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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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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46)
2020년 02월 10일 14시 28분  조회:1288  추천:1  작성자: 김장혁




                        76.뿌리
무심한 검푸른 하늘 먹장구름 속에서 시뻘건 불뱀이 칼산 허리를 뭉청 끊을듯이 내리뻗었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꽈르릉 꽝꽝!
요란한 우뢰소리가 하늘땅을 진동하며 대지를 채찍질했다. 뒤이어 열콩알만한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더니 대살 같은 비줄기가 억수로 쏟아졌다.
성호는 코구멍만한 세집에서 실폭포가 쏟아지는 창 밖의 밤하늘을 내다보더니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으면서 대성통곡쳤다.
“아이고, 우리 아버지, 어쩜 새 아빠트에 와보지도 못하고 중풍에 걸렸습니까? 흑흑.”
하나는 아빠 팔에 매달리며 위안했다.
“아버지,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이제 할아버지를 모셔다 치료하면 되잖아요?”
정희는 아직도 감관대대 녀성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이런 비참한 마당에 그래도 고중에 갓 올라간 하나가 곁에 있어 성호의 비통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래, 우리 할아버지를 세집에 모셔다 치료하자.”
하나는 가야금을 들었다.
“할아버지께 가야금을 연주해드릴가요?”
성호는 심청과도 같은 한나의 효성이 가긍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래, 가지고 가자.”
그는 눈물이 글썽해 한나를 데리고 소낙비가 쏟아지는 밤중에 큰 길에 달려나갔다.
“택시!”
한나가 련이어 손을 들었다. 그러나 택시운전수들은 소낙비가 창창 쏟아지는 밤중에 교외 농촌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 택시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다단계판매 빚군들이 어찌나 문턱이 다슬게 찾아와 행악질하는지 택시와 집마저 팔지 않으면 안되였다.
물론 일부 교활한 사람들의 말처럼 가짜리혼을 하고 정희한테 모든 책임을 들씌워놓으면 성호는 책임을 모면하거나 경감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씨 착한 그는 량심에 가책되는 짓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집이고 택시고 다 팔아서라도 다단계판매에 참가한 사람들의 경제손실을 갚아주고 정희도  구해내오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경제손실을 다 갚아주었지만 정희는 좀 감형됐을뿐 징역살이를  면치 못했다.
성호는 생각할수록 원통하고 기막혔다. 20여년 동안 물고기장사에 소장사까지  하고 광고와 택시까지 아글타글 해 쌓은 닭알무지가 하루 사이에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돈을 벌어도 법을 지키면서 벌어야 해. 위법하면서 쌓은 금자탑은 아무 때건 물 먹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마련이야.)
알고 보면 얼마나 간단한 도리인가?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뜨거워지면 위법이고 뭐고 그런 도리를 생각할 새도 없이 씨뻘건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황금수렁에 훌쩍 뛰여든다!
성호는 가슴을 치면서 후회했다. 만약 후회를 만구할 수만 있다면 후회약으로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수 있으련만.
그때 다행히 김범수 경리가 길바닥에 나앉은 그를 불쌍히 여겨 신문사 광고과에 불러주었다. 그리하여 근근득식할 수 있게 되였다.
성호는 핸드폰으로 준식을 불렀다. 준식은 남의 택시를 몰고 있었다.
“얘, 택시비를 낼테니까. 우리 집 앞에 올 수 있니? 응? 아버지 편찮아 급히 고향으로 가보자구. 응, 인차 오라.”
이윽고 성호와 한나는 준식이 모는 택시에 앉아 소낙비를 무릅쓰고 고향으로 달려갔다.
성호는 편찮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옆에서 한나가 아버지 눈물을 닦아주며 위안했다.
몇달 전 봄에만 해도 아버지는 얼마나 건강했던가?
진달래꽃이 활짝 피는 봄에 아버지는 지팽이를 짚고 성호를 불러 천지꽃산으로 향했다.
멀리서 바라보니 온 산에 진달래가 활짝 피여 온 천지꽃산이 한송이 커다란 연보라빛 진달래꽃송이 같았다.
아버지는 지팽이를 짚고 쩔뚝거리면서도 성호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진달래꽃이 만발한 산기슭에 우뚝 솟은 혁명렬사기념비에 한발자욱한발자욱 다가갔다.
