눈물을 머금고 다른 물독을 혼자 이고 일어나려고 모지럼을 썼다.
그때 외손녀 혜옥과 손녀사위가 모다못해 씽 달려나왔다.
“할머니, 우리 실어다드립지비.”
그들은 할머니 머리에서 물독을 빼앗다싶이 내리워 수레에 싣고 외할머니를    모시고 태평강을 건너갔다.
영옥은 인정머리도 없는 은숙이 너무나도 섭섭해 두고두고 외웠다.
“어쩜 은숙은 내 배아프게 낳은 딸 같지 않다. 어쩜 어미하구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가?”
영옥은 혹시 자식들이 알면 말썽이라도 생길가봐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속으로 외우고 또 외웠다.
성호는 부모를 시내로 모셔올 때 부모가 쓰던 톱과 망치, 큰자귀, 대패 등을 일전한푼 받지 않고 몽땅 경만한테 넘겨주었댔다.
그런데 이젠 성호가 목수도구를 빌어써야 할 처지로 됐다.
은숙은 “말로는 빌어다 쓰자지만 되찾아가자고 그러지?” 하고 도도거리면서 목수도구를 내놓기 아까와했다.
사양실을 집이라고 다 손질해놓았는데 딱 출입문이 없었다.
성호는 매형네 집에 가서 돌아보다가 울안의 소사양실 뒤에 람색뼁끼칠을 한 문이 벽에 기대 세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문은 원래 사양실 출입문이였다.
“저 문을 주오.”
은숙은 하늘이 낮다고 세길네길 펄쩍 뛰며 야단쳤다.
“부모자식간에도 어디 공짜가 있니?”
“저건 분명 우리 사양실 문인데. 어째 우리 동의도 없이 뜯어왔소?”
“40원에 사가라!”
“우리 사양실문을 뜯어다 지금 되팔겠소? 참, 누나도 한심하오.”
성호는 어처구니 없어 입을 딱 벌렸다.
그는 가을하러 나가는 동불사령감이랑 세린하령감이랑 보는데서 고까짓 돈 40원 때문에 다투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버지가 노여워서 병이 도질가봐 겁났다.
“40원 줄게.”
성호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었지만 억지로 참고 그 자리에서 40원을 꺼내 던져주고 그 문짝을 싣고 떠났다.
성호는 마음이 아팠다.
(아, 저래서 어른들이 항상 애지중지 키운 자녀들의 불효에 섭섭해했겠구나. 부모 집은 영원히 자녀 집이지만 자식의 집은 잠시도 부모 집이 아니라는 말씀이 맞구나.)
성호는 매형과 셋째누나를 한바탕 쏴줄가하다가도 그만뒀다. 어쨌든  고향 마을에서 누나와 매형을 믿고 부모를 모셔야지 않겠는가.
그는 매형과 아버지 사이가 벌어진데는 부모자식간에 서로 양보와 배려심이 모자란데 원인이 있다고 여겼다. 그보다도 인간수양을 닦지 못한 불효에 주요한 원인이 있었다.
경만과 은숙이 약혼할 때 상진은 아버지 없이 자라서 수양이 없고 성질이 팩하다고 반대했었다. 경만은 제일 아픈 마음속의 상처를 건드린 것이 항상 속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결혼해 살면서도 술만 마시면 그 일이 생각나서 가시아버지와 걸고 들어 행패를 부리군 했다. 또 밭을 나눌 때 반이랑 때문에 가시아버지와 시비를 걸고 들었다. 물론 후에 상진의 것으로 판명났다.
그때 경만은 기분이 어찌나 생했던지 자를 땅바닥에 홱 팽개치면서 “에이씨, 이젠 가시아버지구 뭐구 모른다!” 하고 쩔뚝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부터 경만은 가시집이라면 쓴 외 보 듯하였다.
그때 만약 은숙의 말대로 상진이 사위한테 좀 양보했더라면 관계가 더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진은 절대 시비에 지고 살려는 사람이 아니였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빚을 지고 살아도 시비에 지고 살 수 없다.”는 것이였으니깐.