그는 진달래꽃으로 둘러싸인 기념비 주위를 돌아가면서 돌멩이들을 주어내고 쑥대로 비자루를 만들어 썩썩 쓸었다. 뒤이어 진달래꽃으로 단장한 울타리 안에 누워있는 숱한 무덤으로 다가가 마른 쑥대를 뽑고 가토를 하기 시작했다. 성호는 아버지 손에서 삽을 받아쥐여 가토도 하고 쑥대비자루로 무덤 주위를 깨끗이 쓸어놓기도 했다.
가토를 마치자 상진은 옷깃을 여미고 성호와 함께 기념비에 큰절을 꾸벅꾸벅 올렸다.
상진은 정색해 말했다.
“우리는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무덤에는 항일전쟁시기 저 천지꽃산에서 일본놈들과 영용히 싸우다가 영용하게 희생된 항일녀유격대원 진달래를 비롯한 숱한 렬사들이 묻혀 있다.”
상진은 칼산을 가리키면서 뒤말을 이었다.
“저 산에는 우리 항일의병과 항일유격대 선렬들의 피가 슴배여있다. 진달래라는 항일녀유격대원은 임신한 몸으로 항일유격대를 따라 저 절벽 우에 올라가서 일본 침략자들에게 사격하면서 용감하게 싸웠어. 나중에 항일유격대원들이 모두 희생되고 진달래만이 남았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탄알이 다 떨어지지 않았겠니? 일본놈들은 다리에 부상을 입어 질질 끌면서 싸우는 진달래 혼자 남은 것을 발견했지. 일본 놈들은 생포하라고 고함치면서 서슬 푸른 날창을 빼들고 아득바득 절벽으로 기여올라왔다. 진달래는 탄알이 떨어지자 돌멩이로 일본놈들의 대갈통을 까부셨다. 놈들이 절벽 우에까지 바라올라오자 진달래는 저 양지바른 쪽 절벽에서 뛰여내려 장렬하게 희생되였다.”
상진은 목이 메여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리를 숙연히 숙였다.
성호도 머리를 푹 숙이며 렬사를 추모했다.
“해마다 온 천지꽃산에는 렬사들의 피를 머금고 저렇게 연분홍진달래가 곱게 피고 있어. 우리 이 고장에 피여난 진달래는 우리 조선민족의 상징이야.”
성호는 아버지를 그저 농사군으로 본 자기를 질책했다. 아버지는 국장도 마다하고 고향에 돌아온 식견이 넓은 로간부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너희들이 당의 은혜와 혁명렬사들의 피로 바꿔온 이 나라와 이 땅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게 최대 효성이고 충성이야. 나라에 충성하지 않는 놈은 자기 가정도 온전히 차리지 못해. 옛날부터 충신은 효자가 아니라고 했느니라. 너무 가정에만 얽매이지 말고 렬사들의 피로 바꿔온 이 나라를 위해 뭔가 해놓아야지 않겠느냐? 우리 민족을 위해서 기념으로 남길만한 일을 찾아해라.”
얼마나 의미심장한 말씀이였던가.
“예, 아버지, 꼭 명심하겠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성호를 데리고 기념비에서 좀 웃쪽으로 올라가 산마루에 모셔진 조부모 산소로 다가갔다.
며칠 전에 가토를 한 흔적이 보였다.
“누가 왔다갔구만요.”
“그래, 며칠 전에 백호와 손자들을 데리고 와서 제사까지 지냈다. 사람이란 나라와 민족, 가족의 뿌리도 알아둬야 해. 제 부모한테 효성을 할줄 모르는 사람이 어찌 나라와 민족에 충성할 수 있겠니? 자기 조상의 산소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어찌 남을 잘 보살피겠느냐?”
성호는 아버지 철리깊은 말씀을 마음에 아로새겼다.
상진은 신신당부했다.
“내 죽으면 여기 부모 산소 옆에 묻어달라. 난 죽어서도 조상들을 지켜보고 진다래꽃이 만발하는 고향 산천을 지켜보고 싶구나.”
“예, 명심하겠습니다. 지금은 백세시댄데요. 아버지, 오래오래 앉으십시오.”
성호는 한마디 물었다.