상진은 일찍 시내 아들며느리 집에 갈 때 다리를 젖은 사위를 많이 돌봐주었다. 그는 이전에 옥맺힌 매듭도 풀어주려고 자기 밭을 사위한테 붙이라고 주었을뿐만아니라 새 벽돌집마저 외상으로 사위한테 팔았다. 영옥은 봄에는 벼모랑 떠주었고 성호도 청가를 맡고 벼모내기를 도와주었다. 늙은 량주는 여름에는 터밭을 매주었을뿐만아니라 가을에는 낫을 들고 가을을 해주었고 초겨울에는 상진과 성호까지 데리고 와서 탈곡까지 도와주었다. 기실 부모네 밭 일은 부모와 성호가 거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런데 경만은 다욕하게도 가시부모들이 먹을 쌀도 주지 않았다. 가시부모가 거저 쌀을 가져가려는 것도 아니고 밭을 양도한 값으로 먹을만큼만 달라는데도 한근도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가시부모와 사위 사이가 점점 벌어졌다.
(부모와 매형네 사이가 벌어진 주요한 책임은 그래도 매형한테 있지. 우리 얼마나 양보해주었는데 배은망덕하고 불효를 저지른단 말인가.)
성호는 매형과 누나를 고깝게 생각하면서도 관계가 나빠지면 안된다고 여겼다. 비록 매형보다 열살이나 지하였지만 필경 대학을 나온 사회 사업일군이여서 도량도 넓었다. 쭉 훑어보아도 어느 누나나 매형이나 모두 장점과 허물이 없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드넓은 흉금으로 누나와 매형네를 모두 포옹하려고 무등 애를 썼다.
“이제 누나들과 매형들도 부모네 년세와 가까와지면 꼭 후회할 날이 있을 거야.)
성호는  앞날이 캄캄하고 아득하기만 했다. 나먹은 누나와 매형이 셈이 들 때면 부모가 이 세상에 살아계실지 걱정됐다.
이듬해 봄이 오자 성호는 밭을 매형한테 붙이게 주자고 아버지와 상론했다.
상진은 한숨을 후- 내쉬더니 “글쎄 사위한테 밭을 주면 같은 값에 동네 보기도 좋지. 그런데 또 식미를 주지 않으면 어쩌니?” 하고 근심했다.
“이제 계약할 때 똑똑히 하면 됩구마. 매형도 사람인데 아무리 그러면 계약도 지키지 않겠습둥? 한번 더 믿어보깁소. 이 마을에서 누나와 매형도 믿지 못하면 누굴 믿고 살겠습둥?”
“그래? 흉금이 넓구나.”
상진은 희죽이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성호는 그 길로 매형네 집으로 건너갔다.
“매형, 새 해에 우리 밭을 붙히겠소?”
경만은 저으기 놀라하면서도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아버지 동의하니?”
“양, 이제 금방 토론하고 왔소. 그런데 새 해엔 밭양도세로 꼭 부모 식미를 주오.”
“아니, 그러잖구.”
경만은 두 말 하지 않고 동의했다.
성호는 백지장에 계약서를 줄줄 쓰더니 경만한테 원주필을 내주었다.
“여기에 서명하오.”
“이건 뭐냐?”
경만의 말에 은숙도 백지장에 쓰인 글을 들여다보았다.
계약서에는 가을에 장마당 시세에 따라 밭양도세만큼 쌀을 줘야 한다고 똑똑히 씌여 있었다.
“밭양도계약서?”
경만은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웃었다.
“얘, 부모자식간에 무슨 계약서냐?”
그러나 성호는 정색했다.
“구두로 맺은 군자계약은 쓸데 없소. 부모자식간에도 돈은 세여 주고 받으라 하지 않았소? 계약서를 쓰면 서로 좋소. 법적 효력을 보니까.”
은숙은 머리를 끄덕였다.
“어떻게 신용없이 놀았으면 매형하구 처남 지간에 밭양도계약서를 다 써야 하오? 뭐랍데? 부모 잡술 쌀을 주자는데두.”
경만은 눈을 치켜떴다.
“에이구, 이제 와선 다 내 탓이라고 한다. 쯧쯧쯧.”
그는 부르튼 소리를 치면서도 계약서에 이름 석자를 비뚤비뚤 써넣었다.
그는 자리를 뜨는 막내처남을 바래면서 중얼거렸다.
“너도 가시아버지 못잖구나. 절대 시비에 지지 않을 놈이군. 그래도 넌 가시아버지보다 인정머리 있어. 가시아버지가 네 절반만큼이나 인정머리 있게 놀아도 절대 그러잖았울 거야.”
성호는 시무룩이 웃으면서 매형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매형, 새 해에 수고하겠소. 형제끼리 서로 도우면서 화목하게 살기요.”
은숙은 굳게 손을 잡고 희죽이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복숭아 같은 얼굴에 해시시 웃음을 지었다.