“아버지, 왜 공안국장을 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습둥?”
“걸 물어 뭘 해? 다 지나간 옛 일인데.”
상진은 조부모 옆에 있는 자그마한 산소에 가토를 하면서 간단히 말했다.
“네 아버진 옛날 가정이 가난해 공부를 못했어. 그래서 부모를 잘 모시자고 고향에 돌아왔어. 그저 이러루하게 알아두면 돼.”
기실 상진은 과장으로 제발시킨 리철갑한테 무함당해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르듯이 락향했던 것이다.
리철갑은 갓 결혼해서 뜻밖에도 벽화가 숫처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한바탕 싸우고나서 리혼까지 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가정문제로 인해  과장자리까지 내놓을가 봐 김빠진 공처럼 제자리에 물앉고 말았다.  그런데 승호마저 자라면서 점차 자기를 닮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보면 상진 국장이나 공석을 닮은 것 같지 않겠는가.
(혹시 공석이 아들이 아닐가? 상진 국장이 자기 아들과 사돈보기까지 하고 살을 섞은 벽화를 나한테 팔아먹었단 말인가? 에이, 그런 년을 받아들인 내가 머저리지.)
리철갑은 보복심에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는 자기를 제발시킨 은인이고 뭐고 처처에서 물어먹었다. 상진은 문화대혁명시기 철갑 등 반란파들한테 투쟁당하다 못해 부득불 고향에 돌아왔다.
성호는 아버지께 물었다.
“이건 누구 산소입니까?”
“네 큰형의 산소야.”
“예? 백호 형님이 큰형님이 아닙니까?”
“아니야. 백호 우에 또 공석이라고 있었어.”
“예? 공석?”
“그래. 공석이지.”
“그럼 난 형님 셋에 누나 여섯이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공석은 네 배다른 형이야.”
그제야 성호는 이모부가 하던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 공석형님과 좋아하던 아주머니는 병원에 있었습니까?”
“그래. 벽화라고 아주 착하게 생긴 처녀였지. 공석과 위생학교 동창생이다. 난 걔들의 사돈보기에 가서 결혼날자까지 정해줬댔어. 에미 없이 자란 놈이 거북살이 팔자였지. 글쎄 임신까지 한 벽화와 결혼도 하지 못하고 불효를 저질렀어.”
성호는 아버지 말에 심장이 점점 쿵쿵 세차게 뛰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 벽화 아주머니 혹시 아들을 낳지 않았습니까?”
“그래, 낳았다더라. 내 중매를 서서 재가 보냈어.”
“예? 혹시 리철갑 과장한테 재가하지 않았습니까?”
“네가 어떻게 알아?”
“이모부한테서 들었습니다.”
상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리철갑은 아주머니 임신한 걸 몰랐습니까?”
“몰랐어. 나와 벽화가 짜고들었지. 벽화가 숫처녀 아니라는 걸 알면 데려가자겠니?”
“그럼 아주머니 낳은 애는 내 친조카란 말입니까?”
“그래.”
성호는 믿을 수 없었다.
(승호가 진짜 친조카란 말인가? 그 교활하고 나쁜 놈새끼!)
성호는 억이 막혔다.
“왜 이제껏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 애비도 없는 그 놈이 양애비 사랑도 받지 못하면 어쩌느냐?”
“아버지, 그 애 누군지 알았습니까?”
“그래, 알았어. 전번에 내 풍을 맞았을 때 벽화가 걔를 데리고 문안하러 왔더라. 이름이 승호라던가. 참, 불쌍한 놈이 어쩜 제 애비를 딱 떼닮았더구나.”
“아, 이게 무슨 일입둥? 승호, 그 쌔끼 대학동창생입구마.”
“그래? 잘 됐구나.”
“예! 아이구, 이걸 어쩝니까?”
성호는 어처구니 없었다.
“그 새끼 여기 제 아버지 산소 있는 걸 압니까?”
상진은 손사래쳤다.
“몰라. 양애비 알면 큰 일 아니냐?”
성호는 저으기 흥분됐다.
“걔네 양애비 녀동생만 편애한다던데. 이제껏 제 아버지 산소도 찾아오지 않고 뭡니까?”

덜커덕!
“아이구, 이걸 어쩌오?”
차가 진흙탕에 빠져 덜컥 멈춰서는 바람에 성호는 깊은 사색에서 깨여났다.
그가 내다보니 대살 같은 소낙비가 쏟아지는 밤에 또 이전에 빠졌던 아래마을  앞길에서 택시가 진창에 빠졌다.
“준식아, 여기서 차를 지켜라. 매형네 소를 가져다 끌어내자.”
성호는 비닐을 쓰고 택시에서 내려 질척질척한 호박길섶으로 고향마을로 총망히 반달음쳐갔다. 그 뒤에 비닐옷을 입은 한나가 가야금을 들고 따라나섰다.
“내 가야금을 들고 가자.”
“아니, 괜찮아요.”
“언제 가겠니? 가져오라.”
성호가 가야금을 빼앗아 들고 앞에서 성큼성큼 걸었다.
을씨년스럽게도 소낙비가 마구 내리퍼부어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한나는 시내에서 자란 소녀애여서 저 에미를 닮아서 허우대뿐이지 소낙비 쏟아지는 밤에 진창길에서 몇번이고 넘어졌다. 성호는 한나 손을 잡아일으켜 손을 잡고 걸었다.
그들이 사양실에 들어서니 백호와 은숙이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가 인사불성이 된 채 누워서 바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버지! 막내아들이 왔습구마!”
성호는 아버지 손을 꼭 잡고 대성통곡쳤다.
그때 상진이 눈을 스르르 뜨더니 손을 들어 성호 옆에 꿇어앉은 손녀의 얼굴을 매만졌다.
“한나, 왔니?”
한나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예, 할아버님, 가야금을 연주해드릴가요? 가야금병창을 듣고 구들에서 일어나야 해요.”
상진은 머리를 힘없이 끄덕였다.
한나는 비물이 묻은 가야금을 가져다 할아버님 앞에 놓고 곱게 큰절을 올렸다.
드디여 한나는 줄 끊어진 구슬처럼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둥기당당 가야금을 울리며 “오래오래 앉으세요.”란 노래를 구성지게 불렀다.
상진은 손녀의 노래소리에 정신을 좀 차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뻗쳐 성호의 팔을 잡더니 일어나 앉으려고 했다. 성호와 백호가 아버지를 부축해 비스듬히 앉혀 붙안고 뒤에 이불을 받쳐주었다.
한나가 연이어 가야금병창 서너곡을 불렀다. 상진은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또  스르르 쓰러졌다.
“아버지, 아버지!”
성호는 아버지를 끌어안고 소리쳤다.
“안되겠소. 시내 병원에 모셔가야겠소.”
영옥은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했다.
“너네 집도 없이 허망 나앉았다는 말 듣고 불시에 중풍을 맞은 거 같애.”
“다 이 불효자식 때문이구나.”
성호는 가슴을 치며 울었다.
한나도 따라 울었다.
“얘, 그만 울어. 아버지 자극받으면 건강에 나빠.”
백호가 말렸다.
그제야 성호는 정신을 차리고 경만을 돌아보았다.
“처남이 모는 택시가 아래마을 앞에서 빠졌소. 소를 빌려주오. 가서 끌어와야겠소.”
경만은 일어나면서 “아니, 이 소낙비 오는 밤중에 택시를 타고 왔니?” 하고 성호와 함께 나섰다. 일복과 정국도 삼촌을 따라 비옷을 입고 나섰다.
한참 후 준식이 택시를 몰고 집 앞에 와서 멈춰섰다.
성호는 아버지를 업어 택시 뒤좌석에 모셨다.
갑자기 상진이 좀 정신 차렸다.
“얘, 내려달라.”
“아버지, 시내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합니다.”
상진은 한사코 택시에서 내리려고 했다.
“날, 날 집에서, 편, 편안히 죽, 죽게 해, 해달라.”
백호가 말렸다.
“성호야, 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치료하자.”
“뭐라오? 치료도 하지 않고 죽기를 기다리라오?”
성호는 형님의 말을 듣지도 않고 준식을 보고 택시를 몰라고 했다.
“얘, 성호야, 내 말 좀 들어라.”
백호는 성호의 귀에 대고 나직이 귀띔해주었다.
“아버진 시내에 가면 세상뜬 후 화장터에 보낼가봐 그런다. 아버지 소원대로 해드리자.”