경만은 부모와의 갈등이 다 해소된 것이 아니였다.
엄동설한이 눈 앞에 당장 덮쳐들게 됐다. 그런데 부모들은 땔나무가 없어 고생이 막심했다. 먼저 소사양실 울 안에 키넘게 듬성듬성 자란 마른 쑥대를 상진이 낫으로 베놓았다. 영옥은 한아름씩 안아들여다 아궁이에 쑤녀넣고 그럭저럭 늦가을 추위를 몰아냈다.
경만네 집 마당에는 돼지들이 마구 뜯어널어놓은 산더미 같은 벼짚이 눈썩임물에 다 썩어빠질 지경이다.
혜옥이 외할머니네 땔나무 없다고 실어다주려고 하자 경만은 철색낯이 시꺼매나면서 눈 흰자위를 뗄뗄 구을렸다.
“한단에 2전 5리씩 사라고 해라.”
은숙은 부삽으로 아궁이에 석탄을 퍼넣다가 남편한테 마땅찮은 눈길을 보냈다. 그녀는 나그네 집에 비였을 때 가만히 혜옥과 사위와 함께 벼짚을 한수레 꽉 박아 실어다주었다.
성호는 눈 앞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했다. 그는 택시영업을 하지 않고 택시에 석탄마대를 꽉 박아 싣고 고향으로 떠났다.
정희는 택시 뒤좌석에 묻은 시꺼먼 선탄재를 보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야단쳤다.
“아니, 여보세요. 택시를는 계속 뛰게 하고 화물차를 삯을 내 석탄을 실어가세요.  택시 안의 저 석탄재를 어쩝니까?”
성호는 당장 땔나무가 없는데 불시에 화물차를 어디에 가서 구한단 말인가?
“실은 석탄은 실어가고 다음에 보기요.”
그제야 정희는 얼굴에 화기를 띄우더니 신신당부했다.
“무사히 갔다가 오세요.”
또 이모사촌동생 광인을 보고 “해졌는데 주의해 천천히 몰고 갔다 오라.” 하고 신신당부했다.
광인과 준식은 모두 정희의 이모사촌동생들이다. 전번에 녀기사가 강간당한 후 차수리부에서 일하던 광인을 데려왔다.
성호는 광인이 모는 택시 조수석에 앉아 고향을 바라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온 여름 온 장마비에 아래마을 앞길이 깊다란 물도랑처럼 길게 패웠다. 하리표택시가 그 움푹 패인 호박길에 들어서니 택시 천정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홈이 깊었다. 초겨울이여서 장마철과는 달리 물이 고이지 않아 다행이였다.
“주의해라. 구덩이에 빠지면 큰 일이야.”
성호가 금방 주의를 줄 때다.
쿵더덩!
택시가 구덩이에 빠졌다.
성호는 조수석의 서랍을 열고 손전지를 꺼내 빠진 차 밑을 비춰보고 깜짝 놀랐다. 글쎄 택시  밑바닥이 언 홈채기에 쿡 박혔던 것이다. 박힌  밑바닥면이 너무 넓어서  전진도 후진도 못하고 바퀴가 연기를 일구면서 앵앵 헛돌아가는 것이였다.
“이걸 어쩐다?”
성호와 광인은 무릎을 꿇고 앉아 택시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한탄했다.
한참 후 성호는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났다.
“매형네 소를 가져다 끌어내자.”
성호는 광인을 보고 택시를 지키게 하고 고향마을로 종주먹을 쥐고 달려갔다.
경만은 사연을 듣고 두말 없이 황소를 몰고 아래마을로 내려왔다.
경만과 광인은 서로 인사하고 먼저 륜번으로 괭이로 택시 밑바닥을 끄고 삽으로 퍼냈다. 그런 다음 황소를 가대기 멍예에 메워 바줄로 택시를 끌었다.
“이라!”
경만이 소잔등을 탁 치며 소를 몰았다.
동시에 광인이 택시를 후진시켰다.
택시는 모진 엔진소리와 함께 황소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50~ 60메터나 되는  길다란 홈채기를 다 빠녀나갔다.
그때 뒤에서 헤드라이트불빛이 다가왔다.
“에이, 좀 늦었으면 화물차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할 번했구나.”
택시가 효성의 석탄을 싣고 희읍스럼한 달빛을 빌어 울퉁불퉁한 호박길을 따라 부르릉 부르릉 힘겹게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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