“시내에 가서 병치료를 하면 우리 아버진 백세를 살 수 있소. 산에 모시지 않을가봐 그러오?”
“얘, 내 말을 들어라. 아버지 병은 마음에서 생긴 거야. 약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제수만 감옥에서 나오는 것만 봐도 아버지 병이 나을 거야.”
“오빠 말이 맞다. 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잘 치료하면 한가지야.”
은숙의 말에 성호는 마지못해 함께 아버지를 집으로 되모셔들여갔다.
그는 앓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집도 없이 사양실에 모신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돌아서서 훌쩍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먼저 데려갑소.”
“야, 그런 말 하면 못쓴다.”
한나는 아버지 팔을 잡고 손으로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영옥은 성호를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아버진 벽화네 아들 집에 강도 들었다는 말을 듣고 중풍에 걸렸다. 그날 저녁에 자꾸 ‘얼마나 놀랐겠니?’ 하고 근심하더구나. 글쎄 아침에 소변 보자고 일어났다가 쿵 넘어지더니 다시 일어나지 못하더라.”
성호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야~ 강도를 다 붙잡았는데도 웬 근심이요?”
영옥은 성호의 어깨를 다독였다.
“아버지나 엄나나 어째 너네 집에 가서 살고 싶잖겠니? 며칠 전에도 아버진 ‘성호는 날 데려가지 않는다오?’라고 하더라. 그런데 너네 코구멍만한 세집에 어데 가서 누워 있겠니? 시내 병원에 갔다가 죽으면 화장터에 가져간다면서 죽어도 시내에 가지 않겠다더라.”
성호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 아버지-”
성호는 서럽게 울었다.
한참 후 그는 집에서 가져온 안궁환을 꺼내 물종지에 넣고 숟가락으로 꽁꽁 눌러 풀어 한숟가락, 한숟가락 아버지 입에 떠넣었다.
“아버지, 근심하지 맙소. 며느린 오래잖아 나올겝구마. 우리 꼭 큰 집을 사놓고 아버지 엄마를 모셔가겠습구마. 그때까지 꼭 건강하셔야 합구마.”
상진은 머리를 맥없이 끄덕이며 눈귀로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이튿날 아침 상진은 성호가 숟가락으로 떠드리는 죽 한숟가락도 넘기지 못했다.
그는 성호를 맥없이 손짓해 옆에 앉혀놓고 띄염띄염 말했다.
“대, 대대에 빚, 빚이 있을 게야. 난 생산대대 빚을 지고 이 세, 세상 떠날 수 없구나. 네가 대신 물어다오.”
“예, 반평생 농사를 지었는데 빚을 졌다구요?”
막내아들의 물음에 상진은 맥없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근심 맙소. 빚을 깨끗이 물어주겠습니다.”
상진은 성호의 손을 잡고 입술을 실룩였다.
“뭐 말씀할 게 있습둥?”
“당, 당비!”
상진은 웃호주머니에 간신이 손이 올라가다 맥없이 떨어뜨렸다.
백호가 황급히 웃호주머니에서 돈 10원을 꺼냈다. 아버지는 분명 사망하기 전까지도 집체에 빚을 지려고 하지 않았고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도 당조직에 당비를 바치려고 하였다.
백호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버지의 마지막 당비를 받아쥐였다.
이튿날 백호는 비닐쪼박을 쓰고 소낙비를 무릅쓰고 대대마을에 내려가 아버지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당비를 당총지에 바쳤다.
뒤이어 대대 부기원네 집으로 찾아갔다.
“대대에 아버지 빚이 있는가 해서 찾아왔습구마.”
작달막하게 생긴 부기원은 장부를 들춰 꺼내보더니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한뉘 공안국과 우리 대대 령도사업을 한 리서기 글쎄 빚이 있다니, 참 청백한 로간부지. 쯧쯧쯧.”
백호가 여겨보니 개혁개방초기 생산대 농기구를 집집마다 나눠가질 때 진 농기구빚이 500원이 남아 있지 않겠는가.
“며칠 후에 아버지 빚을 물겠소.”
“에이구, 놔두오. 사망할 김서기를 보고 빚을 내라 할 사람도 없소. 세상뜨면 그만이오. ”
부기원이 장부책을 서랍에 걷어넣으면서 하는 말이였다.
그러나 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한뉘 공산당을 따라 혁명을 해온 아버지 이름에 집체 빚을 지고 사망했다는 먹칠을 하고 싶지 않소.”
“그래? 아버지 청백한 명예를 끝까지 지키는 아들이 효자야. 효자!”
부기원은 백호한테 엄지를 내둘렀다.
그러나 성호는 저도 몰래 머리 숙어졌다.
(아버지를 잘 모시지 못한 난 불효자요, 죄인이요.)
그는 머리를 수깃하고 부기원네 집을 나섰다.
아버지가 대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성호가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했지만 백호와 은숙은 극구 말렸다.
“얘, 아버지를 코구멍 같은 너네 세집에 어떻게 모시니? 화장터에 가지 않겠다는 아버지를 근심시키지 말고 마음놓고 편안히 여기 누워있게 놔둬라.”
은숙도 동감을 표시했다.
“형님 말을 들어라. 시내 가면 넌 출근해야지. 누가 아버질 돌보겠니?”
“청가 맡으면 되오.”
“그만둬라. 여겐 그래도 형님하구 내 있잖니? 사양실이라도 널직해 너네 세집보다 훨씬 편안하다.”
은숙의 말에 백호도 동을 달았다.
“그래, 네가 리뇨약과 변비약이나 가져오렴.”
성호는 형님과 누님 얘기 옳다고 생각했다.
전날 밤에 준식한테 택시비를 줘보내고나니 성호는 몇십리 진창길을 걸어가야 했다.
한나는 둥기당당 가야금병창을 비통하게 불렀다. 성호는 비닐박막을 쓰고 앞을 가리기 힘들게 억수로 쏟아지는 소낙비를 무릅쓰고 질척질척한 진창길을 밟으며 시내로 떠났다.
그는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곧추 YB병원에 뛰여갔다.
그때 뜻밖에 현관에서 승호 어머니와 딱 마주쳤다.
“아니, 성호 아니요? 어째 누가 편찮소?”
성호는 “아주머니!” 하고 부르려다가 그만뒀다.
“아니, 아닙니다.”
“혹시 아버지 편찮소?”
벽화는 눈물이 핑그르르 돈 성호의 피진 눈을 보고 뭔가 짐작이 갔다.
“아버지 리뇨제와 변비약을 가지러 왔습니다.”
성호는 혹시 승호한테 알리지 않은 인정빚을 지는 것 같아 아버지 병세를 상세히  말하지 않았다.
벽화는 두말없이 자기 돈으로 변비약과 리뇨제를 떼주었다.
“혹시 도울 게 있으면 나하고 말하오.”
(승호 어머닌 진작 날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한사코 자기 딸과 혼사말을 막은게 아닌가? 자기와 승호와의 관계를 여직껏 숨겨온데는 리철갑 과장의 눈치가 보여서일가?)
벽화는 약과 돈을 쥐어주면서 당부했다.
“아버님께 맛있는 걸 대접하오. 승호도 데리고 가던지.”
성호는 “필요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서서 쥉쥉 자리를 옮겼다.
성호는 준식의 택시를 타고 한시급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가 한창 아버지한테 약을 대접할 때였다.
“성호!”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돌려보니 승호가 어머니와 함께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달려오지 않았겠는가!
“승호!”
성호는 벽화를 쳐다보았다.
벽화는 머리를 끄덕였다.
“야, 임마, 친구라는게 아버지 편찮으면 알릴게지.”
승호는 성호를 나무리면서 상진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상진의 손에 쥐워주면서 “아바이, 병치료를 잘 합소.”라고 했다.
상진은 눈을 천천히 뜨더니 사위를 둘러보았다.
성호는 벽화를 돌아보더니 아버지 손을 잡고 알려주었다.
“아버지, 승호 왔습니다. 아버지를 보러 왔습니다.”
“승, 승호?”
“예, 대학교 친구 승호입니다.”
상진은 승호의 손을 꽉 잡고 머리를 끄덕이며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밭고랑같이 깊이 패인 얼굴의 주름살을 따라 줄줄 흘러내린 쓰라린 눈물이 베개잇에  슴배였다.
승호는 기실 어머니가 성호 아버지를 문안하러 가자고 할 때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는 아직도 자기가 상진의 친손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눈물이 글썽해 어찌나 가자고 하는지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상진은 벽화를 쳐다보았다.
벽화는 상진 옆에 꿇어앉아 왕진가방에서 혈압기를 꺼내 상진의 혈압을 잰다, 점적주사를 놓아드린다 하면서 정성을 다했다.
상진이 벽화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벽화는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벽화예요, 벽화. 알아볼 수 있지요? 리철갑 과장네 색시 벽화예요.”
그제야 상진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승호를 돌아보았다.
승호도 금방 오가는  말을 듣고 의심이 부쩍 들었다.
(성호 아버지가 바로 어머니 항상 외우던 국장인가?)
이전에는 근본 성호 아버지를 그렇게 애타게 찾던 국장, 아니, 할아버지리라고는 근본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간호장 출신인 어머니는 마음씨가 어찌나 착한지 행인이 쓰러졌을 때에도 병원에 업고 들어가 구해준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농촌의 친척들은 아프기만 하면 모두 어머니를 찾아왔고 돈이 딸려도 찾아왔다. 시내에 장 보러 왔다가도 허물없는 어머니를 찾아 집으로 오군 했다. 어머니는 집에 찾아온 친척들한테 항상 인정이 폭폭 넘치게 접대해 보냈던 것이다. 
승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성호가 여직껏 자기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곁을 주지 않는 바람에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혹시나 해서 그는 상진의 곁을 지키면서 성호와 함께 업고 뒤간에도 가 대소변을 보는 것도 거들어주었다.
상진은 중풍 때문에 말을 방정히 하지 못해 승호와 이것저것 묻지도 못했다.
벽화와 승호는 문안을 마치자 귀로에 올랐다. 백호와 은숙은 벽화를 알아보고 처음 보는 승호를 친절히 대했다.
상진은 아침까지만 해도 드문드문 의식이 회복되였다. 하지만 오후부터는 의식을 점점 잃더니 이젠 죽물은커녕 물 한모금도 넘기지 못했다.
“아버지, 물을 넘깁소.”
백호가 아버지를 안고 은숙이 물사발을 가져다 숟가락으로 물을 입에 떠넣었다. 하지만 상진은 숨이 막혀 꺽꺽거리며 물 한모금도 넘기지 못하고렸다.
“안되겠다. 성호야, 누나들한테 알려라.”
“아버지- 일어납소. 아버지!”
“야, 아버지 조용히 가시게 떠들지 말라.”
성호는 눈물을 훔치면서 황급히 바깥에 나가 사처에 전화를 쳤다. 그러나 승호한테는 알릴가말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이붓애비 리철갑한테 들키우면 어쩌는가?)
성호가 황급히 돌아들어왔을 때 상진은 긴 숨을 후- 내쉬더니 숨을 천천히 거두었다.
백호가 손목의 맥을 짚어보니 맥박이 없었다.
그때까지도 손목은 따뜻하건만 다시는 맥이 뛰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버지!”
“할아버지!”
자손들은 상진의 품에 엎드려 대성통곡쳤다.
“할아버님, 어서 일어나십시오. 손녀 가야금연주를 들으세요. 어서 깨나십시오. 으흐흑, 흑흑흑.”
한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흑흑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상진은 이젠 아들딸들의 애탄 부름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손녀의 가야금연주소리도 간절한 애원소리도 영영 들을 수 없었다.
은숙은 아버지가 안질을 웃쪽으로 뜨고 숨진 걸 보더니 성호를 보고 내리쓸어주라고 했다.
성호는 한손으로 아버지 얼굴을 받치고 한손으로 천천히 눈을 내리쓸어드리면서 울며 중걸거렸다.
“아버지, 어쩜 자손들의 효성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이렇게 총망히 떠나가십니까? 아, 불쌍한 우리 아버지~”
한나는 옆에서 아버지 팔을 붙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부었다.
성호는 속으로 얼마나 자기를 욕했는지 몰랐다.
(아버지를 시내에 모셔다 호강을 시킬 것처럼 모셔가서 쫄딱 망해 얼마나 속타게 했던가? 아버지를 이런 루추한 소사양실에서 사망하게 하다니? 아버지는 얼마나 아들의 집에서 자손들과 함께 살고 싶었을가? 사망하면서도 안질을 감지 못하지 않았는가? 아, 아, 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데려갑소. 구천에선 부모를 잘 모셔드리겠습니다.)
마을사람들도 모두 상진 로서기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고 조상하러 와서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렸다. 철주도 만주네 집에 놀러 왔다가 달려와 조상했다. 그는 만주와 함께 생전에 고인이 손수 말리워놓은 널로 관작을 짰다. 그 널판은 곽재령감이 생전에 손수 전기톱으로 아름드리통홍송을 켜준 것이였다.
백호와 성호는 시체가 꽛꽛하게 굳기 전에 아버지한테 새하얀 상시옷을 정성들여 입혔다. 그 상시옷은 영옥이 령감한테 손수 지어놓은 것이였다. 한뉘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고 청렴하고 깨끗하게 살아오신 아버지께서는 티없이 깨끗하고 새하얀 상시옷을 입고 눈을 영영 감고 계셨다.
영옥은 칠성판에 오른 령감의 유체를 바라보면서 손으로 입을 막으며 구슬프게 대성통곡쳤다.
몇시간 후 먼 길을 기차 타고 달려온 춘자와 정춘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관을 꽝꽝 치면서 대성통곡쳤다.
평생 결백하게 살아온 로간부 상진은 새하얀 옷을 입고 아주 소박한 관에 들어갔다.
사흘 후 자손들의 정성과 쓰라린 피눈물과 함께 고향의 뒤산- 칼산에 고요히 묻혔다. 그러나 그의 청백한 령혼은 고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마을의 동불사령감이랑 세린하령감이랑 어쩐지 화장을 해야 한다고 엉터리 고집을 썼다. 하지만 백호와 성호는 아버지 마지막 유언마저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어이 아버지가 손수 봐둔 천지꽃산 중턱의 조상들의 산소 옆에 고이 모셨다.
형제들은 은자와 성숙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아무리 불법체류라도 그렇지. 아버지 사망했는데 오지도 않다니?”
“아이고, 불쌍한 우리 아버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불시에 돌아갑둥?”
자녀들은 모두 비통에 빠져 아버지를 부르면서 통곡쳤다. 온 집안은 슬픔의 바다로 술렁이였다.
“아이고, 하느님도 무심하지. 어쩜 법이 없어도 살 우리 아버질 이렇게 빨리 모셔갑니까? 아이고, 아이고-”
모두 대성통곡칠 때 경만이 그만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가시아버지 산소에 술을 부어올린 후 쓴소리를 했다.
“이젠 쓸데 없는 일에 작작 삐치고 고이 잠듭소. 사위하구 반고랑 때문에 시비할   필요있습둥? 세상 시비는 혼자 다 하는 상하면서 예?”
백호가 나서서 제지했다.
“이럼 못쓰오. 아버지 돌아갔는데 승풀이를 해서야 되오?”
경만은 백호를 훌 밀어놓으면서 야단쳤다.
“령감이 날 항상 ‘애비 없는 새끼 돼서 례절이 없다.’고 욕한 건 어째 말리지 않았소?”
“야, 임마, 이렇게 례절 없으니 아버지 그랬다. 장례날까지 아버질 욕하겠니?”
성호도 경만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매형, 아버지 장례날에 례절없이 뭐요?”
그제야 경만은 욕설을 그만두고 산소 앞에서 물러섰다.
춘애와 춘자, 은숙도 경만한테 눈을 흘겼다.
천지꽃산 양지바른 언덕에 쓸쓸한 무덤이 한나 더 누워 있었다. 그 무덤 속에  한뉘 청렴하게 살아온 로간부 상진이 쓸쓸히 잠들어 있었다. 그는 생전의 소원대로 혁명렬사기념비 옆에 조용히 누워 조부모와 부모의 산소를 지키면서 선렬들의 피로 얼룩진 고향 땅을 굽어보고 진달래가 피고 지는 고향의 산천을 지켜보고 있다.
 락엽이 우수수 지어 진달래밭에 떨어졌다. 이제 봄이 오면 혁명렬사들과 상진의 산소에 락엽의 사랑을 먹고 연분홍진달래꽃이 활짝 꽃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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